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해운계가 해소해야만 하는 불확실성 중에 하나인 HMM 주인찾기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되었다. 지난 18일 HMM 채권단인 KDB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는 HMM 매각을 위해 본입찰에 참여한 팬오션·JKL 컨소시엄과 동원그룹에 대한 평가 결과, 팬오션·JKL 컨소시엄을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하림그룹이 자기보다 몸집이 훨씬 큰 HMM을 인수하는 것에 대하여 내외부의 많은 우려가 있다. 실제로 하림그룹의 계열사 자산의 총합은 약 18조원으로 HMM 단일사의 약 26조원보다 적다. 무엇보다도 해운계가 주목하는 것은 하림그룹이 제시한 인수자금보다도 HMM의 이익잉여금이 훨씬 많고 인수 후에는 이것을 가지고 해운업에 대한 재투자보다는 인수에 참여한 재무투자자에게 상환과 투자이익을 보장하는 용도로 사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HMM이 공시한 지난 9월말 기준 이익잉여금은 10조6585억원으로 하림그룹·JKL컨소시엄이 HMM 주식 약 3억9879만주(57.9%) 매각 본입찰에서 써낸 약 6조4000억원 규모의 인수자금을 4조원 이상 웃도는 금액이다.

 

하림그룹은 HMM 인수에 앞서 항간의 이러한 우려를 해소하고 글로벌 컨테이너선사를 운영할 충분한 다음과 같은 경영적, 재정적 능력을 갖추었다는 것을 증명해야만 한다.

 

첫째는 글로벌 컨테이너선사를 정부 지원없이 독자적으로 경영할 능력을 갖추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세계적으로 1980년대 이후로 컨테이너선사 경영경험이 없는 기업이 컨테이너선사를 인수한 사례가 한 건도 없고 신규로 글로벌 컨테이너선사로 참여를 시도해서 성공한 사례도 단 한건도 없다. 이는 1980년대 이후로 컨테이너선이 정기선 해운업계의 보편적 기준이 되면서 경영환경에 여러 가지 변화를 가져왔기 때문이다. 서비스의 표준화에 따른 규모의 경제 추구, 서비스 범위의 세계적 확대, 육해상을 통합하는 종합물류업으로 전환 등이다. 여기에는 막대한 자금과 글로벌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인적네트워크가 필요하기 때문에 컨테이너 초보자가 성공할 확률이 거의 없다. 이러한 변화의 와중에 국경을 넘어선 합종연횡과 인수합병이 진행되었고 2010년을 지나면서 글로벌 정기선해운업계는 막강한 자금력을 가진 상위 7개선사를 중심으로 한 과점화되고 있다. 이들 선사가 MSC, 머스크, CMA-CGM, 하팍로이드의 유럽계 선사, 중국의 코스코, 타이완의 에버그린, 일본의 ONE이다. 하림그룹은 최소 70년에서 200년 이상의 해운경험을 갖고 두배에서 5배 이상의 규모로 확고한 시장기반을 갖고 있으며 프랑스, 덴마크, 독일, 중국, 일본 등 해당국가 정부가 강력하게 후원하고 있는 이들 기업과 경쟁해야만 한다.

 

둘째 하림그룹은 HMM의 이익잉여금을 해운업에 투자하고 HMM이 글로벌 해운선사로 성장하기 위한 10조원 이상의 해운투자를 할 것이라는 재무적 능력을 증명해야 한다. 10조원의 이익잉여금을 계열사지원이나 재무적투자자를 위해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선박 확대와 디지털·친환경화 등에 투입하고 추가로 친환경 선박과 국내외 터미널, 물류시설 구입, 종합물류기업으로 변신하기 위한 사업 다각화 등에 필요한 20조원 이상의 자금을 확보할 방안을 제시해야만 한다. 하림그룹은 팬오션과의 시너지효과를 강조하지만 컨테이너선 분야는 벌크선이나 유조선분야로 사업을 다각화해서 얻는 시너지보다 당장 육해상을 아우르는 종합물류회사로의 변신이나 디지털화전환이 우선이다. 실제로 컨테이너선, 유조선, 벌크선으로 분화된 해운시장은 과거에 비하여 동조화하고 있으며 해운산업내의 다각화 효과도 크지 않다. 따라서 하림그룹은 외국의 글로벌 해운기업들과 경쟁하면서 긴 불황기간에도 지속적으로 해운산업에 대한 투자를 어떻게 이어갈 것인지 재무적 능력을 증명해야만 한다.

 

셋째, 하림그룹의 HMM인수에 대하여 내외의 우려, 특히 해상직원을 중심으로 한 깊은 우려를 해소해야만 한다. 하림그룹의 해운기업 인수와 경영은 이미 팬오션을 통하여 증명되었다. 과거와 같이 계열사를 위한 지불보증과 지분투자를 위해 HMM이 사용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고, 비용절감만을 우선시하고 해상직원을 비롯한 임직원에 대한 제대로 된 처우개선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해운업계로부터 우수한 인재의 유출로 이어질 것이다. 이미 우수한 해기사를 중심으로 외국계 선사로 전직, 육상직으로 이직이 두드러지고 있다. 하림그룹은 해상직원들의 우려를 받아들여 인재확보 및 육성에 대한 청사진을 밝혀야만 한다.

 

HMM이라는 국민의 혈세를 투입하여 살린 글로벌 컨테이너선사는 단순히 일개기업으로 보아서는 안된다. 글로벌 컨테이너선사는 우리의 수출입을 책임지는 해외로 뻗는 바다위의 고속도로와 같은 공적기능이 있다. 고속도로의 건설과 유지를 위해 민간이 제대로 된 역할을 못할 때에는 정부가 그 역할을 대신해야만 한다. 글로벌 물류고속도로의 단절이 발생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뻗어 나가도록 하려면 하림그룹이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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