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MI 동향분석 ‘글로벌 선사들의 투자와 국적선사의 대응방향’

디지털 전환·협의체 구성·톤세제 연장 등 장기전략 수립 필요

엔데믹 시대 공급충격으로 컨테이너 운임 약세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이에 대한 국적선사들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이 9월 발간한 동향분석 189호 ‘글로벌 선사들의 투자와 국적선사의 대응 방향’에 따르면, 코로나 펜데믹 시기에 경영실적이 크게 개선된 글로벌 선사들은 막대한 자금을 기반으로 규모의 확대, 탈탄소화, 디지털화를 추진하며 미래 시장 변화에 대응해나가고 있다. 반면 국적선사들의 경우 상황이 다르다. 코로나 펜데믹 이전과 비교해 중소 국적선사의 경영실적은 개선되었으나 글로벌 선사들과 같은 수준의 미래 대응 준비는 부족한 실정이다.

KMI 최건우 박사(해운금융연구실장) 연구팀은 동 보고서에서 코로나 전후 기간 컨테이너 선사들의 경영실적을 분석하고 국적 중소선사들의 도전과제와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응방안을 제시했다. 현재 컨테이너 시장은 2025년까지 연간 200만teu 이상 신조인도가 예상되는 공급과잉 충격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국적선사들은 향후 컨테이너 시장의 불황에 적극 대비할 필요가 있다. 특히 ‘디지털’, ‘탈탄소’와 같은 미래에 대한 투자를 소홀히 할 경우 시장 내 경쟁력이 상실될 수 있으므로 구체적이고 장기적인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코로나 펜데믹, 컨 선사 경영실적 호조

동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 팬데믹 기간 지속된 높은 컨테이너 운임으로 대부분 선사들의 경영실적이 크게 개선됐다. 코로나 펜데믹 이전인 2019년 세계 컨테이너 평균운임은 teu당 802달러였으나, 2020년 932달러, 2021년 2,026달러, 2022년 2,572달러까지 상승했다. 팬데믹 이전 컨테이너 선사들의 이자 및 세전이익률은 3~5%에 불과했지만 2021년 이후 40% 이상에 달할정도로 크게 상승했다. 이에 따라 컨테이너 선사들의 총 이익은 2,963억달러로 2019년 65억달러 대비 40배 이상 증가했다.

글로벌 컨테이너 선사들은 늘어난 현금성 자산을 다양한 방식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익잉여금을 기반으로 주주배당을 실시하거나 부채를 줄여 재무구조를 개선했다. 머스크는 약 109억달러, 하팍로이드는 111억유로를 주주 배당금으로 지급했으며 에버그린은 임직원에게 인센티브를 지급했다. HMM은 2,400억원, PIL은 10억달러의 부채를 조기상환했다.

이와 함께 친환경 선박 발주로 선대를 확장하고 탈탄소 규제에 대응하고 있다. 2023년 5월 기준 발주잔량은 766만teu로 역대 최고 수준이다. 상위 10대 선사 중 양밍을 제외한 모든 선사들이 팬데믹 기간 동안 신조선을 발주했다. 머스크, COSCO를 중심으로 신조 발주량이 크게 증가했으며, 국적선사인 장금상선의 발주량도 증가했다. 특히 2022년 하반기부터 메탄올 추진선박 발주 비중이 크게 늘어나 머스크 27척, CMA CGM 19척, X-Press 14척, HMM 9척을 발주했다. 또한 다양한 물류기업의 인수·합병을 통해 영역을 확장했다. CMA CGM은 북미 동부, ONE는 북미 서부, MSC는 프랑스에 터미널을 인수했으며 머스크는 브라질에 터미널을 신규 개발했다.

글로벌 선사들은 디지털 전환과 친환경 연료 공급을 위한 준비에 적극 나서고 있다. 블록체인 플랫폼인 트레이드렌즈의 중단에도 불구하고 상위 10대 컨테이너 선사들은 자체적인 디지털 플랫폼 개발 및 고도화를 추진하고, 전자선하증권을 2030년까지 100% 도입하는 것을 추진 중이다. 또한 친환경 연료 공급망을 확보하기 위해 연구기관을 설립하거나 기금을 마련하고 있다. 머스크는 메탄올 공급을 위해 9개 기업과 스페인 정부와 협력을 체결했으며 CMA CGM은 15억달러 규모의 에너지 특별기금과 함께 바이오메탄올 공장에 직접 투자했다.

컨 운임약세 지속, 국적선사 어려움 가중

반면 국적선사의 경우 상황이 다르다. 코로나 팬데믹 시기 경영실적은 개선되었으나 중소 국적선사의 참여 비중이 높은 한일/중 항로의 운임은 원양항로에 비해 상승폭이 크지 않아 명확한 한계가 있었다. 또한 최근 인트라 아시아 항로에 글로벌 선사들의 신규 항로 개설이 잦아 과거보다 경쟁적인 시장으로 전환되고 있어 향후 국적선사들의 어려움이 가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공급충격으로 컨테이너 운임 약세가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여 시장 변화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이 시급한 실정이다. 이에 국적선사들은 △디지털 전환을 통한 사업구조의 변화와 비용 절감 △시장에 공동 대응할 수 있는 협의체 구성 △새로운 시장 진출 모색 △톤 세제 연장 등이 요구된다.

디지털 플랫폼으로 대표되는 디지털 전환은 선사에게 최적화를 통한 수익 극대화와 거래 비용의 감소를 가져올 수 있다. 선사입장에서는 백오피스(back office) 기능이 디지털로 이전되어 비용절감이 가능하고 화주입장에서도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를 통해 물류정보 및 관리비용 절감이 가능하다. 자체적인 시스템 구축이 어려운 중소 선사의 경우 이미 서비스를 운영 중인 디지털 포워더와 협력을 통해 대응할 수 있다. 국적선사들이 시장에 공동대응할 수 있는 협의체도 마련되어야 한다. 공동행위 실행 및 신고 등의 후속 업무 처리 뿐 아니라 한국화주협의회, 항만 터미널 등과 협상력을 제고할 수 있다.

공동운항으로 신규시장 진출 고려

경쟁적인 시장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장 진출을 모색해야 한다. 현재 10개 이상의 국적선사가 참여하는 동남아 항로는 성장 잠재력이 높지만 세계에서 경쟁이 가장 치열한 시장이다. 펜데믹 이후 글로벌 선사들이 인트라 아시아 시장에 서비스를 확장하고 있어 향후에도 경쟁은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적선사들의 신규 시장 진출 시 성공 가능성이 낮을 수 있으므로 대상지역의 선사를 인수하거나 선사간 공동 운항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기업뿐만 아니라 공공부문에서도 선사들을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에서 2005년부터 실시된 톤세제는 2024년 일몰 종료가 예고되어 있어 연장 논의가 진행 중이다. 선사들의 막대한 투자 니즈를 고려해 톤세제를 영구화하거나 최소한 일몰 연장하는 것이 요구된다. 이외에도 한국해양진흥공사에서 해운산업의 구조조정과 ESG에 대응하기 위해 조성된 ‘위기대응 펀드’의 안착과 함께 선제적인 구조조정이 될 수 있는 시장 여건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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