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싸고 유능한 외국인 해기사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아”

8월 24일 국회의원 회관, ‘해양정책·제도 및 해양사상 고취 분야’ 논의
“외국인선원 채용 탄력적 운용 및 간소화…사관까지 확대해야”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선원공급국인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에서 선원이 더 이상 나오지 않는 가운데 우리나라의 외국인 해기사 유출이 증가하고 있다. 한종길 성결대 교수는 “유럽 선사들이 우리나라에서 양성했던 인도네시아, 미얀마 선원을 더 많은 급여를 주고 데려가는 상황”이라며 “이는 값싸고 유능한 외국인 해기사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필리핀 선원들이 우리나라 해기사보다 더 많은 급여를 받고 있다”고 우려했다.

윤재갑 국회의원실이 주최하고 대한민국해양연맹이 주관한 ‘국가 해양력 강화를 위한 분야별 포럼’이 8월 24일 국회의원 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개최된 가운데, 이 같은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번 포럼은 해양수산부, 한국해양산업총연합회, 한국해운협회, 동원산업, KCTC, HMM, 흥아해운, 하나마린이 후원했다.

이날 포럼에서는 김인현 고려대 교수가 좌장을 맡아 첫 번째 주제인 ‘해양정책 및 제도 분야’에서 대해 한종길 성결대 교수가 ‘해운·조선·수산 미래인재 확보’를, 두 번째 주제인 ‘해양사상 고취 분야’에서는 정필수 한국종합물류연구원장이 ‘국민 해양의식 고취를 위한 Blue Revolution’을 발표했다.

각 발제가 끝난 후에는 토론이 이어졌다. 발제 1에 대해 권오인 고려종합국제운송 대표, 강석심 하나마린 대표, 정초영 군산대 교수가, 발제 2에 대해서는 윤학배 전 해수부 차관, 김영애 선장, 하영석 계명대 교수가 지정 토론자로 나섰다.
 

 
 

윤재갑 의원은 개회사를 통해 “이상기온으로 인한 해양 생태계 변화와 세계경기 둔화에 따른 수출입 물동량 감소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문제 등 대내외적인 도전에 직면해 있다. 과거 대한민국이 한강의 기적을 일으키며 눈부신 성장을 거듭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다 있었기 때문”이라며 “우리나라 해양수산분야 석학들이 한자리에 모여 이번 포럼을 개최하는 것은 의미가 깊다”고 말했다.

최윤희 해양연맹 총재는 환영사를 통해 “이번 포럼은 해양 안보, 해양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을 국가 정책 또는 제도화하는 것으로 많은 지혜와 열정이 필요하다. 특히 인력문제는 해양산업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의 존망이 걸린 문제로, 해양산업의 인력을 최우선으로 채우도록 설득해야 한다”며 “국민 해양의식 역시 국민의 민족성과 역사를 포함한 심도 있는 분석과 토의가 필요하다. 현재 바다가 왜 부정적인 평가를 받는지 짚어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해양연맹은 이번 토의 결과를 바탕으로 11월 9일에 종합 심포지엄을 개최하여 구체적인 추진과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외국인 선원 국제공동 양성 및 프로젝트 등 국제 해양인재 확보해야”
“선원수급 문제 자율적이고 국제적인 방식으로 풀어가야”

한종길 성결대 교수는 ‘해운·조선·수산 미래인재 확보’에 대해 발제했다. 한 교수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전 세계 선원의 1/5을 공급했던 우크라이나, 러시아에서는 더 이상 선원이 나오지 않고 있다. 두 국가의 선원을 썼던 유럽 선사들이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의 선원을 쓰고 이것도 모자라 우리나라에서 양성했던 인도네시아, 미얀마 선원을 더 많은 급여를 주고 데려가는 상황”이라며 “결국 우리나라 선사들이 쓸 해기사가 없다. 이는 값싸고 유능한 외국인 해기사는 더 이상 존재하니 않는다는 것이고 오히려 필리핀 선원들이 우리나라 해기사보다 더 많은 급여를 받고 있다”고 우려했다.
 

 
 

한 교수의 발표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상급해기사 임금은 벌크선과 컨테이너 대형선사에서 선원공급국 임금의 상위권이나 국적선대 전체 평균은 하위권이며, 탱커선과 LNG선 대형선사와 국적선대 전체 평균은 선원공급국 임금의 하위권에도 못 미치고 있다. 이와 관련 한 교수는 우수해양인재 확보를 위해 △해양대 학제개편 △수도권 5년제 해양전문대 신설 △함정승무 경력의 해기자격과의 연계 강화 △워라벨을 위한 육해상 격차 완화 △해양수산안전보건공단 설립 △국제적인 해양인재 확보 전략 수립 등을 제언했다. 아울러 국제적인 해양인재 확보 전략으로서 한 교수는 “우리나라가 선원양성에 관한 풍부한 노하우와 인재, 인프라를 갖추고 있는 만큼 인재 양성에 필요한 자원을 우리나라가 제공하며, 아시아 각국과 연계를 통해 해양인재양성 허브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ODA사업으로 외국인 선원 국제공동 양성 및 프로젝트 확충 등 정책마련을 강조하고 노·사·정 공동으로 우수한 외국인 선원 등 해양 인재 확보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한 교수는 제안했다.

이어 권오인 고려종합국제운송 대표는 선원 매력도를 1993년 최초로 조사한 한국항해항만학회 논문을 제시하며 “93년부터 한국의 1인당 GDP가 1만달러를 돌파하는 시기로 동시에 선원의 몸값이 높아져 외국으로 송출하기 어려워지기 시작한 분기점이다. 역사적으로 경제가 성장하면서 다양한 직업들이 생겨나기 때문에 선원보다 더 양질의 일자리가 많아져 상대적으로 선원의 매력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전 세계적으로 겪고 있는 선원수급 문제는 노·사·정이 현실을 직시하고 함께 해결책을 마련해 나가야 한다. 규제의 방식보다는 자율적이고 국제적인 방식으로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정부, 대형선사 중심 정책 벗어나… 중소 선사도 쉽게 실행할 수 있는 환경 필요”
강석심 하나마린 대표는 중소형선사의 인력수급의 애로사항과 정부에 중소형 선사만의 차별화된 선원 및 친환경 정책 지원을 정부의 지원을 요청했다.

강 대표는 중소형 선사의 현실에 대해 “중소형 선사들은 사회, 경제적 중요성과 기여도는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정부의 지원, 정책 검토에서 항상 소외되어 왔다. 대형선사와 중소형선사 간의 균형 잡힌 정책 시행 및 지원 없이는 몇몇 대형선사만 살아남고, 중소형 선사는 모두 운항을 중단할 것”이라며 “소수 대형선사 위주 정책의 낙수효과에 기대는 방식이 아니라 적절한 균형을 갖춘 해운 정책이 절실하다”라고 강조했다.

강 대표는 정부의 대형선사 중심 선원수급 정책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선원 매력화를 통한 국민에 대한 정서·제도·물리적 거리 줄이기 △한국선원 양성 방안 정착하기 전까지 탄력적 외국인 선원 채용을 제안했다. 특히 지난 2022년 노사정 합의로 결정된 선원고용지원금 제도에 대해 “정규직을 채용하는 대형선사에만 1인당 1,500만원의 고용지원금을 지원하는 사업이지만, 실제 고용지원금이 필요한 곳은 정규직 채용을 힘들어하는 중소형선사”라고 강 대표는 강조했다. 강 대표에 따르면, 현재 선원부족으로 인해 선원의 지위는 높은 편에 속하며 오히려 회사를 선택할 수 있는 입장이다. 선원에 따라서는 정규직보다 자유도가 더 높은 계약직을 선호하기도 한다. 이러한 제도는 현재의 선원시장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어 지원이 꼭 필요한 중소형 선사들도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개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20대 초반의 해사고등학교, 해양대학교 졸업자들에게만 선원수급 문제를 기댈 것이 아닌 일반 30~50대에게도 선원직을 고려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 대표는 제안하면서 “일반인들도 용이하게 선원직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해운의 저변이 넓어지고 선원부족 문제를 해소하는 궁극적인 방안이 될 것”이라고 제언하고 올해 7월 발표된 정부의 선원일자리 혁신방안에 대해선 “대형외항상선 위주의 정책이고 선원인력문제가 심각한 내항선이나 연근해에서 운항하는 중소형 선사는 배제되어 있다. 근로소득 비과세 범위 확대, 민영주택 특별공급, 국가필수선박 임금지원, 외국인 장학생 도입 등 각종 주요 정책에서 제외된 내항선원은 중소형 선사의 핵심인력인데 관련 정책이 부족한 것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승선 기간 및 유급휴가 제도 개선 시 중소형 선사들도 쉽게 실행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도록 정부의 행정·재정·금융 지원책의 필요성을 제안했다.

이와 함께 △외국인선원 채용 제도 탄력적 운용 △오션폴리텍 확대 시행 및 정기적 개설·지원 강화 △내항선 외국선원 사관까지 채용 확대 △외국인 선원 자질에 대한 선사 불만에 대한 신속한 대응 시스템 구축 △내항 외국인 선원 채용절차 간소화 및 신속한 대응 시스템 구축 △숙련된 외국인선원 장기근속 제도 개선(E-10 비자 기간 확대)을 제안했다.

아울러 친환경 선박 전환과 관련해서 강 대표는 “정부의 ‘글로벌 저탄소선박 정책대응사업’에는 GT 1만톤 이하의 중소형선박을 운용하는 중소형 선사, 내항선사들을 대상으로 하는 정책이 전무하다”며 “해운의 친환경화는 이제 필수이고 중소형선사들도 포함하는 정부의 마스터플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해당 정부의 사업에는 친환경연료사용, 스크러버 등 해양오염저감기술 적용 여부 등으로 선박의 친환경 정도를 판단하고 있지만, 기술과 공간의 한계로 인해 중소형 선박들은 스크러버 대신 저유황유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 대표는 “해당 정책은 중소형 선박에 적용할 수 없는 요구조건이다. 저유황유를 사용하는 선박은 친환경 선박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에서 시행하고 있는 친환경선박인증사업에서 제시하고 있는 친환경 기술도 물리적으로 적용할 수 없는 것이 대부분”이라고 토로했다. 이를 위해 강 대표는 대형선과 차별화된 친환경 기준 마련을 제안하면서 “노후선 교체 시기에 기존 선박보다 친환경기술의 반영도가 개선된 선박이라면 정책금융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지난해 말까지 시행했던 ‘친환경 선박 전환 지원사업’의 재실시를 제안했다.

“국민 해양의식 함양 위해 바다 관심 유발해야”
“헌법에 해양조항 명시, 우수해양 도서 선정 등 인식 제고 방안 필요”

정필수 한국종합물류연구원장은 ‘국민 해양의식 고취를 위한 Blue Revolution’을 발표했다. 정 원장은 해양의식 고취 방안으로써 국민 해양의식 함양의 단계적 추진을 제시했다. △‘바다 제대로 알기’를 통한 바다에 대한 국민 관심 유발 △‘바다 제대로 배우기’를 통한 지식과 정보 제공 △‘바다 직접 체험하기’를 통한 바닷가의 유도 △‘바다 제대로 즐기기’를 통한 해양의식 정착을 제안했다.
 

 
 

이어 윤학배 전 해양수산부 차관은 “우리 해양사상은 외형적인 성과에 비해 국민이 느끼는 바다인식과는 상당한 괴리감이 발생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우리 국민이 바다를 ‘나의 바다’로 생각하고 멀리 있는 바다가 아닌 내 일상에서 ‘숨 쉬는 바다’이자 가장 가까운 존재로 생각하게 만들어야 한다”며 “바다에 문제가 곧 나의 문제를 인식을 갖게 해야 하고 결국 해양력의 문제는 해양의식의 문제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윤 전 차관은 해양인식 제고를 위해 △영국의 ‘fish & kids’ 캠페인과 같은 어린이들의 해양의식 제고 방안 마련 △헌법에 바다관련 조항 포함 △우수해양 도서 선정과 지원·보급 △은퇴한 어민과 어촌마을 주민을 바다관리인으로 활용 △우리국민이 연간 1인당 얼마나 바다를 찾는지 통계화 등을 제안했다.

“유사시 대비한 해기사 양성 필요…제대 해군 활용 방안 필요”
“육상과 경쟁력을 갖춘 선원 임금 인상 절실”

이날 플로어에서는 선원인력 문제와 관련한 다양한 의견도 제시됐다. 김종태 해기사협회 회장은 “후쿠시마 사태, 우크라이나 전쟁 등 유사시를 대비해서 우리나라에 필요한 물자들이 안전하게 운송하기 위한 해기사, 선원의 양성부문도 고려해야 한다”며 “승선 근무 예비역 제도가 기존 1,100에서 2026년에 800명으로 축소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해운업계에서 제대 해군의 활용 방안에 대해서도 고민해 봐야 한다. 결국 해운회사가 우리나라에서 제대로 자리를 잡고 이익을 창출해야 우리나라 해기사 선원들도 양성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해운인력 양성에 대한 쓴소리도 나왔다. 한원희 목포해양대학교 총장은 “해기인력은 잘 양성되고 있는데 문제는 양성된 인력들이 해운업계로 때문에 부족한 것”이라며 “육상과 경쟁력 있는 임금마련이 절실하다. 최소한 선박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은 24시간 근무하고 있기 때문에 육상 월급의 3배를 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우리나라는 헌법에 해양에 대한 가치조차 언급이 안 되어 있다. 꼭 필요한 인력이고 꼭 필요한 정책이라면 국가가 강하게 나서야 한다. ‘국가 해양위원회’ 같이 흩어져 있는 해양 정책에 대한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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