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회 세계해양포럼 10월 부산서 열려, 11개국 300여명 참석 ‘성황’

 
 

제러미 리프킨 기조연설, 해양금융·해운항만·SMR선박 등 14개 세션 진행

세계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블루 테크노미’를 대주제로 해양을 통한 청색 경제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 해양 전 분야에 대한 미래와 전망을 논의하는 자리가 열렸다.

10월 24일부터 26일까지 3일간 부산 롯데호텔에서 ‘제17회 세계해양포럼’이 국내외 전문가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성료됐다. 이날 행사는 해양수산부와 부산광역시, 부산일보사가 공동 주최하고 한국해양산업협회가 주관했다.

‘블루테크노미(Bluetechnomy)’를 주제로 한 올해 세계해양포럼은 지난 3년간 코로나19 이후 첫 대면행사로 운영됐다. 블로테크노미는 해양을 의미하는 블루(Blue)와 기술(Tech), 경제의 이코노미(Economy)를 포함하는 조어이다. 코로나19 이후 가속화되고 있는 탈탄소(Decarbonation)와 디지털화(Digitalization), 에너지 대전환 시대를 맞아 친환경(Blue) 첨단기술(Tech)로 세계 해양 청색경제의 새로운 국면을 주도하자는 제안을 담았다.

첫날에는 세계적인 석학이자 ‘엔트로피’ 등 베스트셀러 작가인 제러미 리프킨(Jeremy Rifkin)이 방한해 ‘3차 산업혁명과 한국의 회복력 시대’를 주제로 기조연설을 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행사 전날 제러미 리프킨이 개인 사유로 방한하지 못하게 되어 기조강연은 온라인 줌(ZOOM)으로 중계돼 아쉬움을 남겼다.

이번 포럼은 해양 전 분야의 국내외 전문가 11개국 89명의 연사가 발제 및 토론자로 참석했다. 개막식을 시작으로 기조, 해양정책, 해양금융, 해양도시 네트워크, SMR선박, 조선해양, 해운항만, 수산, 해양바이오, 크루즈, 해양인문학, 해양디자인, KIOST 스페셜, 에필로그 등 총 14개의 세션으로 진행됐으며 각 세션마다 혁신적인 제안과 깊이 있는 토론이 이뤄졌다.

지난 2007년부터 개최되어 올해 17회째를 맞은 세계해양포럼은 국내외 해양 관련 학계, 산업계, 공공분야 관계자 등이 모여 해양과 관련된 주요 현안을 논의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장이다. 지난 16년간 49개국에서 894명의 연사와 5만 7,000여명의 청중들이 참여하는 등 해양 분야에서 대표적인 국제학술행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제러미 리프킨 “해양, 다가올 회복력 시대의 핵심”

제러미 리프킨은 기조연설에서 “인류는 강력한 3차 산업혁명이 이끄는 진보의 시대에서 회복력 시대로의 대변혁의 진입점에 서 있다”며 “해양은 다가올 새 시대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러미 리프킨 미국 경제동향연구재단(FOET) 설립자 겸 이사장은 2000년부터 유럽연합(EU) 지도부 자문을 맡아, 스마트 그린 3차 산업혁명 경제 도입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고, 유럽연합 전역에 탈탄소 생태 사회로의 경제적 전환을 위한 청사진을 제공한 경제 사상가이다. 또한 지속가능한 저탄소 경제를 선도하기 위해 인터넷과 3차 산업혁명 기반시설 구축과 확장에 관해 중국 지도부에 조언하며 중국 국가 13차 5개년 계획과 방향전환을 위한 비전을 제시한 바 있다. ‘엔트로피’, ‘유러피언 드림’, ‘노동의 종말’ 등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하다.

제러미 리프킨의 기조연설에 따르면, 2023년 UN은 포괄적인 대규모 해양 보호구역 지정 계획과 함께 공해 보호 및 생물 다양성 보존을 위한 광범위한 조약을 채택했다. 해양의 30%를 보존 및 관리하는 것을 목표로 동 조약은 해양 생태계 보호를 위한 환경 영향 평가 시행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 이 조약은 60개국의 비준을 받으면 발효된다. 이미 EU와 27개 EU 회원국은 조약 서명 및 비준을 약속했다.

제러미 리프킨은 “인류가 앞으로도 세계의 해양과 바다, 호수와 강을 인간 종만의 단기적, 공리적 이익만을 위해 사용할 것인지 지구의 강력한 수계에 인간 종을 재적응시켜 근본적인 재설정을 할 것인지가 관건”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우리가 사는 지구가 실은 물로 되어 있다는 사실을 이해할 때 전환점이 찾아올 것”이라며 “물이 우리의 환경, 우리가 살아가고 꽃 피우는 매개가 된다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수권은 단순한 물체가 아니라 지구 상에서 가장 먼저 움직인 존재이자 생명의 이야기를 살아 숨쉬 게 하는 힘이다. 지구의 나머지 삼(三)권인 지권, 수권, 생명권을 움직이는 동력이자 아직 태동하지 않은 모든 생명을 품은 존재”라고 설명했다.

제러미 리프킨은 ”한국은 힘을 합쳐 우리의 바다를 치유하고 지구에 다시금 생명을 일으키자고 세계에 촉구하며 앞서 나갈 수 있는 기회를 품고 있다“면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해양과 호수, 강과 하천을 지키고 다시 풍성히 할 때, 회복력 시대의 거대한 신경제 기회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해운 지속가능 공모채 및 사모채 발행 급증”

해양금융 세션에서는 ‘Challenge for the future maritime finance’를 주제로 하여 싱가포르, 홍콩 등 글로벌 해양도시의 선진 금융제도, 프랑스 택스리스(Tax Lease) 등이 소개됐으며, 우리나라 해운금융의 미래 발전상이 논의됐다.

한국해양진흥공사 성낙주 본부장이 좌장을 맡고, 싱가포르 ING은행 제르브란트 브로이곱 전무이사, 홍콩 Credit Agricole 기업투자은행 마크탱 전무이사, 한국해양진흥공사 전기환 단장이 발제를 맡았다. 이어진 패널 토론에는 KSF선박금융 석흔욱 대표이사, 하나증권 정정욱 본부장, 한국해양대학교 해양금융대학원 이승철 겸임교수가 참여했다.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싱가포르 ING은행 제르브란트 브로이곱 전무는 ‘선박금융의 현재와 미래의 과제’를 다루었다.

그에 따르면, 역사적으로 은행이 특정 부문과 참여자들에게 부채 자금 조달을 제공하기로 한 결정은 주로 상업 및 신용 위험을 고려한 것이었다. 이는 은행의 중요하고 발전적인 초점이 된 비재무적 위험의 식별 및 분석으로 점점 더 변화하고 있다. 이로 인해 재무 프로세스가 복잡해지고 결과가 더욱 불확실해졌다.

그는 “해운업은 자본 집약적 산업이기 때문에 바젤 III 및 IV 시행이 은행 대출 활동에 미치는 비용 영향이 중요하며 과소평가 되어서는 안 되는 주제다. 특히 현재의 고금리 환경, 자본 시장의 유동성 강화, 주요 과제와 함께 운송 선단의 탈탄소화를 위해 해당 부문에 필요한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홍콩 Credit Agricole 마크탱 전무는 ‘해운산업을 위한 지속가능 금융시장’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해운금융의 맥락에서 가용한 지속가능 금융의 종류와 구조화 프로세스 등을 제시했다. 그에 따르면, 지속가능 금융은 해운분야에서 친환경 프로젝트 및 활동에 자본을 사용하도록 장려함으로써 지속 가능한 관행 및 인식을 촉진하고 있다. 특히 지속가능 금융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지속 가능 공모채 및 사모채 발행이 급증하고 있다.

“한국형 선박 조세리스 제도 도입해야”

한국해양진흥공사 HMM경영지원단 전기환 단장은 ‘조세리스 제도를 이용한 선박금융 활성화 방안’을 제시했다. 그에 따르면, 국내외 선박금융시장은 바젤3 도입 등의 영향으로 상업은행의 급격한 이탈로 2016년 이후 지속적으로 그 규모가 축소된 반면, 중국계 리스사의 도약 등 변화의 시기를 맞고 있다. 특히 한국의 경우 글로벌 선사의 선복량 확대 및 중국과 일본의 지속적인 투자와 대비하여 선복량 및 평균선령에서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 단장은 “정책적 측면, IMO환경규제 및 글로벌 경쟁력 강화라는 측면에서 새로운 선박금융 활성화 방안이 절실한 시점”이라며 “이를 위해 프랑스, 일본 등에서 성행하고 있는 조세리스제도의 도입을 통해 해운경기에 대응할 수 있는 수익구조를 제공하여 민간금융의 선박금융시장 유인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형 선박 조세리스제도는 세법상 가속상각, 내용연수의 축소 및 연결합산과세를 가능하게 하여 투자자의 법인세절감을 통한 세제혜택이 발생하는 구조를 갖는다. 또한 세제혜택을 선사에게도 배분되어 선가를 절감하는 효과를 누리게 함으로써, 선사와 투자자 모두 선박발주 및 선박금융 필요성을 증가시키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전 단장은 “한국형 선박 조세리스 제도 도입은 국적선사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많은 도움을 줄 것”이라 말했다.

“친환경 연료 생산 관련 공급망 변화 필요”

‘해양정책-해양수산과학기술’ 세션에서는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이언경 본부장이 발제자로 나서 ‘선박 연료유 전환과 미래 해양물류변화’에 대해 발표했다.

이 본부장에 따르면, 기후변화로 인한 환경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IMO는 전 세계적인 관점에서 선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한 전략을 채택했다. 올해 7월에 개최된 제80차 해양환경보호위원회(MEPC)에서 IMO는 2050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탄소중립(넷-제로)을 달성하는 목표를 제시했다. 선박은 탄소집약지수(CII)에 따라 등급이 부여되며,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선박은 운항 제한 조치나 시장에서 제외될 수 있다. 이에 따라 해운 선사들은 친환경 선박의 발주를 확대하고 있다.

이 본부장은 “새로운 친환경 연료를 사용하는 선박이 운항되기 위해서는 선박 설계 기술뿐만 아니라 친환경 연료의 생산, 공급 및 운영과 관련된 해운 물류 공급망에서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해양도시네트워크’ 세션에서는 동북아 물류거점도시 간 페리항로 개설을 통한 글로벌 전자상거래 해상특송 물류채널 구축방안이 논의됐다.

허윤수 부산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중일 국경간 전자상거래 물류채널 구축을 위한 부산-닝보 페리항로 개설’을 제안했다. 2020년 기준 전자상거래 국가별 비중을 살펴보면, 중국(52.1%), 미국(19.0%), 영국(4.8%), 한국(2.5%) 순으로 동북아 국가가 높은 전자상거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또한 전자상거래 시장은 연평균 25%대로 급성장을 하고 있어 해상물류의 강점을 가진 부산-닝보-오사카의 협력을 통한 새로운 시장 진출이 가능하다.

허 위원은 “현재 한국-중국간 국경간 전자상거래는 남중국의 소비재 제품 특송화물이 장거리 육상운송을 거쳐 중국 산둥반도에서 인천이나 평택으로 해상운송 되고 있다”면서 “동북아지역 국경간 전자상거래 시장이 급성장함에 따라 부산-닝보 페리항로 개설을 통한 부산-닝보-오사카를 중심으로 한중일 삼각물류채널을 구축해야 한다”고 밝혔다.

“SMR, 친환경 선박 새 패러다임될 것”

올해 세계해양포럼에서 처음 선보인 ‘SMR(소형모듈원전)’ 세션에서는 새로운 에너지 패러다임인 해양용 SMR에 대한 소개가 이뤄졌다. 특히 원자력에너지의 해양 활용을 위한 법령·규제 이슈에 대한 면밀한 논의가 진행됐다.

한국원자력연구원 이태호 소장은 “해양용 SMR 기술은 매우 작은 크기에도 불구하고 높은 발전용량과 오염물질 배출이 거의 없는 친환경의 새로운 에너지 패러다임의 실현을 보여줄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선급협회 패트릭 라이언 CTO는 “소형 원자력 에너지 시스템의 개발이 계속되고 관련 규제가 변화하고 있다. 세계 상업 선단 중 일부가 향후 온실가스 무배출 에너지 솔루션으로 원자력을 도입할 가능성이 있다. 또한 선박 추진 연료 솔루션의 역할 뿐 아니라 해양 바지선에서 원자력 에너지를 생산해 해양 또는 해안 사용자들에게 친환경 연료를 제공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한국선급 정정호 시스템안전연구팀장은 “원자력 추진 상선의 성공적인 상업화를 위해서는 해상환경에 적합하고 경제성 있는 소형원자로가 개발되어야 하고, 원자력 추진 상선의 비용 효율적인 운항 개념을 새로이 정립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원자력 추진 상선의 국가간 항해를 위한 규제체계를 정비하고 적절한 안전성 평가 절차를 마련해야 할 뿐 아니라 해상 항해에 대한 공공 수용성을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팀장은 “이상의 핵심 이슈들이 충족된다면 원자력 추진 상선은 해운산업에서 탄소배출이 없는 친환경 운송수단으로서 충분한 상업성을 가지고 성공적으로 현실화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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