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연수원 진호현 교수, 8일 열린 ‘제38차 해양사고방지 세미나’서 주장

 
 

준해양사고 통보제도 체계적 관리 및 외국인 선원 산재예방 대책도 논의

해양수산부 산하에 중대재해 예방을 전담하는 안전보건 관리 조직을 신설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해양수산연수원 진호현 교수는 11월 8일 열린 ‘제38차 해양사고방지 세미나’에서 “해양수산분야의 승선 중대재해율이 육상보다 약 10배가 높다”고 지적하며 “고용노동부 산하의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과 같은 조직이 해양수산부에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진 교수가 이날 발표한 ‘선내 중대재해 예방대책’에 따르면, 해양수산분야의 사업체는 전체 사업체의 2.1%이고 근로자 수는 전체 근로자의 1.5% 수준이다. 그러나 전체 산업재해의 8.4%가 해양수산 관련분야에서 발생하고 있다. 전체 사망 및 실종사고는 6.9%로 나타났다.

특히 승선분야 산업재해율은 약 3.7%로, 육상 대비 약 5배의 재해율을 보이고 있다. 수상운수업(승선분야)의 재해율은 2.76%, 어업분야 재해율은 8.53%이다. 광업을 제외하고 육해상의 다른 어떤 분야 보다 재해율이 높은 상황이다.

진 교수는 해양수산분야 안전보건체제 및 안전보건관리 규정의 문제도 지적했다. 해양수산분야는 국내 산업안전보건 제도의 발달 이전부터 국제협약에 따른 개별적 안전관리체제를 운영해왔으며, 해양수산분야 안전보건의 사전적 예방교육도 부재한 실정이다.

해양수산분야 안전보건에 관한 감독권한의 문제도 있다. 선원법에 따른 선원근로감독관 직무의 범위 및 수사관할이 ‘산업안전보건법’에 규정된 범죄와 ‘선원법’에 규정된 범죄에 한정돼 있다.

20톤 미만 어선원 안전, 보건에 관한 관리 주체도 이원화되어 있다. 진 교수는 “어업의 특성상 ‘근로기준법’ 및 ‘산업안전보건법’ 각각의 적용제외 규정으로 인해 총톤수 20톤 미만 어선의 노무관리 및 안전관리에 있어 실질적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지적했다. 진 교수는 “해양수산분야의 안전, 보건에 관한 법률의 예측가능성이 낮다”면서 “해양수산분야 안전, 보건에 관한 일반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광해광업공단’, ‘일본선원재해방지협’ 벤치마킹 필요

이에 따라 진 교수는 해양수산 산업안전보건 전담 조직을 설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벤치마킹 사례로는 ‘한국광해광업공단’과 ‘일본선원재해방지협회’를 꼽았다.

진 교수에 따르면, 재해율이 높은 광업분야도 산업안전보건공단에서 분리되어 산업통상자원부 산하의 ‘한국광해광업공단’으로 설립됐다. 일본 선원재해방지협회는 노사기금을 마련해 설립됐다. 선원법 및 선원노동안전위생규칙에 의한 법규제가 이루어지고 있으나 촘촘한 안전망을 구축하는데 한계가 있음을 인식해서 신설됐다. 협회는 각종 안전보건 강습회 및 자문방문활동을 추진하고 있으며, 현장 방문지도 및 순회 승선교육을 진행한다. 선종별 맞춤형 안전교육, 안전선원 및 산업안전보건 유공자표창, 선원추락방지교육 교과서 등 실무적이고 디테일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진 교수가 제시한 해양수산 산업안전보건 전담조직의 추진방식으로는, 1단계로 민간에 시범사업을 위탁하고, 2단계는 해양수산 특화 노하우를 축적하고 민간협회 공공기능을 위탁해야 한다. 3단계는 공공기관으로 전환하여 공공서비스 기능을 강화하고 산업안전보건 사업을 다각화할 필요가 있다. 4단계는 공공기관 안정화에 들어가 사회적 공공기능을 확립하고, 해양산업안전보건문화를 확산해야 한다.

시작단계 중점사업으로는 △위험성평가 컨설팅 △안전보건관리체계 컨설팅 △안전보건경영시스템 구축지원 △산업안전보건교육 △안전보건 콘텐츠 개발 △해양수산 산업 안전보건 통계관리 등이 있다.
 

 
 

“준해양사고 관리 체계적 개선 필요”

이날 서울LW컨벤션에서 열린 제38차 해양사고방지세미나의 발표자들은 해양산업의 높은 산재율과 중대 재해율을 낮추기 위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박상원 전문연구원은 “준해양사고 분류체계를 표준화하고 통보내용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박 연구원이 발표한 ‘준해양사고 통보제도 발전방안’에 따르면, 준해양사고 통보제도는 선박소유자 또는 선박운항자가 관리선박에서 발생한 준해양사고 사례를 자율 통보하면 중앙해양안전심판원에서 이를 분석해 교훈을 발굴하고 업계에 전파하는 제도이다.

준해양사고 정의는 법으로 명시돼 있으나 유형 등은 명확하지 않은 실정이다. 또한 접수되는 준해양사고 내용은 정량화 되어 있지 않아 정량적인 분석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준해양사고 통보제도 시뮬레이션 결과, 응답자 87%는 준사고를 직접경험하거나 목격한 적이 있으며, 빈도는 평균 5달에 1회 정도로 나타났다. 승선 중 적어도 1회 이상의 준사고를 경험하거나 목격한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 6.8회 중 1번 정도로 회사로 보고하며 13.8%는 미보고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준사고는 계류작업, 기관실 일반작업, 고소작업 순으로 발생했으며, 준사고 유형은 넘어짐/미끄러짐, 절차관련, 개인보호장구 관련 순으로 발생했다. 준사고는 자율적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통보자(선박운항자)의 인식이 중요하다. 박 연구원은 “준사고 보고는 대체로 해양사고 감소에 도움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으나 준사고 보고의 적극성은 보통수준이다. 준사고 보고에 대한 효과 인식에 비해 보고는 소극적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준해양사고 통보제도를 통해 수신한 텍스트 자료 분석결과, 안전사고 관련 내용이 많았다. 안전사고는 해양사고 중 6.5%를 차지하고 있으나 당사자가 쉽게 경험할 수 있는 일을 보고할 수 있어 상대적으로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준해양사고는 현재 종류가 구별되어 있으나, 유형, 작업, 원인 등은 표준화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다. 통보자는 개요를 작성해야 하며, 관리자는 개요를 분석하여 정리해야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이에 박 연구원은 준해양사고의 유형을 구분하고 이에 따른 통보양식 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통보양식 개정 △위험도 평가 수행 △준해양사고 통계 공표 △실효적인 인센티브 제도 도입 등을 제안했다.

박 연구원은 “준 해양사고는 해양사고와 원인이 비슷하기 때문에 준해양사고 관리를 통해 해양사고 예방이 가능하다”면서 “통보서식 개선 등을 통해 준해양사고 통보내용의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준해양사고 유형을 식별 및 표준코드화하여 통보제도에 적용한다면, 전 선사에서 동일한 코드로 내용을 통보하고, 받을 수 있으며 관리가 용이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외국인 선원 산재 예방 대책 마련 시급

한국해양수산연수원 장은규 교수는 한국인 선원 감소와 고령화에 따른 외국인 선원 고용이 확대되고 있음을 지적하며 “외국인 근로자의 높은 산재율(7배)을 감안할 때 선박 내에서 발생하는 산재율도 높을 것이므로 예방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장 교수는 “중대 재해 처벌법 등 안전관련 국내 법규가 강화되고 있고 타 산업군보다 해양산업의 높은 산재율은 좋은 인재의 유입을 어렵게 만든다”면서 “우수한 외국인 선원 도입을 위해서도 산재율 저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장 교수가 발표한 '외국인선원 해양사고 방지대책'에 따르면, 한국인 선원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외국인 선원은 증가하는 추세이다. 2023 한국선원통계연보에서 총 선원수는 6만 148명이고 한국인은 53%, 외국인은 47%를 차지한다. 한국인 선원은 전년대비 2% 감소했고 외국인은 3.5% 증가했다. 한국인 선원의 43.8%가 60세 이상으로 선원 고령화가 심화되고 있다.

국내 외국인 선원은 외항선 1만 3,685명(48.3%), 연근해어선 9,242명(32.6%), 원양어선(15.0%) 순으로 승선하고 있다. 국적별로는 인도네시아가 1만 1,985명으로 42.3%를 차지하며 가장 많았고 이어 필리핀 6,357명(22.0%), 미얀마 4,719명(16%)로 나타났다. 중국, 베트남 선원은 감소세인 반면, 인니, 필리핀, 미얀마는 증가추세이다

‘2023년 해양수산 중대재해 예방대책 수립 이행 용역 중간보고서’에 나타난 해양산업 근로자 산재 현황에 따르면, 전체 산업분야 산재율은 0.66%이나 해양수산산업 재해율은 2.03%로 나타났다. 해양산업은 전체 대비 약 3배 높은 산재율을 보였다.

외국인 선원의 산재 현황은 통계자료를 파악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외국인 선원 관리가 20톤미만어선(고용허가제)로 고용노동부, 산업인력공단이 관리하며, 20톤 이상 어선은(외국인 선원제)해양수산부, 수협이 관리하는 등 외국인 선원관리가 이원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에 장 교수는 “정확한 통계가 바탕 되어야 사고원인과 대책 마련이 가능하다”면서 “외국인 선원에 대한 통계관리 체계 설정이 필요하고, 산업재해 관련 통계 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 교수가 밝힌 외국인 선원 산재 예방 대책으로는 먼저 해양수산부를 중심으로 외국인 선원 안전관리체계를 정립할 필요가 있다. 외국인 선원관리 지침에 안전관련 조항을 강화해야 한다.

이와 함께 전체 선원 수의 절반에 달하는 외국인 선원을 산업재해 통계에 포함해 관리할 필요가 있다. 해기사의 필수역량으로 ‘해양산업재해예방’과목을 신설하고 해기면허 시험에 반영해야 한다. 수해양계 학교 졸업 조건에 ‘선박안전관리사’ 자격 취득 또는 해기사 면허 발급요건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 장 교수는 “전체 선원수의 절반에 가까운 외국인 선원을 우리 산업의 일원으로 인정하고 관련사항을 선원법 등 관련법에 반영을 위한 법제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밖에도 장 교수는 △해양산업안전보건 강사 양성과정 운영 △외국인 선원에 대한 산재 예방교육 강화 △외국인 선원을 위한 다양한 교육용 콘텐츠 개발 및 제공 △외국인 선원의 ‘해사 한국어’교육 상설 운영 등을 제시했다.

장 교수는 “외국인 선원 고용 확대에 대응하는 선진화된 외국인 선원 안전관리 체계를 도입해야 한다”면서 “해양수산부를 중심으로 노동계, 산업계, 학계가 외국인 선원에 대한 산재예방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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