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까지 우리나라 항만개발 기본계획의 근간이 될 ‘항만별 물동량 예측안’ 공청회 결과, 항만수요 예측에 여전히 정치논리가 앞세워져 있음이 드러났다.


6월 30일 광명에서 열린 ‘항만별 물동량 예측과 하역능력 적정안’ 공청회에는 지방자치단체와 항만업계 관계자 150여명이 모였다. 올해안에 수립될 ‘제 3차 항만기본계획’에 반영될 항만별 수요예측의 내용을 설명하는 자리이니 만큼 항만관련업계에게 초미의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이날 참석자들이 개진한 의견은 자신이 속한 업체와 단체의 이익을 잣대로 한 입장이었을 것이다. 그러한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이날 제기된 일부 항만의 ‘정치적 배려’에 대한 지적은 공감대를 형성하기에 충분해 보인다.


발표된 항만별 물동량 예측안에 의하면, 컨테이너화물을 제외한 전체 화물의 물동량은 ‘버텀-업’방식으로 산정되었다. 이로써 전국항만의 2020년까지 물동량은 총 17억 1,877만톤으로 연평균 4.4% 가량의 증가율이 예상됐다. 이에비해 ‘톱-다운’ 방식으로 수요를 산정한 컨테이너화물의 2020년의 예상물량은 3,609만여teu로 2009년 처리물량의 2배 이상 늘려잡혔고 연간 7.5% 증가율이 전망됐다.


물동량 예측에서 문제 제기는 주로 컨테이너부문에서 드러나고 있다. 최근 심각하게 부각된 컨항만시설의 과잉공급 상황이 그간 항만수요 예측의 오류에 기인했다는 평가 때문에, 향후 10년간의 항만물동량 예측치에는 현실과 주변상황을 충분히 반영해 국내 항만개발정책의 방향을 바로잡아 주는 내용을 기대했다. 그러나 포항항을 비롯한 일부 항만의 물동량 예측은 해당항만의 희망물량을 그대로 반영한 측면이 강해 보인다. 오랜 논쟁거리 ‘투-포트’ 정책의 문제점인 정치논리가 여전히 적용되고 있고, 전국항만별 컨물량 전망치를 보면 경제논리를 앞선 정치적 배려는 오히려 확대되어 있다는 생각마저 든다.


대표사례로 업계는 포항항을 꼽는다. 최근 컨터미널을 개장하고 지난해 2,500teu를 처리한 포항항의 물량예측치가 10년뒤에는 50만여teu로 책정된 것은 과다하는 지적이다. 국내 최대항인 부산항과 산업도시를 등에 업은 울산항에 인접한 현실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  최근 신생 컨부두를 갖춘 울산항과 마산항, 목포항 등에 대한 각 항만의 희망물량도 전망치에 적극 반영되었다. 아직 지지부진한 사업경과를 보이고 있는 경인항의 물량 예측치 48만teu도 현실성에 의문이 간다.


이와 반대로 수도권의 관문 역할을 하며 최근 큰 폭의 물량증가율을 기록해온 인천항과 평택당진항의 수요예측은 현실보다 과소책정되었다는 의견이 강력하게 제기되고 있다. 인천항은 신항의 개발은 물론 경인항과의 연계를 감안할 때 이번 물량예측치가 적정하지 않다는 입장이며, 평택항 역시 실성장률이 반영되지 않은 점을 지적하고 있다. 부산항의 경우는 신항과 북항간의 물량예측을 별도 산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되었다.


지자체와 항만관련업계가 전국항만별 물동량 예측에 민감한 이유는 항만수요 예측치가 장차 10년간 우리나라 항만개발의 기본계획과 정책에 반영될 밑그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각 항만의 현실과 미래가 충분히 고루 고려되어야 함은 마땅하다. 그러나 이미 공급과잉의 문제가 심각하게 드러나고 있는 현실을 타개하고 우리나라가 동북아시아의 물류거점이 되려면 좀더 각항만의 현실에 바탕을 둔 성장잠재력 예측을 통해 ‘선택과 집중’을 실현해야할 것으로 본다. 연내 마련될 확정안에는 공청회에서 제기된 문제점들에 대한 면밀한 검토 결과가 반영되기를 바란다.     


<이인애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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