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격차라는 단어가 있다. 이 단어가 본격적으로 회자된 것은 삼성전자의 권오현 회장의 저서에서 비롯됐다. 초격차는 2위와의 격차를 크게 벌려 아예 추격이 불가능하도록 만든다는 뜻이다. 즉 비교할 수 없는 절대적 기술 우위는 물론 조직, 시스템, 인재 배치, 문화에 이르기까지 모든 부문에서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격을 높이는 것이다. 이에 초격차는 경영자라면 누구라도 추구하고 싶은 이상적인 전략이 되고 있다.
 

초격차전략은 기업뿐만 아니라 우리 정부의 정책으로도 반영되어 반도체,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등의 3개 분야에서 2027년까지 5년간 민간에서 156조원, 정부에서 4조 5,000억원 등 총 160조원을 투입해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수준으로 차이를 크게 벌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삼성의 최고 경영자가 초격차전략을 추진하게 된 배경에는 2017년 삼성이 인텔을 제치고 1위로 올라섰는데 1인자의 지위를 계속 지키려면 경쟁자들이 따라올 수 없는 비교 자체가 불가능한 절대적 기술우위와 끝없는 조직혁신에 따른 구성원의 격을 만들어 낼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는 1위의 자리를 계속지키려면 리더, 조직, 전략, 인재라는 네가지 핵심 키워드가 중요하다고 강조하였다.

삼성의 초격차전략을 해운업계에 적용해서 분석해 보면 머스크가 반도체 분야의 삼성전자와 같은 초격차전략을 수행하고 있다. 머스크가 정기선분야의 세계 1위의 자리에 올라선 배경에는 2006년부터 2011년까지 최고경영자를 지낸 아이빈드 콜딩 CEO의 탁월한 리더십이 있다. 1904년 선장출신의 피터머스터-뮐러가 설립한 머스크는 평생 고용, 가족적인 분위기, 해외지사에 대한 권한이양에 더하여 성과보다는 성장을 중시하는 것이 과거 우리나라의 대우그룹과 매우 유사한 측면이 있었다.

2006년 새롭게 CEO로 취임한 콜딩은 구조조정과 혁신프로그램을 도입하여 과거의 전통을 버리고 중앙집중적 통제, 효율성과 프로세스 개선을 통해 새로운 기업으로 머스크를 변화시켰다. 머스크의 변신의 절정은 2011년 도입한 Triple-E로 대표되는 1만 8,000TEU의 초대형선 도입과 콜딩이 NEW Normal로 명명한 절대적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Daily Maersk전략이다. 콜딩은 2011년 2월 우리나라의 대우중공업과 1만 8,000TEU의 초대형선 건조계약을 맺고 정기선업계의 초대형선 경쟁을 주도하였다, 그리고 2011년 7월7일 앤트워프에서 신기술로 정기선업계가 완전히 바뀔 것이라고 하면서 북유럽과 아시아를 연결하는 1일 1항차서비스를 시작하였다. 화주가 원하는 시간에 언제든지 서비스가 가능한 체계를 구축하지 못하는 정기선업체는 도태될 것이라고 하면서 정기선 해운업계의 지각변동을 예고하였다.

콜딩으로 대표되는 머스크가 주도한 정기선 업계의 변화에 우리 해운업계가 어떻게 대응하였는가? 가족주의, 성장주의, 프로세스 개선보다는 관행 중시, 무엇보다도 제대로 된 리더십 없이 현재가 아닌 미래에 대비한 선제적인 준비를 하지 못했다.

머스크는 최근 또 다시 초격차를 위해 종합물류기업이라는 변혁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화물항공을 포함한 육·해·공을 아우르는 종합물류기업으로 변신하는 배경에는 머스크가 선제적으로 준비해온 EU의 정기선해운업계의 독점금지법 제외 연장 중지 결정과도 맞물려 있다. 공동행위가 기본인 얼라이언스에 기반을 두고 경영계획을 수립하고 있는 경쟁선사들과는 달리 머스크는 독자적으로 글로벌 육·해·공서비스가 가능한 시스템을 갖추고 또다시 초격차를 벌리고자 하고 있다. 

머스크나 삼성의 경영전략을 보면 바로 현재가 아닌 미래를 대비한 선제적인 대응을 제대로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금 우리의 해운업계는 어떠한가? 

한국 정기선업계의 기둥인 HMM은 매각 논쟁에 빠져 제대로 된 미래준비를 하지도 못하고 있다. 주기적으로 긴 불황이 지속되는 정기선업계에서 HMM은 이미 시작된 긴 불황의 늪에서도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는 신사업을 발굴하고 비용절감이 가능한 프로세스 혁신, 그리고 조직 개선을 위한 노력을 멈추지 말아야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무엇이 가능한지 의문이다.

하루빨리 현실을 직시하고 소모적인 논쟁을 그만두고 HMM이 제대로 된 리더십을 발휘하여 미래를 선제적으로 준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리더는 업무 개선을 뛰어 넘어 혁신을 추진해야 한다. 기존사업을 단단히 챙기면서 새로운 주력사업을 키우기 위한 선제적인 노력을 해야한다. 그래야만 우리 해운업에도 미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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