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머리말

지난 7월 21일 서울 교통회관에서 국토해양부 정책자문단회의가 개최되었다. 정종환 장관을 포함한 국토해양부 실장들이 전원 참석하고, 시니어 정책자문위원을 포함한 주택, 건설, 도로, 항공, 해운 각 분야별 정책자문위원 100여명 가까이 참석한 매머드 회의였다. 이번 자문회의 의제에 ‘국토해양부 인식/정책만족도 조사결과 및 일류부처 도약과제’가 포함되어 있기는 하였으나, 핵심은 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4대강 살리기 추진현황 및 향후계획’을 소개하고 참석한 전문가들이 오피니언 메이커로서 여론형성에 기여할 것을 부탁하는 자리로 이해되었다.


장관의 모두발언대로 해마다 홍수로 인해 5년간 평균 복구비용이 사전 예방비용의 4배에 달하고 있어 이들 복구비용을 사전에 투자함으로써 국토와 물을 관리하고자 함에 대해, 참석자들은 치수(治水)가 국가대계의 근본이라는 원론적 주장에서부터 IT 등과 접목시킨 지역개발 같은 구체적인 부분까지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었다.


분명 「4대강 살리기」계획은 용수공급과 홍수조절을 위해 물을 가두고, 주민과 함께하는 복합공간을 창조함으로써 강 중심의 지역발전을 도모한다는 점에서 미래지향적 정책추진과제임은 틀림없다. 그러나 3년간 22조 2,000억원(본 사업 16.9조원과 직접 연계사업 5.3조원)이 투입되는 거대한 국가프로젝트에 강줄기의 마지막 부분인 바다와 접한 하구(河口)의 기능과 역할에 대한 아무런 언급이 없다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 한반도 대운하 건설에 대한 국민적 반대여론을 지나치게 의식한 나머지 애시 당초 계획단계부터 수로의 가치와 하구의 기능을 고려하지 않았다면 이 또한 잘못된 정책방향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본고는 지난 세계의 역사흐름 속에서 하구와 연안해운이 가졌던 가치를 조명하고, 현재 유럽에서 추진하고 있는 연안해운 장려정책을 소개하면서, 한반도의 지정학적 관점에서 연안해운의 발전을 위해 「4대강 살리기」에 추가하여야 할 정책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2. 유럽연합의 연안해운육성 프로젝트
2001년 9월 유럽의회는 「2010년 유럽교통정책」에 대한 백서를 채택하였다. 이 보고서는 현재의 유럽연합 25개국의 교통상황을 크게 4가지로 요약하고 있는데, 첫째, 유럽 도로의 10%인 7,500km가 매일 교통혼잡에 시달리고 있고, 둘째, 철도의 20%인 1만6,000km가 병목현상을 일으키고 있으며, 셋째 교통의 수요는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고, 넷째, 2020년까지 화물량은 현재의 15개 회원국은 75%, 새 회원국은 90%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측하였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교통정책의 하나로 EU는 연안해운의 육성에 주목하게 되었다. 우선 EU는 연안해운 정책수립에서 “Short sea shipping”이라는 개념과 “Motorway of the sea”라는 개념을 새로 제안하였다. Short sea shipping을 우리말로 번역하면 “연안해운”이라 할 수 있겠으나, 이것은 원양을 제외한 해상운송을 총칭하는 개념으로 육상의 도로교통시스템의 압력을 해소하기 위하여 육상화물수송을 도로에서 일탈시키는 복합운송사슬의 한 경로를 의미한다. 한편 Motorway of the sea는 도로교통과 경쟁할 수 있는 용해력, 규칙성, 효율성 및 고빈도성을 갖춘 문전물류사슬(Door to door logistic chains)의 일부로 정의한다. 따라서 Short sea shipping은 인접국, 국내 및 대륙/섬을 연결하는 Motorway of the sea를 포함하는 광의의 연안운송 개념으로 해석할 수 있다.


유럽 연안해운의 육성정책을 달성하기 위하여 EU는 두 가지 정책방안을 마련하였는데, 하나는 기반시설 확충을 위한 「유럽횡단교통망」(Trans-European Transport Network; TEN-T) 구축과 다른 하나는 이를 효과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마르코폴로계획」(Marco Polo Program)이다. EU는 유럽해역을 발틱해역, 서유럽해역(북극해포함), 동남유럽해역(아드리아해와 지중해 포함), 서남유럽해역(흑해 포함)으로 구분하여 각국의 수송절차의 단순화와 합리화, 항만서비스의 증진, 해륙네트워크의 결합운영, 정부의 지원 및 복합운송사슬관계자들을 참여시키는 내용을 주요 정책과제로 채택하였다. 유럽의회는 2020년까지 연안해운 육성정책에 총 6,000억유로(약 1,000조원)가 소요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여기서 각 항만은 연안해운에서 필수불가결한 역할을 담당한다. 항만은 개방된 접근과 공정하고 명료한 절차를 갖춘 효율적이고 연안해운을 하기 쉬운 항만(Short-sea friendly port)이어야 하며, 이를 위해 항만서비스시장에의 자유로운 참여, 연안해운 상업전략에 맞는 항만의 전문화, 일점관리창구 운영 및 배후지와의 연계성을 갖출 것을 제안하였다.
만약 EU의 연안해운 육성정책이 성공을 거두게 되면, 연간 80억유로(약 14조원)의 시간절약, 연간 1,700만톤의 CO2 배출감소, 대기오염으로 인한 연간 7억유로(약 1.2조원)의 외부비용 감소, 도로혼잡 14% 감소 및 GDP 0.23%의 경제성장 촉진에 따른 복지증진이 뒤따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3. 산업화와 연안해운의 역할
바다는 지구의 70%를 넘게 차지하고, 지구의 생명체가 거주하는 지역 99%를 끼고 있으며, 태평양 하나의 넓이만 보더라도 지구 대륙 전체면적보다 크다. 물은 생물체에게 공기만큼 중요한 요소임에 틀림없다. 인류의 발전은 지구의 표면을 대부분 차지하고 있는 대양, 바다, 호수와 강과 필연적으로 연계되어 왔다. 인류의 역사가 시작되면서 이용하기 시작한 선박과 내수로 및 연안항로는 고대 세계를 거쳐오면서 오랜 기간동안 확대되고 중요성이 증가해 왔으나, 중세사회를 거치면서 바다에서의 헤게모니 쟁탈과 대양을 이용한 국제무역의 증진 및 그로 인한 국부의 축적과정에서 연안해운의 역할은 무시되거나 상대적으로 과소평가되어 왔다. 연안해운의 가치를 제대로 인식하기 위해서 각국의 산업화 과정에서 연안해운이 어떠한 역할을 하였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1) 연안무역의 증진
가장 중요한 역할은 연안해운이 각국의 국내무역을 증진시켰다는 점이다. 연안무역은 주로 국내무역을 의미하며, 국경선 내에서 상품의 이동을 의미한다. 미국은 1870년과 1910년 사이에 연안선박량이 260만톤에서 650만톤으로 1.5배 늘어났다. 이것은 연안무역이 단지 화물을 운송하는 기능뿐만 아니라 미국의 건설에 연안선박이 필요하였음을 의미한다. 미국은 대륙횡단철도가 태평양 연안에 도달하기 전에 이미 태평양 연안사회가 존재하였으며, 태평양 연안 주민들은 “세계에서 가장 긴 연안무역 항로”라고 불리는 대서양 연안에서 남미 케이프혼을 둘러 샌프란시스코를 연결하는 항로를 광범위하게 구축하고 있었다. 미국 연안해운업자들은 목재와 석탄같은 대량화물을 산지에서 태평양연안의 주요도시뿐만 아니라 동부로 수송하였는데, 그 이유는 이 시절에도 연안운송이 다른 교통수단에 비해 장거리 운송과 경제성이 뛰어났기 때문이다. 한편 영국에서는 연안선들이 연안지역 사회와 보다 인구가 많은 도시지역을 규칙적으로 연결시키는 역할을 담당하였으며, 나중에 이 항로는 소량의 화물들을 대량으로 수집하여 대형항구로 수송하였고, 대형항구에서 대량으로 수입한 화물들을 각 사회가 필요로 하는 만큼 소량으로 나누어 연안선박이 분배 수송하였다. 수천년 전부터 상품은 수송되어야 했고, 그 중요성은 20세기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사람과 상품을 수송하고 산업화와 도시화를 이룬 것은 대량의 저가 화물이나 덩치가 큰 원자재를 저가로 수송하는 연안해운이 존재하였기 때문이다.

 

2) 산업혁명의 촉진
연안해운은 18세기 육상의 산업혁명과 철도건설을 촉진시키는데 기여했다. 영국에서는 많은 산업체들이 산적 원자재를 필요로 하였고, 철도건설과 선박건조를 위한 다양한 형태의 철강류와 기관차, 방적기계, 증기기관과 같은 대형 기기류를 수송할 필요가 있었는데, 이런 덩치 큰 화물을 연안선이 수송할 수 있는지 여부에 따라 초기 철도건설이 좌우되었다. 서양에서 산업화는 철도가 건설되기 이전부터 시작되었으며, 따라서 저가의 대형 화물을 장거리로 경제적으로 이동시키는 수단은 연안, 강, 내포, 운하와 같은 수로를 이용하는 수밖에 없었다. 이처럼 무겁고 가치가 낮은 화물의 연안 수송이 없었다면 영국의 산업혁명은 현저히 늦어졌거나 아니면 태동 초기에 소멸되었을지도 모르며, 철도건설도 그처럼 시간을 절약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19세기 후반까지 영국철도시스템은 추가적인 화물을 수송할 여력이 없었으며, 해안선이 긴 프랑스, 이탈리아, 노르웨이, 스페인 등 많은 유럽국가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나타난 현상이다. 연안선은 영국과 유럽의 산업혁명에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3) 수송역할의 분담
한편 연안해운은 철도와 원양선과 조합하여 현대의 Hub-and-spoke 시스템의 역할을 하였다. 수출항은 본체이고 연안선박은 수레바퀴 역할을 하며, 트럭이 바퀴로서 내륙지역으로 확산시켜 나감으로써 세 수송수단 모두를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 철도는 막대한 건설비용 때문에 내륙 곳곳에 부설하지 못하므로 해안선에 평행보다는 직각으로 건설되는 경향이 있었다. 이러한 방식은 해안선을 띠로 해서 정착지와 개발을 가능하게  하면서 내륙지역에서 경작한 농산물이나 생산한 광물을 철도를 통해 연안으로 이동하는 수단을 제공하였다. 연안에 모인 화물들은 연안선박을 통해 대형항구로 이동하는 상호 보완적 수송을 담당하였다.

 

4) 신기술의 실험장
연안선이 경제성장에 기여한 또 다른 부분은 해상운송의 많은 아이디어들을 시험하는 장소로 활용되었다는 점이다. 연안무역에서 일단 효과적이라고 판단되면 다음에는 상선대에 광범위하게 도입되었다. 원양선박에 도입된 증기기관(1801), 터빈엔진(1901), 고압 보일러(1900), 나선형 추진기(1837), 밸러스트(1841), 철제 선체(1878) 등이 모두 이런 과정을 거쳤다. 이처럼 해상기술분야에서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먼저 연안, 강 또는 단거리 무역에 적용하였다가 실패할 경우 비용과 위험이 적은 반면, 성공하면 그때서야 선주들이 대형 선박에 적용을 하였다.

 

4. 4대강 살리기 프로젝트와 연안해운
1) 우리나라의 연안해운 발달사
반도국가로서 3면이 바다인 우리나라는 일찍이 바다를 이용한 해양민족이었다. 신라가 한반도를 통일(670)하기 까지 고구려, 백제, 신라의 고대국가가 형성되었을 때, 북쪽의 고구려가 요새세력으로 중국과의 육상통상을 불가능하게 한 요인이 백제와 신라로 하여금 해로를 이용하게 한 요인이 되었다. 초기 우리 민족의 국제해상활동은 중국과 정치·외교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사신을 파견하는 공무역(公貿易)이 주축이 되었다. 그러나 이 공무역과는 별도로 개설된 황해항로를 따라 형성된 사무역도 활발하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청해진과 중국의 산동반도를 잇는 황해항로와 일본 북구주간 항로에서 장보고(?~846)대사의 해상무역활동도 이들 범주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한민족의 해상활동에 제약이 가해진 것은 12세기 말경 고려와 중국 남송과의 해상왕래가 두절되면서 무역이 차단되고, 중국의 3왕조(원·명·청)가 한반도와 육로로 접속되었기에 육로로 왕래가 일어나면서 부터였다. 해운은 조곡의 연안수송인 조운(漕運)이라는 형태로 명맥을 유지하다가, 그나마도 왜구에 의한 연안의 약탈과 조공운반선의 피습 등으로 조운마저도 쇠퇴하게 되어 우리 민족의 해운이 발전할 수 있는 뿌리를 잃고 일본의 식민지화의 길로 들어가게 되었다.


한국의 근대적 연안해운은 강운에서 시작하였다. 일찍이 우리나라의 한강과 낙동강은 인천항과 부산항을 연결하는 수로로 인천-마포간, 부산-밀양까지 기선이 취항하였다. 그러나 인천-마포간 약 22km의 한강수로는 강의 방향이 때때로 변경되고, 암초가 출몰한데다 조석의 간만을 이용해야 하였으므로 야간에 입출항을 해야하나 숙박시설도 없었으며, 기관마력이 부족하여 인천-마포간 항해시간이 8시간에서 30시간이 소요되어 몇몇 민간업체들이 사업을 추진하다가 채산을 맞추지 못해 한강취항을 포기하였다. 한편 부산-밀양간 약 60km의 낙동강수로는 광대한 유역에 풍부한 농산지와 다수의 인구가 거주하고 있는데다 삼랑진까지는 수심도 깊어 일찍부터 강운을 기도한 사람들이 많았는데 대표적으로는 기선회사의 태륜환(33.77톤, 1890년), 웅내환(톤수미상, 1890년), 욱천환(125톤, 1893년)을 들 수 있다. 그러나 낙동강수로 강운은 격일 또는 3일마다 왕복취항을 하면서 어느 정도 채산도 확보하는 등의 사업성이 있었으나, 풍랑에 의한 선박침몰, 정부의 사업재개 불허 등으로 더 이상 강운을 영위할 수 없게 되었다. 그 후 우리나라 4대강은 치수를 위한 강의 역할 외에는 경제개발에 걸맞는 교통로의 확보를 위한 다리의 건설, 홍수조절용 하구언 둑의 건설 등으로 내수로의 역할은 완전히 상실하게 되었다.


해방이후 연안해운은 일본인 소유의 적산선박을 이용하여 식민지하의 적산해운업체의 관리인들이 주축이 되어 지방단위로 발전하였다. 그러나 해안선이 비교적 짧은 지형적 특성과 항만시설의 부족, 복잡한 물류체계 등 비경제적인 요인으로 인하여 철도 및 육상교통에 비하여 정책적인 배려와 지원이 적었고, 업체의 영세성 등으로 상당기간 낙후되어 있다가, 근래 연안해송의 중요성과 국가물류비 절감 등 경제적 이점이 크게 부각되면서 연안해송은 매년 증가 추세에 있다.

 

2) 4대강 살리기 프로젝트와 연안해운
정부가 발표한 「4대강 살리기」핵심추진과제를 살펴보면 용수공급 능력을 13억톤으로 증대하고, 홍수조절용량을 9.2억톤으로 증대하며, 2012년까지 “좋은물” 비율을 현행 76%에서 83%로 제고함과 함께, 주민과 함께하는 복합공간을 창조하고 강 중심의 지역발전을 도모함에 있다. 「4대강 살리기」핵심은 수량확보와 수질관리에 있으며, 우리나라 4대강의 수로로서의 활용은 “옛 뱃길을 복원하고 수상레포츠 등 강중심의 관광자원을 발굴”하는데 한정하고 있다. 아마도 한반도 대운하 추진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의식하고 수송과 관련된 사업을 의도적으로 배제함으로써 정책추진의 속도를 얻고자 하는 것으로 짐작된다.


당초 정부가 추진하였던 「4대강 잇기」를 통한 대운하건설에 대한 찬반은 이해관계자들 사이에 극명하게 대립되어 왔던 것은 사실이다. 필자도 선장으로서 그리고 해운경영을 전공한 경영학자로서 우리나라의 지정학상 내수운하의 효용성과 경쟁력 측면에서 의문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내수운하의 가치가 낮다고 하여 4대강이 가지는 하구의 가치까지 무시할 수 없다. 한강, 금강, 영산강, 낙동강은 국토의 서부와 남부지역에 균형있게 분포되어 있으며, 하구를 중심으로 형성되는 연안해운 수송로는 우리나라 물류체계에서 외항해운과 내륙의 철도와 도로운송을 연계시켜 Hub and spoke 역할을 하기에 더 없이 중요한 요충지이다.


EU 뿐만 아니라 이웃 일본도 연안해운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2001년 “차세대내항해운비젼”을 수립하여 추진중에 있다. 양국 모두 연안해운이 향후 육상의 도로나 철도교통의 혼잡을 감소시킬 수 있는 대체수송수단이자, 에너지 소비가 육상의 도로나 철도에 비해 현저히 낮으며, 이산화탄소 배기량도 도로교통의 1/5~1/7에 불과한 환경친화적 교통수단으로 인식하고 있다. 미국 또한 현재와 같이 배럴당 50~100달러의 고유가가 향후에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이 경우 연안해운이 철도, 트럭 등 육상 운송모드에 비해 높은 경제성을 유지할 것으로 판단하고 장기적으로 미국 내에서 외항해운을 위한 피더서비스를 포함하여 연안해운서비스가 활성화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고 있다.


세계 12위의 수출 무역국이자 수출입 물동량의 99.7%를 바다를 이용하고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거의 모든 물동량이 항구를 중심으로 집약·분산되고 있는 현실에서, 화물의 내륙이동을 철도와 도로에만 분담시킬 경우 수용능력은 곧 한계에 도달할 수 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남북간 경협활동의 증가와 나아가 남북통일 이후에 한반도 종단수송의 교통혼잡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수단으로 연안해운이 각광받게 될 것이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국내 물류시스템을 철도·도로·연안해운을 연계시킨 Modalshift 전략을 수립하여야 하며, 그 연장선상에서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4대강 살리기」프로젝트에 4대강 하구를 중심으로 연안물류 인프라를 병행하여 구축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는 연안해운 전용항만의 확보, 4대강 유역별로 특성화한 화물을 취급할 수 있는 전용시설의 확보, 다른 교통수단과 환적용이한 시설 확보, 항만업무의 One-stop 처리시설의 설치, 배후지와의 연계도로망 확보 등이 포함될 수 있을 것이다.  

 

5. 결론
EU가 20여년동안 1,000조원의 예산을 투입하여 Short sea shipping을 발전시키는 거대한 프로젝트를 수행하게 된 것은 과거 역사속에서 연안해운이 가졌던 중요성을 오늘날 다른 각도에서 그 효용성과 가치를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운하에 대한 일각의 의심의 눈초리가 국가적 역사인 「4대강 살리기」프로젝트에서 하구의 기능을 배제시키게 만들었다면 정부는 이제라도 「4대강 잇기」가 아닌 새로운 물류체계로의 이전을 위한 하구항 개발과 연안해운의 연계발전을 선언할 필요가 있다. 아직도 연안해운을 외항해운의 한 하부물류체계로 보는 시각으로는 21세기에 겪게 될 물류대란을 해결할 수 없다. 이미 우리나라 연안해운은 국내 수송물량의 약 17%를 차지하고 있고, 연안여객의 이동수도 1,300만명이 넘어 국가 물류의 한 축으로 역할을 하고 있다.


정부가 당초 대운하를 추진하면서 우리나라 도로 수송분담율은 90%에 달하고 교통혼잡으로 발생하는 비용이 24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 운하물류비를 20%까지 끌어 올린다면 연간 무려 16조원의 물류비 절감효과가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정부의 계산이 옳다면 유사한 개념을 연안해운 개발에 적용시켜도 무방할 것이며, 더욱이 자연이 준 길을 활용함으로써 육상의 철도나 도로건설과 보수유지에 따른 비용도 줄일 수 있는 이점도 있다.
다행히 국가적 치수사업으로 추진하는 「4대강 살리기」프로젝트 추진주체가 국토와 항만의 건설과 해륙공 수송모드를 모두 관장하고 있는 국토해양부라는 사실이 치수와 교통을 연계시킨 정책을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4대강 살리기」에 물을 아는 사람은 많으나, 바다를 아는 사람은 적은 것 같다.

 

김영모
한국해양수산연수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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