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 100% eBL 선언…공급망 디지털화 협력 ‘본격화’

 
 

팬데믹으로 가속화된 디지털 전환, 선사 간 ‘상호운용성’ 핵심
머스크 스팟계약 온라인 비중 66%, 국적선사는 HMM가 유일


팬데믹으로 가속화된 글로벌 컨테이너 해운업계의 디지털 트렌드가 앞으로 국제 공급망의 협력을 시작으로 더욱 활발한 행보를 예고하고 있다.

국제 해운물류단체인 BIMCO, DCSA, FIATA, ICC, SWIFT 5곳이 설립한 ‘FIT(Future International Trade)’ 얼라이언스는 국제무역의 효율성, 신뢰성, 지속가능성을 위해 오는 2030년까지 100% ‘전자선하증권(eBL, electronic Bill of Lading)’의 도입을 9월 선언했다. 이에 국제무역에 참여하는 선사들을 비롯해 솔루션 프로바이더, 규제당국, 은행, 프레이트포워더 등은 eBL을 시작으로 공식적인 공급망 디지털화에 협력하게 된다.

FIT 얼라이언스는 국제무역 디지털화의 스탠다드 구축을 목표로 지난 2022년 설립됐다. 국제적인 eBL 발행을 위해서는 많은 기술적 및 법적 장애물의 해소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글로벌 컨테이너 해운선사들은 연간 약 4,500만건의 BL을 발행해오고 있다. 해운업계에서 BL은 가장 중요한 무역문서 중 하나이며 eBL의 도입은 신속한 거래, 비용 절감, 위조리스크 완화 등의 이점을 가져다 준다. 그러나 2022년 컨테이너 무역의 eBL 발행은 2.1%에 그쳤다. 드라이벌크 분야는 세계 최대 광산기업 4곳이 철광석 운송계약의 20%를 eBL로 발행했다. eBL이 50%만 도입되어도, 최대 연간 30-40억달러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으며, 연간 2만 8,000개의 나무를 베지 않아도 된다.

현재 P&I가 승인한 eBL 솔루션으로는 EssDOCS, Bolero, E-Title, edoxOnline, WAVE, Cargo X, IQAZ, Secro, TradeGo 등이 있다.

eBL 솔루션 핵심은 호환, 다소 시간 걸릴 듯

디지털 스탠다드를 위해서는 모든 이해 관계자와 시장참여자들이 끊김 없는 데이터 교환이 필수이다. eBL 디지털화를 위한 프레임워크는 DCSA(Digital Container Shipping Association)’가 준비하고 있다. 현재 9곳의 글로벌 컨테이너 선사들(MSC, Maersk, CMA CGM, Hapag-Lloyd, ONE, Evergreen, Yang Ming, HMM, ZIM)이 참여하는 DCSA는 컨테이너 해운 문서의 엔드투엔드 디지털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미 올초에 2030년까지 DCSA 스탠다드 기반 전자선하증권(eBL)의 100% 적용을 발표한 바 있다.

eBL 스탠다드는 선사들이 보유한 각기 다른 솔루션의 상호운용성이 핵심이기에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현재 DCSA는 4개사와 상호운영 솔루션을 입증하는 작업을 추진 중이다. MSC도 지난 2021년 4월 솔루션을 도입하여, 올초 공개된 DCSA 유니버설 eBL 오픈소스 스탠다드에 다른 8개사와 더불어 적극 참여하고 있다. 2030년 100% eBL을, 5년 내 페이퍼기반 BL의 50%를 전자문서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디지털 플랫폼 온라인 선복구매 ‘활발’

글로벌 해운업계에서는 코로나 전후로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한 프레이트 선복 구매 방식인 ‘온라인 선복구매(ebooking)’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코로나 이전 해운업계는 1960-70년대 일부 관행이 남아 있을 정도로 디지털화에 소극적이었다는 지적을 받았다. 그러나 2019년말 글로벌 팬데믹 셧다운과 컨테이너 해운공급망의 붕괴는 해운업계의 디지털을 촉발하는 계기가 됐다. 이듬해 2020년 3-5월 대부분의 해운선사 및 물류기업은 사무소를 폐쇄하고 많은 직원들이 재택근무를 하게 됐다. 그럼에도 부킹은 여전히 진행됐고, 프레이트 문서들도 발행됐고 화물은 움직였다. 전 세계적으로 이같이 급격한 업무방식의 전환은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일이었다.

글로벌 선사들은 비슷한 타입의 디지털 플랫폼을 구축하여 프레이트 확보 및 구매를 위한 서비스 툴을 제공하고 있다. 이에 화주들은 온라인으로 24시간 언제든지 선복을 확보해 안정성이 높아졌으며, 선사는 사전적으로 예약된 화물에 따른 선복을 조절할 수 있게 됐다.

지난 2018년 머스크가 IBM과 야심 차게 추진했던 블록체인 플랫폼 ‘트레이드렌즈’는 글로벌 업계의 참여 미비로 올해 1분기에 7년만에 사업을 종료했지만 관련 사업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줄지 않고 있다. GSBN 등 블록체인 기반 플랫폼이 구성되어 코스코십핑은 올초 동 플랫폼을 활용해 eBL을 발행하기도 했다. GSBN 참여사들은 코스코십핑, OOCL, 하파그로이드, ONE, PSA, SIPG 등이 있다.

향후 스팟계약 대부분 온라인 체결 전망

머스크라인은 ‘Maersk spot’, ‘Maersk flow’, ‘TWILL’, ‘Captain Peter’ 등 4개의 디지털 플랫폼을 현재 운영 중이다. 2022년 2분기 데이터에 따르면, 머스크 스팟계약은 온라인 비중이 66%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파그로이드의 경우 전체 부킹의 23%가 온라인 ‘Quick Quotes’를 통해 이뤄지고 있으며, 이는 2023년 전략적 목표인 15%를 이미 넘어섰다. 또한 하파그로이드는 지난해부터 모든 컨테이너 장비에 ‘라이브 트래커(trackers)’를 장착해 실시간 모니터링으로 투명성을 강화했다. 라이버 트래커의 경우 오는 몇 년 내로 다른 메이저 선사들도 비슷한 시스템을 구축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앞으로도 선사들 간 선복을 온라인으로 제공하려는 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화주와 선사간 장기계약도 협상과 계약은 오프라인이지만 나머지는 디지털로 추진되며, 스팟시장의 경우 대부분이 디지털로 체결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적선사는 플랫폼 아직 자리잡지 않아

디지털 플랫폼에 대한 화주들의 니즈는 앞으로도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화주들은 팬데믹 이후 높은 운임에 대한 투명성과 운송에 대한 신뢰성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무의 디지털 전환이 활발한 글로벌 선사들과 달리 국내에서는 온라인 플랫폼을 운영하는 회사들이 소수에 그쳐 아직 디지털화가 자리 잡았다고 보기 어려운 분위기다. 국적 선사로는 HMM이 유일하게 2022년부터 온라인 운임 플랫폼 ‘HI Quote’를 도입해 운영 중이다. 포워더들은 일부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는 상황이어 전체 업계의 디지털 경쟁력은 다소 떨어지는 실정이다.

이에 국내 전문가들은 중소 선사들의 경우 이미 디지털 플랫폼 서비스를 운영 중인 포워더들과 협력하여 사업구조의 변화를 모색하거나, 경쟁력 있는 서비스를 디지털 플랫폼으로 개발해 협업 모델에 참여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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