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진기 노출로 조종성능 저하된 선박을 무리하게 도선하다가 크레인과 충돌(1)

이 크레인 접촉사건은 추진기 노출로 조종성능이 저하된 선박을 도선사가 적절한 도선계획 없이 무리하게 도선하며 접안을 시도하다가 발생한 것이나, 선장이 도선사의 부적절한 도선을 제어하지 못한 것과 조타실이 혼란에 빠지면서 의사소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아니한 것도 일인이 된다고 판시한 사례이다. 이 사건은 대법원 확정(원심 승소)사건으로 사고 주요인과 함께, 선박내 의사소통, 바람의 영향, 횡추진기 사용 등 다양한 관점의 이슈들이 제기되어 2회에 나누어 연재한다. 

 

<사고 내용>
○ 사고 일시 : 2020년 4월 6일 14시 49분경 
○ 사고 장소 : 부산신항 북컨테이너터미널 2부두
○ 피해 사항 : A호 좌현 외판 굴곡, 컨테이너크레인 하부 내려앉음, 크레인 기사 부상 등
○ 사고 경위
A호는 총톤수 15만 706톤(길이 365.94 × 너비 51.20 × 깊이 29.90 × 높이 71.33m), 디젤기관 4만 8,900㎾ × 1기를 주기관으로 설치한 파나마 선적의 1만 3,900TEU급 강조 컨테이너 전용운반선으로, 일본국 히로시마현 소재 이마바리 조선소(Imabari Shipbuilding Co., Ltd.)에서 건조된 후 2018. 1. 18. 인도되어 일본선급(NK)에서 실시하는 정기검사를 받고 2023. 1. 17.까지 유효한 검사증서를 갖고 있다.
A호의 공동소유자는 이해관계인 D회사, F회사이며, 일본국 소재 K-LINE의 운용 하에 주로 아시아-북미주 항로 및 유럽 지중해 항로에 투입되었다. 사고 당일 이 선박에는 선장(인도인)을 포함 23명의 선원
(방글라데시 국적 기관사 1명 제외 모두 인도 국적)이 승선 중이었으며, 부산신항 입항 당시 선교에는 선장, 일등항해사, 조타수가 근무 중이었다. A호는 사고 전 부산신항에 총 4차례 입항한 적이 있으며, 모두 이 사고가 발생한 부두인 부산신항 북컨테이너터미널 2부두에 접안하였다.
A호는 2020. 3. 14. 중국 상해 양산항에서 컨테이너를 전부 양하하고 평형수탱크 하부 수리를 위해 중국 절강성 소재 수리조선소에 2020. 3. 15.~3. 29.경까지 입거하였다. A호는 입거기간 동안 수리를 마치고 육상 측 호스를 이용하여 2번 좌·우현 및 4번 좌·우현 평형수탱크에 총 2,993톤의 평형수를 주입하였다.  A호는 2020. 3. 29. 07:18경 선장을 포함한 선원 23명을 태우고 수리조선소를 출항하여 약 9~10노트의 속력으로 목적지인 부산신항으로 향하였고, 이후 추가로 6번 좌·우현 평형수탱크에 약 1,230톤의 평형수를 주입하여 선박평형수는 총 4,223톤이 되었다. 부산신항 입항 당시 선수흘수는 4.5m, 선미흘수는 6.9m로 조정되었다.
A호 주기관의 모델명은 MITSUI MAN B&W 11S90ME-C10.5이고, 연속최대출력 4만 8,900㎾ × 76.0RPM, 상용출력 4만 4,010㎾ × 73.4RPM이고, 주기관 사용 지시에 따른 분당회전수(RPM)는 [그림 2]와 같다. A호의 추진기(Propeller)는 직경 9.9m로 6개의 날개로 구성되었으며, 추진기 1회전에 추진되는 평균 유효거리는 약 10.32m이며, 최소 잠김 흘수는 약 10.1m이다. A호는 선수로부터 약 25~30m 떨어진 곳에 횡추진기(Bow Thruster) 2기가 설치되어 있고, 각각 출력 2,040㎾의 전기모터로 구동된다. 횡추진기의 효율은 속력이 높아질수록 낮아지며, 선속 5노트 이상에서는 효력이 0%이다.
A호가 부산신항 북컨테이너터미널에 접안하기 위해서는 「도선법」제20조제1항에 따라 도선사가 승선하여야 한다. A호는 도선을 신청하면서 선박 정보를 미리 도선사 측에 제공하였으나 추진기가 노출된 것에 대한 정보는 제공하지 아니하였다. 도선사 B는 당직표에 따라 A호의 도선사로 지정되었으며, 도선사 B는 승선 전 선박 정보를 확인한 결과, 선수 약 4.5m, 선미 약 6.9m로 흘수가 이례적으로 낮아 조종성능이 저하될 것을 우려하여 당초 4,000마력급 예선 1척, 5,000마력급 예선 1척을 사용하기로 한 것을 6,500마력급 예선 1척(선진100호 - 선미 배치)과 5,000마력급 예선 1척(한국51호 - 선수 배치)으로 상향 변경하였다. 도선사 B는 1982.경부터 약 25년간 항해사 및 선장으로서 근무를 하였고, 2009. 2.경 도선사면허를 취득하여 부산항 도선사로서 업무를 시작하였으며, 사고 당일까지 약 11년 이상 도선업무를 수행하였다. 또한 A호를 도선한 경험은 없었으나, 같은 규모의 다른 선박을 도선한 이력은 다수 있었다. 도선사 B는 승선 전 A호의 흘수가 이례적으로 낮아 추진기가 노출되어 있을 것으로 추정하였으나 이와 같은 조건의 선박을 도선해 본 경험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마력이 더 큰 예선을 배치하였으니 자신의 능력이면 도선에 문제없을 것으로 생각하였다.
도선사 B는 2020. 4. 6. 13:53경 가덕도 남쪽 끝단에 위치한 레이콘B 부이 인근에서 A호의 선수방위 341도, 속력 7.3노트인 상태에서 승선하여 선장과 도선계획(Pilot Plan)과 도선카드(Pilot Card)를 주고 받았으나, 조종성능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은 채 예선 사용과 접안 현 등에 대한 협의를 한 후 도선을 시작하였다. A호는 도선사 B가 도선하면서 같은 날 14:30경 부산신항 동방파제를 9.2노트로, 같은 날 14:34경 서방파제를 침로 약 000도, 속력 약 9.5노트로 통과하였다. 도선사 B는 2020. 4. 6. 14:36경 [그림 3]에 표시된 A지점에 도착하기 전, 북컨테이너터미널 안벽으로부터 직선거리 약 0.84마일(약 1,556m) 떨어진 위치에서 2부두 앞쪽 해상까지 약 90도 우선회하여 진입하기 위해 우현 10도로 조타 지시하였다. 도선사 B는 같은 날 14:39경 B지점 통과 시 감속하기 위해 주기관 정지를 지시하였고,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우선회가 늦게 진행되자 이어 우현전타 및 주기관 극미속전진으로 하였고, 같은 날 14:40경 우현선미에 배치된 예선으로 선미를 밀도록 지시하고, 선수 횡추진기도 전속 우현 지시하여 우선회를 가속하고자 하였다. 그런데도 우선회가 늦어지면서 선체가 바람의 영향으로 부두와 더 가까워져 3부두에 접안된 선박과 충돌의 위험을 우려한 도선사 B는 이를 피하고자 14:41경 C지점에서 회두각속도를 더 높이기 위해 씨스피드(Sea speed)로 속력을 올리도록 지시하였다.
도선사 B는 A호가 14:43경 C지점을 지나 선수가 약 90도까지 선회되면서 3부두에 접안된 선박과 약 100m 이내의 거리(부두 안벽으로부터는 약 150m)로 접근하여 접안선박과 급박한 충돌의 위험이 발생하자 접안을 포기하고 가속하면서 우선회하여 접안 예정인 부두를 지나가 충돌의 위험을 피하려는 의도로 가속을 요구하였으나 이러한 의도를 선장에게 알리지 아니하였다. 이후 A호는 평정심을 잃은 도선사와 혼란에 빠진 조타실 사이에 원활한 의사소통이 이루어지지 않는 채 가속하며 우선회 하던 중 2020. 4. 6. 14:49경 부산신항 북컨테이너터미널 2부두인 북위 35도 04분 37초·동경 128도 48분 07초 위치에서 결국 컨테이너크레인[일명 갠트리크레인(Gantry Crane)이라고도 함]과 A호의 좌현 선미가 접촉하고 이어서 [그림 4]와 같이 접안 중인 선박D와 충돌하였다. 
2020. 4. 6. 14:49경 A호의 선수방위 104도, 속력 5.6 노트일 때 좌현 선미부가 접안 예정이었던 2부두 8번 선석에 위치한 85번 컨테이너크레인과 접촉한 것을 시작으로 84번, 83번 크레인까지 연달아 접촉하였으며, 81번 크레인은 수평으로 내려진 붐과 A호의 좌현 윙브릿지가 접촉되는 충격으로 인해 하부지지대 부분이 꺾이면서 크레인 하부가 내려앉게 되었다. 컨테이너크레인과 연이어 접촉한 이후 도선사 B가 주기관 극미속후진, 전속 후진에 이어 비상전속후진(Crash Astern)을 하였으나, 같은 날 14:50경 A호가 우회두 되고 부두로부터 멀어지는 과정에서 2부두 7번선석에 우현 접안하고 있던 컨테이너선 선박D(총톤수 112,967톤, 길이 323.50 × 너비 48.20 × 깊이 22.93m)의 좌현 선수부와 A호의 좌현 외판이 충돌하면서 굴곡 및 긁힘 등 손상이 발생하였다. 아울러 A호가 컨테이너크레인과 접촉하는 과정에서 81번 크레인 기사 1명이 무릎과 발목에 부상을 입었다.
부산신항 2부두 2번선석 접안장소로부터 약 100m 떨어진 지점에 부산신항만 주식회사에서 설치한 풍향과 풍속 관측소의 저장된 자료에 따르면 2020. 4. 6. 14:30경부터 14:50경 사이에 풍향은 대략 250~350도로 일정하고, 풍속은 대부분 2~4m/s 내외이며, 10m/s 이상의 풍속은 기록되지 않았다. A호에서 기록된 VDR 자료의 풍향·풍속은 남풍이 10~18노트(5~9m/s)로 불었던 것으로 되어 있다. 국립해양조사원의 수치조류도에 따르면 사고 당시 주변의 조류속도는 남쪽으로 약 0.1 노트로 나타났다.

 

<사고 원인 분석>
1) A호의 부적절한 입항 흘수
모든 선박은 국제해사기구(IMO)의 규정에 따라 선박 건조 시 조종성능 등을 확인하기 위하여 시운전(Sea Trial)을 실시하고 이를 바탕으로 공선상태(Ballast condition)부터 만재상태(Loaded condition)에서의 선박의 종거, 횡거, 정지거리 및 주기관 회전수에 따른 선박의 속력 등을 비교할 수 있는 표(WHEELHOUSE POSTER)를 제작하여 조타실에 게시하고, 선장이나 도선사 등이 필요할 때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 여기서 공선상태란 연료유, 윤활유, 청수 등과 항해에 필요한 창고의 물품, 선원의 소지품 등을 적재한 상태에서 복원성과 조종성능을 확보하기 위한 최소한의 평형수를 적재하여 선박이 안전하게 항해하기 위한 필수 조건만을 갖춘 가장 가벼운 상태이고, 만재상태란 재화를 선박에 허용된 만재흘수선까지 선적한 상태이며, 모든 선박은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이 범위 내에서 운항하게 된다.
국제해사기구(IMO) 규정에 의해 조타실에 게시되는 이 조종특성표에 따르면 A호의 공선 상태의 선수흘수는 4.72m, 선미흘수는 10.27m로, 이것은 A호의 선수횡추진기의 크기 및 직경 9.9m인 추진기가 완전히 물에 잠기는 선미흘수가 10.1m인 점을 고려하면, 적절한 조종성능을 기대할 수 있는 최소한의 흘수로 판단된다. 특히 A호의 선미흘수가 10.27m보다 작다면 추진기가 회전하면서 공기가 빨려 들어가는(Propeller Ventilation) 현상에 의해 공기가 추진기를 감싸게 되어 추력 손실(Thrust Losses)이 발생하고, 이는 추진기가 고속으로 회전할수록 크게 나타나며, A호의 종거, 횡거, 정지거리 및 주기관 회전수에 따른 선박의 속력 등에 영향을 주어 조종성능이 크게 저하되는 원인이며, 이는 선수횡추진기도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A호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도선사가 승선하여 흘수와 게시되어 있는 조종성능표를 보고 조종성능을 예측할 수 있는 공선상태(Ballast condition)부터 만재상태(Loaded condition) 범위 내에서 운항하여야 한다. 그러나 A호는 특별한 사항이 없었음에도 통상적인 운항범위를 벗어난 선수흘수 약 4.5m, 선미흘수 약 6.9m로, 추진기의 32% 정도가 노출되어 도선사가 조종성능을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크게 저하된 부적절한 상태로 입항하여 이 크레인 접촉사건의 일부 원인이 되었다고 판단된다.

 

2) 부적절한 도선
가) 도선 개시 전 정보교환 및 도선계획 수립 소홀
도선사는 도선하는 선박이 안전하게 수로를 통과하여 부두에 접안하도록 안내할 의무가 있으며, 이를 위해 승선 전 도선할 선박의 선종·길이·흘수·Dead Ship 여부 등을 포함한 선박의 정보, 선석의 길이·수심·교통상황 등 도선구역의 여건과 풍향· 풍속 및 조류 등 기상여건을 파악한 후 도선계획(Pilot Plan)을 작성하여 도선할 선박에 승선하여야 한다. 선박에 승선하면 레이더를 포함한 항해장비 및 주기관과 조타기 등을 포함한 주요 기기의 정상작동여부와 종거·횡거·정지거리를 포함한 조종성능 등을 확인하고, 선장과 도선계획에 대해 협의하여야 하며, 만약 안전한 도선을 저해하는 위험 요소가 있다면 이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한 후 도선에 임하여야 한다.
일단 도선에 임한 도선사는 선박의 상태와 주변 여건이 안전한 도선을 위한 조건을 갖추었다고 판단한 것이므로 선박을 안전하게 도선할 주의의무를 갖게 되며, 만약 도선 중 선박의 주기관·발전기·조타기의 고장 등으로 선박의 조종이 불가능한 경우, 사고방지 또는 손상을 최소화하는 쪽으로 최선의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 또한 도선 중에는 고도의 집중력을 가지고 주변을 경계하여야 하고, 부득이한 사유로 도선 계획을 변경할 경우 조타실의 혼란을 막기 위해 반드시 선장에게 이를 통보하여야 한다.
A호의 선장은 어떤 이유이건 추진기가 해면에 노출된 상태인 선수흘수 약 4.5m, 선미흘수 약 6.9m로 입항하고자 하였다면, 입항 전 도선사가 이에 따른 조종성능 저하 정도를 예상하고 충분히 준비하여 도선할 수 있도록 상세한 정보를 제공하여야 했으나, 다른 선박과 같이 기본적인 정보만을 제공하였다. 또한 도선사는 승선 전 받은 기본적인 정보에서 도선할 예정인 A호의 흘수가 이례적으로 낮은 것을 보고, 조종성능이 저하될 것을 우려하여 당초 4,000마력급 예선 1척, 5,000마력급 예선 1척을 사용하기로 한 것을 6,500마력급 예선 1척(선진100호 - 선미 배치)과 5,000마력급 예선 1척
(한국51호 - 선수 배치)으로 상향 변경하였을 뿐, 조종성능 저하 정도, 풍압면적 증가에 따른 바람의 영향 등을 고려한 도선계획 없이 승선하였다. 
이와 같이 A호가 부산신항에 입항하는 과정에서 A호 선장이 추진기가 해면에 32%나 노출된 상태에 따른 조종성능 저하의 위험성을 알지 못하여 관련 정보를 도선사에게 사전에 전달하지 아니함으로써 도선사가 충분히 검토하여 대비하지 못하게 한 것과 도선사 역시 승선 전 조종성능 저하 정도를 과소평가하여 도선을 거부하거나 충분한 대비를 하지 아니한 채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고 무리한 도선을 하여 이 크레인 접촉사고에 이르게 된 것도 일부 원인이 되었다고 판단된다.

나) 조종성능 저하를 고려하지 아니한 부적절한 도선
A호의 도선사가 부산신항으로 진입하여 부두에 접근하던 과정에서 속력을 살펴보면, 서방파제를 9.5노트로 통과하고, 토도를 지나며 우회두를 시작할 무렵에 8.7노트, 우회두를 마치고 5.5노트의 속력으로 부두에 접근하였다. 이와 같은 속력은 사고 이전 3개월 동안 부산신항에 입항한 14만톤 이상의 대형컨테이너선 23척의 평균 속력과 항적을 비교해 보면, 서방파제에서 7.1노트, 토도를 지나며 우회두를 시작할 무렵에 5.4노트, 우회두를 마치고는 3.3노트의 속력으로 접근하여, 당시 다른 선박들보다 2-3노트, 자신이 도선하였던 비슷한 조건의 다른 선박보다는 1-2노트 빠르게 도선하였다. 
A호 도선사는 이와 같이 빠른 속력으로 도선한 것에 대하여, A호가 주기관 사용과 관계없이 조타 가능한 최저속력이 6.2노트로 이례적으로 빠르기 때문에 안전한 우회두를 위해 이보다 속력을 높일 수밖에 없었고, 만약 이보다 속력이 느렸다면 바람의 영향을 더 받아 우선회 반경이 더 커져 접안 예정인 2부두까지 가지 못하고 신항 3부두에 접촉하였을 것이라고 주장하였으나, 이는 A호가 주기관 정지 상태에서 조타 가능한 최저속력이 6.2노트인 것을 주기관 사용과 관계없이 조타 가능한 최저속력이 6.2노트인 것으로 오인하여 6.2노트보다 속력을 더 낮추어도 주기관을 적절히 사용하면 안전하게 선회할 방법이 있었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도선사의 주장을 고려하더라도 약 8노트 이상의 속력으로 회두를 시작한 도선사의 판단은 회두를 마칠 무렵 신항 3부두에 접안한 선박과 급박한 충돌의 위험이 발생하였고, 이때 조타기만을 사용하여 충돌의 위험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속력이 5노트 이상이었으며, A호의 선수횡추진기는 조타실에 게시되어 있는 조종성능표에 ‘5 knots 이상의 속력에서는 효과가 0’이라고 명시되어 있는 데에서 알 수 있듯이 예선과 선수횡추진기 모두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태가 되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도선사는 추진기가 노출된 A호의 조종성능을 오판하고 오히려 더 빠른 속력으로 우회두하다가 우회두가 늦어지면서 선회반경이 커져 접안해 있는 선박과 충돌의 위험을 발생시켰다.
따라서 A호 도선사가 추진기가 노출된 선박의 조종성능을 오판하여 선회시점을 늦게 가져간 것과 예선과 선수횡추진기의 지원 효과를 기대할 수 없을 정도의 빠른 속력으로 부적절하게 도선한 것이 이 크레인 접촉사건의 주된 원인이 되었다고 판단된다.

다) 비상상황에서 조타실의 부적절한 의사소통
언어와 풍습이 다른 선원들이 승선하고 있는 선박을 도선할 때에 필요한 지시와 의사 표현은 합의된 언어를 간단한 문장으로 정확하게 전달하여야 하며, 이를 위해 국제해사기구에서는 IMO 해사영어(IMO Maritime English)를 사용토록 하고 있다. 특히 도선사는 선장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아 직접 도선에 필요한 지시를 하므로 자신의 지시가 정확하게 전달되어 이행되도록 합의된 언어로 명확하게 표현하여야 한다. A호의 VDR 음성 녹음 데이터를 통해 당시 조타실의 상황을 보면 A호가 우선회하여 접안된 선박과 가까워지자 충돌을 피하기 위해 도선사는 접안을 포기하고 증속하여 접안 예정이던 부두를 지나가려고 하였으나, 이러한 자신의 의도를 선장에게 알리지 아니하였으므로 선장은 도선사의 지시에 대해 의문을 품게 되고 혼란스러웠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상황에서 도선사가 평정심 잃은 모습을 보이자 선장은 도선사가 공황상태라고 판단하게 되면서 조타실이 혼란스러워지고 도선사의 지시와 의도가 제대로 전달·이행되지 않는 부분이 생기게 된 것으로 판단된다. 실제 VDR 음성 녹음 데이터를 들어보면 도선사가 따르기 어려운 지시를 하거나 반복된 지시를 하는 등 평정심을 잃었던 것은 사실로 보이며, 이런 혼란한 상황에서 도선사와 선박 사이에서 의사 전달에 문제가 발생한 것도 이 접촉사고의 일부 원인이 되었다고 판단된다.

 

3) A호 선장의 도선 제어 실패
선박 안전의 최종 책임자는 선장이다. 비록 항구 주변의 조류, 통항량 등 제반 여건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도선사가 도선하는 중이라도 선장의 직접지휘의무가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선장은 주변 상황을 파악하면서 도선사가 도선계획에 따라 올바르게 도선하고 있는지 항상 주의 깊게 지켜보아야 하고, 도선사의 도선업무 수행에 대해 의문이 생기면 즉시 도선사에게 명확한 설명을 요구하여야 하며, 그래도 여전히 의심스러울 때는 선박의 안전을 위하여 즉각적으로 자신이 직접 조종하는 등 적극적인 조치를 하여야 한다. 
A호 선장은 도선 중, 토도 인근에서 부두와 거리를 고려했을 때 평소와는 다르게 속력이 빠른 것을 보고 몇 차례 속도지시계를 가리키며 속력이 높다는 뜻을 표현했을 뿐, 적극적으로 이를 제지하거나 직접 조종하지 아니하였다. 따라서 부적절한 도선을 제어하지 못한 선장의 행위도 이 크레인 접촉사고의 일부 원인이 되었다고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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