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연료 안개 속 글로벌선사 관망…하반기 신조선 시황 불확실

IMO 규제 강화 선주에 큰 영향 못 미쳐, “선복 공급 축소 통해 시황하락에 소극적 방어”

빅 3사 카타르 LNG선 대거 발주로 수주점유율 30% 이상 회복 전망

 

하반기 신조선 시장은 상반기와 유사한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다만 IMO의 해양환경규제 강화가 글로벌 선주들에게 큰 압박을 주지 못했고 더불어 불확실한 대체 연료 전망으로 인해 신조선 발주에 대해 관망세를 유지하면서 대체연료선 발주에 적극적으로 나설지는 불분명한 상황이다. 신조선 시황이 불확실한 가운데 그나마 카타르 LNG선 발주 등의 영향으로 국내 조선소 수주량은 다소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가 7월 말에 발표한 ‘해운·조선업 2023년 상반기 동향 및 하반기 전망’ 리포트에 따르면, 상반기에 일부 대형 선사가 메탄올 시험선대 구축 등의 이유로 컨테이너선을 많이 발주했지만, 나머지 대형선사들의 움직임이 구체화될 것인지는 불확실한 상태로 상반기 대비 하반기에는 발주 물량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선주 입장에서는 국제해사기구(IMO)가 지난 7월 탄소감축 중기전략을 강화했지만, 큰 압박으로 다가오지 못하면서 신조선 투자에 관망세를 유지하면서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탱커와 벌크선 선주들의 신조선 투자를 하반기 중 끌어내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됐다.
 

건화물선 운임지수(BDI) 추이
건화물선 운임지수(BDI) 추이

상반기 드라이벌크 해운시장은 1, 2분기 모두 신조선박의 신규공급량이 최근 5년간 분기평균에 미치지 못하고 있고 폐선량과 발주량 역시 5년 분기 평균치를 크게 밑돌고 있다. 여기에 선박에너지효율지수(EEXI) 시행에 따라 감속운항까지 적용되고 있어 실질 선박 공급은 당분간 증감 변동성이 약화하여 정체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됐다. 만일 곡물 운송이 본격화될 하반기에는 예년 곡물 시즌 대비 큰 폭의 운임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고 양종서 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박사(수석연구원)는 전망하면서 “3, 4분기 중 저조한 흐름을 보이는 중국 경제성장과 둔화한 세계 경기의 개선이 이뤄지면 벌크선 시황도 빠르게 개선될 수 있다”며 “세계경제의 흐름이 하반기 이후 벌크선 시황의 방향을 좌우할 결정적 요인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조선 운임 추이
유조선 운임 추이

하반기 탱커 시황의 경우 하락할 요인이 산재해 있지만, 전반적인 강세는 유지될 전망이다. 오팩(OPEC)의 감산 기조와 사우디의 자발적 추가감산, 경기둔화에 의한 석유수요 둔화 등이 탱커의 수요 약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최근 수년간 탱커의 신조선 발주량이 미미하고 미인도 잔량이 유조선과 제품선은 선복량 대비 각각 3.5%, 5.9%로 당분간 신조 인도량에 의한 선복량 증가율은 높지 않을 것으로 전망됐다. 양 박사는 “EEXI 규제로 운항속도 감속까지 이뤄지고 있어 탱커선의 공급은 안정화될 것”이라며 “수요 약화로 일부 시황하락 압력이 작용할 것이지만, 이에 따른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되고 하반기 중 전반적인 강세 시황은 유지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CCIF) 추이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CCIF) 추이

반면 ‘컨’선 시황은 하반기에도 어두울 것으로 전망됐다. 전 세계의 경기 흐름의 영향을 많이 받는 ‘컨’ 시장은 금리인상 속도 둔화와 인플레이션 등의 영향으로 단기간에 획기적인 수요 개선이 이뤄지긴 어려울 것으로 양 박사는 보면서 “EEXI와 탄소집약도지수(CII) 규제가 시행되었지만, 상반기 폐선량은 38척 7만 4,000TEU에 불과하다. 시황이 빠르게 하락하고 있지만 ‘컨’선 중고선 거래가 전년 상반기보다도 많은 이례적인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며 “MSC 등 대형선사들이 현재의 혼란 속에서 선대를 늘리는 공격적인 전략을 펼치면서 선복 확보 시도가 큰 원인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특히 EEXI 규제로 운항속도를 감속해야 하는 상황에서 저·무탄소 연료의 대안도 확실치 않아 일부 선사들은 관망하고 있고 운항 감속을 위한 보충 선복을 신조보다 중고선으로 메우려는 시도를 먼저하고 있어 폐선량 하락과 중고선 거래량 증가의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이와 관련 양 박사는 “수요개선 기대감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선복량 증가를 완화할 요인은 보이지 않고 당분간 시황은 하락할 것”이라며 “‘컨’선사들이 지난 2년간 높은 운임을 기반을 축적한 현금성 자산들로 인해 시황 악화를 견딜 수 있는 충분한 체력을 비축하고 있고 선복 공급 축소를 통해 시황하락에 소극적으로 방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하반기 중으로 국내 조선사의 카타르 LNG 운반선 대거 발주로 국내 조선사의 수주가 개선될 전망이다. 카타르가 LNG 생산을 늘리면서 LNG선 발주를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이어 2차 물량 건조에 대한 협상이 국내 조선 빅3사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카타르 국영 석유 기업인 카타르에너지는 3분기에 총 12조원 규모의 17만 4,000㎥급 LNG운반선 40척을 발주할 계획으로 빅 3사는 7월 초부터 선주들과 2차 발주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20년 카타르에너지와 빅 3사는 오는 2027년까지 총 100척 이상의 LNG 운반선 건조를 위한 슬롯 예약 약정서(DOA)를 맺었으며 지난해 1단계 프로젝트에서 54척을 수주했다. 중대한 하자만 없으면 최종 계약까지 이어지기 때문에 국내 신조선 수주점유율은 30% 이상으로 다시 회복할 것으로 양종서 박사는 전망했다. 다만 신조선 수주량 측면에서는 전년 대비 약 31% 감소한 1,150만CGT, 수주액은 약 29% 감소한 330억달러 내외로 전망됐다.

 

전 세계 신조선 시장에서는 LNG 연료는 점차 감소하고 향후 암모니아 연료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암모니아는 2025년 이후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동 리포트에 따르면, LNG선의 수요는 노후선 교체까지 감안한다면 당분간 일정 수준 이상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나, 정점을 지나 신조선 발주량은 점차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암모니아 연료는 아산화질소 배출과 독성 등의 문제가 남아 있지만 무탄소 연료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저감할 수 있는 측면에서 선주들의 기대감이 높은 상황이다. 암모니아 추진선의 상용화가 원활하게 이뤄질 경우 2026년 IMO의 규제 영향 중간점검 시기와 맞물려 선주들이 관망보다는 직접 신조선을 발주하면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신조선 수주량 및 수주액 추이
한국 신조선 수주량 및 수주액 추이

양 박사는 신조선 시황에 대해 “LNG의 수요 증가는 세계적인 탄소중립 노력으로 석탄 등 온실가스 다량 배출 화석연료를 보다 배출이 적은 연료로 대체하기 위한 단기적 노력이다. 이번 해상탄소중립 규제 강화가 LNG선 수요 증가를 직접적으로 견인하진 못할 것이다”며 “해양환경규제가 시행됐지만 3대 선종 중 가장 규모가 큰 벌크선과 탱커선의 신조선 시황은 여전히 불황기 수준으로 아직 규제가 시장을 정상화시켰다고 보긴 어렵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향후 선대규모 700여척에 불과한 LNG선의 수요가 점차 감소하더라도 규모 1만척 이상의 벌크선과 이와 비슷한 물량의 탱커선 시장에서 선주들의 규제 회피를 위한 교체수요가 증가하면서 전반적인 신조선 수요는 정상화될 것”이라며 “현재 선주들의 관망세는 높은 신조선 가격 및 금리 수준의 영향과 더불어 장기적인 대안이 될 저탄소 연료가 아직 뚜렷하게 제시되지 못하고 있어 당분간은 지속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중국 조선소 2분기 메탄올추진선 싹쓸이…국가적 대체 연료 대비해야

특히 중국이 올해 2분기 중으로 메탄올 추진선을 대량으로 수주하면서 우리나라도 국가차원에서 대체 연료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것이 양 박사의 주장이다.

 

중국은 올해 2분기 중으로 전 세계에서 발주된 9,000TEU급 이상 대형 컨테이너선 27척 중 22척을 수주했으며 이중 메탄올추진선 12척 전량을 수주했다. 메탄올추진선을 중국 조선소에 발주한 선사는 머스크와 CMA CGM 2개사로 CMA CGM의 경우 중국 국영선사인 코스코(COSCO)와의 동맹관계와 4월 프랑스·중국 간 정상회담까지 영향을 미치며 중국에 발주했다. 다만 머스크의 경우 중국에 9,000TEU급 대형 ‘컨’선을 중국에 발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금까지 머스크가 소유한 8,000TEU 이상급 123척 중 자회사인 오덴세 조선소가 건조한 35척과 일본 IHI가 건조한 5척을 제외한 모든 선박을 한국 조선소들이 건조했다. 또한 동급 선박의 현재 발주잔량 24척은 모두 메탄올연료추진선으로 2분기 중 중국에 발주한 6척을 제외한 18척은 모두 한국 조선소에서 건조 중이다. 이 같은 머스크의 행보는 조선업 경쟁력과는 별개로 대체 연료인 그린메탄올 부분에서 중국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양 박사는 “머스크의 경우도 연간 80만톤에 이르는 그린메탄올의 중장기적 생산과 공급을 위해 3개의 중국 기업과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또한 올해 3월에는 상하이항 메탄올 벙커링을 위해 중국 SIPG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며 “선사들이 향후 신조선 발주에 있어 단순히 조선사의 경쟁력만 고려하는 것이 아니라 더 복잡한 협력과 이해관계를 따져야 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으며 연료의 생산과 공급 측면에서 국가적으로 월등한 중국이 유리한 이점을 선점하고 있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와 관련 양 박사는 “불확실성을 가진 대체연료와 해상탄소중립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선 국가적 경쟁력을 총동원해야 한다”며 “향후 국내 조선업 경쟁력이 국가의 종합적인 탄소중립 대응 능력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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