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검 중 제때 빠져나오지 못해 유압수밀문과 문틀 사이에 끼어 사망

이 선원사망사건은 유압수밀문을 점검하던 중 문이 닫히고 있는 상태에서 부주의하게 몸을 문틀에 둔 채, 작동레버를 닫힘 상태로 고정시키려고 무리하게 고정핀을 삽입하려다 제때 빠져나오지 못하고 문과 문틀 사이에 끼어 발생한 것이 주요 원인이라고 판시한 사례이다.

 

<사고 내용>

○ 사고 일시 : 2022년 7월 5일 15시 16분경 (세계시 +4시간)

○ 사고 장소 : 인도양 모리셔스 북동쪽 약 1,120해리 해상

○ 피해 사항 : 선원 1명 사망

○ 사고 경위

Y호는 2015년 5월 15일 경남 창원시에 소재한 STX조선해양(주)에서 건조·진수된 총톤수 5,894톤, 길이 89.33미터, 연속최대출력 2,400㎾ 전기모터 2기를 장치한 부산광역시 선적의 강(鋼)으로 된 기타선으로, (사)한국선급으로부터 정기검사를 받고 유효한 선박검사증서를 가지고 있다. 

 

이 선박은 중앙선교형으로, 상갑판 아래로 2nd 갑판(Second Deck), 플랫폼 갑판(Platform Deck), 탱크 탑(Tank Top), 상갑판 위로 A∼F 갑판 등 총 10개의 갑판으로 구획되어있다. 이 선박의 조타실에는 레이더, 위성항법장치, 전자해도, 자동식별장치, 위성통신장치 등의 항해·통신장비가 설치되어 있으며, 거주구역, 체육실 등을 제외한 갑판 내·외부 일부와 기관실 구역을 볼 수 있는 폐쇄회로텔레비전(CCTV) 모니터가 설치되어 있다. 이 선박에 설치된 총 9개의 유압수밀문(이하 ‘수밀문’이라 한다)은 미닫이식으로, 설치 위치에 따라 크기가 다르고 각각의 수밀문에는 유압장치, 축압기, 제어장치 및 경보장치가 설치되어 있으며, 수밀문은 자체 유압 구동원에 의해 작동되고, 전원 공급이 차단되거나 유압 구동원이 손상된 경우에는 축압기 및 수동펌프로 작동할 수 있다.

 

수밀문은 지역제어와 중앙제어로 작동하는데, 지역제어에 의해 작동할 때는 ① 각 수밀문에 설치된 제어반의 전원 스위치가 켜져 있는지 확인하고 전원 스위치가 내려가 있을 경우 이를 켜고 유압 펌프를 구동한다. ② 수밀문 측면에 부착된 수동조작 손잡이(수동레버)를 이용하여 문 열림 방향으로 약 30도 조작하면 문이 개방되고, 반대로 수동레버를 닫힘 방향으로 약 30도 조작하면 문이 폐쇄된다. ③ 수밀문이 작동 중일 때는 상부에 부착된 경음 경광등이 작동되고 수밀문의 동작이 완료되면 작동이 멈춘다.

 

이 선박에 설치된 수밀문의 제조사는 이 선박 신조 시 수밀문을 개방한 상태로 유지할 수 있도록 수밀문 한쪽에 [사진 1]과 같이 고정핀(Stopper) 거치대를 설치하였다. 고정핀으로 수동레버를 고정할 때는 수동레버를 열림 방향으로 조작한 후 수동레버 중간에 가공된 구멍 위치를 고정핀 거치대 홈 위치와 일치시킨 상태에서 수동레버 구멍에 고정핀을 통과시키면서 고정핀 거치대 홈에 고정핀을 끼우면 된다([사진 1, 2] 참조). 

 

[사진 1] 1번 수밀문 기기창고 쪽 모습
[사진 2] 1번 수밀문 냉각수실 쪽 모습
[사진 2] 1번 수밀문 냉각수실 쪽 모습

수밀문의 전원 공급이 차단되거나 유압 구동원이 손상될 경우 축압기의 유압을 동력원으로 하여 수동레버를 조작하여 수밀문을 개폐시킨다. 용량이 32Liters인 축압기를 최대 충전(180㎏/㎠)할 경우 수밀문을 3회(닫힘-열림-닫힘) 정도 작동할 수 있으며, 상부에 있는 경음 경광등은 작동하지 않는다.

 

전원 공급이 차단되어 있고 축압기의 압력마저 소진된 경우 비상 수동펌프로 수밀문을 개폐시키는데, 수동레버를 원하는 방향으로 조작한 후 각 수밀문 측면 하단에 부착된 수동펌프 핸들을 수밀문에 표시된 방향으로 좌·우로 왕복하면 수밀문이 작동한다. 수밀문의 제원 상 정상 운전 상태에서 닫히는데 걸리는 시간은 약 20∼40초이고, 수동펌프를 사용할 때는 약 90초 정도가 소요된다.

 

수밀문의 중앙제어는 선박의 침수 등 비상시에 선교에 있는 수밀문 중앙작동제어반과 기관조종실에 있는 수밀문 조작 판넬에서 원격으로 할 수 있는데, 중앙제어로는 수밀문을 닫을 수만 있으며 열 수는 없다. 중앙제어로 수밀문을 닫을 때에는 평상시 수동 닫힘(Local Control) 상태로 되어 있는 선택 스위치를 자동 닫힘(Master Mode)으로 전환시키면 약 5∼10초간 경보음이 울린 후 자동으로 폐쇄된다.  수밀문의 전원 차단은 수밀문이 설치된 곳의 제어반에서만 가능하며, 전원 차단으로 수밀문의 개방·폐쇄를 제어하는 솔레노이드밸브와 안전장치 등이 작동하지 않게 되면 안전을 위하여 수밀문은 폐쇄상태를 유지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따라서 전원 차단 시 수밀문을 열더라도 수동레버를 놓으면 다시 닫히게 되면서 경음 경광등은 작동되지 않으며, 선교 수밀문 중앙작동제어반과 기관조종실 수밀문 조작반에서는 수밀문의 작동 여부가 확인되지 않는다.

 

해양사고관련자 Y호 선장 A(이하 ‘선장 A’라 한다)는 9개의 수밀문 중 기관 자재가 있고 출입이 잦은 일부 수밀문은 개방 운용하였고, 미숙련자 등의 조작 실수에 따른 위험을 우려하여 일부 수밀문은 전원을 차단한 채 운용하였다. 선장 A는 출항 후 비상조타훈련 시 처음 승선한 연구원들에게 수밀문을 작동하지 않도록 주의를 주었으나, 신규 승선자에 대한 안전교육 시 수밀문의 작동 방법과 수밀문이 작동할 때 수밀문을 통과하지 않도록 하는 등의 친숙화 교육은 실시하지 않았다.

 

이 선박 2nd 갑판의 연구원 거주구역과 체육실 사이에 설치된 5번 수밀문(폭 800㎜ x 높이 1,650㎜)의 경우, 체육실을 이용하고자 하는 승선원들이 5번 수밀문을 수시로 개폐하면서 통과하거나 열린 상태로 두는 사례가 빈번하여, 2017년 5월 육상의 운항팀과 협의하여 수밀문의 수동레버를 닫히는 방향으로 조작한 상태에서 고정핀을 이용하여 수동레버를 고정할 수 있도록 복도 쪽 수동레버 근처에 고정핀 거치대와 고정핀을 설치하여 사용해왔다([사진 3] 참조).

 

[사진 3] 5번 수밀문에 임의로 설치된 고정핀과 고정핀 거치대
[사진 3] 5번 수밀문에 임의로 설치된 고정핀과 고정핀 거치대

선장 A와 해양사고관련자 Y호 기관장 B(이하 ‘기관장 B’라 한다)는 5번 수밀문을 폐쇄한 후 수동레버를 고정핀으로 고정한 이유와 전원을 차단한 상태에서 이를 운용하게 된 경위에 대하여 알고 있었다.

 

해양사고관련자 Y호 소유자 C(이하 ‘소유자 C’라 한다)의 ‘연구선운영관리규정과 연구선 및 승선자 운영지침’에 따르면, 선장은 관계 법령 및 연구선 관계 규정에 따라 연구선의 안전운항과 승선자에 대한 지휘·감독의 책임이 있으며, 연구선내 업무의 총괄관리자로서 모든 선무를 총괄 관리하고 필요 업무를 각 부 책임자에게 위임하되 최종 결과에 책임을 진다.

 

선장 A는 연구선에 승선하는 모든 승선자에게 승선 시마다 선상 작업 시의 안전사항에 대한 교육으로 주의를 환기시키고, 자체 수리나 정비 시 안전수칙을 전 승무원들에게 교육시켜야 한다. 

 

1기사는 주말에 담당 사관들로부터 A4 용지 등에 자유로운 형식으로 기재된 작업계획서를 제출받아 내용을 취합하여 주간작업계획을 세우는데, 취합한 개별 작업계획서는 폐기하고 별도의 주간작업계획서는 비치하지 않았으며, 당일 작업과 다음날 예정된 작업을 매일 문서로 작성하지 않고 작업 일자와 작업 항목만 간략히 컴퓨터 프로그램에 누적하여 입력하는 방식으로 업무일지를 작성한 후 컴퓨터에 파일 형태로 저장하였다. 기관장 B는 기관의 운영 및 보수정비의 총괄관리자로서, 보수정비 계획의 집행과 실적 관리 등 수행 결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

 

이 선박은 ‘연구선운영관리규정과 연구선 및 승선자 운영지침’을 바탕으로 이 선박의 실정에 맞추어 자체적으로 기관부 조직과 업무분장을 정해두었으며, 기관부 조직 및 업무분장에 따르면 기관장은 일일과업 지시를 포함한 보수 관련 인원에 대하여 총괄하고 통상적인 당직 업무에 대해서 당직기관사에게 직무의 일부 또는 전부를 위임할 수 있다. 이 선박은 오전과 오후에 한 번씩 과업을 시작하기 전 기관부 선원들이 모여 작업 예정사항, 안전, 유의사항 등에 대하여 협의하는 툴 박스 미팅(Tool Box Meeting, 이하 ‘작업 회의’라 한다)을 실시하였으며, 기관장 B는 통상 오전에만 참석하였고 1기사가 오후 작업 회의를 주관하였다.

 

기관부 선원들은 15시경 오후 작업을 마무리하고 통상 16시경부터 담당 기기에 대한 점검 및 기관실 순찰을 마친 다음 이상이 없는 경우 그날의 과업을 마치고 기관실 무인 당직을 시작하였다. 이 선박의 전기장 D(이하 ‘(망)D’라 한다)는 여객선의 기관장 경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 이 선박에 2020. 2.경 3기사로 승선한 뒤 2021. 1.경 전기장으로 승진하였다.

 

소유자 C 소속 ○○연구소 운항팀장 등은 연구선에 방선하여 연구선 현황과 업무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연구선을 관리하였고, 잦은 방선을 통하여 이 선박의 운영 실태에 대하여 잘 알고 있었다. 이 선박은 2022. 3. 29. (사)한국선급 검사원 입회하에 수밀문의 전원을 모두 공급한 상태로 개방 및 폐쇄 시험을 수행하였으며, 같은 해 4. 4. 경남 거제시 장목항에서 출항한 후 평소 항해 중 운용 방식과 같이 일부 수밀문을 개방한 채 전원을 차단하였고, 폐쇄된 수밀문 중 5번 수밀문은 전원을 차단한 상태에서 닫힘으로 수동레버를 고정한 채로 항해하였다. 이후 이 선박은 같은 해 6. 23. 08:45경 선장 포함 선원 25명, 임시승선자 27명 등 총 52명이 승선하고 모리셔스국 포트루이스항을 출항하여 탐사 장소인 인도양 해상으로 향하였고, 같은 해 7. 5. 14:18경 남위 04도 00분, 동경 067도 00분 상에 정선하여 수중 별로 수온 염분도를 측정하였다.

 

1기사는 같은 해 7. 2. 기관부 사관 및 부원들로부터 다음 주 작업계획을 제출받아 이를 취합하였고, (망)D로부터 ‘추진기 컨버터(Converter) 펌프 점검, 선내 라이트 점검, 수밀문 점검’이라는 작업 내용이 적힌 A4 메모 용지를 받았다. 1기사는 같은 해 7. 5.(사고 당일) 기관조종실에서 오전 과업 전 작업 회의를 주재하였고, 당시 기관장 B는 참석하였으나 (망)D와 조기수는 전날 당직근무를 수행하였기 때문에 휴식을 취하느라 오전 작업 회의와 과업에 불참하였다.

 

(망)D와 1기사는 오후 작업 회의에 참석하여 추진기 컨버터와 관련하여 제작사 측에 문의하였던 내용과 관련한 대화를 나누었으며, 1기사는 (망)D가 추진기 컨버터 작업을 할 것으로 생각하여 작업 내용을 확인하지 않았고 (망)D도 1기사에게 오후 작업 내용에 대하여 언급하지 않았다. (망)D는 안전모를 쓰지 않고 분리형 작업복에 슬리퍼를 신은 채로 기관조종실에서 나와 같은 날 13:46경부터 기관작업실과 냉각수실 사이에 있는 기계부품 창고를 오가며 이따금 기관부 선원들과 대화를 나누었다. (망)D는 기관작업실에서 공구 등을 가져와 냉각수실과 기계부품창고 사이에 설치된 1번 수밀문을 혼자서 점검하였고, 기계부품창고에 들어오거나 기계부품창고를 지나가던 기관부 선원들은 (망)D가 작업하는 것을 목격하였다. (망)D는 1번 수밀문 점검 시 작동 테스트를 하지 않았고, 1번 수밀문 작업을 마친 (망)D는 같은 날 13:58경 공구를 담은 양철통을 들고 냉각수실을 가로질러 왼쪽 계단을 통하여 2nd 갑판에 있는 체육실로 향하였다.

 

조리장은 같은 날 14:00경부터 14:30경까지 체육실에서 런닝머신을 사용하는 동안 (망)D가 혼자 체육실에서 5번 수밀문을 점검하는 것을 보았다. 이후 (망)D는 5번 수밀문 점검 작업 중 휴식 차 체육실 선수쪽 출입구로 나온 다음 계단을 올라가 상갑판 선미부에 있는 흡연구역에 도착한 후 흡연을 마치고 체육실에서 흡연구역으로 이동한 경로와 다르게 상갑판 중앙계단을 통해 내려와 오른쪽으로 이동하여 연구원 거주구역이 있는 복도를 지나 5번 수밀문 앞으로 향하였다. (망)D는 같은 날 15:15경 5번 수밀문에 도착한 후 수동레버의 고정핀을 뽑고 문이 열리는 방향으로 수동레버를 조작하여 5번 수밀문을 열었으며, 문틀 사이에 선 상태로 복도쪽 수동레버를 닫힘 상태로 다시 고정하기 위해 수동레버 중간에 가공된 구멍으로 고정핀을 통과시킨 후 거치대 홈에 고정핀을 꽂아 수동레버를 고정시켰다. (망)D가 수동레버를 고정시킨 후 체육실 쪽으로 이동하려는 순간 2022. 7. 5. 15:16경 인도양 모리셔스 북동쪽 약 1,120해리인 남위 04도 00분 00초·동경 067도 00분 00초 해상에서 전기장의 신체 일부가 5번 수밀문과 문틀에 끼이는 사고가 발생하였다.

 

한편, 기관장 B는 같은 날 15:34경 윈치 드라이브실 앞에서 무심코 6번 수밀문 쪽으로 고개를 돌렸는데 6번 수밀문 너머에 있는 5번 수밀문 쪽이 평소와 다르게 보이는 것 같아 그 자리에서 멈춘 후 뒤로 돌아 5번 수밀문 쪽으로 향하였고, 5번 수밀문에 가까이 갔을 때 (망)D의 얼굴이 거주구역의 복도 쪽으로 향하고 오른발은 체육실, 왼발은 복도 바닥에 두고 서 있는 자세로 수밀문과 문틀 사이에 끼어 얼굴과 팔 부위가 검게 변하였고 신체 반응이 없는 것을 보았다. 기관장 B는 깜짝 놀라서 뒤로 돌아 소리를 지르며 기관실로 뛰어가 선원들에게 사고 사실을 알리면서 5번 수밀문 앞으로 갈 것을 지시한 후, 곧바로 선장 집무실로 올라가 선장 A에게 사고 사실을 알렸으며 선장 A는 기관장 B와 함께 곧장 체육실로 내려왔다.

 

전원이 차단된 상태의 5번 수밀문 복도쪽 수동레버는 닫힘 상태로 고정핀이 꽂혀 있었으며, 선장 A는 다른 선원과 함께 (망)D를 잡고 복도 쪽에 있는 기관부 선원에게 문을 열라고 지시하였고, 문이 열리자 선장 A와 선원들은 (망)D를 부축하여 체육실 바닥에 눕혔지만, (망)D가 의식과 호흡이 없는 상태에서 얼굴과 상체 일부가 함몰되어 있는 것을 확인하였다. (망)D를 구조하였을 당시 5번 수밀문 유압장치의 커버는 열려있었고, 공구가 든 양철통이 체육실 바닥에 놓여있었으며 5번 수밀문 축압기의 잔존 유압은 약 100∼110㎏/㎠이었다.

 

선장 A는 oo연구소 운항실장에게 사고 사실을 보고하였고, 부산 응급의료센터와 통화한 후 (망)D의 시신을 냉동고에 보관하였다. 이후 모리셔스 당국 및 의사는 (망)D가 다발성 부상에 의한 쇼크로 사망했다고 판정을 내렸다. 사고 이후 소유자 C는 수밀문 협착 경고문과 작업 시 주의사항을 기재하여 이 선박의 수밀문에 부착·게시하였으며, Y호는 주간업무계획서를 작성·비치하였다.

 

부산해양경찰서에서 2022. 8. 6. 이 선박에 대해 실시한 현장 조사결과, 이 선박의 5번 수밀문이 완전히 열린 상태에서 축압기 압력에 의해 완전히 닫힐 때까지 1회 시험 시 약 18초, 2회 시험 시 약 22초가 소요되는 것을 확인하였다. 

 

<사고 원인 분석>

가. (망)D의 부주의

이 건 사고는 (망)D가 체육실에서 수밀문 점검 작업 중 흡연구역으로 이동하여 흡연 후 원래 이동한 경로와 다른 경로를 이용하여 체육실 선미 쪽 복도로 돌아와 5번 수밀문을 열고 다시 닫는 과정에서 발생하였는바, 앞서 인정한 사실들을 고려하여 (망)D가 5번 수밀문에 끼이게 된 경위와 원인을 살펴본다.

 

(망)D는 사고 발생 전 체육실 선수쪽 출입구를 지나 계단을 통해 상갑판으로 올라가 선미 갑판작업실 앞 흡연 장소로 이동하였으며, 흡연을 마친 후 원래 이동 경로인 체육실 선수쪽 출입구가 아닌 체육실 선미쪽의 거주구역 복도를 통해 5번 수밀문으로 이동하였다. 수밀문이 축압기 압력에 의해 닫히는데 걸리는 시간은 약 18∼22초이고 수밀문 폭이 약 80㎝인 것을 감안하면, 수밀문은 초당 약 3.6∼4.4㎝ 정도로 이동할 수 있다.

 

사고현장 발견 당시 (망)D가 몸을 수밀문과 문틀 사이에 두고 양 발을 체육실과 복도 쪽에 둔 상태였으므로 성인의 몸통 두께 약 25㎝를 고려하면 실제로 남은 공간은 약 55㎝ 정도이다. 그렇다면 5번 수밀문이 약 55㎝를 이동하는데 약 13∼15초 정도가 소요되므로 (망)D가 약 13∼15초 이내에 수동레버와 고정핀 거치대에 고정핀을 삽입하지 못하여 몸을 빼내지 못한 상태에서 (망)D의 신체가 수밀문과 접촉할 수 있고, 수밀문이 완전히 열리지 않은 상태에서 닫히기 시작했다면 (망)D의 신체에 수밀문이 접촉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이보다 더 짧아질 수 있다.

 

또한 ① (망)D가 발견되었을 당시 양 발이 복도와 체육실에 각각 있었고, 얼굴은 복도 쪽을 바라보고 있었던 점, ② 5번 수밀문은 평상시와 같이 전원이 차단된 상태에서 수동레버가 닫힘 상태로 고정핀에 의해 고정되어 있었던 점, ③ 전원이 차단되면 열리는 방향으로 수동레버를 작동하여도 수동레버를 손에서 놓게 되면 수동레버가 중립 상태로 돌아가며 바로 문이 닫히기 시작한다는 점 ④ (망)D를 수밀문에서 꺼낸 이후에도 축압기 유압이 100∼110㎏/㎠로 압력 소실이 크지 않았던 점 등을 고려하면, (망)D는 거주구역 복도 쪽을 통해 5번 수밀문으로 접근하여 고정핀을 제거한 후 수동레버로 5번 수밀문을 열었으나 5번 수밀문이 완전히 열리지 아니한 상태에서 몸을 문틀 사이에 두고 양 발을 체육실과 복도 쪽에 둔 상태에서 수동레버를 측면으로 바라보며 수동레버 구멍과 고정핀 거치대 홈에 고정핀을 삽입하려 하여 시간이 지연되었고, 고정핀으로 수동레버를 고정하자마자 몸을 체육실로 이동시키려 하였으나 미처 빠져나오지 못하고 5번 수밀문에 끼인 것으로 판단된다.

 

(망)D는 수밀문 점검 정비의 담당자인 전기장으로, 수밀문의 작동방식과 수밀문을 개폐하면서 통과하는 행위가 위험하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위치에 있었으며, 5번 수밀문의 복도 쪽에 고정핀을 설치한 사유가 5번 수밀문을 수시로 개폐하며 통과하는 위험한 행위를 방지하기 위하여 설치된 것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더욱이 (망)D는 5번 수밀문이 개폐되는 상태에서 단순히 문을 통과하는 것뿐만 아니라 고정핀까지 삽입하려 하는 것은 시간 소요로 인한 위험이 증가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음에도 이를 무릅쓰고 통과하려 하였다. 이러한 (망)D의 부주의한 행위는 이 사고 발생의 주된 원인이 되었다고 판단된다.

 

나. 선장의 유압수밀문 운용·관리

수밀문은 항해 중 침수 등 비상상황에 대비하여 항상 폐쇄되어 있어야 하는 것이 원칙이나, 선박기관의 안전하고 효율적인 작동 또는 여객 구역을 통하여 여객에게 통상적으로 제한되지 않는 출입을 허용하는 것이 필수적인 것으로 결정된 경우 항해 중 개방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허용된다(「선박안전법」 제26조, 「선박구획기준」 제31조).

 

선장 A가 5번 수밀문 외의 일부 수밀문에 대하여 기관부 인원의 통상 업무 수행(선박 기관의 효율적인 작동)을 위한 상시 통항로를 확보하고자 개방상태를 유지토록 한 것은「선박안전법」 및 「선박구획기준」상 선박의 감항성 유지와 관련하여 각 수밀문을 폐쇄해야 할지 또는 개방하여 운용·관리해야 할지에 관련된 사항으로, 5번 수밀문의 점검과정에서 발생한 이 사건의 발생 원인과는 별개 사항으로 판단된다. 또한 (망)D가 5번 수밀문의 수동레버를 ‘닫힘 상태’로 조작한 후 수밀문을 통과하는 행위 자체가 위험한 행위이며, 더욱이 문이 닫히는 상태에서 수동레버를 닫힘 상태로 고정핀으로 고정시키려 한 행위가 스스로 위험이 가중되는 것을 감수하고 한 행위이지, 고정핀을 설치한 것 자체가 위험을 가중시킨 것이 아님을 감안할 때 선장 A가 수밀문을 부적절하게 관리한 것이 이 사고의 원인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된다.

 

5번 수밀문의 고정핀 설치경위를 살펴보면, 선장 A가 2020년 2월 1일 Y호의 선장으로 부임하기 전인 2017년 5월 소유자 C의 운항팀 주도하에 체육실을 이용하고자 하는 승선원들이 5번 유압식 수밀문을 수시로 개폐하면서 통과하거나 열린 상태로 두는 사례가 빈번하여 사고방지 및 해당구역 거주자들의 소음으로 인한 피해 등을 고려하여 상시 폐쇄 상태를 강화하고자 설치한 것으로, 이는 「강선구조기준」 제713조 제2항의 ‘항해 중, 접근하기 쉬운 문에는 개방을 방지하기 위한 장치를 설치하여야 한다’라는 규정에 비추어 볼 때 선장 A가 수밀문을 부적절하게 관리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또한 유압식 수밀문은 비상사태 시 수밀을 유지하기 위해 기본값이 자동으로 닫히도록 설계되어 있어 개인이 수시로 수밀문을 개폐하면서 통과하는 행위가 위험한 일이며, 이 사고는 (망)D가 수밀문의 점검 정비 담당자로서 수밀문의 닫힘 동작 시 문을 통과하는 위험성이나 주의사항들을 충분히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부주의하게 문을 통과하다가 발생한 것으로, 신규 승선원들에게 대한 수밀문 친숙화 교육의 실시 여부가 이 사고 발생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된다.

 

다. 기관장의 작업 안전관리

기관장 B는 기관부 작업의 총괄책임자로서, 「선박직원법」 제11조(승무기준 및 선박직원의 직무)에 따라 선박의 기계적 추진, 기계와 전기설비의 운전 및 보수관리에 대하여 책임을 지도록 규정되어 있어 이 사고에 대한 기관장의 책임 유무를 살펴보고자 한다.

 

(망)D는 이 건 사고 당일 오후 작업 회의 시 1기사에게 해당 수밀문의 점검작업을 보고하지 않았으며 선박 추진기의 필터 점검 업무만 보고하였다. 작업 회의 시 추진기 필터 점검 작업에 대한 1기사의 추가 지시나 조치가 없었음을 감안하면, 단순 점검 성격의 수밀문 점검 계획을 1기사에게 보고했다 하더라도 작업 성격상 이를 기관장에게 보고하거나, 1기사가 추가로 지시하거나 조치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판단된다. 또한 담당자의 보고 여부와 상관없이 상위 책임자의 확인·통제 의무가 존재하지만, 이 사고는 해당 설비의 담당자인 (망)D가 5번 수밀문의 수동레버를 잠금으로 하여 문이 닫히는 와중에 잠금상태에 고정핀을 꽂고 문을 통과하려 하는 등의 예측하기 어려운 위험한 방법으로 해당 수밀문을 통과하다가 발생한 바, 이는 기관장 B가 통상적인 수준으로 주의의무를 기울였다 하더라도 결과 발생 예견 및 회피가능성이 희박하여 기관장의 주의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된다.

 

한편 기관부의 주간작업계획서와 업무일지를 별도로 작성하여 관리하지 않고 컴퓨터 문서에 엑셀파일 형식 등으로 관리한 것은 사실이나, 연구선별 특성에 따라 양식은 일부 변경될 수 있으며, 사고의 주된 원인이 (망)D 본인의 부주의한 행위의 결과로 발생한 것으로, 기관장 B의 이러한 관리행위가 이 사고 발생과 밀접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된다.

 

라. 선박소유자의 안전관리

C는 Y호의 소유자로서, 관련 법령에 따라 건조검사 등 선박검사를 받은 후 해당 선박이 감항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선박시설이 정상적으로 작동·운영되는 상태를 유지하여야 하며, 소유·관리하는 선박으로부터 해양사고 등이 발생하지 아니하도록 관련 종사자에 대한 교육·훈련 등을 실시하고 제반 안전규정을 준수해야 한다. C는 평소 소속 육상 직원으로 하여금 선박을 방문하도록 하여 이 선박을 관리하여 왔으며, 운항팀 직원의 방선 등을 통해 수밀문의 운용 관행과 선박에 비치해야 할 서류 등의 관리방식에 대하여도 파악하고 있었다.

 

유압식 수밀문은 비상사태 시 수밀을 유지하기 위해 기본값이 자동으로 닫히도록 설계되어 있어 개인이 수시로 수밀문을 개폐하면서 통과하는 행위가 위험한 일이며, 이 사고는 (망)D가 수밀문의 점검 정비 담당자로서 수밀문의 닫힘 동작 시 문을 통과하는 위험성이나 주의사항들을 충분히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부주의하게 문을 통과하다가 발생한 것으로, 신규 승선원들에게 대한 수밀문 친숙화 교육의 실시 여부가 이 사고 발생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된다.

 

비록 Y호의 일부 수밀문 개방상태 유지와 5번 수밀문의 고정핀 설치, 컴퓨터상의 비치서류 관리, 수밀문에 대한 친숙화 교육 미실시 등에 대하여는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 사고와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려우나, 이 사고가 발생한 수밀문의 운영·관리·보수에 대한 체계적인 절차나 안전지침이 있으면 보다 안전한 작업 환경이 조성되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있으며, 이에 대한 개선조치가 필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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