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pan P&I Club의 위기, 체제변경 그리고 반등

 
 

당신의 화주(항해용선자)는 운송할 선박이 Interna tional Group P&I Club(이하 IG Club)에 가입해 있어야 한다고 요구합니까? 당신의 정기용선계약서는 대선할 선박이 IG Club에 가입해 있어야 한다고 요구합니까? 당신의 선박금융계약서는 대출대상 선박을 IG Club에 가입시킬 것을 요구합니까? 

 

IG Club이란 International Group Agreement(이하 IG협정) 회원이면서 Pooling Agreement(이하 Pool협정) 회원인 P&I Club을 말한다. 현재 IG Club은 12개이다. IG협정은 불합리하게 낮은 보험료를 제시하면서 다른 Club의 선박을 빼내 가서는 안되고, 이동할 때는 탈퇴보험료(Release Call)를 부과한다는 내용이다. Pool협정은 상업재보험(현재 미화 1억 달러 초과 31억 달러까지)을 공동으로 사고, 일정금액(현재 미화 1천만 달러 초과 1억 달러)까지는 상업재보험을 사지 않고 회원 Club들이 각출하여 보험금을 지급하고, 사실상 무제한의 담보 한도(현재 미화 약 89억 달러)까지를 회원 Club끼리 분담하여 보상한다는 내용이다. Pool협정의 회원이 되면 담보한도를 사실상 무제한으로 제공할 수 있고 재보험 코스트가 감소하게 되므로 Pool협정 회원이 아닌 P&I보험자보다 담보한도 및 보험료율에 있어 경쟁력을 갖게 된다. Pool협정의 회원이 되기 위해서는 IG협정의 회원이어야 한다. 

 

그런데 1990년대에 와서 위와 같이 IG Club에 가입할 것을 요구하는 규정이 각종 해운계약서에 등장하면서 Korea P&I Club처럼 IG Club이 아닌 P&I 보험자는 재보험 코스트에서의 불리함은 물론 계약획득 경쟁 자체에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제 IG Club이 되는가는 사업의 지속가능성의 문제가 되고 있다. 
우선 Japan P&I Club이 매출 감소 위기를 어떻게 극복하였는지 살펴보자.
Japan Club은 1950년에 설립 당시 가입선박 587척·176만 총톤수로 사업을 시작하였다. 1976년에 IG Club의 준회원이 되었는데, 이는 가입선박 7,354척·4,112만 총톤수의 상당한 규모를 보고 Group측에서 먼저 회원가입을 제안하였고 이에 Japan Club이 응한 것이었다고 한다. Pool회원은 아니었지만 IG Club들과 직접 의견을 교환함으로써 정보의 교환 및 수집이 쉽고 빨라졌다고 평가하였다. 당시 재보험자인 Britannia Club을 통해 사실상 무제한의 담보를 제공하고 있었지만 Japan Club의 보험료 부과방식은 IG Club과 달리 정액보험료(Fixed Premium)방식이었고, 재보험료도 Fixed방식이었다. 

 

1978년도부터는 Britannia Club과 UK Club이 재보험자가 되었다. 재보험 클레임이랑 재보험료 협상을 통해 두 클럽과의 교류가 깊어지면서 그들이 가지고 있는 경험과 노하우를 흡수할 수 있었다. 하지만 Pool협정에 가입하지 않는 한, 이들 재보험 Club에 내는 Pool 분담금이 포함된 재보험료가 적정한지 아닌지를 판단할 기초정보가 없었으므로, 결과적으로 재보험 Club에 고율의 Pool 분담금을 지급하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Pool협정에 직접 가입하는 것을 목표로 삼게 되었다.
Japan Club이 Pool회원을 신청할 때의 상황을 보면, 일본해운 지배선복의 해외 치적화가 진행된 결과, 일본적 외항선과 해외 치적선의 선복량의 구성이 크게 변화하고 있었다. 1985년에 일본적선이 3,300만톤, 해외치적선이 2,100만톤이었으나, 1990년에는 일본적선이 2,000만톤, 해외치적선이 3,600만톤으로 완전히 역전되었다.

 

이 변화가 의미하는 것은, ‘외국보험사업자에 관한 법률(外者法)’에 따라 일본적 외항선은 Japan Club에 우선가입해야 하는데, 이 우선가입선이 빠른 속도로 감소해간다는 것이다. 따라서 해외치적선을 잡지 못하면 매출이 빠른 속도로 감소하리라는 것이다.
실제로 1986년과 1989년의 Japan Club의 가입톤수 변동을 보면, 일본적 외항선은 2,660만톤에서 1,530만톤으로 급감한 반면, 해외치적선은 1,000만톤에서 1,950만톤으로 크게 증가하여 해외치적선으로의 급속한 전환이 진행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이때, 일본선사가 지배하는 외항선 전선복량(5,500만톤)중 Japan Club에 가입하고 있는 선박은 약 63%이고, 나머지 37%는 해외 P&I Club으로 유출되고 있었다. 당시 Britannia, UK, Gard Club이 해외치적선을 보유한 일본선사에 적극적으로 접근하여 경험과 지명도를 무기로 계약을 따내고 있었다. 
반면에, 해외치적선의 가입증진을 도모해야 하는 Japan Club은 해외치적선을 포함한 모든 외항선의 재보험을 Britannia 및 UK Club에 완전히 의존하고 있는 상태였다. 이는 Japan Club이 재보험 Club에 고율의 재보험 코스트를 내고 있어서 보험료율 면에서는 항상 불리한 조건에 있으므로, 재보험료 절감 타개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일본 외항해운의 지배선복이 해외 Club으로 대량유출되고, 이는 Japan Club의 존립 문제로 발전할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검토 결과, Britannia, UK Club 등 해외 P&I Club과 경쟁시, 보험인수조건 면에서 특히 Japan Club의 재보험 코스트에 있어서의 약점을 극복하고, 이들 Club이 제공하는 것과 동등한 수준의 보험료율을 계속 안정적으로 제공하기 위해서는, Pool협정에 직접 가입하는 것이 필요하고, 그래야만 일본 해운계로부터 강력한 지원을 얻을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Pool협정 가입의 현실적인 이익은, 경쟁상대인 Britannia 및 UK Club과의 재보험계약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것이 가능해지고, Pool 기능을 활용하여 적어도 재보험 코스트면에서 불리한 입장을 해소하는 동시에 해외 Club의 컨트롤에서 벗어나 Japan Club 독자적으로 보험료율체계를 책정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었다. 또한 보험료 코스트의 경쟁력을 얻음으로써 일본 해운지배 외항선복의 해외 Club으로의 대량유출에 따른 Japan Club의 존립 위기라는 최악의 사태를 피할 수 있게 됨과 동시에 조합원에게 해외 Club보다 불리하지 않은 수준의 보험료율을 제공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었다. 아울러 Club의 운영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Group의 중요사항 결정에 직접 참여하여 Club 및 조합원의 이익을 옹호할 기회를 얻는 것도 큰 이익으로 보았다.
Pool협정의 회원이 되기 위해서는 보험료율 태리프를 폐기하고, 정산보험료(Mutual Call) 방식으로 전환하는 등 협정의 요구에 따른 내부 체제정비도 필요했지만, 일본 P&I보험시장의 개방 즉, 해외 Club(Britannia, UK, Gard)의 일본지점 개설을 허용해야 했다.
당시 일본시장에서 경쟁상대인 동시에 오랫동안 Japan Club의 재보험자로서 협력관계에 있던 Britannia Club과 UK Club은 Japan Club의 계획에 적극적으로 협력하였다. 다만, Japan Club의 Pool협정 가입의 교환조건이 된 일본 P&I보험시장의 개방, 즉, 두 Club의 일본에서의 영업면허취득(일본적외항선의 인수를 위한 지점의 개설)을 조기 실현하기 위해 Japan Club은 모든 지원을 하여야 했다. 해외 Club의 일본에서의 영업면허취득 문제는 일본해운의 현황, Japan Club이 놓여있는 처지 등을 상세하게 설명하여 대장성의 이해와 지지를 얻어 해결할 수 있었다.
2년간의 준비 후, Japan Club은 1988년 2월 공식적으로 Pool협정 정회원자격 취득신청서를 제출하였다. Group은 해외 Club 2-3개에 대해 인가가 나와야 회원자격을 부여하겠다고 주장했으나 우선 1개 Club만 인가를 받는 것으로 협의가 이뤄졌고, 1989년 2월까지 Britannia Club의 지점개설인가가 나올 것이 확실시되자, 전 Group Club의 동의를 받아 1988년 12월 6일에 정회원가입 승인 통지문을 보냈다.
이에 따라 재보험 코스트에서는 해외 Club과 동등한 비용경쟁력을 갖게 되었다. 하지만 이는 동시에 일본시장의 전면적인 개방을 동반하는 것이어서 계약을 따기 위해 해외 Club과 경쟁해야 하는 한편, 일본해운에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보험료율 제공으로 일본해운 발전의 일익을 담당할 수 있게 되었다. 당시 한 회고록은 일본해운이 해외치적선 중심으로 변화함에 따른 존립위기를 Japan Club의 체제변화로 대응할 수 있었던 것은 간발의 차이였다고 적고 있다.

 

Britannia는 1989년 1월에 정식으로 영업면허를 받았다. 다만, 내항선에 관해서는 면허가 제외되었다. UK Club은 1989년 4월에, Gard Club은 1991년 8월에 일본지점의 개설과 운영인가를 받았다. 지금은 NorthStandard Club, Skuld Club, Steamship Mutual도 지점을 갖고 있다.
Japan Club은 IG Club을 재보험자로 두었었는데도 경쟁에 한계를 느꼈고, Pool회원이 되어야만 그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고 보았다. Pool협정 가입 이후 1990년에 가입선박 4,148만톤, 1991년에 4,234만톤, 1992년에 4,384만톤, 1993년에 4,351만톤, 1994년에 4,667만톤으로 일본해운 지배선복량의 67% 정도를 확보하면서 안정적인 성장을 하게 된다. 2023년 현재 Japan Club 가입선대는 일본해운 지배선복량의 약 50%인 9,000만톤이고 연간 수입보험료는 미화 1억 6,700만 달러에 이른다.
다음 이야기에서는, 6번 신청한 끝에 1997년에야 Pool협정 정회원이 된 American P&I Club의 재보험 위기, 매출 감소 그리고 국제적 성장 과정을 살펴본 후 Korea P&I Club의 장기적 운영방향을 생각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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