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소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원장
김학소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원장
일국의 흥망성쇠는 그 국가를 지배하는 시대적 분위기와 국민정신에 달려 있다. 강대국을 향한 국민의 에너지가 분출되고 그러한 상황을 만들어내는 리더그룹이 있다. 바로 이러한 에너지와 상황이 대국굴기를 이루어 내게 된다. 오피니언 리더그룹의 분위기 조성과 국민적 공감대의 형성이 상승작용을 일으켜 강대국으로 돌입하게 된다. 대국에 이르는 길을 인식하고 국가적 핵심사업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가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글로벌 물류시장은 현재 총성 없는 전쟁을 치루고 있다. 세계 각국이 동시 다발적으로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물류시장은 전에 없는 치열한 경쟁을 치르고 있다. 2010년 글로벌 물류시장의 규모는 4조8,000억달러로 추정되고 있다. 단일산업의 시장규모로는 어느 산업보다도 크다. 이러한 글로벌 물류시장의 규모는 2020년에 가서는 8조 1,000억달러의 시장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주요 선진국들은 글로벌 물류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자국 물류기업의 해외진출을 정책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이러한 지원을 받은 초대형 글로벌 물류기업들은 M&A, 전략적 제휴 등을 통해 글로벌 네트워크와 서비스 영역에서 과점적 시장을 형성함으로써 후발기업들의 진입을 억제하고 있다. 바야흐로 글로벌 물류시장은 물류강국을 지향하는 국가들의 총력전이 전개될 각축장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글로벌 물류시장의 지배자가 될 것인가 피지배자가 될 것인가는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2000년 이후 글로벌 물류시장의 성장과 환경변화에 맞추어 국가경제 성장기반 강화와 선진국 진입의 일환으로 글로벌 물류시장 진출정책을 추진해왔으나 아직까지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우리나라 물류기업의 영세성과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국가정책의 미흡에 따른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우리나라 물류기업은 ‘규모와 범위의 경제’를 실현시키지 못하고 있으며 전문성이 결여되어 있고 글로벌 네트워크가 확보되어 있지 못한 실정이다. 더구나 일본과 같이 화주-물류기업의 동반진출을 위한 전략적인 관계가 형성되어 있지 못한 형편이다. 또한 물류산업에 대한 정부 정책의 우선순위가 높지 못하다. 국내 물류시설 공급 위주 정책이나 화물연대 등 시급 과제 및 사안 위주의 물류정책에 우리나라 물류산업의 글로벌 성장기회가 함몰되어 있는 것으로 느껴진다.

 


우리나라 물류산업이 글로벌 물류시장을 지배하기 위해서는 물류강국 건설에 대한 시대적 분위기를 조성하고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글로벌 물류시장에서의 점유율을 극대화하기 위하여 물류산업을 국가 신성장동력산업화 내지 국가 핵심사업으로 추진해야 한다. 물류산업의 육성이야 말로 1조달러 무역대국 달성에 공헌한 우리나라 수출입 기업들의 경쟁력을 제고시킬 수 있는 핵심요소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물류분야의 혁신과 최적화가 수출입 기업의 원가절감, 제품판매 및 A/S 적시 제공 등을 가능케 함으로써 고객만족과 함께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게 된다는 점을 깊이 인식해야 하는 것이다. 이제 글로벌 물류시장을 그대로 둘 수 없다. 물류산업을 통하여 제조업 중심의 1인당 소득 2만 달러 시대를 넘어 서비스산업 중심의 4만달러 시대를 열겠다는 시대적 사명감이 형성돼야 한다.

 


최근 글로벌 물류시장은 몇가지 요인에 의해 더욱 크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우선 늘어나는 자연재해와 관련한 재해관리 차원에서 글로벌 물류시장이 강조되고 있다. 일본 동북지진, 태국 수해, 호주 남부 홍수 등으로 인해 공장, 광산 등 주요 산업시설이 파괴되었고 이에 대한 대응이 글로벌 물류시장의 주요 숙제로 남아 있다.

 


둘째, 자원물류시장이 급속한 성장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에너지·광물자원, 식량자원의 한정성으로 인하여 해당 자원의 확보가 글로벌 경제의 중요한 화두가 된 지 오래이다. 특히 동남아, 중남미, 아프리카 등 자원 보고지역을 중심으로 자원개발 기업이나 대형 상사들의 진출이 두드러지고 있다. 자원은 탐사, 개발, 생산, 판매까지 전체 과정이 길며 이를 지속시키고 가치를 부여하는 수단이 물류산업이다.


셋째, FTA 확대에 따른 무역촉진으로 물류시장이 더욱 확대될 것이라는 점이다. 우리나라 경우 한·EU, 한·미 FTA체결로 양 경제권과의 무역이 촉진될 것으로 보이며, 최근 중국, 일본과의 FTA도 동시에 논의되고 있는 상황이다. 무역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FTA를 통해 지속적인 무역시장 성장은 물론 물류시장의 성장을 동시에 유발할 것으로 보이고 있다. 

 


넷째, 재건 물류시장이 활성화될 것이라는 점이다. 일본 동북지진, 중동 및 북아프리카의 민주화로 인한 재건 수요 등으로 해당 지역의 물류인프라 개발이 새로운 화두가 되고 있다.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재건은 물류인프라의 확보와 직결될 것이다. 항만, 공항, 철도, 내륙물류기지 등 물류인프라의 건설 뿐만 아니라 운영과 관련된 물류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보이고 있다.

 


다섯째, 중국의 내수 물류시장이 급격히 활성화될 것이라는 점이다. 글로벌 경제위기로 인해 중국은 경제 연착륙을 위해 내수 진작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2012년 이후 시행될 중국의 중요 물류정책들은 내수 물류시장을 크게 성장시킬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러한 글로벌 물류시장에 대해 정책오피니언 리더그룹의 분위기 조성과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 글로벌 물류산업을 국가적 핵심사업으로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글로벌 환경변화의 핵심을 파악해서 적재적소의 진출 전략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물류기업의 부족한 자금지원을 위한 기금마련에 힘써야 할 것이다. 또한 물류기업의 제조/자원개발/플랜트/건설기업 등과의 해외 동반진출 방안을 강구해야 하며 물류기업간 M&A 활성화를 위한 방안도 강구해야 할 것이다.

 

한편 국내 물류기업들의 해외진출을 위해 설립한 국제물류투자분석센터의 역할 확대 및 활성화를 통해 글로벌 물류동향 진단과 함께 추진 가능사업 발굴, 투자절차 분석, 사전타당성 조사 실시로 맞춤형 물류기업 해외진출 지원 기능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기업차원에서는 글로벌 시장 진출은 물류기업들의 필수불가피한 생존전략이므로 적극적이고 도전적인 글로벌 물류시장 진출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우선 국내 이종기업들간 동반진출 전략에 노력을 기울여야 하고, 주요 전략지역인 중국, 동남아, 중남미 등에 자원·생산 거점 등과 연계한 현지 진출 전략을 펼쳐야 할 것이다. 또한 중소물류기업들의 해외진출을 강화하기 위해 물류 공동브랜드 설립, 물류한상네트워크 구축 등 국내 물류기업들의 힘을 집결시키는 전략도 추진해야 할 것이다.


국내 물류기업들의 글로벌 물류시장 지배를 통해 물류강국을 건설하고 국부창출을 주도함으로써 1인당 4만 달러의 글로벌 부국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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