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도선사”라고 하면 신라의 승려 도선(道詵) 대사가 북한산 자락에 세운 절 “도선사(道詵寺)”를 떠올리는 사람이 더 많았었는데, 요즈음에는 네이버(Naver) 검색에서도 수로안내인 직업으로서의 도선사(導船士)가 먼저 나올 정도로 전문직업인으로서의 의미가 많이 알려져 있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도선사(Pilot)라는 직업은 일반 사람들의 생활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별로 없어서인지 잘 알려지지 않고 있다가 언제부터인가 일간지에 고소득 전문직업인으로 소개된 이후부터 일반인의 관심이 부쩍 증가하였다.

그러나 사람들은 도선사가 정확히 어떤 일을 하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도선사가 되기까지의 어려움이나 도선사가 선박과 항만의 안전 및 효율에 기여하고, 해양환경 보호에 앞장서며 우리 영해 내에서 자주권을 행사하는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등 도선의 여러 가지 기능과 의미에 대해서는 큰 관심이 없고 단지 높은 수익을 올리는 직업 정도로만 알고 있어 아쉬움이 크다.

우리와는 다른 환경으로 인해 바다에 대한 관심이 높고, 활발한 해상활동으로 나라의 부흥기를 이끌었던 유럽과 미국에서 그들의 눈에 비친 도선사들의 모습을 그린 그림 몇 점을 소개한다.

(그림으로 보는 도선사)

 
 



옆의 그림1은 철혈재상으로 유명한 독일의 “오토 폰 비스마르크(1815~1898)”의 사임을 풍자한 영국의 유명한 정치 만화이다.

<<도선사를 하선시키다>>라는 제목으로 1890년 영국 잡지에 출간된 이 그림은 독일의 젊은 황제 빌헬름 2세가 무심히 내려다보고 있는 가운데 독일이라는 배에서 하선하는 비스마르크를 “도선사”로 묘사하고 있다.

“비스마르크”는 프로이센의 수상으로 독일을 통일시킨 인물이며 통일된 독일 제국의 총리(1871~1890)로서 20년간 국정을 운영하였으나, 정치적 자질이 부족하고 인격에도 문제가 있었던 젊은 황제 빌헬름 2세가 즉위한 직후 총리직을 사임한다.

이 그림은 자질이 부족한 선장이 유능한 도선사를 하선시키고 있는 상황을 묘사하고 있으며, 그 의미가 예감하는 바대로 비스마르크(도선사)가 퇴임(하선)한 빌헬름 2세의 독일 제국(배)은 제1차 세계대전에서 패전한 후 혁명이 발생하여 제국이 몰락(침몰)하고 의회주의가 들어선다.

도선사의 중요성을 의미있게 잘 표현한 작품으로 유럽의 역사 교과서와 책에서 자주 인용되고 있으며, 해양에 대한 인식이 높은 전통적 해양국가에서 볼 수 있을 법한 그림이라 할 수 있겠다.

(그림2, The Pilot Exam, 1846년, 독일, 동판화) 출처 : 미국, 필라델피아 미술관
(그림2, The Pilot Exam, 1846년, 독일, 동판화) 출처 : 미국, 필라델피아 미술관

그림2는 19세기 독일에서 도선사 시험을 치르는 모습을 그린 동판화이다. 유럽에서 도선사로 임명되는 것은 엘리트 집단에 가입하는 것을 의미했다. 후보자들은 도선사를 선발하는 자리에서 그들의 지식과 경험 등에 대해 검증받고, 성격 특성에 기초하여 신중하게 선별되었으며, 도선사가 되는 것을 명예롭게 여겼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누구나 원한다고 다 도선사가 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런 도선사의 자부심은 다음 그림에서 엿볼 수 있다.

(그림3. The Old Pilot, 1837년, 영국, 유화) 출처 : 영국, 머서 아트갤러리
(그림3. The Old Pilot, 1837년, 영국, 유화) 출처 : 영국, 머서 아트갤러리

그림3은 노년의 도선사를 그린 영국의 유화 작품으로 세월에 풍화된 얼굴은 도선사로서의 자신감과 함께 거친 파도 속에서 그가 그동안 겪어 왔던 일을 웅변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그림4, Throwing Letters to the Pilot, 1888년, 미국, 목판화) 출처 : 미국, 클라크 아트 인스티튜트
(그림4, Throwing Letters to the Pilot, 1888년, 미국, 목판화) 출처 : 미국, 클라크 아트 인스티튜트

 

그림4는 파도가 거친 바다에서 흔들리는 도선선 위의 도선사에게 본선 선원이 편지 묶음을 던지고 있는 미국의 목판화이다.

범선과 증기선 시대의 도선사들은 수로안내의 역할뿐만 아니라 우편 운송인의 역할도 수행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그림이다.
 

거친 날씨에도 불구하고 선원들의 그리움이 가득 묻어있는 편지를 꼭 전달하고야 말겠다는 간절함이 엿보인다. 항상 향수병에 시달리던 선원들에게 도선사를 태운 도선선의 접근을 보는 것은 큰 기쁨이었을 것이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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