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tional P&I Club은 왜 존재하는가?

 

제1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16년, 중립국이던 미국의 상선대가 영국의 전쟁상대국들(동맹국)과 해상운송을 활발히 하고 있었다. 이에 영국 의회는 독일에 경제제재를 가하고 중립국의 상선에게도 적국과의 무역을 금지하는 ‘the Trading with the Enemy Act(적국교역법)’을 통과시켰다.

그 결과 주로 뉴욕에 근거지를 둔 미국의 82개 회사가 블랙리스트에 올라갔고, 이들 회사에 대해서는 영국의 보험과 은행서비스가 금지되었다. 그리고 이들 회사의 물품을 수송하는 선박은 블랙리스트에 올라가고 그럴 경우  영국계 P&I클럽과의 보험계약은 해지되게 되었다. 
반면 미국 법무부는 미국의 선사가 블랙리스트 회사 물품의 운송을 거부하면 반경쟁법 위반임을 경고하면서 수송을 계속할 것을 요구하였다. 이런 상황에서 당시 아직 중립국이었던 미국의 선주들은 적국과의 무역을 계속하기로 하고 대신 자신들의 P&I클럽을 설립하기로 하였다. 그렇게 해서 1917년 2월 뉴욕에 설립한 것이
American P&I Club이다. 클럽 설립 후 1년이 지난 1918년 세계대전이 끝날 무렵에는 4,000척 이상의 원양 선박이 가입했고, 미국 해운위원회(United States Shipping Board)는 클럽에 자국의 선박 가입을 약속했다.

 

2012년 1월, EU이사회는 이란 석유의 금수 조치를 발표하였다. 그러면서 EU 보험사들이 이란 국가와 이란 소유의 기업에 보험과 재보험을 제공하는 것을 금지하기로 하였다. 그 결과 IG P&I클럽들이 이란 시장에서 철수하였고, 이란 선대들은 무보험상태에 빠지게 되었다. 

유조선의 유류오염손해에 관한 민사책임협약(CLC 1992)에 따라 유조선이 협약체약국에 기항하려면 유류오염손해배상책임보험에 가입해야만 하고, 연료유협약(Bunker Convention 2001)에 따라 일반선박은 연료유로 인한 오염손해배상책임보험에 가입해야만 해서 이란 선대들은 자동적으로 무역에 종사할 수 없게 되었다. 

그러자 이란 선대는 경제제재에 대응하기 위해 이란 선주들이 설립한 이란 내 Kish P&I Club과 Qita P&I Club 가입을 통해 국제적 석유운송을 포함한 무역에 복귀하였다. 이들 클럽들의 보험은 이란 정부와 이란중앙보험이 지급을 보증하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해운시황이 불황으로 반전하면서 많은 해운기업이 법정관리를 신청하였다. 법정관리를 신청하면 P&I Club은 그 신청한 때로 소급하여 담보를 정지한다. 운영자금이 안 돌아서 법정관리를 신청한 것이라, 기부속 보급이나 수리와 같은 안전관리에 대한 투자가 축소될 것이고, 해상직원이든 육상직원이든 회사에 대한 충성심은 떨어지고, 숨어있던 손해배상청구 등이 수면 위로 떠오를지 모른다고 추정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런 추정이 설명되기 전에는 담보의 복원이 거절될 수도 있다. 

이때 Korea P&I Club을 뒷배로 한 한국의 해운기업들은 담보를 정지한 외국의 P&I Club과 복원조건에 대해 당당히 협상할 수 있었고, 협상이 안되는 경우 Korea P&I Club으로 이동해서 사업을 중단없이 계속할 수 있었다.
선박을 운항하는 동안 선주는 매우 많은 책임과 맞닥뜨리기 때문에, P&I클럽에 가입하지 않은 선박을 바다로 나가게 하는 것은 정말로 안전하지 않은 무모한 일이다. 물론 배상책임보험의 가입을 강제하고 있는 해사노동협약(MLC), 연료유협약(Bunker Convention) 같은 여러 국제협약이나, 선박금융계약이나 용선계약 규정 때문에 P&I보험 없이 선박을 운항하는 것은 거의 가능하지도 않다. 오늘날 육지에서도 책임보험을 들지 않는 것은 무책임한 것으로 여겨진다. 실제로, 자동차 보험과 같은 몇몇 형태의 책임보험은 세계 여러 나라에서 가입이 의무화되어 있고, 이런 책임보험은 역사적으로 P&I 클럽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P&I Club은 세상에서 가장 특이한 보험회사 중 하나이다. 어떤 사람은 ‘독특하다’고 하고, 어떤 사람은 ‘희한하다’고 하고, 어떤 사람은 ‘신기하다’고 한다. 독특한 운영방식을 빼면 본질은 비교적 간단하다.
P&I클럽은 선원의 부상, 부두의 손상, 선박충돌, 기름유출과 같은 제3자에 대한 배상책임 위험으로부터 서로를 보호하기 위해 함께 가입한 선주들의 그룹이다. 선주들이 가입한 책임보험은 많은 사업자들이 제3자의 배상청구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가입하는 책임보험과 유사하다. 다만 선주들은 대게 비영리 P&I클럽에서 이 책임보험에 가입하고, 다른 사업자들은 이 보험을 상업 보험회사에 가입한다는 것이 다른 점이다.

상업보험회사와 달리 P&I Club은 멤버인 선주들이 피보험자이면서 보험자로서 비영리로 운영하기 때문에 보험사고에 대해 ‘No’라고 하기보다는 멤버의 입장에서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문화를 가지고 있다. P&I Club과 멤버들과의 관계는 해상보험업계에서는 특이하여서 클럽의 지속성에 큰 힘이 된다.

다음 이야기에서는 설립한 지 무려 80년 만인 1997년에야 비로소 International Group의 Pooling 멤버가 된 American P&I Club을 중심으로 1984년에 설립된 China P&I Club 등 외국의 P&I Club들이 국제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무엇을 했는지를 되짚어보는 것으로 Korea P&I Club의 장기적 운영방향을 생각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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