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운항선박의 3단계 법적지위
해양수산부 주관으로 Maritime Week(2023.6.14.-)가 열려서 각종 세미나에 참석했다. 자율운항선박도 큰 주제였다. 완전히 무인인 4단계보다는 3단계를 목표로 하고 있는 분위기도 감지했다. IMO 법률위원회 작업반도 3단계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한다. 3단계는 육상의 원격조종자가 선박을 모니터링하고 있다는 점에서 안전장치가 마련되는 점에서 4단계와 다르다. 4단계는 이러한 원격조종자가 없이 AI와 프로그램으로 선박이 운항된다. 3단계에서의 자율운항선박의 법적지위가 어떻게 될지 궁금하다. 선박자체에는 사람이 타고있지 않지만 육상에서 원격조종자가 있기 때문에 그를 운송인의 이행보조자, 피용자, 그리고 선장을 대신하여 대리권을 가지는 자로 볼 수 있다고 본다. 그렇다면 대부분의 현재의 법리가 그대로 적용되므로 큰 혼란은 없을 것이다. 육상의 원격조종자가 선원법상 선원으로 인정될 것인지는 의문이다. 선원은 위험한 배위에서 승선을 해야 하고 그 위험을 인정하여 보호의 대상이 된다. 원격조종자는 육상에 근무하기 때문에 이와 다르다. 선박충돌사고가 발생한 경우 원격조정자는 선박소유자의 피용자이므로 선박소유자는 그 사용자로서 사용자책임을 부담하게 되는 것으로 이론구성이 가능하다.

 

폐선과 관련된 홍콩협약의 내용
선박은 조선소에서 건조되어 선박소유자에게 인도되어 25년정도 운항에 사용된 다음 폐선되는 절차를 밟게 된다. 상법 해상편은 인도된 다음의 운항에 종사하는 선박을 적용대상으로 한다. 폐선에 대하여는 국제적인 통일을 위한 국제조약이 없었다. 라이베리아가 비준함으로써 2025.6.부터 선박재활용협약(홍콩협약)이 발효된다. 선박의 해체작업은 아주 위험성이 높은 환경하에서 이루어지는 것으므로 작업자의 보호가 필요하다는 국제적인 인식하에서 이 조약을 입안하게 되었다. 그래서 선박은 석면과 같은 위험한 물질에 대한 리스트를 작성하고 비치해야 한다. 해체를 담당하는 조선소도 작업자가 석면 등의 피해를 입지 않도록 조선소가 위치한 체약국 정부가 협약에서 정한 조건에 충족시에 허가하고 관리할 의무를 부담하게 된다. 이렇게 하여 선박의 해체 등의 작업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이 위험물질로부터 피해를 방지하도록 함에 이 조약의 목적이 있다. 이 조약은 헤이그비스비 규칙, 선주책임제한조약(LLMC)와 같이 민사적인 손해배상과는 전혀 무관하다.

 

선하증권에 ‘부지문구’가 있는 경우
부지(不知)문구와 관련된 서울중앙지방법원 2022.3. 23.선고 2020가합558888판결을 소개한다. 국내 컨테이너 운송선사는 일본으로부터 냉동화물을 싣고 선하증권(B/L) 발행해주었다. 선하증권에는 수령한 내용물의 상태는 알 수 없다는 취지의 부지문구(unknown clause)가 적혀있었다. 한국에 도착한 냉동화물이 손상된 상태임을 수하인이 알고 손해배상청구를 운송인에게 하였다. 운송인측은 자신들은 제대로 냉동상태를 유지했고, 운송물을 수령하기 전에 냉동이 덜 된 상태로 실렸을 것이라고 항변했다. 손해배상청구를 위해서는 원고가 손해를 입증해야 한다. 운송인에게 양호한 상태로 운송물을 넘겼고 수령해보니 손해가 발생했음을 입증하면 된다. 수령시의 상태는 사진을 찍는 등 쉽게 입증이 가능하다. 수령시가 문제가 된다. B/L은 운송물에 대한 수령증으로서 기능한다. 그래서 다른 내용이 없는 상태의 Clean B/L을 발행했다면 화주측은 선하증권의 제시만으로 선적시 양호한 상태의 화물임을 입증한 것이 된다. 실무에서는 봉한 상태로 송하인이 운송인에게 운송물을 인도하기 때문에 ‘부지문구’를 넣는다. “수령만 했지 그 내용의 상태나 개수는 알 수 없다”는 취지다. 이 경우 화주측은 인도시의 상태를 스스로 입증해야 한다. 이제는 다시 원칙으로 돌아와서 화주측이 손해를 입증하게 되는 것이라서 불리하게 된다. 법원은 선박에 인도되기 전 29도까지 기온이 높았는데 냉동이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에 있을 수 있었다고 보았다. 입증책임은 입증을 제대로 못하면 책임을 부담하는 측이 패소하게 된다. 화주측은 패소하게 되었다.

 

팬오션의 벙커링 사업 진출
해상기업은 선박을 가지고 운송을 하거나 용선을 주는 것을 주된 영업방식으로 취한다. 해상법에 나와 있는 영업방식은 위 두 가지이며, 그 외에도 선박을 이용한 다양한 방식으로 해상기업은 영리활동을 한다. 머스크와 같은 해상기업은 예선업에 종사한다. 팬오션이 벙커링 사업에 진출했다는 기사가 났다. 벙커링은 선박에 필요한 연료유를 제공하는 일을 말한다. 선박은 선박연료유를 부두에 설치된 설비로부터 수령하는 경우도 있지만 해상에 떠있는 연료유공급 선박으로부터 공급받기도 한다. 팬오션이 벙커링 사업을 하는 것에는 두 가지가 있을 수 있다. 벙커링을 전문으로 하는 선박을 건조해서 소유하면서 이 선박을 벙커링 사업자에게 빌려주는 방법이 그 하나로, 선주업인 것이다. 자신은 운항을 하지 않으면서 소유만하고 용선료를 수령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직접 벙커링 제공자가 되는 것이다. 선박연료유를 소유하면서 공급하는 일까지 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고, 소유와 공급을 분리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기사에 의하면 팬오션은 벙커링 선박을 소유하는 선주사의 사업을 시작한 것이다. 훌륭한 포트폴리오 전략이라고 본다. 비록 그 선박이 화물의 운송에는 종사하고 있지 않지만, 영리행위를 하는 것은 틀림없으므로 상법의 적용대상이 되고, 책임제한권을 운항자가 가진다.

 

MEPC 제80차 회의결과(2023.7.첫주)와 친환경 선박관련 비용과 책임
탈탄소화를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이 잰걸음이다. IMO는 선박의 탄소배출을 2050년까지 제로로 한다고 결의했다. 2030년까지 2008년 기준으로 20% 감축(30% 노력), 2040년까지 70%(80% 노력) 감축을 목표치로 설정했다. 선박관련 친환경 규제에 관해 누가 비용을 부담할 것인지, 새로운 밸류 체인을 해상법이 어떻게 수용할지 크게 두 문제가 있다. 신조선의 경우 친환경 관련 새로운 설비의 설치는 선박소유자가 그 비용을 부담한다. 기존 선박에 친환경설비를 새롭게 추가하는 경우 비용은 원칙적으로 선박소유자가 부담하지만, 용선자가 부담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국적취득조건부 선체용선(BBCHP)이나 장기항해용선(CVC)인 경우에는 용선자도 일부 부담하는 약정이 체결될 수 있다. 용선기간 중 어떤 친환경 선박연료유를 사용할 것인지는 운항과 관련되므로 정기용선자의 몫이다. 연료유를 선택적 사용할 수 있는 기관이 장착된 경우 정기용선자는 자신의 비용으로 연료유를 선택할 수 있다. 벙커링 시설이 멀리 떨어져있기 때문에 회항을 하면서 소요되는 비용은 정기용선자가 부담한다. LNG를 사용하면서 배출되는 탄소를 포집하여 처리하는 CCUS방식이 부각되고 있다. 기존의 선박 연료유에 큰 변화를 주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선사들이 많은 관심을 가진다. 탄소를 발전소나 선박으로부터 포집하여 이를 처리장으로 이동시키거나 바다에 저장시키는 과정에서 해상운송이 개입된다. 이미 MOL은 이런 ‘액화된 배출탄소운반선(LCO2)’의 설계를 마쳤다. 이 선박은 수출입 화물을 운송하는 것은 아니지만 운송을 인수한 운송인으로서 상법 해상편의 적용대상이 된다. 다만, 액화배출탄소처리업자는 포집, 운송, 보관이라는 일련의 과정을 모두 인수하는 자이므로 신종 상인으로서 새로운 법체계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김인현 고려대 해상법연구센터 소장)

 

** 월간 ‘해양한국’은 고려대학교 해상법연구센터와 협업으로 해사산업계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법률적으로 의미를 부여하는 ‘해상법 브리핑’을 연재한다.  

저작권자 © 해양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