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종길 성결대 글로벌물류학부 교수
한종길 성결대 글로벌물류학부 교수


인구절벽으로 인한 대입학령인구의 급격한 감소는 대학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미래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특히 지역대학은 단순히 교육기관을 넘어 산업과 지역의 혁신을 선도하고 미래사회에 필요한 인적자원을 공급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함에도 수도권에서 거리가 멀수록 빠르게 구조조정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십여 년 전부터 다양한 지방대학 지원정책이 실시되었지만 대학별 특성과 지역 여건이 상이함에도, 중앙정부 주도의 획일적인 지원 방식으로 인해 지역과 대학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하였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하여 현 정부는 국가-지자체-대학 간의 협력적인 파트너십 구축을 기반으로 기존의 틀을 획기적으로 탈피할 수 있는 글로컬 대학사업을 작년부터 추진 중이다. 1차년도에 10개 대학이 선정되었고 추가로 2년에 걸쳐 총 30개 대학이 선정될 예정이다. 여기에서 주목을 끄는 것이 고등교육혁신특화지역 지정과 운영이다.


고등교육혁신특화지역이란 대학이 희망하는 혁신을 과감하게 추진할 수 있도록 하는 지역별 맞춤형 규제 특례제도로 지역에서 핵심분야 인재양성에 필요한 규제 특례 사항을 발굴하여 신청하면 지정 필요성·타당성 등 검토하여 최대 6년(4+2)간 해당대학에 규제특례를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필자는 부산시의 해양수산업 관련 교육연구기관이 밀집되어 있는 중구와 영도구를 해양고등교육혁신특화지역으로 지정할 것을 제안한다. 해양수산업은 부산시 고용의 10%, 매출액의 14%를 차지하는 대표산업으로 해양수산조선물류산업이 거대 산업클러스터를 형성하고 있다. 또 동삼동 혁신지구를 중심으로 해양수산관련 연구기관인 해양연구원과 한국해양수산개발원, 고등교육기관인 한국해양대학교, 중등교육기관인 부산해사고등학교, 재직자 재교육기관인 해양수산연수원, 그리고 부산을 비롯한 전 국민에게 해양의 중요성을 전파하는 해양박물관에 이르기까지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해양지식클러스터가 구축되어 있다. 이는 영도구와 부산시 중구를 하나로 묶어 해양고등교육혁신특화지역으로 추진할 충분한 토대가 마련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해양고등교육혁신특화지역 지정은 부산시 차원으로도 정부가 추진하는 RISE 체계 내에서 ‘인재양성-취·창업-지역정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축을 위해 글로컬대학을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지원을 추진한다는 글로컬대학사업의 정책 목적과도 부합한다.


현재, 부산을 비롯한 부울경지역의 핵심산업인 해운-조선-항만-수산 등 해양수산업은 청년층의 유입 부족으로 인하여 매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청년해기사의 부족은 부산의 핵심산업인 선박관리업에 큰 타격을 주어서 해운업체 밀집지역인 중앙동지역의 황폐화로 이어지고 있다.


이미 외국인에 전적으로 의존하게 된 수산업과 조선인력의 부족은 외국인 노동자로 대체되는 단순노무인력에 한하지 않고 자율운항선박과 같은 미래 모빌리티의 설계와 운용에 필요한 인력 수급에 차질을 주고 있다. 뿐만 아니라 북항재개발의 핵심컨텐츠가 되어야 할 해양미래산업은 그림조차 그릴 수 없는 지경이다.


부산시는 해양관련 특성화 대학으로 글로컬대학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한국해양대학교를 중심으로 부산을 해양고등교육혁신특화지역으로 지정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일 것을 촉구한다. 이를 위하여 첫째, 부산시는 글로컬대학의 운영을 위한 지자체 차원의 적극적인 재정 지원 및 관련 조례 제정 등 안정적인 지원을 위한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둘째, 부산시는 글로컬대학 우수학생에 대한 학업 관련 제반비용 지원 및 지역 내 기관 취업 시 취업 장려금 지원 등을 위하여 해양수산계와 협력해야 한다. 셋째, 부산시는 글로컬대학을 적극 지원 및 연계하는 지역 내 해양수산관련 기업과 연구기관에 대한 인센티브 부여 안을 모색하고 이를 제도화해야 한다. 넷째로 부산시는 글로컬대학에서 배출되는 우수한 글로벌 인재가 부산에 머물며 일할 수 있도록 지역 내 일자리 창출을 위하여 산업계와 협력하여 지원해야 한다.


만약 부산시 중구와 영도구가 해양고등교육혁신특화지역으로 지정되면 부산은 국내를 넘어 글로벌 해양수산인재를 양성하고 이들 글로벌 인력의 부신지역 정주를 통하여 해양수산관련 글로벌 비즈니스 허브로 도약할 계기를 마련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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