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k Report/ EU의 CBER 폐지 여파와 대응

“포스트CBER 단기영향은 미미하나 장기대응 필요”
11월 24일 해사포럼 조찬회 40여명 참석, 정보 공유와 대응방향 논의
“법적 모호성 높아 영향도 애매” “부정시나리오 상정한 장기대응 강구”
 

 
 

EU의 유럽위원회(EC)가 경쟁법적용제외(CBER)를 내년 4월부터 폐지하기로 결정하면서 해운 및 물류업계가 그 여파와 대응방향에 귀추를 주목하고 있다. 특히 CBER(Consortia Block Exemption Regulation) 폐지에 대한 원론적인 폐지 방향만 밝혀지고 구체적 추가 가이드라인이 나와 있지 않은 상황이어서 ‘얼라이언스 등 공동운항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진단과 ‘역외적용 등 측면에서 중장기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예측이 상존하고 있다. 여기에 ‘법적 모호성이 높아 영향도 애매하다’는 분석이 일반적이지만 ‘포스트 CBER’가 세계 해운물류시장에 미칠 변화에 대해서는 좀더 관심을 가지고 ‘부정적인 시나리오’을 상정한 장기적인 대응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가 중론이다.

이렇듯 EC의 CBER 폐지가 가져올 여파와 대응 방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11월 24일 서울 로얄호텔에서 한국해사포럼이 개최한 조찬회에 ‘EU의 CBER 폐지가 우리 정기선업계에 미칠 영향’을 짚어보는 자리가 마련됐다. 연사로 나온 윤민현 박사와 김경연 김앤장 변호사, 김강민 HMM ‘컨’기획본부장이 △CBER 연혁과 폐지 배경과 POST CBER △CBER 폐지의 법적 의미 △CBER 변화와 관련시장의 변화 예상 △우리 정기선업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발표했으며 포럼 참가자들의 질의응답 등 포럼은 2시간동안 진행됐다.


이날 해사포럼에서는 CBER 폐지이후 일명 ‘POST CBER’ 시기에 변화가 예상되는 세계 해운물류시장과 여기에 변수로 작용 가능한 요인들과 CBER 폐지의 법적 의미, 그리고 시장에서의 반응 등이 주요 관심사였다.


“포스트CBER 물류, ‘속도’보다 ‘안정’ 중시, 지정학적·정치적 요소가 변수로 작용 가능성”
 

윤민현 박사(해사포럼 명예회장)는 발제를 통해 포스트 CBER를 맞아 세계 해운물류시장은 종합물류기업과 독립적 해운기업으로 이원화될 것이며, 글로벌 물류의 특성도 정시운송이라는 ‘속도위주’보다는 사례별 정시성을 중시하는 ‘안정적 물류’가 중시될 것으로 예측했다. 이같은 경향으로 아시아-유럽간 수송기간은 56일->68일->74일 등 슬로우다운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았다.


얼라이언스에 대해서는 “2M은 이미 해체가 예정돼 있는 가운데 각각 독자행보를 보일 것이며. 디 얼라이언스(TA)는 즉각적인 변화는 없을 것이고 오션얼라이언스(OA)도 CBER 대상이 아니어서 2027년까지는 현체제가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운항 측면에서는 종합물류와 수송전문사의 통합이 메이저 플레이어에서 지속되는 가운데 원양선사는 허브 앤 스포크(Hub & Spoke) 네트워크 중심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가운데 중소규모의 플레이어는 독자적인 원양서비스를 제공해야 하고 허브포트 없이 직기항을 늘려야 하는 양태로 변화할 것으로 예측됐다. 아울러 포스트 CBER에는 지정학적, 정책적 요소가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도 내놓았다.


또한 윤 박사는 CBER 폐지의 영향에 대해 드류리와 알파라이너스 등 세계적인 연구·조사기관들은 “3대 얼라이언스에 미치는 영향은 없거나 미미할 것이지만 소규모 선사에 대한 영향은 클 것”으로 예측하면서 “법적 불확실성이 높다”는 점에 주목하며 “규제 준수가 필요하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머스크와 MSC, 하파그로이드 등 유럽선사에게 CBER는 별 이슈가 아님을 지적하며 이들선사에게는 ‘영향이 거의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중소형 해운기업 해운물류시장 재편에 대비해야, 개별 파트너십 구축 중요, 밀접한 모니터링 유지해야”
 

아울러 그는 “중소형 규모의 해운기업들은 자체적인 평가 검토를 통해 글로벌 해운물류시장의 재편에 대비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역할 재정립이 필요하다는 얘기이다. 특히 “지역(Regional)선사들은 독립적 서비스 또는 서브 컨트랙터로 역할이 바뀔 수 있다”라면서 개별 파트너십의 구축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상황에 대한 밀접한 모니터링을 유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법적인 측면에서는 “영향이 불분명하다. VSA와 얼라이언스가 여전히 가능하지만 규제가 더욱 타이트해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라며 ‘누구도 법원의 심판대상이 되기를 원치는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들어 영향이 크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고 전했다.


시기적으로는 팬데믹의 열기가 급히 식고 운임이 하락세에 있으며 공급과잉 시기와 2M의 선제적 해산의 영향 등이 맞물려 있어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같이 복잡한 상황으로 인해 정기선 해운시장은 종합물류기업화한 대형 해운기업과 원양전담선사, 수직적 파트너관계의 지역간 직기항 선사등 ‘역할의 재편’이 이루어질 것으로 예측됐다.


이에 해운업계는 독자운항과 화주확보전, 운임전쟁 등 Worst Case시나리오에 맞추어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하며 윤 박사는 “해운시장은 향후 재편을 통한 과점화와 규제, 이후 규제완화라는 악순환이 재연될 가능성이 있다”라고 강조했다.


“각국의 경쟁법 재검토 계기될 수 있다. 24항로 CBER 중단 “정치적 시각의 판단”
 

특히 해운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각국의 정부기관이 현 운송부처에서 경쟁당국(Fair Trade)로 그 축이 이동할 가능성을 지적하며 “포스트 CBER은 각국의 경쟁법을 재검토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윤민현 박사의 발표내용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컨소시아(Consortia)가 성수기에 60개 정도 활약하고 있으며, 2022년 기준으로는 43개였다. 시장점유율 30% 이상의 컨소시아만도 30개에 달하며 CBER 대상은 13개라고 전세계 컨소시아의 현황을 전했다.


이날 ‘CBER 폐지의 법적 의미’ 발제를 맡은 김경연 김앤장 변호사는 CBER의 주요내용 소개를 통해 컨소시엄이 CBER 면제를 받기 위해서는 컨소시엄이 운영되는 관련시장(유럽-타대륙항로)에서 컨소시엄 회원의 합산 점유율이 총운송량(톤 또는 teu) 기준으로 항로별 30%를 초과하지 않아야 하며, 관련 23개 항로가 제시돼 있다고 설명했다. 유럽-타대륙간 23개항로는 북유럽-극동, 북미, 인도, 중동, 호주&오세아니아, 남미서안, 남미서안, 중미&캐리비안해, 서아프리카, 남아프리카, 동아프리카, 지중해와 지중해-극동, 북미, 북미, 인도, 중동, 호주&오세아니아, 남미서안, 남미서안, 중미&캐리비안해, 서아프리카, 남아프리카, 동아프리카 등이다. 이들 항로에서 30%를 초과할 경우 CBER 적용을 받지 못하고 컨소시엄의 자율평가(Self Assessment)에 기초해 EU당국과 협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CBER 갱신을 중단한 배경에 대해서 김 변호사는 “CBER이 더 이상 중소형 선사들로 하여금 경쟁법의 규제를 준수하고 서로 협력하면서 대형 운송업체들과 경쟁해 대체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하는 역할을 못하게 됐다”라면서 관련시장의 경쟁지형 변화로 CBER을 운영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평가기간이 ‘코로나 팬데믹’ 기간이었음을 지적하며 “정치적인 시각의 판단이라는 지적이 있다”고 덧붙였다.


김 변호사는 자체 조사결과, 선사들의 CBER에 대한 이해가 제각각이라며 “어떤 경우에 CBER이 적용되며 어떤 것이 허용되고 허용되지 않는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라며 중소형 선사뿐만 아니라 경쟁법과 컴플라이언스 역량이 충분하다고 평가할만한 대형선사들도 마찬가지 상황이었다고 발표했다.
 

“신·구 얼라이언스 EC 경쟁법에 부합 정비 필요”
 

김 변호사는 “CBER 폐지에 따라 컨소시엄의 공동행위에 대해 경쟁 제한성 등을 개별적으로 판단해 경쟁법상 규제가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라며 “얼라이언스가 무조건 금지되는 것은 아니며 향후 선사의 얼라이언스는 경쟁법 일반규정인 TFEU 제101조상 EC의 수평적 합의 가이드라인(Horizontal Guidelines)과 특화일괄면제규칙(Specialisation Block Exemption Regulation)을 적용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에따라 ’24년 4월이후 기존선사의 얼라이언스는 물론 이후 새로 결성되는 얼라이언스는 관련협약은 EC 경쟁법에 부합하도록 정비할 필요가 있다며 “얼라이언스 협약에 가격담합과 운송량 제한, 고객 및 시장분할 등 경성담합 유형에 관한 내용을 두지 않아야 한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현행 선사들의 얼라이언스에서 진행해온 선복교환과 공동운항, 선복매입, 비용분담 등 협력행위는 경성담합 유형에 해당하지 않고 효율성 증대효과가 크다고 볼 여지가 있다”라며 “TFEU 제101조를 위반하지 않는 것으로 판단되는 협력행위는 객관적으로 해당 협력행위 이행에 필요하며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범위 내에서의 정보교환 행위가 허용될 여지가 있다”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해당 정보교환 과정에서 반경쟁적 협력으로 판단될만한 행위가 촉진, 유발될 가능성이 높다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도 조언했다.


김 변호사는 TFEU 제101조 제3항의 적용예외 조항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이 경우 사업자에게 입증책임이 있으며 “통상 사업자들이 새로운 제조기술과 방식의 개발, 자원의 통합에 따른 시너지, 규모의 경제, 향상된 생산계획, 위험분산 등을 통한 비용절감 또는 상품과 서비스 품질과 수요자 선택권의 향상 등을 통해 효율성 증대효과를 주장해 입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러한 개별면제가 한동안 허용되지 않았고 적용사안도 거의 없어 명확한 실무적 가이던스가 부족한 상황임을 강조했다.


또한 EU가 TFEU 제101조 적용과 관련된 수평적 합의 가이드라인(Horizontal Guidelines)과 함께 R&D BER과 Specialisation BER 두가지의 수평적 일괄면제규칙(Horizontal Block Exemption Regulations, HBERs)를 두고 있다고 전하고 HBERs는 가이드라인이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서비스 공급과 관련한 특화된 내용의 수평적 합의를 담고 있는 Specialisation BER은 적용대상이 2개 이상 당사자들의 관계에서도 적용되며, 관련사업자들의 합산 시장점유율이 관련상품시장과 지리적 시장에서 모두 20%를 넘어서는 안된다고 설명했다.


“HMM, 법적 불확실성과 얼라이언스 이합집산 가능성 대응 준비, 특화면제 가이드라인 따른 개별대응 검토”
 

CBER 폐지의 영향을 직접 받게 된 HMM의 김강민 ‘컨’기획본부장이 관련시장의 영향에 대해 발표했다. 김 본부장은 “법적 불확실성에 대한 대응과 기존 얼라이언스의 이합집산 가능성에 대한 대응을 모두 준비하고 있다”라며 “유럽현지 로펌을 통해 특화면제 가이드라인에 따른 개별대응을 검토하고 있으며, 얼라이언스는 유지한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지만 공동배선에 대한 규제가 심각해진다면 얼라이언스 유지가 어려워 해체될 경우를 대비한 플랜 B를 마련해 대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는 “당장의 변화는 없는 것으로 예측하고 있으나 규제가 강화되는 방향에 대한 Self Assessment로 대응해나갈 방침이며, 법적 모호성이 지속될 경우 선사들이 법적문제를 원치 않아 얼라이언스를 유지하지 않으려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 대응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포럼의 참가자들은 질의응답시간에 EU의 CBER 폐지 영향과 대응방향에 대한 의견을 아래 인용문과 같이 교환하고 공유했다.


“유럽선사들은 EU의 경쟁법에 민감하다. 2M의 해체가 트리거포인트가 될 것이다. MSC와 머스크는 필요시 얼라이언스선사와 개별협력을 추진할 수 있다”

“당장 달라질 것은 없다. 법적 애매성이 높아 여파도 애매한데, 필요이상 과장된 측면이 있다”

“누구도 법원의 심판 대상이 되기를 원치 않을 것이다. 복잡하고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정기선 분야가 더 이상 보호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시황이 하락세여서 시기적으로 부담이 되는 상황이며, 정기선업계가 규모에 따라 역할이 재편되는 가운데 톱4가 주도하는 시장이 될 것이다”

“CBER의 대상은 얼라이언스가 아니라 컨소시아다. 화주의 요구는 컨소시아를 많게 해달라는 것이다. 다수의 소형 얼라이언스와 컨소시아가 많으면 화주의 선택지가 커진다”

“아시아지역에서 싱가포르와 홍콩의 경쟁법은 유럽과 유사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EU의 행보를 따라가지 않을까 생각된다”

“HMM은 대응 여력이 있지만 중소선사들은 대응능력이 없다. 협회를 중심으로 한 공동대비가 필요해 보인다”

“싱가포르와 홍콩의 경우 EU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어 운항에서도 자유롭지 못하게 될 수 있다. 특히 역외적용이 관건이다. 경쟁당국과의 협력에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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