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운노동조합에 대한 공정거래법상 불공정거래행위 규제

- 대법원 2023. 7. 13. 선고 2022두62888 판결 -

 

사안의 개요
가. 원고(전국항운노동조합연맹 울산항운노동조합)는 1980년경 울산지역에서 항만하역작업에 종사하는 근로자를 조합원으로 하여 설립된 산업별 단위노동조합으로서, 고용노동부장관으로부터 울산지역 항만하역 등 근로자공급사업 허가를 받아 근로자공급사업을 영위하면서 각 하역업체에 소속 조합원들을 공급하여 왔다. 
나. 온산항운노동조합이 2014. 12. 2. 설립되어 2015. 8. 3. 근로자공급사업 허가를 받음에 따라 양 노동조합 사이에 갈등이 시작되었다.
다. 항만하역업체인 A회사는 온산항운노동조합과 사이에 노무공급협약을 체결한 다음 B회사의 선박블록 하역작업에 대하여 노무공급을 요청하였다. 
라. 원고는 B회사 내 부두에 농성용 텐트를 치고, 차량과 소속 조합원들을 동원하여 부두 및 선적용 중장비 통행로를 봉쇄하였다(이하 ‘이 사건 행위’). B회사는 A회사에 대하여 A회사와의 운송계약을 해지한다고 구두로 통보하였고, 이에 따라 원고 및 온산항운노동조합 소속 조합원들과 A회사 직원 등은 모두 위 부두에서 철수하였다. A회사는 온산항운노동조합과의 이 사건 노무공급계약을 해지하였다.
마. 공정위는 원고에 대하여, 이 사건 행위가 온산항운노동조합의 하역작업을 불가능하게 하는 것으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에서 금지하는 사업활동 방해행위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시정명령 및 1,000만 원의 과징금 납부명령을 하였다.
바. 원고는 공정위의 시정명령 및 과징금 납부명령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하였으나, 서울고등법원은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고(2021누40364), 이에 원고는 대법원에 상고하였다.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공정위의 처분이 적법하다고 보아 원고의 상고를 기각하였다.
가) 공정거래법 제2조 제1호는 불공정거래행위의 주체인 사업자를 ‘제조업, 서비스업, 기타 사업을 행하는 자’로 규정하고 있을 뿐 그 범위에 관하여 아무런 제한을 두고 있지 않은 점, 국내 근로자공급사업의 경우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에 따른 노동조합만 그 사업의 허가를 받을 수 있는 바, 근로자공급사업 허가를 받은 노동조합은 노동조합의 지위와 사업자의 지위를 겸하게 되는 점, 불공정거래행위 등을 규제하여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촉진하고자 하는 공정거래법의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근로자공급사업 허가를 받은 노동조합도 공정거래법의 적용대상으로 삼을 필요성이 있는 점 등을 고려해 보면, 적어도 노동조합이 직업안정법에 따라 근로자공급사업 허가를 받아 이를 영위하는 범위 내에서는 공정거래법의 적용대상인 ‘사업자’에 해당한다.
나) 원고와 A회사 사이에 2018. 7.경 체결된 노무공급협약은 이 사건 행위 전날인 2019. 1. 20. 기간만료로 종료되었고, A회사가 2019. 1. 21. 이후의 하역작업에 관해서는 원고 대신 온산항운노동조합과 이 사건 노무공급계약을 체결한 점, 이 사건 행위는 원고가 2019. 1. 21. 온산항운노동조합의 하역작업을 저지하기 위한 것으로서, 그 주된 목적은 근로조건의 향상이 아니라 신규 근로자공급사업자인 온산항운노동조합을 배제하고 원고의 독점적 지위를 유지·강화하는 데 있는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행위는 노동조합법상 쟁의행위의 실질을 갖추었다고 보기 어렵다. 
다) 원고는 온산항운노동조합이 근로자공급사업 허가를 받기 전까지 울산지역에서 유일한 근로자공급사업자로서 독점적인 지위를 누리고 있었던 점, 원고의 이 사건 행위로 인하여 A회사와 온산항운노동조합 사이의 이 사건 노무공급계약이 해지된 점, 이 사건 행위의 주된 목적은 신규 사업자인 온산항운노동조합을 배제하고 원고의 독점적 지위를 유지·강화하는 데 있으며, 실제로 원고는 이 사건 행위로 인하여 독점적 지위를 계속 유지할 수 있었던 점 등의 이유로 이 사건 행위가 부당한 방법으로 온산항운노동조합의 사업활동을 방해하는 경우에 해당한다.

 

항만하역사업과 항운노동조합(이하 ‘항운노조’)
가. 항만하역사업의 특성
항만하역사업이란 항만에서 화주 또는 선박운항업자와의 위탁계약에 따라 선박에 의하여 운송된 화물을 인수받아 화주에게 인도하거나 선박에 의하여 운송될 화물을 화주로부터 인수받아 선박에 인도하는 행위, 그리고 이러한 행위에 선행 또는 후속되는 행위를 하나로 연결하는 사업을 말한다(항만운송사업법 제2, 3조). 항만하역사업은 기후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어서 예측이 어렵고 수요가 불규칙하게 변화할 뿐만 아니라 선박의 효율적 운항을 도모하기 위하여 신속하게 화물을 처리할 필요가 있다는 특징이 있다.1) 이로 인하여 항만하역회사는 최소한의 필수인력을 고정인원으로 보유하고, 나머지 필요인력은 작업량의 증감에 대응하여 일용근로자를 활용하는 방식을 채택하여 왔다.2)
직업안정법은 허가를 받지 아니하고 근로자공급사업을 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국내 근로자공급사업 허가를 받을 수 있는 자격을 노동조합법에 따른 노동조합으로 규정하고 있으므로(제33조 제1, 3항), 이러한 규정에 의하여 항운노조는 항만하역사업과 관련한 근로자공급사업을 영위하여 왔다.3) 항운노조는 기존에 복수노조 금지규정4)으로 인하여 사실상 union shop 협정을 closed shop 협정처럼 이용하여 독점적으로 근로자를 공급하고 있었는데, 위 복수노조 금지규정이 2011. 7. 1.부터 더 이상 적용되지 않음으로써 유일한 노조로서의 지위에도 변화가 생겼고, 그에 따라 포항항 및 울산항에서 복수노조가 설립되게 되었다.5) 한편, 항운노조의 노무독점권에 기인한 조합원들에 대한 횡포와 취업비리 등이 발생하자 2006년 항만인력공급체제의 개편을 위한 지원특별법이 시행되면서 항만운송사업자 등이 항운노조원을 직접 상시 고용하는 방식으로 항만인력공급체제의 개편이 이루어지게 되었다.6) 

나. 항운노조와 조합원 사이의 법률관계
항운노조에 의한 근로자공급사업은 다음과 같은 구조로 이루어진다. 먼저 하역사업자와 항운노조를 각각 대표하는 전국적 단체인 한국항만물류협회와 전국항운노조연맹이 단체협약을 체결하여 항만하역근로자의 근로조건 등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을 우선적으로 결정한다. 이후 단위노동조합과 지역항만물류협회가 임금협약서 및 후생협약서를 체결하여 구체적인 사항을 결정한다. 하역업체가 항운노조에 근로자 공급을 요청하면 항운노조는 소속 조합원들로 하여금 하역업체에 근로를 제공하도록 하고, 하역업체로부터 근로를 제공한 조합원들에 대한 임금을 일괄 지급받은 다음 그중 조합비를 공제한 나머지를 각 조합원에게 분배한다.
판례는 조합원과 개별 하역업체 사이의 근로관계에 대하여는 부정하고 있고, 조합원과 항운노조(단위노조) 사이의 근로관계에 대하여는 긍정하고 있다. 조합원과 개별 하역업체 사이의 근로관계에 대하여는, ① 사용업체의 퇴직금 지급의무를 부정한 사례(대법원 1980. 12. 9. 선고 79다2147 판결), ② 사용업체의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의 사용자성을 부정한 사례(대법원 1996. 6. 11. 선고 96누1504 판결), ③ 사용업체에 대한 작업비채권의 최우선변제권을 부정한 사례(대법원 1987. 2. 10. 선고 86다카1949 판결)가 있다. 조합원과 항운노조 사이의 근로관계에 대하여는, 조합원이 항운노조의 근로자임을 전제로 산업재해보상보험금청구를 인용한 사례(대법원 1996. 3. 8. 선고 94누15639 판결)가 있다.
예외적인 사건으로, 대법원은 항운노조 소속 조합원이었던 근로자가 항운노조를 상대로 퇴직금 청구를 한 사안(대법원 2007. 3. 30. 선고 2004다8333 판결)에서 ‘근로기준법상 퇴직금지급의무를 지는 사용자라 함은 실질적으로 근로자가 제공하는 노무에 대하여 보수를 지급할 의무를 지는 자를 말하는 것이고, 그러한 관계에 있지 않다면, 근로기준법 기타 다른 법률 등에 의하여 사용자로 취급되는 경우가 있다고 하여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근로기준법상의 퇴직금지급의무까지 진다고 할 수 없다’는 이유로 항운노조에 대한 퇴직금지급의무를 부정하였다. 위 판결에 대하여 조합원은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임이 명백함에도 개별 하역업체와 항운노조 어느 쪽에도 퇴직금을 청구할 수 없게 되는 납득하기 어려운 결과에 이르게 될 뿐만 아니라 개별적 근로관계에 있어 사용자에 해당함에도 근로기준법 기타 노동관계법령에서 정한 근로자보호규정에 따른 사용자의 책임이 선별적으로 배제될 수 있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있다.7) 다만 위 판결은 항만근로자들이 한국항만하역협회 산하의 항만근로자 퇴직충당금관리위원회로부터 그 소정의 관리운영규정에 정한 바에 따라 퇴직금을 지급받고 있는 점, 항운노조에게 퇴직금지급의무를 부담시킬 경우 과중한 부담을 준다는 현실적 우려 등을 감안하여 법리상 모순이 있음에도 항운노조의 퇴직금지급의무를 부정한 것이라는 평가가 있다.8)

 

항운노조의 공정거래법상 ‘사업자’ 해당 여부
가. 공정거래법상의 ‘사업자’
공정거래법 제2조 제1호는 불공정거래행위의 주체인 사업자를 ‘제조업, 서비스업, 기타 사업을 행하는 자’라고 규정하고 있고, 학설에서는 대체로 사업자를 ‘타인에게 일정한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고 이에 상응하는 반대급부를 받는 행위, 즉 경제활동을 계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하는 것’으로 본다.9) 여기에서 영업성과 독립성을 추출할 수 있는데, 사업이 반드시 영리목적에 국한되는 것은 아니므로 그 목적이 공익성을 띠는지의 여부도 문제되지 않는다.10) 

나. 노동조합에 대한 미국의 반독점법 논의
미국의 경우 1890년 반독점법(Sherman Act)이 제정되었는데 그 인적 적용범위를 ‘Person’이라고만 규정하였고 노동조합에 대하여도 반독점법이 적용되었다. 그 후 1914년 클레이튼법(Clayton Act) 제6조는 ‘노동조합이 그 적법한 목적을 합법적으로 수행하는 것을 제한하는 취지로 반독점법을 해석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여 노동조합을 반독점법에서 제외하였고, 동법 제20조는 연방법원은 ‘고용조건(terms or conditions of employment)’에 관한 사용자와 근로자 간의 쟁의(Disputes)로부터 발생한 사건에 대해서는 인정션(Injunction)을 허가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였다.11) 1932년 노리스-라가디아법(Norris-Laguardia Act) 제4조는 노동쟁의에 관한 연방법원의 인정션 허가 권한을 제한하였다.12) 
1941년의 <United states v. Hutcheson> 사건13)에서 노동조합의 간부가 자신의 노동조합인 목수 조합이 아닌 다른 기계공 조합에게 공사 도급을 주었다는 이유로 피켓 시위 등을 하여 반독점법 위반으로 기소되었는데, 연방대법원은 노동조합의 행위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행동하고 비노동단체와 결합하지 않는 한 책임이 면제된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면제를 반독점법, 클레이튼법, 노리스-라가디아법에 대한 법원의 해석에 근거하였다는 점에서 법정 면제(Statutory Exemption)라고 부른다.14)
1945년 <Allen Bradley Co. v. Electrical Workers> 사건15)에서 노동조합이 뉴욕의 전기공사업자들 및 전기설비 제조사들을 조직화하여 그들과 단체협상을 하면서 전기공사업자들은 노동조합과 closed-shop협정을 맺은 전기설비 제조사들로부터만 구매하여야 한다는 단체협상을 맺었는데, 연방대법원은 노동조합이 사업자와 공모하여 경쟁을 제거하는 행위에 대하여는 법정 면제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사용자 내지는 사용자단체의 경우 법정면제가 적용되지 않았는데, 연방대법원은 노동조합을 포함하여, 단체교섭 당사자들을 보호하기 위하여 비법정 면제(Non-statutory exemption)를 인정하게 되었다.16) 1965년 <Meat Cutters v. Jewel Tea> 사건17)에서는 식료품점을 개업하고 있는 복수의 사용자 그룹과 지역 정육노동자를 대표하는 7개 노동조합은 단체교섭에서 신선육 판매 시간을 제한하는 단체협약을 하였는데, Jewel Tea Co.는 이러한 협약이 반독점법에 위반하여 무효라고 주장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연방대법원은 단체교섭에서 노동조합과 사용자가 임금, 근로시간 및 노동조건과 같은 사항에 대하여 합의하였다면 반독점법 위반의 문제가 발생하지 않아 비법정 면제가 가능하다고 하면서, 이 사건의 경우 정육점의 판매시간은 이와 관련된 사항이므로 위 단체협약은 비법정 면제의 대상이 된다고 판단하였다.18)
1975년 <Connell Constr. Co., Inc. v. Plumbers & Steamfitters> 사건’19)에서는 건설사가 노동조합이 요구한 하도급에 관한 협약의 체결을 거부하자 노동조합에서 피케팅을 하였고, 이에 건설사 측에서는 피케팅의 금지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연방대법원은 비법정 면제가 존재함을 인정하면서도, 이는 임금이나 노동조건에 관한 경쟁적 요소를 제거하여 노동조합을 자유롭게 할 수는 있지만 시장에서 경쟁을 직접 제한할 수는 없다는 전제에서, 위 노동조합에 대한 비법정 면제를 인정하지 않았다.20)

다. 항운노조의 ‘사업자’ 해당 여부
이 사건 이전에 일반적인 노동조합에 대하여 공정거래법 적용 여부를 직접적으로 다룬 사건은 없었는데, 일반적인 노동조합이 ‘사업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구체적으로 영업성과 독립성을 갖추고 특정 사업을 영위하였는지가 쟁점이 될 것이다. 최근 공정위에서 건설노조에 대하여 개별 조합원(레미콘 운전자 등)이 사업자이고 건설노조는 사업자단체라는 전제에서 ‘사업자단체의 금지행위’를 하였다는 이유로 시정명령 및 과징금 처분을 한 사건이 확인된다.21) 다만 항운노조는 일반적인 노동조합이 아니라 사경제의 주체로서 노무 공급을 제공하고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급받는 영업활동을 하므로 공정거래법상의 ‘사업자’에 해당함은 비교적 명백하다. 이는 항운노조의 항만하역사업에서의 독점적 지위를 고려할 때 공정거래법상 제재를 통하지 않고서는 공정한 경쟁질서를 회복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더욱 ‘사업자’로 해석할 필요성이 있다.

 

항만하역사업과 불공정거래행위
가. 불공정거래행위
공정거래법이 금지하는 불공정거래행위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첫째, 동 조항에서 열거하는 행위 유형에 해당하여야 하고(형식적 요건), 그 행위가 실질에 있어 공정한 거래를 저해할 우려가 있어 부당하다는 평가를 받아야 한다(실질적 요건).
형식적 요건과 관련하여, 공정거래법 제45조는 불공정거래행위를 10개의 유형, 즉 거래거절(1호), 차별적 취급(2호), 경쟁사업자 배제(3호), 부당한 고객유인(4호), 거래강제(5호), 거래상 지위의 남용(6호), 구속조건부 거래(7호), 사업활동방해(8호), 부당한 지원행위(9호), 그 밖의 공정거래저해행위(10호)로 나누어서 규정하고 있고, 위 유형에 열거되지 아니한 행위는 불공정거래행위에 포섭되지 않는다. 위 유형은 일반적, 추상적이기 때문에 공정거래법 시행령 제52조에서는 이를 구체화하여 세부적 금지유형을 정의하고 있다. 
실질적 요건과 관련하여, 공정한 거래를 저해할 우려가 있어야 한다는 것은 실제로 공정한 거래를 해친 사실이 있어야 할 필요는 없고, 그러한 위험성이 있는 것으로 충분하고, 그 우려의 정도도 추상적인 위험만으로도 족하고 구체적인 위험성까지 요구되는 것은 아니다.22) 공정거래법은 ‘공정거래저해성’이라는 불확정개념을 사용하는데, 이에 대하여 주류적 학설은 경쟁제한성, 경쟁수단의 불공정성, 거래조건의 불공정성까지 포괄하는 광의의 개념으로 보고 있다.23) ‘경쟁제한성’은 불공정거래행위 심사지침(공정거래위원회예규)에 의하면, 당해 행위로 인하여 시장 가격 상승 또는 시장 전체의 생산량 축소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가능성을 의미하고, 경쟁제한 효과는 경쟁사업자 간 담합 또는 시장력(market power)이 있는 사업자가 경쟁사업자를 배제하는 것에서 비롯된다고 한다. 다만 경쟁사업자 배제효과가 있다고 하더라도 다수 사업자가 경쟁하는 시장에서 특정사업자가 배제된 것에 불과하여 시장경쟁의 성과에 변화가 초래되지 않는 경우라면 경쟁제한 효과는 없다고 한다. ‘경쟁수단의 불공정성’은 상품 또는 용역의 가격과 품질 이외에 바람직하지 않은 경쟁수단을 사용함으로써 정당한 경쟁을 저해하거나 저해할 우려가 있는 것을 의미한다.24) ‘거래내용의 불공정성’은 거래상대방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저해하거나 불이익을 강요함으로써 공정거래의 기반이 침해되거나 침해될 우려가 있는 것을 의미한다.25) ‘부당성’과 관련하여서는 통설과 판례(대법원 2004. 4. 9. 선고 2001두6197 판결 등)는 ‘공정거래저해성’을 부당성의 핵심적 판단표지로 이해하고 있는데, 공정거래저해성이 인정되지 않으면 부당성도 인정되지 않지만, 공정거래저해성이 인정되는 경우라고 하더라도 정당화 사유가 존재하는 경우 부당성이 부정될 수 있다.26)

나. 불공정거래행위의 유형으로서 사업활동방해
불공정거래행위의 유형 중의 하나인 사업활동방해는 그 세부적 금지유형으로 기술의 부당이용(가목), 인력의 부당유인·채용(나목), 거래처 이전 방해(다목), 그 밖의 사업활동방해(라목)를 두고 있는데, 이 사건에서는 ‘그 밖의 사업활동방해’가 문제되었다.
‘그 밖의 사업활동방해’에 해당하려면 사업자의 행위가 부당한 방법으로 다른 사업자의 사업활동을 심히 곤란하게 할 정도로 방해하는 경우이어야 한다. 불공정거래행위 심사지침에 따르면, 다른 사업자의 사업활동을 현저히 방해하는 모든 행위가 대상이 되는데, 방해의 수단을 묻지 않으며, 자기의 능률이나 효율성과 무관하게 다른 사업자의 사업활동을 방해하는 모든 행위를 포함하고, 이 때 다른 사업자는 경쟁사업자에 한정되지 않는다. 이때 ‘부당성’의 유무는, 해당 사업자의 시장에서의 지위, 사용된 방해 수단, 그 수단을 사용한 의도와 목적, 사용된 수단과 관련한 법령의 규정 내용, 문제된 시장의 특성, 통상적인 거래 관행, 방해 행위의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그 행위가 공정하고 자유로운 거래를 저해할 우려가 있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8. 7. 11. 선고 2014두40227 판결 등).

다. 쟁의행위의 불공정거래행위 해당 여부
노동조합법 제2조 제6호는 ‘쟁의행위’를 ‘파업·태업·직장폐쇄 기타 노동관계 당사자(노동조합과 사용자 또는 사용자 단체)가 그 주장을 관철할 목적으로 행하는 행위와 이에 대항하는 행위로서 업무의 정상적인 운영을 저해하는 행위’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러한 쟁의행위는 노동조합과 근로자가 근로조건 유지·개선을 위해 행하는 행위로서 헌법 제33조는 이를 근로자의 노동3권, 즉,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의 하나로 보장한다. 노동조합법은 쟁의행위로 인하여 손해를 입은 사용자가 노동조합이나 근로자에게 그 배상청구를 할 수 없도록 민사책임을 면하도록 규정하고(제3조) 근로조건의 유지·개선과 근로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향상을 목적으로 한 쟁의행위는 그 수단이 폭력이나 파괴행위가 아닌 한 정당행위로서 형사책임이 면제되도록 규정하여(제4조) 근로자·노동조합의 쟁의권을 보호하고 있다.
정당한 쟁의행위임에도 공정거래법상 규제의 대상이 된다면 근로자의 정당한 쟁의권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기에 미국법상의 노동면제 법리와 같이 공정거래법이 적용되지 않거나 불공정거래행위의 요건인 ‘부당성’이 인정되지 않을 여지가 있다.
원고도 이 사건 행위가 정당한 쟁의행위로서 공정거래법상의 사업활동방해로 의율할 수 없거나 부당성이 없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구체적으로 원고와 A회사 사이에 노무공급협약이 종료되었고, 쟁의행위의 주된 목적이 임금, 근로조건 상승보다는 원고의 독점적 지위를 유지, 강화하는데 있었던 점, 적법한 쟁위행위를 하기 위해서는 노동조합법 제41조 제1항의 투표 절차를 거쳐야 함에도 이를 거치지 않은 점, 노동조합법 제42조 제1항은 ‘쟁의행위는 폭력이나 파괴행위 또는 생산 기타 주요업무에 관련되는 시설과 이에 준하는 시설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시설을 점거하는 형태로 이를 행할 수 없다’고 규정하는데, 이 사건 행위는 다중의 위력이나 물리적 강제력으로써 적극적으로 업무를 방해한 것인 점 등을 고려하여 정당한 쟁의행위에 해당하지도 않고 부당성도 인정된다고 판단하였다.

 

결론
이 사건은 노동조합에 대하여 공정거래법상 불공정거래행위를 인정한 최초의 대법원 판결로서 그 의의를 가진다. 다만 이는 근로자공급사업 허가를 받아 사업을 영위하는 항운노조라는 특수성에 기인하는 것으로서 일반적인 노동조합에 대하여까지 공정거래법상 규제를 할 수 있는지 여부는 불확실하다. 또한 만일 정당한 쟁의행위임이 인정되었을 경우 공정거래법의 적용대상이 아니거나 불공정거래행위의 요건인 ‘부당성’이 인정되지 않을 여지가 있었는데, 이 사건은 정당한 쟁의행위에 해당하지 않아 결국 공정거래법상 규제의 대상이 되었다. 이 판결로 인하여 항만하역사업에서의 기존 항운노조의 독점적 지위가 깨어지고 신규 노동조합이 시장에 진입하는데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노동조합 간의 공정한 경쟁이 활성화될 경우 항만물류업계 전반의 효율성 증대를 도모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항만하역 근로자들이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하는 노동조합을 선택할 수 있게 됨으로써 근로자 권익보호도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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