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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하역업 진입규제 철폐 논란
[449호] 2011년 01월 21일 (금) 10:29:24 김승섭 기자 komares@chol.com

하역사간 과당경쟁과 운임덤핑으로 최악의 시기를 보내고 있는 항만하역산업에 또 한번 폭풍이 몰아칠 전망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항만하역사업자의 등록기준이 부당하다며 ‘현행 등록기준 철폐’를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이에 대해 항만하역업계와 국토해양부는 “현재의 과당경쟁을 더욱 부추기는 꼴”이라며 ‘결사 반대’하고 있다.

 
   
 

하역업계, “산업 특수성 몰이해 처사... 부실업체 난립할 것”
공정위, “중소업체 하역업 신규진입 용이, 장비임차 촉진”
담당부처*연구기관, “과당경쟁, 운임덤핑, 노사문제 등 부작용 불보 듯”


현행 항만하역사업자의 등록기준은 항만운송사업법 제6조와 항만운송사업법 시행령 제4조(항만운성사업의 등록기준) 및 별표1(항만하역사업의 등록기준)에 명시되어 있다. 내용을 살펴보면 항만하역사업자는 기본적으로 일정 기준 이상의 시설(시설평가액)과 자본금을 보유하고 있어야하며, 1급지(부산, 인천, 울산, 포항, 광양 등)에서 사업을 할 경우 시설평가액 10억원 이상, 자본금 2억원 이상을 보유해야 한다.


공정위가 문제삼고 있는 부문은 시설요건 중 하역장비의 평가액이 총 시설평가액의 2/3 이상, 최저시설평가액의 2/3 이상을 본인이 소유해야 한다는 대목이다. 이 경우 1급지(부산, 인천, 울산, 포항, 광양)에서 사업을 할 경우 최저 시설 평가액을 약 6억 6,000만원 이상, 2급지(여수, 마산, 동해, 군산)에서 사업을 할 경우 약 3억 3,000만원 이상을 소유해야 된다.


공정위는 항만하역사업자 등록기준에서 위의 부문이 중소업체의 신규진입을 저해한다는 근거로 동 항목을 삭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공정위측은 “자가소유비중 삭제시 중소업체의 하역분야 신규 진입이 용이해지고, 하역업체의 장비임차를 촉진해 오히려 장비투자 확충에 유리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에 담당 정부부처인 국토해양부와 하역업계는 “항만하역사업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며 공정위의 요구에 반대입장을 밝혔다. 항만이 자동화*기계화됨에 따라 항만하역업이 인력중심에서 장비투입중심산업으로 변화하고 있는 시점에, 하역장비비중을 줄이라는 것은 동 사업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는 의견이다.


   
 


하역업체 99년 214개->09년 369개 72.4% 증가
“장비산업에서 장비없이 사업한다는 것은 어불성설”

우리나라 항만운송사업법의 역사는 196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1964년 항만운송사업법이 제정되고 하역사업 면허제가 시행되면서 본격적인 하역사업에 대한 관리가 이루어졌다. 국가의 허가를 받아야 시행할 수 있었던 면허제가 폐지된 것은 1990년대 후반. 1997년 민간하역사업자의 자율성 확보와 경쟁체제 도입 및 규제 완화를 위해 등록제로 전면 전환되었으며, 1999년도에는 자본금 및 상시근로자 기준이 완화되었으며 2003년에는 상시근로자 기준이 전면 삭제되었다. 이러한 등록기준 완화 방침으로 국토해양부에 등록된 하역업체 수는 1999년 214개에서 2009년 369개까지 약 72.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연구자에 따르면 “자유 시장경제 측면으로 본다면 진입규제는 없어야 정당하지만, 자유시장경제라는 보편적 가치보다는 각 산업의 특수성을 우선시해야 한다. 항만하역산업은 대표적인 장비산업이며, 장비 가격도 고가이기 때문에 현재 법안에 명시되어 있는 10억원은 최소한의 상징적인 규제로 봐야한다”고 지적했다.


국토해양부 관계자 역시 “1992년에 정한 10억원(1급지)의 시설평가액을 상향조정해도 모자랄 판에 이를 없앤다는 것은 하역사업의 발전을 막겠다는 처사”라며, “장비 1~2개만 확보해도 10억원의 시설비가 소요되는데, 이 마저도 없앤다면 장비중심의 산업에서 장비투자를 하지 말란 말밖에 안된다”며 공정위의 제안을 비판했다.


부산항 하역료 teu당 4만원 이하... 日의 40% 수준
“부실업체 난립으로 노사문제 확대될 수도”

공정거래위원회의 항만하역사업자 등록기준 완화 움직임에 대해 하역업계는 현재의 과당경쟁체제와 요금덤핑 문제가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지속적인 규제완화로 업체수가 급증한 가운데 2000년 이후 경제성장율 둔화에 따른 물동량 정체, 2008년 글로벌 경기침체 이후 물동량 확보를 위한 업계간 요율덤핑 등 과당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진입규제 완화는 하역업계의 더욱 큰 출혈을 불러올 수 있다는 의견이다. 하역업체간 선사와 물량유치를 위해 하역요금 덤핑이 현재까지 이어져오고 있으며, 이는 하역업체의 경영수지를 악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본지가 입수한 자료에 의하면, 2009년 컨테이너 하역요율이 20ft 컨테이너 기준 일본 $184, 중국 $71~84에 비해 우리나라는 $60까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지역 하역업체 관계자는 “부산의 경우 최근 북항과 신항의 출형경쟁으로 컨테이너 하역료가 teu당 4만원 이하로 떨어졌다”며, “teu당 3만원대의 하역료로는 컨테이너 하역에서 부가가치가 거의 창출되지 못한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이에대해 강희중 항만물류협회 부장은 “공급과잉 현상과 운영사들의 난립으로 하역료 덤핑사례가 심각한 상황에서, 하역사업자 등록기준을 없앤다는 것은 터미널 운영사의 경영수지를 낭떠러지로 모는 겪”이라고 밝혔다.


또한 부실기업의 난립으로 노조와의 갈등이 심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009년 기준 전국 항만하역업체수는 369개. 그러나 상위 11개사의 실적이 전체 하역물량의 65.5%를 차지하고 있는 우리나라 하역시장 구조를 감안할 때, 등록만 해놓고 사업실적이 전무한 업체가 대다수이며, 만약 이들이 장비 임차계약 등으로 사업을 진행하다 그만 둘 경우 고용된 노동자 처리문제가 필연적으로 불거질 것이라는 의견이다.
일례로 인천항의 경우 2009년 5개 하역업체가 사업정지 3개월의 행정처분을 받은 바 있으며, 영세업체의 경영악화 및 부도 등으로 인력 구조조정, 항운노조의 노임 체불*미지급 사태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올 7월 허용될 복수노조 허용정책과 맞물려 항만하역시장의 노사불안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지금도 울산항 정일 컨테이너부두에서 수익악화에 따른 사측의 항운노조 미사용 통첩에 따라 노사문제가 일어나고 있다”며, “하역사업에서의 노조문제가 장기화되면 심각할 경우 부두운영 중단이란 극단의 사태까지 벌어질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다. 쉽게 장비를 임차해서 사업자가 시장에 들어온다면 더 큰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 문제”라고 밝혔다.


학계의 한 전문가는 “중국항만의 성장과 국내 항만간 과당경쟁, 공급과잉 등으로 국내 운영사의 수익성이 상당히 약해진 상태”라며, “글로벌 운영사인 허치슨도 수익성을 문제로 부두를 반납했고, 최근 국내 대규모 물류업체도 부두운영을 중단한 상황에서 진입규제를 풀면 더욱 심각한 문제를 야기시킬 수 있다. 특히 노조문제는 대기업도 제대로 풀기가 어려운데, 영세업체들은 해결하기가 불가능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비투자↓, 항만 경쟁력 약화 가능성
한편 이러한 진입규제 완화 추진이 결국 국내 항만산업의 서비스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장비 임대를 통해 시장에 진입한 소규모 사업자들이 많아지면, 장비 투자에 소홀해질 수 밖에 없으며 이는 결국 항만 경쟁력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이와관련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등록규제가 있는 지금 상황에서도 하역사들이 수익성을 문제로 장비투자에 소극적인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소규모 사업체들이 많아지면 이러한 문제가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국토해양부에서 진행 중인 ‘지능형항만자동화’ 사업도 하역사의 수익성 부족에 따른 신규장비 투자 부담으로 2012년까지 12개소에 구축한다는 당초 계획이 2016년까지로 연장된 상황이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지능형항만자동화 사업의 경우 국가가 투자비용의 90%를 지원해 준다해도 하역사가 소극적인 상황”이라고 밝혔다. 한 하역사 관계자는 “터미널에서 수익이 보장된다면 기업은 장비투자에 오히려 적극적이다. 그러나 현 상황에서 신규 장비투자는 위험해 보이는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 전문가는 “국내 항만 발전을 위해서는 등록기준을 완화하는 것보다 현재 있는 사업자의 수익성을 보장해 주는 것이 시급한 과제이다. 2010년 물동량이 사상 최대를 기록했는데 하역사의 수익성이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이며, 과다 덤핑된 하역료부터 바로 잡아야 다른 문제도 해결된다. 항만 하역시장을 우선 안정시킨 다음에 진입규제를 풀어도 늦지 않다”고 지적했다.
 

   
 

국내 타 산업, 해외 항만 대비 진입규제 낮아
하역업계에서는 이번 공정위의 요구가 ‘시기상조’라는 의견이다. 우선 국내 다른 법률에 의한 등록기준을 따져봐도 항만운송사업법의 등록기준이 완화된 상태라는 의견이 압도적이다. 현재 해운법은 외항운송사업의 경우 10억원 이상, 항공법은 150억원(국제여객운송) 이상의 기준이 충족되어야 한다. 물류정책기본법의 경우에도 법인 3억원 이상, 법인인 아닌 경우 6억원 이상의 자본금을 충족해야 등록이 가능한데, 하역사업자의 등록기준만 삭제한다는 것은 모순이라는 지적이다.


여기에 주변국가의 현황을 살펴보면 우리나라보다 더 높은 자기자본과 시설기준을 요구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일본의 항만하역업 등록기준은 1종항은 연간 45만톤을 처리할 수 있는 시설과 노동자, 2종항은 연간 15만톤을 처리할 수 있는 시설과 노동자로 정하고 있어 우리보다 기준이 높다. 미국, 싱가폴, 대만 등 대부분의 외국항만 역시 컨테이너 부두의 터미널을 임대 또는 임차하지 못하면 항만 하역업을 할 수 없게 되어 있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현재 우리나라의 등록기준은 다른 나라에 비해서 오히려 낮다”며, “하역사업의 안정화를 위해선 등록기준이 강화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대부분인데, 이번 공정위의 요구는 항만산업의 대세를 거스르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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