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에 시작해서 2010년에 종료되는 중국의 11차 5개년 계획(이하 ‘11.5계획’이라 함)은 아직 1년이나 남아 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수습차원에서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전 세계는 중국의 11.5계획이 어떻게 마무리되느냐보다 12차 5개년 계획(이하 ‘12.5계획’이라 함)이 어떤 방향에서 어떤 내용으로 수립되느냐에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일찍 고조되기 시작할 것이다.


그동안 중국의 ‘수출주도’ 성장전략에 대해 불만이 누적된 서방국가들은 중국이 ‘내수주도’의 성장전략으로 선회하기를 강력히 희망해왔다. 중국 상품의 소비시장노릇을 더 이상 계속하다가는 국제수지 적자가 감당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를 뿐만 아니라 자국내 제조업기반이 회복불능 상태로 붕괴될 수도 있다는 경각심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은 미국과 EU의 강력한 어필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버티면서 수출주도 성장전략을 고수해 왔다. 따라서 2011년에 시작되는 12.5계획에서 중국이 경제운용의 기본방향을 내수주도로 선회하느냐의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부각되고 있다.


아직 단정하기는 이르나 12.5계획에서는 1980년 이후 30년간 고수해온 수출주도전략이 내수주도전략으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예단하는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2008년 9월 이후 진행되고 있는 세계 금융위기를 통해 중국은 자국의 수출주도전략이 글로벌시스템의 동맥경화에 큰 영향을 주었고, 그 결과가 세계 경제침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왔음을 알게 되었다. 두 번째로는 선진국 소비시장을 무너뜨린 금융위기 이후 내수부양전략을 추진한 결과 분기별 GDP 성장률이 3분기에 9%대로 회복하게 됨으로써 중국은 내수주도전략의 가능성을 충분히 확인한 셈이다. 따라서 중국은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 서방국가들과 상생할 수 있는 ‘내수주도 성장전략’을 추진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즉 생산보다는 소비에 중점을 두게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의 브레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개혁발전연구원의 츠푸린(遲福林)원장이 최근 “12.5기간에 수출주도경제가 개혁되어야 한다”고 강조한 것은 중국의 정책기조가 방향선회할 것임을 강력히 시사하는 것이다.


이처럼 중국이 경제운용의 기본방향을 수출에서 내수로 전환하는 경우 글로벌해운물류시장이 질적인 대변혁을 겪게 될 것이다. 우선 중국은 내수주도 전략의 안정적 정착을 위해 위안화 가치를 점진적으로 높여갈 것이다. 그리고 임가공산업에 불리한 노동정책, 환경정책, 산업구조 고도화정책을 강력히 추진할 것이다. 이로 인해 임가공 화물의 많은 부분이 중국을 떠나 다른 나라로 옮겨갈 것이다. 즉 임가공화물의 새로운 해상항로가 형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우리 해운·물류기업들은 이와 같이 중국을 떠나는 임가공기업들이  어느 나라에 집결될 것인지 예의 주시하여 글로벌 대이동의 이 화물을 반드시 붙잡아야 할 것이다.


둘째로는 수입 컨테이너물동량이 빠르게 증가할 것이다. 중국은 경제발전으로 국민소득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여기에 위엔화의 절상이 지속되면 중국인들의 외국상품 구매력이 급격히 강화될 것이다. 따라서 수입물동량이 많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공산품의 수입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우리 물류기업들은 중국 유통기업들의 수입 컨테이너화물을 표적으로 마케팅을 강화해야 한다. 이와 같이 수입물동량을 증가시키는 내수주도 성장전략을 추진하는 경우 해상운송이나 내륙운송에서 왕복 수송 불균형이 점차 완화됨으로써 수송의 수익성도 개선될 것이다.


셋째로는 중국이 내수주도 성장전략을 채택하는 경우 그동안 지지부진하였던 서부대개발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리고 이러한 내륙개발전략은 중국의 수입친화적인 정책과 맞물려 중국의 장거리 내륙운송시장을 크게 확대시킴과 동시에 해륙복합운송을 빠르게 발전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미국에 버금가는 면적의 나라다. 따라서 인구가 미국의 5배나 되는 중국에서는 미국 복합운송시장보다 더 큰 시장이 형성될 수 있다. 우리나라의 해운물류기업들은 중국의 복합운송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넷째로 중국의 내륙개발은 동남아, 인도, 중앙아시아, 러시아, 유럽 등에 대한 육상물류시장을 크게 신장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중국의 수출입물류는 주로 해상운송에 의존해왔다. 그 결과 세계 최대의 해운시장이 조성되어왔다. 그러나 내수주도 및 내륙개발전략은 유라시아물류시장의 잠재력을 크게 높여줄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우리 물류기업들은 이러한 대륙물류의 새로운 비전을 잘 수립하여야 한다.


마지막으로 중국은 막대한 양의 외화를 보유하고 있다. 그동안 중국은 미국 국채에 많이 투자하였으나 달러화의 가치하락으로 큰 손실을 보고 있다. 따라서 중국은 보유외화를 활용하여 외국의 실물부문에 대한 투자를 늘려갈 것으로 예상된다. 위엔화의 가치 상승은 이러한 해외직접투자를 더욱 촉진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그 결과 중국 화주들이 형성하는 글로벌물류시장이 빠르게 성장할 것이다. 우리 해운물류기업들이 결코 놓칠 수 없는 시장이다.


기회는 남보다 먼저 잡아야 한다. 특히 국가정책이 주는 기회는 그 정책이 공개되기 전에 잡아야 한다. 우리나라 부동산시장의 기회가 좋은 사례이다. 중국도 예외가 아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조건이 정부계획에 미리 반영되어 있어야 내가 그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중국시장의 특수성을 잊지 말아야 한다. 즉 중국마케팅의 핵심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임 종 관

연구위원/연구부장
해양물류연구부
한국해양수산개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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