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테이너 박스의 반납 지체료
컨테이너운송은 개품운송의 대표적인 예이다. 컨테이너 박스에 들어있는 운송물을 하나씩 운송하는 개품운송계약을 체결하는 것이다. 규격화된 컨테이너 박스가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함에도 아직 상법상 법제도가 마련되어있지 않다. 컨테이너 박스를 운송인이 보유하면서 송하인에게 제공하는 것이 관행으로 되어있을 뿐이다. 이에 대한 어떤 계약이 있는 것도 아니다. 관습법상 의무이다. 수하인이 박스를 수령한 다음 이를 운송인에게 반환할 의무가 있어야 하는데 이에 대하여도 법률의 규정이 없다. 운송계약상 반납의무를 부담하는 자는 송하인이다. 최근 국내외적으로 가장 문제되는 것은 체화료와 반납 지체료이다. 체화료(demurrage)는 박스를 터미널의 장치장에서 찾아가지 않는 경우에 부과되는 금액이다. 반납 지체료(detention charge)는 소유자인 운송인에게 일정 허용기간이 지난 다음에도 이를 반납하지 않은 경우에 부과되는 금액이다. 수입자인 수하인은 컨테이너 안에 든 수입물을 찾아야한다. 박스도 제때에 반납해야 운송인이 다시 다른 영업에 이를 활용하게 된다. 운송인은 통상 도착 후 21일 정도 자유 시간(free time)을 준다. 이 일자가 지나면 하루 15,000원씩 비용을 청구한다. 그런데 그 액수는 점증한다. 이것은 반납을 유도하기 위한 조치이다. 이런 내용을 정기선사들이 홈페이지에 기재해둔다. 1개월 정도 지난 다음 반납하면 운송인은 홈페이지에 기재된 금액을 일수에 따라 계산하여 청구를 한다. 수입자는 자신이 그런 큰 금액을 지급한다는 약정을 체결한 적이 없다고 한다. 법원은 이를 손해배상액의 예정(Liquidated Damages)이라고 본다. 민법상 과도한 액수에 대하여 법원은 감액을 할 권한을 가진다(민법 제398조). 최근 법원의 판결이 잇달아 나오는데, 법원은 이렇게 부과된 지체료의 약정의 효력을 인정하면서도 지나치게 과다하다고 보아 75%정도 감액을 하여 지급을 하도록 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이런 지체료 부과에 대하여 화주들이 부당함을 FMC에 제소하고 있다. 거의 모든 경우에 운송인들(최근 ONE, Wan Hai Lines)들이 패소한다(g-captain 5.23.자). 새로운 해운법(OSRA 2022)에 따라 과도한 지체료를 부과 혹은 집행하면 수령한 지체료는 돌려주어야 하고 이에 더하여 민사벌금까지 납부해야 한다. 미국은 컨테이너 지체료가 반납을 유인하는 것으로 활용되어야지 영업에서 수입을 올리는 수단으로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원칙을 세워두고 있다. 우리 상법에서 컨테이너 박스에 대한 규정을 두어서 법률관계를 명확히 해야 한다. 박스 반납의무를 수하인에게도 부과하고, 수하인은 신속하게 터미널에서 찾아갈 의무 및 운송인에게 반납할 의무가 있음을 명기해야 한다. 지체된 경우 지급해야 하는 손해배상 액수는 해운협회와 무역협회가 합의하여 정한 금액으로 한다고 정하면 분쟁이 줄어들 것이다. 우리는 미국과 달리 과다한 지체료를 부과했다고 하여 민사벌금을 부과하는 것은 생소한 법제도라서 도입하기 어렵다고 본다. 

 

정류선의 항법
선박이 기관을 정지하고 항해를 하지 않는 상태를 정류선(停留船, vessel lying at stop)이라고 한다. 해상교통법에서 가장 큰 잇슈가 이 정류선의 법적 지위이다. 낚시어선은 특정한 장소에서 선박을 세워두고 낚시를 하게 된다. 고기를 잔뜩 잡은 어선도 항구에 입항하기 전 기관을 정지하고 고기를 박스에 담는 정리작업을 하게 된다. 상선도 도선사와 만나는 시간을 조율하기 위해 아까운 기름을 사용할 필요가 없게 정선을 한다. 이런 선박이 항해하는 선박과 마주치면 어떤 지위를 가질까? 항법에는 조종성능이 우수한 선박이 열악한 선박을 피하도록 하는 규정이 있다. 기관이 고장난 선박을 항해하는 선박이 피해야한다. 위 정류선도 이런 보호의 대상으로 해야 할지가 관건이다. 이들 선박은 언제나 기관을 사용할 수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항해 중이지만 대수속력이 없는 상태로 보아서 일반항법을 적용한다는 것이 다수학자들의 입장이다. 우리나라 해양안전심판원은 선원의 상무규정을 적용해 일반 항해선박이 이들 정류선을 피해야 한다고 한다. 어선선원들이 특히 정류하면 우선권이 있다고 많이 생각한다.  만약, 정류선이 자신의 우측에서 접근하는 선박이 있다면 (1) 전자의 경우 자신이 피항선이 되고 (2) 후자에 의하면 오히려 접근하는 선박이 피항선이 되고 자신은 유지선이 된다. 전자의 경우 정류선의 과실비율 약 70%, 후자의 경우 약 30%로 된다. 학교에서 가르키는 것과 해양안전심판원에서 내리는 재결이 20여년 동안 서로 다르다. 항법은 국제해상충돌예방규칙이라는 국제조약에 의하여 규율되기 때문에 우리나라만 독자적으로 처리할 수 없다. 동 국제조약의 주무기구인 IMO에서는 일반항법을 적용하라고 한다. (1)의 입장이다.

 

해양안전심판원의 재결평석회의 
우리나라는 해양사고의 원인을 파악하고 선박을 운항하는 해기면서 소지자들을 징계할 목적으로 해양안전심판원(이하. 해심)을 운영하고 있다. 조사부와 심판부로 구성되어있다. 지방해심에서는 3명의 심판관이, 중앙해심에서는 5명의 심판관이 합의심을 구성한다. 심판부는 원인재결과 징계재결을 내린다. 선박충돌사고가 제일 사고가 많고 해상교통법이라는 법을 적용하는 것이니 만큼 쟁점이 많다. 심판관들의 재결내용을 외부 전문가로부터 듣고 시정을 해나가는 모임을 만들었다. 2008년부터 운영되는 재결평석회의이다. 부산에서 열린 2023년 상반기(28회) 재결평석회의 주제는 5톤 미만이나 수상레져기구의 조종사들에게도 해기면허를 가진 자들과 동일하게 ‘선원의 상무 및 해상교통법’의 제 규정들이 적용되어야 하는가였다. 법률은 수범자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하고, 소형선박에 대한 면허소지를 확대하고 교육제도를 강화하자는 결론을 재결평석위원들이 내렸다. 이외에도 정류선의 항법, 선원의 상무의 정의 등에 대하여도 활발한 토론을 벌렸다.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토론회 
고려대학교 해상법연구센터와 바다최고위 원우회가 주최하는 2023년 학술세미나가 2023.6.21. 오후 4시부터 2시간 동안 줌을 통한 온라인으로 열렸다. 최근 모 항만공사의 사장이 법정구속된 사건에 대한 반성으로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을 세미나의 테마로 했다. 공사가 갑문의 공사를 수급인에게 주었다. H빔을 아래로 내리던 작업을 하던중 윈치가 넘어지면서 H빔을 조작하기 위해 줄을 잡고있던 근로자가 같이 갑문아래로 추락하여 사망했다. 안전대는 하고 있었지만 안전대를 고정하여 잡아둘 안전장치가 주위에 설치되어있지 않았다. 공사는 자신들은 갑문공사를 도급을 주었기 때문에 건설공사 발주자의 지위라서 산업안전보건법의 적용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법원은 인천항만공사는 큰 조직을 가지고 있고 갑문을 관리하는 자이므로 이 법의 적용대상이 되는 도급인이라고 보았다. 두 번이나 사고가 난 부분에 대한 시정조치의 요구가 있었지만 이것이 시정되지 않은 점, 이전에도 두 번이나 갑문에서 근로자 사망사고가 있었던 점을 들어서 법원은 안전관리최고책임자인 사장이 근로자를 사망에 이르는 미필적 고의가 있다고 보았다. 제167조 제1항(사업주나 도급인이 안전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여 근로자가 사망에 이르면 처벌)에 따라 징역형을 선고했다.
김인현 교수(고려대)가 사회를 보며 쟁점소개를 했고, 송인택 변호사(법무법인 무영, 전 울산 지검장), 이상철 변호사(법무법인 민주) 그리고 이상협 변호사(김&장 법률사무소)가 토론했다. 토론요약은 아래와 같다. (i) 중대재해처벌법은 최고경영자를 처벌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었다. 산업안전보건법은 안전관리책임자 등을 처벌하는데, 반드시 최고경영자가 안전관리책임자를 맡을 필요가 없고 하위 직급이 담당해도 된다. 항만공사 사건에서는 이런 시도가 없이 최고책임자가 안전관리책임자까지를 맡아서 아쉽다 (ii) 두 법 모두 고의범을 처벌하는 구조인데 법원은 사람이 사망했다고 하면 과실범으로 한정할 수 있는 사항이라도 미필적 고의라는 이름을 붙여서 고의범으로 처벌을 하는 경향을 보인다 (iii) 이전에 사고가 있었다든지 예방조치를 취할 것이 내부적으로 보고되었다면 이를 바로 처리하여 사고가 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미필적 고의가 되어 형사처벌된다.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형법상의 업무상 과실치사죄로 처벌된다 (iv) 선박회사가 선원과 선박의 관리를 선박관리회사에 넘긴 경우에도 선박회사가 선박을 실질적으로 지배 관리한다고 보아야 하므로 선박회사의 최고경영자는 중대재해처벌법 제5조상의 적용대상이 된다. 선박이 나용선된 경우에는 선박소유자는 선박을 이제 더 이상 실질적으로 지배관리하지 않으므로 적용에서 탈락되고 나용선자가 적용대상이다.

 

** 월간 ‘해양한국’은 고려대학교 해상법연구센터와 협업으로 해사산업계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법률적으로 의미를 부여하는 ‘해상법 브리핑’을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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