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15일 KMI 해양정책포럼 조찬모임에서 박현규 이사장은 질의를 통해 우리나라의 해운이 큰 위기를 맞고 있다고 역설하며, 해운산업에 대한 국가와 국민의 관심을 높일 방안, 그리고 유관산업간의 협력에 바탕을 둔 해운산업의 발전이 필요하다고 지적하였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외항선대는 2009년 기준으로 2,827만톤으로 세계 8위이나, 일본은 1억 2,390만톤으로 1위, 중국은 6,588만톤으로 4위이다. 지난 20년전인 1991년에 우리 외항선대가 782만톤이었고, 중국과 일본의 선대규모는 우리의 1.8배, 3.4배이었던 것이, 2009년에는 각각 2.3배와 4.4배로 그 격차를 더 벌리고 있다.

또한 컨테이너선 해운의 경쟁력도 떨어지고 있다. 2001년만 해도 세계 20대 컨테이너선사의 선복량을 국가별로 합쳐보면 1위 덴마크(69만TEU),2위 일본(44만TEU),3위 대만(43만TEU)에 이어 한국이 36만TEU로 4위였다. 그러나 10년 뒤인 2011년에는 우리나라 컨 선박량은 81만TEU로 그 순위가 9위로 하락하였다. 1980년대와 90년대에 4,000-5,000TEU선박을 세계최초로 도입한 우리나라 선사들이 20년도 되지 않아 중소선사로 전락한 것이다. 특히 중국의 컨테이너선은 1991년에는 거의 비슷한 규모에서 출발했으나 2009년에는 우리의 2배가 넘는 규모로 선대를 확장해왔다. 

우리나라 해운산업의 문제점은 이와같은 선대확충의 침체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해운산업의 외화 가득액은 2010년에 300억 달러를 돌파하여, 우리나라 서비스 총 수출액의 40% 내외를 차지하면서, 반도체, 핸드폰 등 주요 제조업과 함께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달러를 벌어들이는 서비스 산업이다. 그러나 이처럼 국부 창출에 큰 기여를 하고 있는 해운산업의 당당한 모습은 간데 없이 최근에는 중소선사를 중심으로 집단 부도의 위기 상황에 처해있다. 금융위기 이후 법정관리를 신청한 해운기업은 삼선로직스, 티피씨코리아, 대우로지스틱스, 세림오션쉬핑, 봉신, 대한해운, 삼호해운, 양해해운까지 모두 8개사에 이른다. 이중 대한해운은 평생 국익을 우선으로 기업경영을 해 온 고 이맹기 회장이 손수 키워온 해운회사이다.

우리가 이렇게 어려움을 겪는 동안 독일 및 그리스 선사, 스위스 MSC  등 세계 주요선사들은 2008년 이후 세계경기 침체기 때 미래 성장을 위해 선박을 오히려 매입하였다. 특히 프랑스의 CMA CGM사, 중국해운사들은 정부의 지원을 받으면서 선박량을 크게 늘려나갔다. 해운산업의 특성상 불황일 때 저선가의 선박을 매입할 수 있어야(anti-cyclic) 호황 때 경쟁력 있는 해운산업을 운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선사들이 이때 현금 확보를 위해 선박을 매각한 것과 크게 비교되는 부분이다.

세계적인 미래학자 폴 케네디 미국 예일대 교수는 해양의 비전을 역사적으로 정책화한 나라는 모두 성공한 나라들이었다고 하였다. 즉 세계 경제사를 돌아볼 때 해운업 발전 없이 세계 중심국가로 성장한 나라는 없었으며, 아테네, 로마, 스페인, 영국, 미국 등이 모두 해양강국이었다고 강조한다. 즉 미래 국가 성공은 해양력에 바탕을 두게 될 것이며, 이 해양력은 바다를 어떻게 활용하는가에 달려 있다는 얘기이다. 

그는 2006년 방한시 한국 해양의 미래를 위해서는 강력한 조선산업과 해운산업의 성장이 필요하다고 언급하였다. 이미 조선산업은 세계 1위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 해양강국의 잠재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고 보았으나, 한국의 해운산업은 선사의 합병, 통합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필요가 있으며, 해운산업 투자를 위한 자본을 확보하고, 한국의 선원들이 충분히 공급되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요인이 국가 리더십이라 하며, 해양에 관한 정부의 적극적이며 주도적인 정책이 장기적으로 추진되어야 할 필요성을 강조하였다.

일본은 선사와 화주사이에 철강원료 및 제품에 대한 장기운송계약을 맺고 있어 선박건조와 자국화물 해운이 연계되어 있다. 이러한 안정적인 자국 수송화물 수요를 바탕으로 해외 수송화물 시장에 진출하고 있어 해운경기 변동에도 큰 영향을 받지 않는 구조를 갖고 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의 경우는 제철원료, 발전용 석탄, 액화가스 들 대량 전략화물의 수송에 선사와 화주간의 장기운송계약 확대 등 협력관계 증진이 이루어지고 있지 않고 있으며, 심지어는 일본 등 외국 선사들이 우리 전략화물 장기운송에 참여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우리나라 선사들은 외국 화물수송에 의존할 수 밖에 없고 이런 것이 해운시황 변동에 매우 취약한 구조를 갖게 하는 주요인이 되고 있다.

2010년 6월 한국선주협회는 10년 내 세계 3대 해운강국으로 도약하겠다고 밝혔다. 해운산업을 세계적인 산업으로 육성해야하는 과제는 비단 선주협회의 목표에 그쳐서는 안된다. 미래학자의 눈으로 볼 때 조선과 해운산업은 해양을 잘 활용하는 수단인 셈이고 다음세대에 물려줄 국가 융성의 발판이기 때문이다. 또한 해운산업의 외화 가득액이 우리 국부 창출에 큰 역할을 한다고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 물류산업의 글로벌화의 핵심은 해운항만산업이며, 해운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자금력이 뒷받침해줄 수 있는 정부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중국은 막대한 자금지원을 통해 그랜드 차이나 쉬핑(Grand China Shipping)사를 2015년까지 세계 3위권의 벌크선 해운회사로 키울 예정이며, 2015까지 중국의 수입 원유의 50%를 자국 유조선으로 수송할 계획을 세우는 등 선대확충에 가장 큰 노력을 하는 나라이다.
해운산업이 미래 국가융성의 바탕이 되는 당당한 모습으로 우뚝 서기 위해 선화주간 협력 동반성장, 언론과 국민의 바다 및 해운에 대한 관심 증진, 그리고 무엇보다도 국가의 주도적인 해운정책 리더십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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