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 우리기술로 건조된 쇄빙 연구선, 극지개척 재도약
세계 최고수준 첨단 연구 장비 탑재, 해양 연구 활동 박차

 

두꺼운 얼음을 부수며 남극과 북극을 누비게 될 우리나라 최초의 쇄빙연구선 ‘아라온’호가 드디어 닻을 올렸다. 제자리에서 360도 회전이 가능한 ‘아라온’호는 영하 40도의 충격에도 견딜 수 있는 고급강재를 사용했으며, 결빙지역에 갇힐 경우 탈출할 수 있도록 두 개의 프로펠러가 달려 있다. 최근 북극해항로 개척과 발맞추어 ‘아라온’호의 취항은 관련업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국토해양부는 지난 2004년부터 역점을 두어 추진해왔던 쇄빙연구선 건조사업이 성공적으로 완료됨에 따라 11월 6일 인천내항 제1부두에서 쇄빙연구선 ‘아라온’의 인도명명식을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정종환 국토해양부장관, 이홍금 극지연구소장, 이병석 국토해양위원회 위원장, 안상수 인천광역시장, 김종태 인천항만공사 사장, 서정호 평택항만공사 사장 등 국회와 지자체, 관계 연구기관 대표 등 300여명이 참석하여 역사적인 순간을 축하했다.


특히 지난 2003년도에 남국에서 활동하다 불의의 사고로 순직한 故 전재규 대원의 모친인 김명자 여사(52세)가 이날 행사의 하이라이트인 ‘아라온’ 선명을 공포하여 더욱 뜻 깊은 행사가 됐다.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은 이날 축사를 통해 극지에 대한 전세계의 관심과 경쟁이 높아지고 있다며, 자원·에너지의 보고인 남북극에 대한 탐사·연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인도명명식을 마치고 아라온은 올해 12월 19일 남극으로 처녀 출항하여 약 84일간에 걸쳐 쇄빙능력 시험과 훈련, 남극 제2기지 후보지에 대한 정밀탐사 등을 수행한 후, 내년 3월 12일 인천항으로 다시 입항할 예정이다.


‘전 세계 모든 바다를 누비라’는 의미를 가진 아라온호는 중간 보급없이 한번에 70일간 약 2만 해리(3.7만km)를 항해할 수 있고, 1m 두께의 얼음을 3노트(시속 약 5.6km)로 연속쇄빙할 수 있는 최첨단 쇄빙연구선이다.


또 선수는 특수 철강재로 일반 선박에 비해 2배 이상 두껍게 만들어졌으며, 연속 쇄빙이 어려운 두꺼운 빙판의 경우 선체의 무게로 얼음을 깨뜨릴 수 있도록 무게 중심점의 이동이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그리고 극한의 날씨에 견딜 수 있도록 갑판 전체에 열선을 깔았으며, 선체가 얼음에 갇힐 경우를 대비하여 좌우로 움직여 얼음을 깰 수 있도록 선수에도 추진기가 장착되어 있고, 선체에는 얼음과 마찰을 줄이기 위해 물과 공기를 분사할 수 있도록 제작됐다.


아울러 음파를 이용해 해저 형상을 3차원으로 재생할 수 있는 다중빔 해저지형 탐사기기(Multi-Beam echo sounder)를 비롯한 60여종의 첨단 장비를 갖추어 극지의 해양생물·지질, 기후변화 연구 등을 전천후로 수행할 수 있다.


또한 헬기(KA-32C, 최대 5,000kg 적재)를 탑재하여 쇄빙연구선이 들어갈 수 없는 지역이더라도 기지 보급과 남극기지 건설, 각종 탐사 등을 원활하게 수행할 수 있다.

얼음 밀고, 누르고, 선체중량 이용해 쇄빙


아라온은 우리나라의 선박과 조선분야 선도기업들이 참여하여 건조가 완료된 선박으로 건조는 조달청 입찰을 통해 한진중공업에서 실시하였으나 선박 기존성능 검토를 위한 기본·개념설계는 삼성중공업에서, 주요사항 확정을 위한 실시설계는 STX조선에서 담당했다.


또 한국해사기술, 한국선박기술 등 국내 유명 선박설기업에서 감리와 자문을 맡았으며, 선체장착 장비 사양검토와 설치를 위해 오션텍, Kongsburg 등 국내외 주요 연구장비 생산기업이 참여했다.


2003년 산업연구원(KIET)에서 실시한 타당성 조사에 이어 2004년~2006년 설계단계, 2007년부터 시작된 건조단계에 참여한 국내외 주요기업과 연구기관은 수십여 곳에 이른다. 아라온은 이들 업체들의 협력으로 설계 단계에서부터 순수 국내기술로 건조가 진행된 국내 최초의 쇄빙연구선이다.


아라온호의 앞머리 부분에는 최대 두께 4cm의 고강도 특수강이 사용됐다. 참고로 독도함의 경우 2cm이다. 또한 일반 선박의 경우 선체의 극히 일부분에 사용하는 고급 강재(RE36)를 주갑판 하부의 모든 외판영역에 사용했다. 이 강재는 영하 40도의 충격에도 견딜 수 있으며, 엔진구동 추진방식인 일반선박과 달리 발전기에 의한 전기추진방식이라 저소음, 저진동, 부드러운 변속이 가능하다. 따라서 연구선으로 최적화됐다.


결빙지역에 갇히는 경우 탈출이 가능하도록 배 뒤에 두 개의 프로펠러가 달려있어 제자리에서 360도 회전이 가능하며, 엔진의 힘 또한 같은 규모 일반선박의 2배에 이른다. 결빙해역 안전항로 유도와 대륙기지 보급품과 인원운송을 위해 헬기도 탑재했다. 일반선박의 주요 업무가 여객이나 화물운송이라면 아라온호는 쇄빙과 극지보급, 연구선 등 다기능 복합임무를 수행한다.


쇄빙선은 일반 배보다 강력한 힘을 가진 대형 엔진 두 개와 두 배정도 두껍고 폭이 넓은 배 앞쪽 강철판을 가지고 얼음을 밀어서 깨뜨린다. 밀어도 안될 경우 얼음을 눌러서 깨뜨린다. 아라온호 바닥에는 300톤의 물을 실을 수 있는 물탱크가 있는데, 얼음을 만나면 빠르게 물을 뒤쪽으로 보내 배 앞쪽을 든 후, 이런 상태에서 강력한 엔진으로 앞으로 나가면 배 앞 쪽이 얼음 위에 올라간다. 이때 물탱크의 물을 배 앞쪽으로 보내면 배가 기울어지면서 밑에 있던 얼음이 눌려 깨진다.


쇄빙선은 얼음 위에 올라가 그 중량을 이용해 얼음을 깨뜨리므로 무게중심을 쉽게 옮기는 별도의 장치가 필요하다. 하지만 얼음 위에 선체가 완전히 올라갈 경우 얼음에 갇힐 우려가 있으므로 선박이 얼음 위로 완전히 올라설 수 없도록 하는 아이스 나이프를 설치한다. 부서진 얼음 조각들이 선체에 부딪혀 진행을 방해하지 않도록 선체 옆에서 물이나 공기를 뿜는 분사장치도 있다.


아라온호는 선박 정지시 순간적으로 주위가 별빙되면 물탱크를 이용해 순간적으로 물을 이동해 인위적인 흔들림을 발생시켜 접촉면을 쇄빙하고 이동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3분 이내에 좌현 3.5도에서 우현 3.5도의 횡경사를 발생시킨다.

 

1m 두께 다년빙 시속 3노트로 연속 쇄빙
아라온호는 우선 첨단 연구장비를 가장 많이 탑재한 쇄빙연구선이다. 이 말은 향후 극지방에서의 연구활동에 있어서 우리나라가 첨단장비를 기반으로 다양한 방면에서 세계 최고수준의 연구활동을 수행할 수 있음은 물론, 우리나라 주도의 국제공동연구수행을 통한 국제사회 기여에 계기가 됐음을 의미한다.


이에 반해 올해 상반기에 건조가 완료된 일본 ‘시라세’와 현재 건조를 계획중인 외국선박은 크기면에서는 아라온보다 크고 강력한 쇄빙능력을 가지고 있으나, 시라세의 경우 일본 해상자위대 소속의 선박으로 연구선 기능보다는 수송선 또는 기타 목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쇄빙선에 가까우며, EU에서 건조를 추진 중인 선박은 쇄빙 드릴선박으로 다목적 연구선으로 보기 어렵다.


아라온은 11월 중에 실시될 종합시험항해를 통해 아라온에 장착된 연구·지원 장비에 대한 종합성능시험을 실시할 예정으로 이 때에는 극지연구소 연구원이 대거 참여하여 지질, 지구물리, 해양, 생물 등 각종 장비에 대해 점검할 예정이다.


12월 출항예정인 역사적인 남극 첫 항해기간에는 아라온의 쇄빙능력(1m 두께의 다년빙을 시속 3노트로 연속쇄빙)을 확인하고, 남극 제2기지 후보지 답사를 지원할 예정으로 12월 하순 인천항을 출발하여 뉴질랜드 크라이스트 처치를 경유하여 남극해에 진입할 예정이다.


크라이스트 처치에서는 러시아에서 파견될 쇄빙능력시험 수행 전문가와 남극 제2기지 후보지 답사단이 승선하여 남극 케이프 벅스(Cape Burks) 인근해역에 도착하여 쇄빙항해 교육을 겸한 쇄빙능력시험을 수행하고, 남극 제2기지 후보지 답사를 지원한다. 약 한달에 걸친 남극항해 후 뉴질랜드 크라이스트 처치를 경유하여 내년 3월 경 인천항에 입항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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