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MI ‘북극해 변화의 도전과 기회’ 세미나

 

북극해의 해빙을 둘러싼 변화는 인류에게 ‘위협’과 ‘기회’의 양날로 작용하고 있다. 지구 온난화의 상징으로 부각된 북극해의 변화는 전 세계인을 온실가스 배출 행보에 가담하게 할 만큼 더 이상 새로운 뉴스가 아니다. 오히려 북극해가 가져다줄 새로운 기회에 대해 연안국을 포함한 주요국들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고, 자원선점 측면에서는 이미 각국의 영해 기득권힘겨루기가 진행되고 있는 모습이다. 우리나라도 북극해 연안국에 인접해 있고 동북아의 물류중심 기능을 하는 지리학적 측면에서 북극해의 환경변화를 미래의 기회로 활용하기 위한 연구와 대처노력이 필요하다는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의 주최로 10월 20일 개최된 ‘북극해 전문가 초청강연 및 세미나’는 북극해의 변화와 기회에 대해 産·學·硏이 함께 논의한 장으로써 주목받았다. 지난해 첫 북극해 정책 세미나를 열었던 KMI는 최근 수년간 소규모의 전문가 워크숍을 수차례 마련하며 북극해 변화에 대한 관심을 이끌어왔다. 초기 워크숍부터 참가해온 기자에게 이번 세미나는 북극해 변화에 관한 관심이 일부 연구기관과 학계에서 나아가 정부와 관련산업계로 확산되고 있음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국제적 명성의 북극연구자 폴 버크만 교수(영 캠브리대학)를 초청해 <북극해 변화에 따른 도전과 기회>란 주제로 북극해의 변화에 대한 국제사회의 움직임을 확인하고, 북극관련 국제회의에 참석한 학자가 현지에서 확보한 <주요 연안국의 북극전략과 북극항로 관리시스템 정보>와 <쇄빙연구선 ‘아라온’의 극지 연구방향>, <북극해 항해관련 규정의 제정동향과 해운조선의 과제>, <북극해 항로의 전략적 활용방안> 등의 주제발표는 국내에서도 북극해의 변화에 대한 관심과 대응이 미약하나마 진일보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간 산발적으로 진행되어온 북극해 연구를 종합적으로 논의하고 발전방향을 모색한 시발점이라는 점에서 의미있는 자리였다.

 

곽인섭 “정부 역할 구체적 제언 달라”
김학소 “북극해 포럼 설립 준비중”


세미나에는 김형오 국회의원과 곽인섭 국토해양부 물류항만실장을 비롯해 학계와 관련업계의 CEO및 임원 등 150여명이 참석해 북극해 변화의 도전과 기회에 대해 높은 관심을 표명했다. 특히 곽인섭 실장은 북극해 변화를 둘러싼 정부의 대응현황을 설명하고 “북극해 정책과 정부의 역할에 대한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제언을 달라”며 동 세미나가 정부의 정책방향에도 중요한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인사말을 했다.


주최측인 KMI의 김학소 원장은 개회사에서 북극해 해빙은 환경측면에서 인류에게 엄청난 재앙을 초래할 수 있다는 부정적인 우려와 함께 북극해 항로의 개막과 상업적 어로 가능성, 자원개발 등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북극해가 세계 비즈니스의 중심이 될 수 있다는 기대를 밝혔다. 김 원장은 “북극해 기회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국제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하고 “세계 각국의 보이지 않는 경쟁관계를 협력을 통한 상생관계로 전환시키기 위해서는 국제사회의 많은 논의와 연구가 필요하다”며 이날 세미나도 국제협력의 계기를 마련하는 장으로서 “북극해로 가는 길을 한 걸음이라도 단축할 수 있는 기회로, 우리의 미래를 준비하는 초석이 되기를 바란다”고 북극해 정책세미나를 주도하고 있는 연구기관으로서의 바람을 밝혔다. 아울러 그는 ‘북극해 포럼’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폴 버크만 교수는 북극해 변화에 대해 연안국들의 국익추구와 국제적인 이익을 구분해 설명하고 북극해는 70%가 연안국의 국가영역을 초월한 국제적인 이익과 관련있는 만큼 북극위원회를 통한 국제사회 협력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버크만 교수는 북극해는 남극과 달리 조약의 발효가 안되고 있어, 관련 국제법규로 ‘UN해양법’이 적용되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이는 한국이 큰 기회를 잡을 수도 있는 환경이라고 덧붙였다. 버크만 교수는 비 북극지역 국가들이 북극지역과 관련한 공통의 사안들에 대해 북극지역 국가들과 토착 공동체들과 다자간 논의를 활발하게 진행하기 위해서는 북극위원회에서 자국의 역할증대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럽의회가 2008년 10월 ‘북극지역 통치 결의안’을 승인했으며 유럽위원회도 같은해 11월 ‘유럽연합과 북극지역간 대화방안’을 채택하고 2009년 12월 ‘북극지역 사안들에 관한 유럽위원회의 결정방안’을 도출하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버크만 교수는 설명하고, 북극해에서 발생할 미래 자원활동과 관련 ‘국가간 이해관계가 상존한다는 점’을 교훈으로 지적했다. 현재 한국은 북극위원회의 옵저버로 활동하고 있다.

 

버크만 “UN해양법 적용되면 한국에 기회”
홍성원 “러시아 북극강국 역할 의지 표명”


‘러시아의 북극전략과 북극항로 관리시스템’이란  주제발표를 통해 홍성원 영산대학 교수는 러시아정부가 최근 주도적인 ‘북극강국’의 역할수행 의지를 표명한 바 있으며, 러시아는 북극지역 대외국경의 국제법 입증문제 해결을 위해 북극 연안국가들과의 협력과 북극항로 이용상의 협력, 북극수송시스템의 인프라 발전과 현대화를 전략적 우선정책으로 채택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러시아는 북극정책을 단계별로 실행하고 있는데, 내년부터 돌입하는 2단계에 러시아는 북극지역 국경의 국제법 완성및 에너지자원 채굴및 수송상의 러시아 경쟁우위 실현, 유라시아 통과수송 보장 과제 해결을 위한 북극항로 관리 인프라및 시스템 구축 발전, 북극지역의 단일정보공간 설립완성 등을 추진하고 있다. 또 2016년부터는 북극지역을 러시아의 주요 전략자원 기지로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홍 교수는 러시아정부가 시베리아횡단철도(TSR)과 함께 북극해항로를 주요 수송로로 여기고 있으며, 북극항로는 러시아 북극경제 인프라의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자원개발에 필요한 러시아 내부의 해운수송로로 취급하고 있음에 주목했다.


홍 교수는 북극항로를 경유한 상업운항의 성공사례들을 소개했다. 러시아 Sovcomflot Tanker의 7만톤급 선박이 올해 8월 수에즈 운하대비 18일간의 운송기간을 단축한 사례와 같은 기간 노르웨이 선사인 Tschudi Shipping의 4만톤급 벌크선이 노르웨이에서 중국의 항만까지 운송거리 1/3을 단축한 사례 등을 들었다. 탱커선의 경우 내년에는 더 큰 선박으로 더 두꺼운 얼음지역을 운항할 계획으로 밝혀졌다. 러시아는 2004년 교통부내에 Rosmorrechflot를 설립, 관련기관들을 흡수하고 북극항로관리기구의 위상을 강화하며 북극항로 관리시스템을 확대, 강화했다. 따라서 북극항로에 진입하려면  Rosmorrechflot의 공식 허가를 얻어야 하는데 최소한 운항 4개월전에 북극항로관리기구(ANSR)에 신청해야 한다. 아울러 항로 진입에 따라서는 ANSR 블라디보스톡이나 무르만스크 지부에 사본을 제출해야 한다. 이렇게 접수된 신청에 대해 러시아는 10일 이내에 결과를 통보한다. 이렇게 승인을 받은 경우 선주부담의 선박검사를 거쳐 운항허가가 나면 통과 선박(외국)의 능력과 쇄빙성 서비스 가용 여부에 따라 항해일정을 수립하고 항로를 결정하게 된다. 북극항로를 이용할 경우 쇄빙선 요금은 2006년말 기준 톤당 1,000루블, 미화로는 2005년 전후 23달러까지 올라갔다가 최근 20달러선으로 조금 내렸으나 여전히 비싼 실정이다.  
 

러시아의 북극항로 관련법규는 올해 4월 러시아의회에서 러시아연방 무역항 해법 개정도입에 관한 연방법 초안이 채택되었는데, 동 법은 북극항로를 포함해 항해의 쇄빙선 안내에 대한 전권을 부여하고 있다. 올해 11월 하원에서 ‘북극항로 수역에서 무역항해의 국가운용상 일부에 러시아 연방의 몇몇 법안에 수정을 가하는데 대하여’란 제목의 법안 도입이 계획되어 있다. 러시아의 북극항로 관련 인프라는 쇄빙선과 얼음정보시스템, 위성통신, 탐색및 구조시스템 등. 현재 활동 중인 러시아의 쇄빙선은 모두 10척으로 6척은 원자력, 4척은 디젤로 운항되고 있다. 원자력 선박은 동하절기에 구애받지 않고 쇄빙작업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최근 쇄빙선은 원자력으로 건조하는 추세이다. 러시아는 156척의 ice class 북극수송선단을 보유하고 있으며 2020년까지 60여척의 선박공급이 예정되어 있으며 그중 18척이 탱커로 알려져 있다. 러시아는 향후 쇄빙선 건조시 항해외에도 인명 구조와 해상석유유출사고 처리 등 다기능을 갖춘 쇄빙선을 건조할 계획이다. 얼음정보는 항해안전을 보장하는 중요한 정보로 러시아는 실시간 얼음 표면상태 정보를 선박에 전달하고 있다. 위성통신은 아직 대중적인 요구를 제대로 충족시키지는 못하고 있는 실정. 이에 러시아는 다기능 개인용 위성통신시스템 ‘고네츠’를 설립하고 2003년 세계 최초로 글로벌 항해위성시스템 북극통제소에 Glonass/GPS를 도입, 2009년 2곳에 추가 설립했으며 2020년까지 모든 북극항로 상에 Glonass/GPS글로벌 항해위성시스템 북극통해-조정소 네트워크를 구축할 전망이다. 북극해와 관련 러시아는 자국의 이익을 우선하면서도 북극의 탐색과 구조활동에 대해서는 국제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항해안전과 재난-구조시 적절한 대응을 위해 국제적인 정보교환과 협력조정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는 것.

 

홍 교수는 향후 러시아정부는 북극항로관리 시스템에 대한 개선 노력을 기울이며 북극항로를 유망한 항로로 발전시켜 나가고 싶어하고, 실제 북극지역의 자원개발이 증대하면 북극항로는 물론 항로상 여러항구와 도시들도 발전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따라 우리나라도 정부의 북극정책 수립이 필요하며 특히 인접국이자 북극항로의 실효적 지배자인 러시아의 북극항로 관리제도와 항로 관련 러시아정부의 법령 개정 등 움직임을 파악하고 대응책을 마련해나가야 하며, 이를 위해 산학연 공동연구 협력체제의 구축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하태범 “북극항로 경제성 종합적 평가 선행돼야”
황진회 “산재 정부업무 관장할 콘트롤타워 필요”


‘북극해 항해관련 규정 동향과 해운조선부문 과제’를 발표한 하태범 한국선급 기술연구원장은 북극항로의 경제성 검토에 있어 연료비 절감이나 운송거리의 단축이라는 잣대외에도 운항효율성과 물동량, 신조선박, 부대비용 대비 종합적인 경제성을 평가해, 그 결과를 관련업계에 가이드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현재 북극항로와 환경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에 해운산업에서는 경제성과 감항성 등 항해관련 정책수립에 어려움이 있고 조선산업에서도 신 선종개발에 어려움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 국내 산학연 공동연구 수행과 함께 북극해 관련 정보를 축적하고 있는 주변국과의 공동연구에도 참여해야 한다고 덧붙이며, 북극해 코드 강제화에 대비해 해운산업은 빙해역 운송선박 승조원의 교육, 극지방 근무여건에 대한 대비, 엄격한 환경문제와 강화에 따른 교육, 북극해 자원개발 대비 관련 자체지침 개발이 필요하며, 조선산업은 환경문제 강화, 해양구조물 코드 강제와 대비, 쇄빙기능 갖춘 선박과 관련기술 개발이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KMI의 황진회 해운정책연구실장은 ‘북극해 항로 전략적 활용방안’을 통해 북극해 항로의 개발및 활용사례 분석과 북극해 항로의 상용화 영향과 발전전망, 전략적 활용방안을 발표했다. 황 실장은 북극해 변화로 다가오는 비즈니스 기회에 대한 다양한 대책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해운업계는 북극항로 상용화 대비 진출방안을 마련하고 항만업계는 북극해 자원수출항만 개발 확대, 조선업계는 북극해를 운항할 수 있는 선박과 기자재, 장비개발, 국제기준 선도, 수산업계는 해수온도 상승에 따른 수산자원 이동 대책 등 각 분야별로 북극해의 전략적 활용방안 수립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해운물류기업들은 북극항로 선점과 현지화, 자원개발프로젝트와 물류사업 연계와 대형 구조물 수송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북극항로의 상업적 이용대책 수립, 북극항로 운항 적격선박 개발, 북극항로 운항 선원훈련프로그램 개발및 국제협력 강화, 한러 협력체제 구축, 북극해 항만개발을 위한 투자타당성 분석, 선화주 협력및 선사 경쟁력 제고등의 과제를 풀어야 한다고 발표했다. 또한 정부는 해운물류기업들의 북극항로 선점을 지원해야하는데, 이를 위해 먼저 현재 교육과학기술부와 외교통상부, 지식경제부, 농림수산부, 국토해양부 등 5개 부처에 흩어져 있는 북극해 관련 정부업무를 관장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를 만들어 북극해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조직과 계획, 연구개발, 재원조달, 인력개발을  지원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북극해의 변화에 대한 우리나라의 대응은 아직 걸음마 단계이다. 그러나 최근 수년간 북극해 변화에 대한 인식의 저변확대를 통해 북극해항로에 대한 관심과 논의가 서서히 확대되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북극해 연안국과 주변국들의 동향을 파악하기 위해 국제사회의 활동과 협력에 참여율을 높이고, 대내적으로는 산학연의 공동연구 협력체제 구축을 위한 분위기가 형성되어가는 중이다. 북극해 인력풀의 조성과 공동연구의 필요성이 강조되면서 조만간 ‘북극해 포럼’ 발족이 예고되어 있고, 정부는 아라온호의 건조와 운항에 이어 보다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역할수행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해운물류조선업계도 이제 북극해 항로를 ‘먼 미래의 또는 남의 일’이 아닌 사업으로 인식하고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연구계의 제언을 귀담아 들을 때라는 생각이다. 북극해의 변화는 이미 인류의 예상을 깨는 빠른 속도로 진전이 되어왔으며 앞으로도 그 속도는 늦춰질 것같지 않은 환경이 지속되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산학연이 공동연구하며 선점전략을 수립하고 이를 정부가 적극 지원해 북극해 사업에서 낙오되지 않도록 준비해나가야 할 시점이다. 이같은 맥락에서 KMI가 마련한 정부와 산학연이 함께한 북극해에 관한 종합적인 논의자리는 시의적절했다. 북극해 창구 일원화를 통해 논의를 본격화하고자 준비 중인 ‘북극해 포럼’의 활동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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