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한 비상대응 메뉴얼, 안전 훈련·교육 강화 필요”

6월 8~9일 부산항 국제전시컨벤션센터 해양사고 조사사례 공유·예방논의

 

지난해 국내 연안에서 2,863건의 해양사고가 발생하면서 좀처럼 해양사고가 줄어들지 않고 있는 가운데 해양사고의 발생 원인별 정확한 비상대응 절차가 미흡하고 교육훈련이 미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양진영 인천해양안전심판원 수석조사관은 “탱커선의 가스누출과 여객선 화재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실질적인 안전교육 훈련 시행과 비상 대응 지침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해양수산부 중앙해양안전심판원이 6월 8일부터 9일까지 이틀간 부산항 국제전시컨벤션센터(BPEX)에서 개최한 ‘2023년 국제 해양사고 조사 연수(워크숍)’에서 이 같은 제언과 함께 선사 및 유관 업·단체와 해양사고 조사사례를 공유하고 사고 예방 방안을 논의했다.
해수부의 해양안전종합정보시스템의 사고유형별 해양사고 통계자료에 따르면, 2022년 기준으로 △충돌 244건 △전복 98건 △침몰 30건 △화재폭발 147건 △안전사고 154건 △접촉 39건 △좌초 168건 △기관손상 871건 △부유물 감김 337건 △운항저해 122건 △해양오염 57건 △침수 249건 △기관 손상 266건 △기타 81건으로 총 2,863건의 해양사고가 발생했다.
이는 지난 2018년 2,671건의 해양사고 대비 192건이 증가했으며, 2021년 2,720건 대비 143건이 증가한 수치로 국내 연안 해양사고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선종별 사고 건수로 보면 여객선은 2021년 36건 대비 2022년에 70건으로 약 94%가 증가했으며, 화물선도 ’21년 110건 대비 ’22년 147건으로 34%가 증가했다. 이처럼 해양사고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 중앙해심원이 선사 안전관리자, 유관 업·단체, 전국 해양사고 조사관 등을 대상으로 해양사고 조사사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교훈을 공유하고 해양사고 관련 전문가들과 사고예측 알고리즘을 활용한 해양사고 예방 기법, 해양사고 발생의 인적요인과 사고방지 방안 등을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강용석 중앙해양안전심판원장은 “이번 연수가 해양사고 조사를 통해 밝혀진 사고원인과 사고사례가 주는 교훈을 반면교사 삼아 우리 선원·선박의 안전의식을 높일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며 “앞으로도 해양사고 조사가 공정하고 객관적이며, 보다 전문성 있게 진행될 수 있도록 조사 역량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가겠다”라고 말했다.

 

지민철 “빈번한 수밀문 사고, 체계적인 수밀문 운영 및 관리절차 수립, 정비체계 마련해야…부선과 예인선
연결 시 조타실 시야 확보, 추가 경계인원 배치 필요”

지민철 중앙해양안전심판원 국제조사1팀장 사무관은 2022년에 발생한 이사부호 선원 사망사고 사례를 들어 수밀문 사고에 대한 안전 대책마련 방안을 발표했다.
지난해 7월 5일 인도양 해상에서 수밀문을 점검하던 이사부호의 전기장이 수밀문을 개방한 후 다시 닫는 과정에서 수밀문에 끼여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중앙해심원의 사고경위에 따르면, 해당 전기장은 같은 날 오후 1시부터 1시 50분까지 기관조정실에서 작업안전회의를 참석한 후 기관작업실로 이동하여 작업 공구를 챙겼다. 오후 2시 15분경 기관작업실과 냉각수실을 통해 체육실로 이동하여 3시 5분경까지 수밀문 배전반 및 구동계를 점검했다. 이후 주갑판 선미부 흡연구역으로 이동하여 3시 8분경부터 12분경까지 체류했다. 이후 흡연구역에서 선내구역으로 이동하여 3시 15분경 고정핀을 뽑고 수밀문을 개방 후에 체육실로 건너가며 고정핀을 꽂았다. 이때 시간이 지체되면서 수밀문이 전기장을 압박하여 탈출하지 못한 전기장은 문틀에 갇히게 됐다. 3시 30분경에 기관장이 수밀문에 낀 전기장을 발견한 후 선내에 사고발생 상황을 전파 후 선장에 보고했다. 선원들은 수밀문을 개방하여 구조활동을 실시했으나 전기장의 호흡과 맥박이 없었으며 모리셔스로 7월 9일 회항했지만, 현지 당국의 의사로부터 최종 사망 판정을 받았다.
중앙해심원은 수밀문에 대해 △운영 및 관리 △고정핀 △점검 및 정비 △작업 및 작동 안전지침 △안전교육 및 폐쇄훈련 등으로 사고를 분석하고 해당 사고를 안전사항 이행 미흡으로 판단했다. 지 사무관은 “수밀문을 조작하던 전기장이 기본적인 안전사항을 따르지 않고 움직이는 수밀문 사이를 통과하려 했던 과실에서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며 “수밀문 운영·관리, 주기적인 수밀문 점검·정비, 수밀문 안전 교육·훈련 등이 적절하게 수행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수밀문 끼임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중앙해심원은 △체계적인 수밀문 운영 및 관리절차 수립 △주기적인 수밀문 점검과 정비체계 마련 △수밀문 폐쇄훈련 및 안전교육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지 사무관은 “수밀문의 안전성 유지를 위해 운영과 관리절차를 수립하고 운영지침에 반영해야 한다. 수밀문 운영책임자 지정 및 안전한 통행절차를 마련하고 조작레버에 임의 설치한 고정핀을 제거하여 정상작동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며 “주기적인 정비계획과 담장 정비책임자를 운영지침에 명시하는 등 효과적인 예방정비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특히 수밀문 개폐점검 시 2명 이상의 인원을 투입하고 선교와 통신체계를 유지하여 안전한 작업이 이뤄질 수 있도록 개선절차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승조원들에게 수밀문 작동법과 안전통행 지침서를 제공하고 수밀문 개폐를 포함한 충돌상황 훈련을 실시하도록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지 사무관은 강조했다.
해외에서도 수밀문 사고는 항해도중 빈번하게 발생하는 사고로 영국에서는 2001년 3등기관사가 닫히는 수밀문을 지나가다 왼팔이 절단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또한 미국에서도 선장이 기관실 동력을 끄고 나오는 중 저절로 닫히는 수밀문에 끼여 압사했으며 영국에서는 2008년 수밀문이 빨리 닫히면서 기관부원이 부상당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외 에도 2009년도에는 뉴질랜드와 바하마에서 이 같은 수밀문 사고가 발생하여 선원이 사망하거나 부상당하는 경우가 발생했다.
이 같은 수밀문 사고는 선내생활에서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중앙해심원도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수밀문 특성상 강한 압력으로 닫히고 끼임방지 센서가 없어 계속 닫힌다. 또한 닫히는 힘은 사람의 힘으로 버틸 수 없으며 개폐 시간이 20~40초 사이로 짧아 더 많은 주의가 요구된다. 지 사무관은 “수밀문을 통과할 때 문이 완전히 열린 후 통과하고 건너갈 때는 양쪽 조작레버를 잡고 통과해야 한다”며 “물품 이동시에는 문여는 사람과 짐을 나르는 사람이 분담하고 수밀문 부근 미끄럼 방지를 위해 청결을 유지해야 한다. 반드시 수밀문 개폐 정비 작업 시 2인 1조로 실시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와 함께 지 사무관은 경계소홀로 인한 충돌 및 좌초 사고유형에 대한 주요 심판재결 사례를 공유했다. 지 사무관은 “당직 중 다른 업무수행 등으로 인한 경계소홀로 인한 충돌사고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 선내 선원들은 시·청각 및 모든 수단을 이용해서 주위를 철저히 경계해야 한다. 어떠한 경우라고 경계를 소홀히 해서는 안되며 항해당직자는 경계에 방해되는 다른 업무수행을 자체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졸음운항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휴식보장, 피로를 느낄 경우 추가 경계원을 배치하고 당직 중 졸음을 야기하는 감기약, 신경통약 등 약물복용을 자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와 함께 지 사무관은 예부선 사고 사례를 통해 주의사항도 당부했다. 그는 “부선을 예인선에 연결 시 충분한 조타실 시야를 확보하도록 연결하여 출항하고 필요시 추가 경계인원을 배치해야 한다”며 “특히 무역항의 수상구역에서 예인선열은 선박입출항법 상 우선피항선에 해당하므로 다른 선박의 진로를 방해하면 안되며 예인선열 길이가 200m를 초과하지 않도록 항해하고 조타시 예인선열의 길이를 포함한 조종특성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진영 “선박 화재, 가스 누출 대응 메뉴얼 구축, 안전 점검 강화해야”
양진영 인천해양안전심판원 수석조사관은 탱커선의 가스누출 사고와 여객선 화재사고 사례를 공유하고 안전 지침 강화 및 교육·훈련을 강조했다.
먼저 양 수석조사관은 화물 적재 중 사망 사고 사례를 공유했다. 양 수석조사관 발표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9년 8월 2,688톤급 오일 케미컬 탱커선이 대만 마이랴오항에서 3,000톤의 비닐 아세테이트 모노머(VAM)을 적재를 위해 선원 한명이 액체 화물 흡입 파이프인 벨마우스로 탱크에 주입하는 작업도중 가스중독으로 호흡곤란을 호소하며 탱크 바닥으로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해당 선원의 심폐소생술을 실시했으나 사망으로 이어졌다. 양 수석조사관은 “당시 샘플채취장비가 고장난 상태였으며 선원이 다량의 가스를 흡입하면서 호흡곤란과 쇼크로 인해 탱크 바닥으로 추락하여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양 수석조사관은 탱크 청소 중 치명적인 사고 사례도 공유했다. 양 수석조사관 발표자료에 따르면, 2020년 11월 23일 6,823톤급 오일케미컬 탱커선이 대만과 중국에서 유해화학물질을 적재하고 한국에 화물을 내린 후 필리핀 마닐라로 향하는 도중 탱크 내부를 청소하는 선원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양 수석조사관은 “당시 선원은 마스크(SCBA) 등 안전장비를 착용하지 않은 채로 빈 탱크 안으로 들어갔고 쇼크와 무산소증으로 호흡곤란이 오면서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한 사례이다”며 “두 사고의 공통점은 안전절차를 무시하고 작업을 진행했으며, 선장의 미흡한 대처가 사고를 크게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선박 화재에 대해서도 양 수석조사관은 “부산과 제주를 주 3회 왕복 운행하는 4,166톤급 카페리 여객선에서 2011년 9월 5일 130명의 승객을 태우고 부산에서 제주로 운항하는 도중 화재가 발생하여 승객들이 대피하는 사고가 발생했다”며 “이 경우에도 제대로된 안전지침이 없었으며 스프링클러도 제대로 작동이 되지 않아 화재를 더 키웠던 사고였다”고 밝혔다.
양 수석조사관이 공유한 사례의 공통점으로 △안전지침 미흡 △승무원 초기대응 미흡 △안전장비 미흡 △안전장비 정비 미흡 등으로 발생한 사고라고 강조하면서 “안전보건공단의 화학물질정보(MSDS)를 숙지하고 스프링클러 작동을 포함한 실질적인 훈련을 실시해야 한다”며 “또한 이산화탄소 차단 장비의 점검을 주기적으로 실시하고 명확한 안전 메뉴얼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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