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실험과 한국의 진로
이날 화제는 당연히 북한의 핵실험이었다.

 

국제사회의 경고와 우리 정부의 백방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핵실험이라는 루비콘 강을 건너고 말았다.


북한의 벼랑끝 외교가 이번엔 낭떠러지로 추락할 것인지 아니면 한번 더 기어올라와 또 다른 벼랑끝에 서서 줄다리기를 할지는 두고볼 일이다. 다만 그 칼끝이 우리를 겨냥하고 있다는 점에선 가슴이 섬칫하고 잠을 편히 잘 수가 없다.


우리 연구소가 주최한 선상세미나에 참석하여 원폭이 떨어진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를 방문한 적이 있는 필자로선 그 참상을 떠올리는 것조차 얼굴이 화끈거리고 숨이 막힌다.


“서울 불바다” 운운한 것도 핵무기 개발을 염두에 두고 한 말은 아닐까 모르겠다. 종국적으로 핵무기를 쓸 수 있는 나라와 없는 나라의 차이는 판이하다. 얼마전에 열린 안보포럼에서 이젠 한반도의 재래전 전략을 다시 짜야 한다는 어느 발표자의 한탄의 소리가 귓가에 쟁쟁하다.


보통 핵을 무기화 하려면 다섯 단계를 거쳐야 한다고 한다.
핵처리 과정에서 플로토늄을 추출하고, 원폭의 기폭장치를 갖추고, 이동하여 핵실험을 해야 하고, 핵을 잘라 소형화 하고, 탄도탄 같은 운송수단을 갖추어야 한다. 그중 제일 어려운 소형화까지는 북한이 개발하지 못했을 거라는 것이 중론이다. 만일 소형화 하여 미사일이나 장거리포로 쏘아 댄다면 그 피해와 참상은 상상을 불허한다.


햇볕정책과 포용정책이 남북간의 긴장완화에 기여한 것만은 사실이나 이번 핵실험으로 인해 그것이 도마에 오를 것같다. 이들 정책이 북한의 핵개발 속도를 그나마 늦출 수 있었는지 아니면 시간과 자금을 대어주는 빌미만 제공하였는지 말이다.


유엔을 중심으로 한 국제제재는 북한의 대응에 따라 수순을 밟으며 강도를 높여갈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오판과 계속적인 물리적 조치로 에스컬레이트 하여 전쟁으로 비화된다면 우리 민족은 자멸의 길로 빠져들 것이다. 어쩌면 이 일로 인해 통일이 갑자기 앞당겨질 수도 있는데, 이러한 시나리오를 면밀히 검토할 필요도 있을 것이다.

 

P&I 마켓 동향분석과 한국P&I의 발전전략
이어 한국P&I클럽의 박범식 전무의 발표가 있었다.
P&I클럽은 선박의 소유와 운항에 수반되어 일어나는 선주가 부담할 수밖에 없는 모든 법적 배상책임을 담보하며, 전세계 상선대의 95% 이상인 약 7억총톤이 여기에 가입되어 있고 연간 보험료만 해도 약 25억달러에 이른다고 한다.

 

박전무는 세계 8위를 점하고 있는 우리나라 해운의 규모로 볼 때 한국P&I클럽이 꼭 있어야 하며 한국P&I클럽이 2000년 1월에 출범하였는데 오히려 때늦은 감이 든다고 말했다.
1855년 세계 최초의 P&I가 태동하여 150년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유럽의 P&I클럽에 비하면 한국P&I클럽은 아직 걸음마 단계에 불과한데도 국제카르텔인 IGA의 견제가 거세다며, 국제시장에서 이들과 경쟁할 수 있도록 국내선주들의 동참과 지원을 요청하는 박전무의 표정이 사뭇 진지했다.


아직은 국내 대형선주들의 참여가 미진하여 갈 길이 멀기만 하지만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이고 걷는 자만이 앞으로 갈 수 있기에 하나씩 하나씩 내실을 다져 나간다면 머지 않아 국제클럽으로서 자리매김을 할 것으로 생각한다.


 

한국P&I클럽의 활성화방안을 발표하였는데, 모두 잘 추진되어 빠른 시일 안에 IGA에도 가입하여 협상력을 높이고 국제시장에서 런던P&I, UK P&I 같은 유수의 클럽들과 경쟁을 벌이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우선 국내선단의 10%인 183만총톤에 불과한 가입률이 25% 이상으로까지 확대되고, 배가 압류되었을 때 풀려날 수 있는 P&I 개런티가 폭넓게 적용되기를 바란다. 아울러 보증장 직접 제공지역이 한국, 일본, 중국 등 동남아 지역에서 유럽, 미국, 남미로 확대되기를 바란다.

 

콤파스클럽의 새로운 회원 박범식 전무가 국내선사와 보험업계에서 익힌 전문지식과 특유의 친화력으로 한국P&I클럽을 궤도에 올려놓고 성장동력을 가동할 것으로 믿는다.

 

이명박 씨의 경부운하 구상
최근의 여론조사에 의하면 가시적인 대권주자 중 유력한 사람은 이명박 씨이다. 지금까지 우리가 생각해온 지도자상과는 좀 다른 인상을 가진 이명박 씨의 인기가 이토록 올라갈 수 있었던 데에는 청계천 덕도 톡톡히 보았다고 할 수 있다.


청계천은 오랫동안 지저분하고 악취나는 곳이었기에 그곳을 덮고 고가도로를 놓는다는 것은 당시만 해도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었다.


청계고가도로는 교각 모습이 흉물스럽기도 했지만, 가스폭발의 위험도 있어 외국인들은 청계천에 돌아다니기를 꺼릴 정도였다. 다른 나라에서는 도심에 인공하천까지 만들어 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 활용하고 있으나 우리는 있는 것마저 콘크리트 더미 밑에 파묻어 놓았으니 외국인들의 눈에는 이상하게 비쳐졌을 것이다.


그것을 이명박 서울시장이 수많은 반대와 우려의 목소리를 무릎쓰고 복원사업을 강행하여 마침내 맑은 물이 흐르는 도심의 하천 청계천을 시민들에게 돌려 주었으니 이명박 씨의 인기가 과연 오를만 했다. 아무튼 큰 사고없이 청계천 복원사업을 완성시킨 이명박 시장과 관계자들의 노고에 박수를 보낸다. 요즘 필자도 청계천 물길을 따라 거래처에 다니는 재미가 솔솔하다.


 

그런데 이명박 씨가 이젠 한걸음 더 나가 한강과 낙동강을 연결하는 경부운하를 구상하고 있으며 대선공약사업으로 한다는 말까지 들리니 놀랍기도 하거니와 걱정스럽다는 소리가 많이 나왔다.


생태계의 변화 등 환경문제도 있거니와 경제성과 타당성을 꼭 짚고 갔으면 좋겠다. 이것은 이명박 씨 개인의 문제만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중요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토목과 건설 전문가이기에 기술적으로는 문제가 없고 유럽의 마인-다뉴브강 운하를 많이 참고했다는 것이 이명박 씨의 주장이다. 우리나라의 토목기술과 시공능력은 세계적인 난공사를 해결할 정도로 우수하다는 것은 이미 입증되었다. 다만, 한강과 낙동강을 연결하려면 이들 강 앞에 뻗어있는 소백산맥을 뚫고 터널식 운하를 만들어야 하고 높낮이가 달라 갑문들을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한강과 낙동강의 교량과 수중보를 다시 놓거나 고쳐야 하고 수심을 확보하기 위해 준설도 해야 한다.


 

설령 막대한 예산을 들여 완공을 한다고 해도 그 유지비가 만만치 않고 우리나라의 하천이 꾸불꾸불하고 배가 지나갈 때마다 갑문을 열고 닫는 일이 아주 번거로울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젠 인천, 평택, 군산, 광양, 동해 등의 항만개발로 인해 물동량이 경부축에서 전국으로 많이 분산되어 있어, 굳이 막대한 돈을 들여 운하를 파서 두 강을 연결하여 이용한다는 것은 상징적인 의미는 크겠으나 경제성이나 타당성엔 의문이 남는다는 것이 이날 참석한 물류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생각이었다.


행여 청계천 복원으로 고무되어 경부운하 건설을 시도한다면 이명박 씨와 한나라당 나아가 국가적으로도 어려움에 봉착할 지도 모른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위기였다.


국토개발연구원에서 이에 대해 연구검토를 하고 있다고 하니 지켜 보자는 의견도 있었으나 이토록 중차대한 사안에 대해 침묵할 수 없어 콤파스의 걱정스런 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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