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 기고문은 (재)한국해사협력센터가 격월로 발행하는 ‘탈탄소화 국제해사동향(Vol. 6)’에 수록된 ‘친환경선박 발주현황 분석 및 전망’의 주요 내용을 요약·정리하였음을 밝힙니다.

 

 
 

친환경 대체연료 선박의 발주량 급증
친환경선박 발주가 본격적으로 증가하면서 국제해운은 자국의 산업 환경에 적합한 대체연료를 채택하고 원활한 연료 공급망 구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2020년부터 시행된 ‘친환경선박법’을 기반으로 다양한 대체연료의 개발 및 적용을 적극적으로 검토 중이다.
[그림 1]은 Clarksons Research(이하 Clarksons) 자료로서 대체연료를 채택한 선박의 발주량 증가 동향을 보여준다. 2013년에 전체 발주 선박의 5% 정도였던 대체연료 채택 선박의 발주 비율은 10년이 지난 2023년 현재 50% 수준으로 대략 10배 증가했다. 
친환경 대체연료 채택 선박 발주의 주요 내용으로서 LNG 연료의 상용화에 대비해 개조가 가능한 ‘LNG레디(Ready)’ 선박의 발주는 소폭 감소하고 있으며, LNG 및 메탄올추진 선박은 크게 증가하고 있다. 또한 소형 여객선 부문에서 배터리를 활용한 하이브리드 방식의 전기 추진 선박의 발주는 증가하는 추세이다.

 

대체 연료별 친환경선박 발주현황
❶ LNG추진 선박 발주 증가와 LNG레디 선박의 발주 감소
[표 1]에 나타난 선박의 운항 및 발주현황에서 톤수를 기준으로 볼 때, 현재 운항 선대의 약 8%(1억 2,460만GT)가 대체연료를 사용하고 발주 선박의 약 56%(1억 620만GT)가 친환경 대체연료를 채택하였다. 톤수 기준으로 LNG추진 선박의 발주는 전체 발주량의 39.6%를 차지하고 대체연료를 채택한 선박 중에서는 약 70%를 차지한다. 즉, 친환경선박을 건조해야겠다고 마음먹은 선주 3명 중 2명은 LNG추진 선박을 발주한다고 볼 수 있다. 이는 LNG 운송 선박을 포함한다. 
LNG추진 선박을 발주하는 선사를 순위별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순위 1위 선사인 MSC는 중기 측면에서 LNG 연료를 실질적인 온실가스 감축 방안으로 판단하고 LNG추진 선박 발주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2위 선사는 QatarEnergy이다. 세계 최대 LNG 생산국인 카타르는 LNG 생산량을 연간 7,700만톤에서 1억 2,600만톤으로 확대하는 가스 증산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LNG 선박의 발주 증가는 이 사업과 관련되어 있다. 3위인 CMA CGM은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친환경선박 발주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LNG레디 선박 발주는 감소하는 추세이다. 선주의 입장에서 친환경선박으로서 LNG레디 선박이 지닌 장단점을 고찰해보면, LNG레디 선박은 LNG 선박으로 개조되었을 때 진정한 친환경선박으로서 탄소 배출량 감축 등의 이점을 볼 수 있지만, 레디 선박 자체가 향후 개조를 겨냥하여 설계한 선박이기 때문에 개조가 되기 전까지는 친환경선박으로서 기능하기 어렵다.
LNG레디 선박을 LNG추진 선박으로 개조 시, 가장 큰 작업은 추진용 LNG 연료 탱크의 탑재이다. 레디 선박 설계 시 탱크 탑재용 공간은 향후 탱크 탑재에 따른 설계 하중 및 강도 등을 미리 계산하여 둔다. 그리고 개조 전 운항 과정에서 해당 공간은 다른 컨테이너 화물창과 같은 방식으로 사용되다가, 개조 시 해당 공간에 추진용 LNG 연료 탱크를 설치한다. 이러한 일련의 설치 작업은 일반적인 선박 입거(Dock) 수리와 비교하여 많은 시간이 소요되며, 탱크 탑재에 따른 연료 배관 및 부가장치 등 설치에 복잡한 부분이 많다. 
[그림 2]는 세계 최초로 LNG레디 선박을 LNG추진 선박으로 개조한 사례를 보여준다. 해당 선박은 2014년 대한민국 울산에 있는 현대중공업에서 건조되었으며 선주는 독일 최대 컨테이너선사인 Hapag-Lloyd이다. 동 선박은 개조를 위해 2020년 9월 중국 상하이 조선소에 입거했으며, 개조를 마치고 2021년 5월 출항했다. 1,300톤 크기의 LNG 연료탱크를 탑재하는 등 개조를 위해 소요된 비용은 약 3,500만달러(약 466억원)이다. 당시 CEO인 Rolf Habben Jansen은 LNG레디 선박 개조의 복잡성 및 높은 개조 비용을 지적하면서 선박 수명 내에 투자금을 회수할 수 없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힌 바 있다. 
➋ LPG 추진 선박의 현황 및 선종 다변화 과제
현재 LPG를 추진 연료로 사용하는 선박은 LPG 운반선이 대부분이다. 가장 많은 LPG 추진 선박을 발주한 BGN은 아랍에미리트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화학제품 및 원자재 유통 사업을 중점으로 수행하는 글로벌 석유화학회사이다. LPG는 선박연료로 사용될 때 경제성 및 환경규제 대응 측면에서 여러 장점이 있다. 먼저, LPG를 사용할 경우 환경친화적인 특성으로 SOx, NOx 및 PM과 같은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 또한 LPG는 다른 가스 연료와 비교하여 상대적으로 낮은 증기압을 가지고 있어서 저장 및 이송이 용이하며, 국제적으로 생산 및 공급 인프라가 이미 발달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LPG 연료추진 시스템 채택이 LPG 운반선 외 다른 선종에서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이다. LPG 엔진을 제작하는 MAN 회사는 LPG 운반선 외 타 선종에 적용 가능한 LPG 연료추진 시스템 기술을 홍보하며 앞서 언급한 장점을 강조하지만, 현장실적(Track Record)을 중시하는 보수적인 해운산업에서 선주는 LPG 연료 채택에 대해 망설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➌ 바이오연료 추진 선박 현황 및 장단점
2023년 4월, 바이오연료를 채택한 선박의 발주량은 총 12척이다. 12척에 대한 자료를 기반으로 바이오연료 추진 선박에 대한 특별한 경향을 식별하기는 어렵다. 다만 바이오연료 추진은 다음과 같은 일반적인 특징을 지닌다. 연료 측면에서 바이오연료는 대부분 추진 기관에서 직접 연소가 가능해서 기존 운항 선박에 적용이 용이하다. 이 장점을 기반으로 바이오 디젤, 바이오 에탄올, 바이오 가스 등이 현재 국제적으로 상용화되는 추세이다. 또한 바이오연료는 사용 가능한 선박 추진용 엔진 종류가 많다. [그림 3]에 나타난 바와 같이 다양한 엔진 제조사에서 제작한 엔진 모델에 바이오연료를 사용할 수 있다. 
다만, 바이오연료는 에너지 생산 자원이 산발적으로 분포되어 연료의 대량 생산 및 수송에 다소 어려움이 있다. 특히 선박은 연료 수급이 쉬워야 하는데, 바이오연료는 선박용 공급망 및 유통 인프라의 발전이 다소 더딘 상황이다. 또한, 생산 자원이 다양하여 이에 상응하는 생산기술의 종류가 많아 선박에 특화된 바이오연료 개발 및 생산기술의 선택이 상대적으로 어려운 점도 중요한 요소이다. 

➍ 컨테이너 선박 중심의 메탄올추진 선박 발주 증가
메탄올추진 선박의 경우 발주 선박의 70%가 컨테이너선이고, 발주 척수 기준으로 MAERSK가 1위, CMA CGM이 2위, COSCO가 3위를 차지한다. 모두 컨테이너선이 주력 선대인 회사로 대형 컨테이너를 운영하는 글로벌 선사 중심으로 메탄올추진 선박 발주가 증가하고 있다. 컨테이너선은 선적되는 화물이 다양하며 운송 시간 및 비용이 다른 선종에 비해 매우 민감하여 지연 없는 화물의 상·하역이 중요하다. 운송시간을 정확히 맞추기 위해 컨테이너선은 타 선종과 비교하여 상대적으로 평균 운항속도가 높다. 그런데, 선박의 탄소집약도에 큰 영향을 미치는 연료 소모량은 선속 증가에 따라 그 양이 비선형적으로 급격히 증가한다. 컨테이너선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일정 수준 이상의 선속을 유지해야 하므로 친환경 연료 전환에 컨테이너 선사들이 적극적일 수밖에 없다.
메탄올추진 선박의 안정적인 운영 및 탈탄소화 측면에서 그린 메탄올의 원활한 공급이 관건이기 때문에, 발주 선사는 자사 선대의 원활한 메탄올 공급을 위한 인프라 구축에 노력하고 있다. 우리나라 대표 선사인 HMM은 2022년 7월 ‘2050 탄소중립 전략’을 통해 운항 선박의 80%를 탄소 배출량이 적은 친환경선박으로 바꾸는 중장기 계획을 발표하였으며, 2023년 2월 메탄올추진 컨테이너선 9척을 발주했다. 2023년 발주한 메탄올추진 선박 9척 중 7척은 현대삼호중공업, 2척은 HJ중공업에 각각 발주했으며, 총액은 1조 4,128억원 규모이다.

➎ 소형선박 부문에서 배터리 하이브리드 추진 선박의 발주 증가
[표 1]에서 톤수 기준과 척수 기준을 비교하면, 대부분의 경향이 비슷하게 나타나지만, 배터리 하이브리드 선박은 척수 기준으로 전체 친환경선박에서 약 13%를 차지하는 점이 구분되는 특징이다. 즉, 총톤수 기준으로 산정하면 그 비율이 낮으나 척수로 따지면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게 산출된다. 상세 내용을 살펴보면, 주로 연근해를 항해하는 소형선박, 그중에서도 여객선이 연료추진용으로 배터리를 활용하는 하이브리드 전기 추진 방식을 많이 채용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아직은 대형 선박 부문에서 전기 추진선박 상용화가 어려운 실정이지만, 이미 소형선박 부문에서는 유럽 지역의 선사들을 중심으로 전기 추진 선박의 발주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친환경선박 전환, 석유화학산업과의 협력이 핵심
‘친환경선박으로 전환 촉진’ ‘선박연료 패러다임의 변화’와 같은 문구는 이제는 식상한 느낌이며, 친환경 대체연료의 선박 적용에 있어 신중하고 신속한 접근이 강조되고 있다. 친환경선박 전환의 핵심은 관련 기술개발과 함께 선박용 친환경 대체연료의 신속한 공급망 구축에 있다. 항만이 연료 공급지 역할을 한다고 하지만 실질적인 대체연료의 생산 및 유통은 석유화학회사의 몫이다. 석유화학 에너지회사는 해운산업에서 화주로서 역할도 하고 있다. 즉, 친환경선박 전환 촉진의 열쇠는 석유화학 에너지회사가 쥐고 있다. 
레디 선박을 건조하고 친환경연료 관련 저장 및 운송 등 신기술을 개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대체연료 채택의 과도기인 현 시점에서 해운산업이 손을 잡아야 할 곳은 석유화학산업이다. 그 중간에서 항만이 해운과 석유화학 산업의 징검다리 역할을 해주어야 한다. 싱가포르항, 상하이항 및 로테르담항이 이러한 측면에서 발 빠르게 움직이며 해운과 에너지를 함께 끌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울산항만공사는 ‘울산항 2050 탄소중립 중장기 전략체계’ 수립을 기반으로 2023년 4월 HD현대중공업과 메탄올추진 선박 활성화 업무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를 통해 메탄올추진 선박 등 친환경선박 건조를 지원하고 메탄올추진 선박 운항 인프라 구축, 메탄올추진 선박 벙커링 관련 제도 정비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기로 하였다. 
MAERSK는 다양한 친환경 에너지회사와 적극적인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그중 2021년, 파트너십을 체결한 미국의 Wastefuel는 직원수 22명에 설립한 지 5년도 되지 않는 스타트업 회사이다. 회사 규모만 가지고 역량을 판단할 수는 없지만, 지금과 같은 패러다임 전환의 과도기 시점에서는 일단 방향이 정해졌으면 신속히 움직이고 누구와 손을 잡아야 할지 빠르게 판단하여 행동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해운산업계도 친환경 대체연료 개발 및 공급과 관련하여 국내 석유화학 에너지회사와 적극적이고 발빠르게 협력을 도모하여야 하고, 정부도 이러한 협업을 촉진할 수 있도록 관련된 산업 환경 조성에 힘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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