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한진해운 파산으로 의기소침해 있을 때, 외국 전문가와 한진해운 사태의 원인에 대한 진단을 진행한 적이 있다. 

대학 졸업 후 정기선해운업계에서 한국 근무를 포함하여 40년 이상 근무하고 임원급으로 퇴직한 외국인 해운전문가는 한진해운 사태의 여러 가지 원인을 지적하면서 그 중에서 가장 한국적인 문제는 해운경험이 없는 최고경영자 내지는 오너의 문제라고 하였다.

그는 한국해운업은 일부 오너가 자신이 추진하는 다른 사업부문에 해운업을 현금자판기로 사용하여 해운업의 재무건전성을 악화시킨다든지, 외국해운사와의 거래에서 무리한 계약변경을 요구한다든지 등 지속 가능성과 얼라이언스 멤버와의 신뢰가 무엇보다도 중요한 해운업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 빈번하였다고 지적하였다.

 

해운에 대한 전문성보다는 오너의 말을 행동으로 옮기는데 필요한 전문경영인을 세우고, 한참 자신의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는 40대 중후반에 구조조정 대상이 되어서 외국선사가 보기에는 파트너로서는 함량미달인 해운초보가 대표자로 협상에 참여하는 현실이 한국해운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2015년 한진해운 사태 이후 우리는 얼마나 변화하였는가?

매우 뼈아픈 지적이지만 이 문제는 2024년에도 현재진행형이다. 예를 들어 코로나 사태로 예상하지 못한 동앗줄이 하늘에서 내려오자 이를 자신들의 경영능력 덕분이라고 생각하고 계열사 대표를 한꺼번에 정리하고 젊은 경영자로 면모를 일신하고 있다. 

 

하지만 해운산업은 IT나 금융산업과는 다르다. 해운업은 위험분산을 통한 안정경영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덕목이다. 

B2B 중후장대 서비스산업의 특성상, 구매자도 해운기업 못지않게 해운업에 대하여 많은 경험과 지식을 갖고 있기에 화주에게 높은 운임을 청구할 수 없고 일확천금은 예측이 불가능한 코로나나 전쟁과 같은 외부요인의 출현이 없이는 불가능하다.

그러기에 해운업은 대규모 자금이 소요되지만 수익 회수를 위해서는 장기간 소요되고 수익 회수를 위한 시기적 분산이 요구된다. 

 

따라서 해운은 장기전망을 수립, 계획을 집행 가능한 장기에 걸쳐 해운분야에 경험을 가진 전문경영인이 필요하다. 

해운분야 전문경영인 되려면 국내외 영업, 재무, 운항 등의 다양한 분야를 20~30년 이상 경험을 쌓고 선박의 설계에서부터 폐선에 이르기까지 경험을 갖추어야 한다. 

특히 한국해운의 근본적인 문제는 20~30년에 걸쳐 다양한 해운분야와 장기의 해운 사이클을 경험한 50~60대 전문경영인의 부족이다. 40대 후반부터 구조조정의 대상이 되고 오로지 예스맨만이 생존 가능한 환경이다. 

 

위기시에 문제수습이 가능한 원로급 전문경영인의 부재는 국내 해운기업 간의 공생협력을 어렵게 하고 외국 파트너와의 협상을 통한 협력도 어렵게 만들고 있다. 

화주에게는 오로지 싼 운임만을 제시하고 사내적으로는 비용절감만을 내세우며 선박관리비용조차 무조건적인 절감을 추진하는 현실은 우수한 해기사의 이탈을 불러와 해운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기반조차 위협하고 있다. 

자사의 수익성만을 앞세우며 업계 차원에서 상생협력을 위해 추진하는 톤세 수익의 사회 환원에도 불참하고, KP&I나 KR과 같이 한국해운의 뿌리가 되는 공적조직도 건너뛰고, 한국해기사 양성을 위한 논의에도 무성의한 태도로 일관하는 일부 해운사들의 특징은 많은 경력을 가진 해운전문경영인들이 없거나 있더라도 1, 2년의 매우 짧은 기간 안에 그만두고 있다는 점이다. 

 

사모펀드가 중심이 된 최근의 해운업계는 이러한 문제를 더욱 두드러지게 하지만 정부나 공적금융기관은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다.

하팍로이드가 머스크와 ‘제미니 협력(Gemini Cooperation)’이라는 새로운 얼라이언스를 만들기로 하고 지금까지 몸담았던 디얼라이언스를 떠나기로 하였다. 

얼라이언스의 재편과 EU의 CBER 적용제외는 한국해운에 큰 충격으로 다가올 것이다. 나아가 홍해사태로 인한 해운시장의 불안정성은 화주로 하여금 선사 선택시 수송서비스의 신뢰성을 무엇보다도 중요한 항목으로 선택하게 만들 것이다.

우리의 해운전문경영인들은 얼마나 여기에 대응할 수 있는가? 해운은 가장 오래된 국제비즈니스이다. 하루아침에 전문가가 될 수 없다. 선사들의 장기적 관점에서 전문경영인 발굴과 육성 추진이라는 인적자원전략의 근본적인 쇄신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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