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조선사 연구·설계 인력 9,400명… 2014년 대비 절반 수준

조선소 취업 30%…반도체, 자동차 분야로 핵심인력 누출

글로벌 조선업이 불황기 끝에 호황 사이클이 시작되며 국내 조선업계도 수주 호황을 맞아 이제야 어깨를 펴는가 했지만, ‘인력난’이라는 장벽에 부딪혔다. 연구·설계 인력 수요에 비해 기술인력 공급이 제한적인데다가 조선해양공학 전공자들의 ‘탈조선’ 현상이 발생하면서 조선소가 아닌 타 산업군으로 인재가 누출되고 있는 상황때문이다. 

이와 관련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이하. 협회)가 7월 4일 ‘조선해양산업 기술인력 양성 현황과 현황’ 리포트를 발표하고 국내 4개 대학의 조선해양공학 전공자의 졸업 후 취업흐름을 조사했다. 
 

 
 

국내 조선해양산업의 기술인력은 2014~15년을 정점을 찍었지만, 현재 국내 조선소들은 생산인력뿐만 아니라 기술인력의 규모가 절반 정도로 축소된 상황이다. 동 리포트에 따르면, 국내 조선소들이 보유하고 있는 연구·설계인력은 2022년 기준 약 9,400명으로 8년 전인 2014년 1만 4,169명 대비 4,769명이 줄어들었다. 연구·설계 인력은 새로운 선박을 개발하고 설계도를 구상하는 조선소의 두뇌를 맡고 있는 핵심인력인데 이러한 연구·설계 인력 감소는 조선소의 신기술 구상에 큰 타격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한 정작 국내 조선소에 종사하는 순수 연구인력은 1,250명가량에 불과하고 산업체와 국책연구소 및 유관 연구소 등을 포함해도 전체 약 1,800명 정도로 추산된다. 2014년 2,260명에 비해 약 20%가 줄어든 것이다.  

이러한 조선업 인력이 감소하는 배경에는 국내 조선해양공학 전공자들 대부분이 조선소에 취업하거나 관련 대학원으로 진학하지 않고 타 산업군으로 취업하는 소위 ‘탈조선’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협회 측은 “기술분야가 다양해지고 기존의 조선해양공학과에 벗어나 자율운항 등 신생학과를 개설하고 있지만, 전반적으로 조선해양공학 전공자가 졸업 후 조선소로 취업하는 숫자는 현저히 줄어들었고 현재까지 큰 개선은 보이지 못하고 있다”며 “특히 최근 다전공 기회가 많아지며 AI 분야와 같은 고임금 산업군으로 이탈하는 사례들이 늘고 있다. 상대적 저임금과 직업 안전성에 대한 우려, 기업의 비전 부재 등이 조선소를 퇴사하고 비조선 분야로 전직하고 있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난해 조선해양공학과 학부생들의 졸업 후 취업 현황을 분석한 결과, 조선관련 분야로 취업하는 비율은 약 30%로 저조한 상태이다. 게다가 최근 정부가 다전공 분야 선택에 대한 제한을 완화하는 정책을 실행하면서 AI, 컴퓨터 공학 등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어 조선해양공학과 전공자들 또한 조선해양산업에 대한 충성도가 낮게 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다전공 학업 이후 조선해양 분야가 아닌 반도체, 전기·전자, 자동차 분야 등으로 조선해양공학 졸업생이 빠져나가는 추세라고 협회는 밝혔다. 

특히 조선업이 다른 산업군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2010년대 중반 조선해양산업의 인력이 20만명이 넘었던 것은 2010년 초반까지의 조선시황 활황과 이후 시작된 해양플랜트의 대량 수주와 더불어 타 산업분야와 상대적으로 고임금으로 조선해양산업 종사자들의 처우가 높았다. 하지만 이후 2021년까지 조선산업이 불황기에 빠지면서 임금도 같이 낮아지면서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동 리포트에 따르면, 2019년 기준으로 산업별 대기업 대졸자 신입 평균연봉은 △금융 4,358만원 △석유화학·에너지 4,264만원 △자동차·운수 4,165만원 △제조 4,089만원 △기계철강 4,088만원 △조선중공업 4,050만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타 산업의 경우 평균연봉이 올랐지만, 조선중공업은 2018년 대비 4.7%가 감소했다. 2021년 기준으로 조선 빅 3사에 입사한 4년제 대졸 사원 평균 연봉은 HD현대중공업 4,590만원, 한화오션(구 대우조선해양) 4,481만원, 삼성중공업 4,378만원이었다. 삼성전자 6,950만원, 현대자동차 5,332만원, 팬오션 5,373만원, HMM 5,308만원과 비교하면 크게 뒤처진다.

“기술인력 확보 경쟁 치열…저임금 해소, 직업 안정성 보장이 시급”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면 대형 조선사 간의 기술인력 확보 경쟁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협회 측은 “최근 글로벌 조선산업 시황이 호황기에 접어들면서 조선소들이 임금 상승을 시도하고 있으나, 경영상황이 아직 큰 임금 상승으로 연결할 여력이 없다”라며 “다만 현재 조선소 기술인력들의 입장에선 임금 상승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져 향후 점진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인상 폭과 실행 여부는 조선소 간의 기술인력 쟁탈전 여부 등이 주요한 원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와 관련 대우조선해양이 한화로 인수되어 한화오션으로 재탄생해 기술인력 확보에 나서면서 조선 빅 3사간의 인력 확보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생산직의 경우 외국인 인력 등으로 대체할 수 있지만, 연구 및 설계 분야는 전문성과 기업 기밀성이 높아 대체인력의 확보가 불가능하다. 협회 측은 “기술부서 종사자들은 급여, 근무환경 개선 등을 요구하고 기업입장에선 인건비 상승으로 인한 고정비용 증가는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빅 3사는 인력확보 경쟁의 한계를 논의하고 정부는 조선소, 기자재업체들의 기술인력 양성·유지를 지원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와 함께 “조선 빅 3사가 일부 대학과 조선인력 양성 과정 MOU를 체결하고 있다. 이는 기업 이미지 제고와 조선 기술 분야 이외에도 기계, 화학공학, 컴퓨터, 전기 공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우수 기술인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며 “대학도 우물 안 개구리와 같은 상황을 벗어나 세계적 조선소에 걸맞은 글로벌 기술인재 양성에 힘쓰고 정부 부처는 전문적인 인력양성 기관에 대한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고 재원을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우수 기술인력 확보를 위해 △개인별 연봉제 △개별 성과급 확대 △여성 기술인력 확대 △사내 벤처 등 개인 만족도 향상 제도 운영 △전문성 높은 고연령 연구자, 기술자의 근무 상한연령 연장 △글로벌화, 엔지니어링 회사와 협력을 제안했다. 협회 측은 “조선 3사가 기술인력 확보의 노력으로 인력 규모는 서서히 증가할 것이나 급격한 증가는 기대하기 힘들다”며 “조선업이 활성화되고 조선소의 이익이 증가하여 종사자들에게 이익을 분배하는 것이 가장 좋은 해법이 될 것이다. 또한 조선분야 직업에 대한 안정성과 기업의 비전에 대한 믿음이 가장 중요한 사안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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