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물류산업의 공생발전
국회에서 열린 해양물류산업 공생발전을 위한 토론회에 다녀왔다. 요즘 국회의원들을 만나보면, 해운 발전을 위해 뭔가 해야겠다는 표정이 역력하다. “나도 바닷가에서 태어나 배를 보면서 자랐다”는 말과, “BDI와 CCFI 같은 운임지수가 더 올라야 하는데” 하는 소리를 들으면 선거철이 가까이 왔구나 하면서도 그저 고맙다. 해양산업의 위상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반증이다. 요즘 자본주의 4.0시대에 걸맞게 공생과 동반발전이 우리 사회의 화두다. 얼마 전만 해도 경쟁력 강화와 규제완화라는 논리에 의해 대기업은 잘 나간 반면, 자본과 기술이 열악한 중소기업들은 상대적으로 위축되어 어려워진 게 사실이다. 이런 대기업 위주의 쏠림현상은 국가경제 차원에서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중소기업이라는 하부구조가 허약하면 대기업의 상부구조도 이내 부실해지기 때문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각각 고유의 영역과 장점이 있으므로 상호협력하여 공생발전하는 구조가 바람직하다. 공생에는 모두가 이익을 얻는 관계인 상리공생이 있는가 하면, 한쪽은 이득을 얻고 다른 한쪽은 이득도 손해도 아닌 편리공생과, 한쪽만 이득을 얻고 다른 쪽은 피해를 보는 기생도 있다. 생태계가 건강해지려면, 숙주가 되어 기생체의 모든 것을 빼앗는 기생보다는 편익을 나누고 영역을 보호하는 공생관계와, 이를 위한 균형있는 환경조성이 필요하다. 해양물류산업과 전후방 연관산업도 공생발전으로 상생하며 공정사회를 구현해 나가야 할 것이다. “함께 가면 멀리 갈 수 있다.” 혼자 가면 잠시 빨리 갈 수 있을지 몰라도 둘이 가면 오래 멀리 갈 수 있다.

요즘 대량화주들은 편법으로라도 해운물류업 진입을 획책하고 있어 가뜩이나 어려운 해운물류업계를 더욱 힘들게 한다. 우회적으로 물류회사와 인더스트리얼 캐리어를 만들어 자가수송하겠다는 것이다. 규모의 경제를 내세운 자본의 논리이다. 국제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규모와 재력을 갖춘 대량화주들이 해운물류업까지 해야 마땅하다고 주장한다. 과연 그럴까? 어떤 토론자는 삼성중공업이 예인업까지 하다가 대형 유류오염사고인 허베이스피릿호 해난사고를 일으킨 사례를 들며, 화주의 운송업 겸업을 비판했다. 애덤 스미스는 국부론에서 자본주의 경제의 기본을 분업화와 전문화라고 주장했다. 대량화주의 해운물류업 진출은 분업화와 전문화에 역행하며, 산업간의 관계를 기형적으로 변질시킬 수밖에 없다.

한편, 전문 해운물류회사들도 저렴한 운임과 양호한 서비스를 화주에게 제공하고 각종 리스크를 전문성으로 보완하여 경제성과 안전성을 담보해야 할 것이라는 어느 토론자의 충고도 귀담아 들어야 할 것이다. 질의 응답시간에 선주협회 회장이 인더스트리얼 캐리어 문제는 기업이익과 산업이익의 충돌이라며, 공생발전 측면에서 정책적으로 분업화와 전문화를 이루는 것이 효율적이고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기업이익과 산업이익이 충동할 때 부가가치가 크고 국익이 되는 쪽으로 교통정리를 하는 일은 정책당국의 몫이다. 
     
인재육성을 위한 메가 트렌드
11월 콤파스에 범주해운의 이상복 사장과 미드플래닝 윤원철 사장이 입회했다. 범주해운 김남빈 사장의 후임으로 이 사장이 바턴을 이어 받았다. 이 상복 사장은 국제해운대리점협회 직전 회장으로, 해운대리점 분야에 대한 활발한 논의도 기대된다. 윤원철 사장은 한국해사문제연구소 창설자인 고 삼주 윤상송 박사의 장남이기도 하다. 콤파스의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한국해운물류학회 사무국장인 성결대 한종길 교수가 일본해사신문 한국지국장을 겸직하게 되어 신임인사를 했다. 

11월 콤파스 강사로 라이트 매니지먼트(Right Management) 한국지사 박성욱 부사장이 나와 ‘인재육성과 리더십 개발’이라는 제목으로 발표했다. 박 부사장은 인적자본라이프사이클(Human Capital Lifecycle) 상의 채용과 진단, 리더십 개발, 구성원 연계 및 몰입 분야를 아우르는 탤런트 매니지먼트 부문을 담당하며, 비즈니스 컨설팅팀을 관리하고 있다. 박 부사장은 서울대에서 상담학을 전공하고 UCLA의 MBA를 마치고 미네소타대에서 경영학을 공부했다. 버크먼 메소드(Birkman Method)의 아시아 퍼시픽 트레이너와 코칭 리더로도 활동하고 있다.

박 부사장의 글로벌 트렌드 특강은 ‘트렌드, 휴먼 에이지 그리고 리더십(Trend, Human Age, Leadership)’ 순으로 발표했다. 요약 정리하여 게재한다. 업무환경에 변화를 주는 4대 트렌드는 인재의 부적합성(Talent Mismatch), 개인선택(Indivisual Choice), 고객의 컨텐츠 창출(Rise of Customer Sophistication), 기술혁명(Technological Resolutions)이다. 고령화 사회, 업무방식의 변화, 경제환경의 불확실성 증가, 신흥시장의 성장 등으로 인한 인재의 부적합성 현상은 필요한 능력과 기술을 보유한 인재를 적재적소에 활용해야 하는 압력과 함께 인재확보를 위한 경쟁을 가중시키고 있다.

우리 사회는 낮은 수준의 역량과 적합하지 않은 사람들의 과다공급으로 인해 미취업이 발생하지만, 수준 높은 역량의 인재와 기술은 시장에서 부족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것이 첫번째 트렌드인 탤런트 미스매치이다. 이로 인해 특정 기술과 역량 영역에 있어 인재부족 경향이 심화될 것이다. 직원을 구하는 옵션이 다양해지고,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는 압박이 증가될 것이다. 또한 숙련된 역량을 보유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간의 격차는 더욱 벌어질 것이다. 따라서 지속적인 교육과 개발지원이 필요하며, 조직은 사업전략을 달성하기 위한 채용 몰입 유지 등의 인력관리에서 유연성을 가져야 한다. 두번째 트렌드는 개인의 선택이 확대된다는 것으로, 수요가 큰 기술이나 능력을 보유한 인재일수록 업무방식과 근무조건을 선택함에 있어 자신에게 맞는 조건을 강하게 요구할 것이며, 모두에게 맞는 방식보다는 자신에게 적합한 방식을 선호하게 될 것이다.

개인선택 촉발요인은 세 가지가 있다. 새로운 기술은 같은 업무를 시간과 장소에 덜 구애받으면서 처리하기 쉽게 하고 있다. 핵심역량을 보유한 개인들은 근무조건을 정함에 있어 더욱 큰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다. 많은 사회가 개인에게 맞는 일과 경력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 방향으로 바뀌어갈 것이다. 숙련된 인재의 요구사항은 명확하게 정의되고 전달되고, 회사의 미션과 회사에 미치는 영향과 연계되어야 한다. 또한 새로운 기술을 활용할 수 있도록 팀에 기반을 둔, 결과 지향적 프로세스를 요구한다. 구성원들이 헌신적으로 일하는 이유를 파악하고, 그들의 삶의 우선순위와 어려운 점을 이해하고, 그들이 필요한 것과 그들의 삶에 대한 이해에 기반하여 업무처리 방식을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숙련된 인재들은 다양한 업무를 선호하며 그에 대한 대가를 기대하고 있다. 구성원들은 자신의 경력개발에 있어 더 많은 주도권을 가지려 할 것이다. 회사는 역량이 있는 인재들을 채용하고 유지할 수 있기 위해서는 그들에게 맞는 업무방식을 구축하고 그들이 몰입할 수 있는 업무경험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할 것이다.

세번째 트렌드는 고객이 컨텐츠를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어떤 가치를 제공해줄 수 있는가에 대한 고객의 기대치가 커지며, 문제해결에 필요한 전문성을 어디서 어떻게 확보할 수 있는가에 대한 정보를 고객들이 더 많이 갖게 된다. 이에 따라 고객의 요구는 더욱 정교하고 수준이 높아진다. 고객은 점점 더 제공받는 서비스가 자신의 니즈에 어떠한 가치를 줄 수 있는지에 대해 분명하고 명확한 답이 제시되기를 바란다. 기업의 업무는 더욱 투명하게 처리돼야 하고, 가격 대비 가치에 대한 경쟁강화로 인해 생산성에 대한 압박이 증가된다. 시장 요구에 대한 해결책은 더욱 빠르고 유연하고 차별적이며 글로벌한 대응이 요구된다. 기업의 성공은 자본을 벗어나 인재에 대한 접근성이 주요한 차별요소로써 떠오르고 있다.

복잡한 환경에 대응하고 재능을 적절히 활용하며 핵심사업 영역에서 지속적인 개선과 혁신을 이루어내는 조직능력이 필요하다. 마지막 네번째 트렌드인 기술혁명에 대해 언급한다. 기술혁신에 의해 각종 정보가 온라인/인터넷을 통하여 여과되지 않은 채 신속하게 소통되고 있으며, 이는 우리의 업무처리 및 대응방식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소셜 테크놀로지의 급속한 성장으로 구글 페이스북 유투브 트위터 같은 소셜 네트웍이 봇물 터지듯 시장에 쏟아져 나오고 있다. 기술발달은 우리가 소통하고 협력하고 혁신하는 방식과 생활패턴을 급속히 바꾸어가 가히 혁명적이다. 빠르고 투명한 연결로 인해 개인의 생산성이 향상되고, 기업 및 개인 활동에 대한 투명성이 중요해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기술이 일에 대한 정의를 바꾸고 있다. ‘가서 하는 것’에서 언제 어디서나 할 수 있는 ‘활동’으로 변하고 있다.

이상 네가지 메가 트렌드 중에서 현재 우리가 속한 조직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무엇일까? 이러한 트렌드로 인해 우리가 익숙하게 일하는 방식이 어떻게 변화되어야 할 것인가에 대해 대답할 차례이다. 그 해답을 인간에게서 찾았다. 바야흐로 인간의 시대(Human Age)가 도래하고 있다. 즉 인간의 잠재력이라는 진정한 힘의 원천이 최대한 발현되는 시대다. 이 잠재력을 구현시키기 위해서는 맞춤형(one-size-fits-one) 접근법이 필요하며, 조직은 구성원을 보다 인간적인 관점에서 대응해야 한다. 업무현장에서 인간의 잠재력을 파악하고 육성하며 발현시키는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리더십이다. 리더는 개별 구성원의 잠재력을 조직의 목표달성에 맞게 연계시키는 것을 도와야 한다.

이를 통해 조직을 앞으로 나가게 하고 구성원과 회사 모두 성공할 수 있게 한다. 주어진 여건에서 부족한 자원으로 더 많은 성과를 내야 하는 상황은 인간의 잠재력에 대해 깨닫는 계기가 됐다. 한때 자본이 그랬듯이 이제는 인재/재능이 경제를 이끄는 핵심자원이 되고 있다. 국가 또는 기업조직의 인재관리 역량은 미래의 핵심 경쟁력이 될 것이다. 인간의 잠재력이 향후 경제성장의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며, 구성원의 잠재력을 어떻게 촉발시킬 수 있는가가 조직에게 던져진 핵심질문이 될 것이다. 인간의 시대가 지난날과 달라진 점은 어제까지는 기업이 조건을 결정하였으나 오늘은 직원이 결정한다. 조직의 고용이 아닌 개인적 고용이 된다. 근로자도 과거에는 근무지 근처의 거주자에 한정되었으나 이젠 원격 작업과 관리로 인해 어디서나 가능하다.

또한 어제는 인재과잉이었으나 이제는 인재가 부족하고, 평생직장에서 한때직장으로 38세까지 10개 이상의 직장을 경험하는, 조직 중심이 아닌 경력 중심이 될 것이다. 예전의 기업들은 기업의 불투명성과 비밀주의가 만연되었으나 이제는 기업의 투명성, 개방성, 인간적 접근과 함께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강조될 것이다. 조직을 위해 일하기보다는 조직과 함께 일하는 개인적 선택과 경력의 맞춤화가 요청된다. 전에는 규모와 힘이 중요했으나 이제는 민첩성과 열정이 중요해지고 있다. 또한 명령과 통제에 의한 관리에서 자기통찰력과 적응력에 의한 유연한 프레임워크로 전환되고 있다. 변화하는 환경에서 생존하고 승리하기 위해서는 시대의 변화에 맞춰 구성원들을 이끌 수 있는 새로운 리더십이 요구된다.
우리가 생각해볼 질문을 제기한다. 사업목표를 달성함에 있어, 현재 우리 조직에서 가장 큰 리스크와 직면한 문제점은 무엇이며,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나는 어떻게 하고 있나? 조직 구성원들의 몰입을 유도하고 핵심 구성원을 확보 보유하기 위해 나는 무엇을 하고 있나? 리더로서 조직의 미래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나의 능력이나 역량은 무엇이며, 이를 어떻게 갖춰 나갈 계획인가?

선박금융교육 워크샵과 ‘흑산’

국토해양부와 한국선주협회가 후원하는 선박금융교육 3기생들과 함께 2박3일의 워크샵을 가졌다. 부산지역의 교육생들과 삼성중공업의 조선시설을 견학한 후 카페리를 타고 현해탄을 건너 일본 후쿠오카에 들어가 항만견학과 방선 및 선박금융 특강을 듣는 일정이다. 이를 스케치한다. 11월 9일 부산을 출발, 거가대교를 건너 거제도 삼성중공업으로 향했다. 부산신항에는 컨테이너선들이 부산히 드나들고 하역작업이 한창이다. 그리고 옥포만의 대우조선소가 빠끔히 보이고 진해만 쪽으론 STX조선소가 멀리 보인다.

우리나라 해사산업의 집산지였다. 임진왜란때 이순신 장군이 왜선을 물리친 옥포 안골포로 같은 격전지를 바라볼 땐 감회가 깊었고, 조선 수군이 패전한 칠천도 옆을 지나갈 때는 속이 쓰렸다. 이윽고 삼성조선소가 자리잡은 거제시 신현(고현)에 도착했다. 건조선박들이 가슴을 드러낸 채 내장을 채우고 있었다. 세계 제1의 우리나라 조선산업 현장이다. 이곳에서 우리나라 조선업의 힘을 느꼈고 우리 해양산업의 미래를 보았다. 오후 5시반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에서 카페리 카멜리아호에 올랐다. 닻을 올리고 물살을 가르며 출항했다. 오륙도가 보이고 부산항이 멀어진다. 휴게실에서 교육생들과 함께 대화의 꽃을 피웠다. 해운과 금융업이 선박금융교육 워크샵을 통해 융합하는 순간이다. “바다로 세계로!” 구호에 이어 흥에 겨워 노래도 한곡씩 불렀다.

1.5미터의 파도를 요람삼아 잠이 들었다. 눈을 뜨니 일본이다. 후쿠오카 하카타항, 하선하자 카멜리아라인의 히라노(平野) 부장과 곽희섭 부장이 우리를 맞는다. 접견실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하카타항만과 물류시설에 대한 브리핑을 듣고 아사히 맥주공장을 들러 견학했다. 맥주의 제조과정과 물류시스템을 자세히 배울 수 있는 기회였다. 이어 중심지 텐징에 있는 호텔에 짐을 풀고 선박금융 특강을 가졌다. 강사는 일본 미즈호증권의 미야와키(宮脇) 부장이다. 그는 동료 히라모토 과장 이환범 과장과 함께 도쿄 본사에서 신칸센을 타고 와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미야와키 부장은 대외비(strictly confidential)라는 미즈호의 선박금융 기법을 비교적 소상하게 설명했다. 그리고 실무적인 문제에 관한 1시간 남짓의 질의응답과 토론이 있었다. 귀항할 때 카멜리아호의 브리지에서 1항사로부터 항해기기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스티빌라이저 텔레그래프에 이어 레이더에 대해 실물교육을 받았다. 이번에는 특히 레이더에 대해 자세히 배울 수 있었다. 배는 순항하여 대마도를 지나간다. 핸드폰이 터지며, 부산항이 다가온다. 이번 선박금융교육과정을 진행하며, 해운과 금융 간의 상호협력과 공생발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 웍샵을 잘 마칠 수 있도록 협조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

일본으로 떠나며 김훈의 장편소설 ‘흑산’을 가지고 갔다. 틈틈이 읽으려 했으나 일정에 쫓겨 1/3만 보고 나머지는 돌아와서 읽었다. 여기에는 자산어보(玆山魚譜)를 쓴 실학자 정약전의 흑산도 유배기와 천주교 박해시 청국 주교에게 밀서를 보내려다 발각되어 참수된 황사영을 비롯한 천주학 순교자들의 얘기가 실려 있다. 이 책은 시종 군두더기 없이 함축된 언어로 가파르게 전개되어 읽는 자의 맥박을 빠르고 숨이 차게 했다. 함의(含意)를 찾기 위해 행간을 쏘다녀야 했다. 그의 작품 ‘칼의 노래’, ‘남한산성’을 통해 우리에게 익숙해진 작가 특유의 필법이다. 극도로 압축하여 진액만 남아 글이라기보다 살이요 피였다. 작가는 후기에서 “피 흘리며 나아간 사람들을 두려워하고 괴로워하며” 책을 썼다고 밝혔다.

그리고 너무나 많은 말을 이미 해버렸다는 수치감에 등에서 식은땀이 난다고도 말했다. 묵묵히 순교의 길을 걸어간 수많은 사람들, 흑산에 유배되어 하루하루 물고기들을 들여다보는 좌절된 유자(儒者)의 삶과 꿈을 생각하며, 그들의 가치있는 삶을 증언하려 애썼다고 고백했다. ‘흑산’은 학문의 가치와 신앙의 의미를 되새기게 했다. 아득히 외로운 섬 흑산도. “바다는 외로울 때 섬을 낳는다”고 어느 시인은 읊었다. 외로움을 참을 수 없다면 이미 섬이 아니라 뭍이라고. “이것이 바다로구나. 이 막막한 것이......여기서 끝나고 여기서 또 시작이로구나. 바다에는 시간의 흔적이 묻어 있지 않았고, 그 너머라는 흑산은 보이지 않았다.” 흑산바다와 새남터 절두산에서 가치있는 영원한 것을 위해 목숨을 건 그들을 떠올리며 목적이 있는 삶을 생각했다.

2011 신묘년이 저물어간다. 지난해를 돌아보며 성찰하는 것이 세모의 오랜 풍속이다. 유한한 인생이기에 삶의 우선순위는 필요하다. 급한 일과 중요한 일중 어떤 것을 먼저 해야 하나? 바쁘고 쫓기는 삶을 살아 근본이 되고 가치있는 중요한 일을 미루어 놓지는 않았는지 자문자답한다. 공자의 논어 학이(學而)편에 나오는 ‘군자무본 본립도생(君子務本 本立道生)’. 군자는 무릇 근본에 힘써야 하고 근본이 바로서야 길이 열린다는 뜻이다. ‘기본으로 돌아가라(Back to Basic)’. 한해를 보내며 이 말을 되새겨 본다.

                                    <한국해사문제연구소 강영민 전무, showload@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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