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과학의 발달은 눈이 부시다. 웬만한 나라들은 위성을 쏘아 올려 천체에 운행을 시 키고, 자동차는 스스로 알아서 길 위를 달린 다. 책상 위의 컴퓨터나 손바닥의 휴대폰에서 도 온갖 복잡한 계산을 한 순간에 척척 해내는 그야말로 스마트한 시대를 살고 있다. 

선박에도 그러한 과학의 혜택을 받아서 첨 단기술이 적용돼 있다. 그러나 관심을 받는 주 요 면들만 그러하고 구시대적 형태가 답습되 고 있는 그늘진 부분이 있다. 현대적 시스템 으로 운영되고 있는 선박에 그런 어두운 구 석이 있는가 하고 선박 관계자들도 놀랄 것이 다. 선장들마저도 자기 배에서 어떤 일이 그렇 게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지 못할 것 이다. 그것은 선박에서 사용하는 연료유의 보 유량을 정확하게 계산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인 류가 기하학과 미적분을 사용한 것이 언제부 터이며, 그것들을 계산하는 방법과 도구는 얼 마나 발달하였는가. 그런데 우리는 기껏 통 속 에 들어있는 기름의 양과 그것이 소모되는 질 량 따위를 제대로 계산하지 못해서 커다란 혼 란을 겪고 있다. 

우리가 타는 선박들에서는 연료유 보유량 산출에 오차가 발생한다. 그 양의 많고 적고의 차이는 있지만 많은 선박들이 겪고 있는 일반 적 현상일 것이다. 이 산출 오류의 종류가 몇 가지 있는데, 그중 큰 것은 현재 연료유 탱크 속에 들어있는 기름량 계산이 정확하지 않은 것이다. 동일한 보유량의 기름이라도 선체의 만선과 공선 사이의 경사도(TRIM)에 따라서, 어느 탱크에 기름이 얼마나 있느냐에 따라서, 혹은 선체의 SAGGING과 HOGGING 상태에 따라서 그 산출량이 다르게 나온다. 지금 탱크 속에 담겨있는 실제의 양은 달라질 리가 없는데, 그 산출량은 많았다가 모자랐다가 들쑥날 쑥 하는 것이다. 오차발생에 어떤 일관성이 있 어서 근사치라도 추측 가능한 선박은 그래도 낫지만, 그것마저 어려운 선박도 더러 있다. 

그래도 우리는 오차발생에 최소한의 패턴 이라도 있다고 믿고 그것에라도 의지하려고 한다. 그것은 선체가 수평으로 놓인 이븐킬 (EVEN KEEL), 곧 TRIM 0cm일 때는 오차 가 없을 것이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조선소에 서 선박이 신조될 때의 도크가 수평이니 선체 가 수평이고, 그 속의 기름탱크들도 그렇게 반 반하게 놓인 상태를 기준으로 계산했을 것이 라 여기기 때문이다. 우리가 선박 건조의 과정 을 구체적으로 알지는 못하지만, 이것은 합리 적인 추론이라고 생각되고, 이는 곧 그러해야 할 것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벙커(BUNKER) 검사원들과 기관사들과 얘기를 나눠보니 그렇 지도 않단다. 이븐킬일 때마저도 계산이 맞게 떨어지지 않을 배가 더러 있단다. 나는 이 말 을 믿고 싶지를 않다. 있어도 예외로 치부해버 리고 싶다. 이븐킬에서마저 틀리면 우리는 바 른 것의 기준이 없으므로 틀리다는 말마저도 할 수 없을 것이고, 기름이 얼마 있는지도 모 른 채 대양을 건너다니는 것이 되는 것이다. 

이렇게 혼란스러운 오류의 중심에는 TANK CALIBRATION TABLE(보상교정표)이 있 다. 물 위에 떠있는 선체는 화물이 실리는 상 태에 따라서 선체가 앞으로 뒤로 혹은 좌로 우 로 기울기가 변한다. 그렇게 선체가 놓인 그때 그때의 상태에 따라서 기름 탱크의 기울기도 달라져서 동일한 양인데도 일정 위치에서 계 측하는 기름의 표면 높이가 달라진다. 그 달라 진 표면 높이를 탱크 기울기에 따른 차이를 보 상해서 교정하고, 이를 표로 만들어서 엮은 책자가 그것이다. 그런데 이 보상교정표의 값이 맞지를 않는 것이다. 기름양이 1,000톤이면 선체가 기울거나 표면 높이 가 달라지거나 동일한 1,000톤이 계산돼 나와야 하는데, 980톤이 나왔다가 1020톤이 나왔다가 하는 것이다. 심지 어는 100톤 이상의 차이가 나는 배들도 있다고 한다. 그 이 유는 세깅과 호깅 같은 미묘한 변화도 있겠지만 대체로 보 정치를 정확하게 계산해 놓지 않아서 그런 것이다. 

조선소가 배를 만들 때 이 탱크교정 책자를 만들고 선급 이 이를 승인하고, 선박에서는 그것으로 계산을 해서 기름 을 구매하고 적재하여 엔진을 돌린다. 이 공식적이고 엄중 한 기준 잣대가 되는 값이 틀리다니 놀랍지 않은가. 이와 관련하여 풍문으로 들은 얘기지만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 이어서 옮겨본다. 몇 년 전, 세계 제일의 선사라고 자타가 공인하는 M사의 신조 선박에서 연료유 계산의 오류가 반 복해서 일어나자 조선소에 의문을 제기했더니, 자기네는 CALIBRATION을 정확하게 만들었다고 했단다. 그래서 특별히 보급선 기름양의 객관적인 증명을 확보하고서 선박 의 연료유 탱크에 넣어보았단다. 그러자 그 양이 맞지 않는 것이 확인되어 조선소와 선급에 클레임을 제기하고, 그제 야 난리를 피웠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이러한 탱크 기름양의 계산오류가 불러일으키는 문제 가 운데서 가장 많이 일어나는 일은 본선과 보급자와 선주와 특히 용선주 사이에서 종종 시비를 일으키는 것이다. 연료 유를 수급할 때 수급량의 계산이 정확하지 않음을 보급선 측에서도 알고 있다. 보급자가 이러한 본선의 약점을 알고 서 보급량을 속여서 종종 다투기도 한다. 기름을 빼돌리고 는 본선의 CALIBRATION 오류로 실량보다 적게 산출되 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그래서 1,000톤을 실으면 980톤만 주고는 이 배의 보정책자의 값들이 오차가 있어 서 그렇다고 말하는 것이다. 본선에서는 할 말이 궁색하여 실랑이를 벌이다가 조금 더 받고는 타협하는 식으로 마무 리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본선에서는 이렇게 손실된 기름 양을 엔진의 소모량이 실제보다 많은 것으로 계산하여 잔 량의 아귀를 맞추므로 선주가 손해를 보고, 보급선에서는 그렇게 남긴 기름을 뒤로 어찌어찌하다가 경찰에 적발되어 매스컴에 오르내리기도 하는 것이다. 

다음에는 큰 위험을 야기할 수 있는 것인데, 기름양이 충분하다고 알고서 항해를 하다가 기름 탱크의 바닥이 가까 워지면 갑자기 알고 있던 양보다 훨씬 적게 남았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이다. 대양을 항해하다가 황천을 만나면 1주일 거리를 10일씩 가는 경우는 더러 있다. 그런 것을 감안하여 여유분을 갖고 있는데, 계산오류가 그 여유분을 초과하여 바다 가운데서 기름이 떨어지는 낭패를 당할 수 있는 것이 다. 이런 일들로 잠 못 이루는 경험을 하는 기관장이 더러 있을 것이다. 그래서 기관장들은 이런 점을 감안해서 기름 을 더 많이 싣고 다니려고 하는 것이다. 그러면 그만큼 화 물을 적게 싣게 돼서 역시 선사에 손실이 된다. 

출항할 때 기름의 잔량 계산이 틀려서 그렇기도 하지만, 항해 중 기름 소모량 계산이 또 틀릴 수 있다. 연료유에는 수분과 슬러지가 포함돼 있어서 본선에서 청정을 해서 사 용을 한다. 이 청정 과정에서 슬러지로 분리 배출되는 기름 의 양은 유량계를 통과하지 않아 계량되지 않은 채 없어지 는 기름양이다. 대체로 연료유에는 0.2~0.3% 정도의 슬러 지가 포함돼 있다고 하지만 이 또한 일정하지 않다. 그다음 에는 유량계 자체의 오류도 있다. 우리는 유량계를 믿고 그 에 따라 기름 소모량을 계산하는데, 유량계도 기계인 이상 오차는 있게 마련이다. 이것이 몇 %가 되는지 저마다 다르 고 얼마나 다른지 잘 알기도 어렵다. 유량계를 통과시킨 기 름을 정확한 용량의 탱크에 담아서 그 오차가 얼마나 나는 지 검정할 수 있지만, 오차가 일정하지 않고 기름의 상태에 따라서 다를 수 있어서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다. 

최근 중국에서 만든 어떤 배들은 이 계산 오차량이 5%도 더 나는 배도 있다고 기관사들로부터 전해 듣기도 한다. 기 름 1,000톤에 + - 5%이면 그 양이 1백톤이 된다. 이렇게 차이가 많이 날 경우, ‘기름 앵꼬’라는 황당한 문제뿐 아니 라, 그 잔량 관리에 기관장은 골머리가 아프다. 선주사가 직접운항 선박이나 장기용선 선박에서는 시간적 여유가 있 어서 이 오차량을 공식 기록량과 비슷하게 맞춰가기가 용 이하지만, 기름 보유량 검사가 잦은 용선 선박에서는 그렇 지 않다. 용선을 시작하고 종료할 때, 연료유 잔량 검사를 하는데, 기름 잔량에 대해 너그러운 용선주도 있지만, 작 은 차이에도 예민한 용선주도 있다. 기름 잔량에 차이가 날 경우 검사원에게 잘 설명하면, 그들도 아는 것이니까 양해 해주기도 하지만 그래 주지 않아서 뇌물을 주거나 하는 곤란한 경우도 있다. 

조선소가 이것 하나 정확하게 계산할 능력이 없을까. 각 국의 정부를 대신하는 선급이 또한 이를 검증할 능력이 없 을까. 나는 그분들이 이것의 중요성을 인지도 못하고 성의 가 없어서 그렇지, 제대로 만들려거나 추후에라도 검정을 제대로 하려고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탱크 속에 실제로 들어가서 각 치수를 재보지 않 아도, 제작한 설계도가 있으니 도면을 놓고 가로 세로 높이 와 각도를 잴 수 있을 것 아닌가. 탱크의 벽면이 이리 기울 고 저리 휘고, 측심관(SOUNDING PIPE)은 탱크의 중앙 에 있지 않아서 좀 복잡하기는 할 것이다. 그러나 이리 쪼 개고 저리 나누고 해서 각 부분을 재고 계산하고 합하면 얼 마든지 정확한 부피를 계산할 수 있지 않은가. 오차의 정밀 도는 1% 이하만 되어도 좋겠다. 

이보다 더한 엉터리 경우도 있다. 내 친구가 탔던 배는 방카탱크에 에어벤트(AIR VENT)가 없단다. 기름이 들어 가는 만큼 공기가 빠져나가야 기름이 들어갈 것인데, 빠져 나가지 못하고 탱크 속에서 압축이 되는 것이다. 측심관이 S자로 휘어져 있는 탱크도 있단다. 끈적한 방카가 측심관 벽면에 묻으면 계측 줄자가 달라붙어서 계측을 제대로 할 수가 없는데, 측심관이 S자로 굽어 있으면 기름이 그 부위 에 많이 묻어 있게 되는 것이다. 이런 일들은 기름을 수급 할 때, 탱크에서 기름이 넘쳐서 해양오염을 일으키는 매우 위험한 요인인 것이다. 해양오염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데, 기름탱크를 이렇게 허술하게 만들어 놓았는가. 이러한 문 제들을 조선소에 책임을 돌리지만, 사용자 측에서 수정과 개조를 하지 않은 책임도 크지 않을까. 어떤 배는 선급에 의뢰하여 CALIBRATION TABLE을 다시 만드는 배들도 있지만, 폐선할 때까지 그렇게 운항하는 배들도 많다. 많은 기관장들이 골머리를 앓으면서도 으레 그렇다고 치부하고 수정을 요청할 생각은 잘 못 하거나, 요청해도 눈앞 일에만 급급한 감독들은 수정을 잘 해주는 것 같지 않다. 이 일로 기관부는 일이 힘들고, 회사는 비용 낭비가 된다는 것을 선 주가 알고서 관심을 좀 가져주기를 바란다. 

이뿐이 아니다. 어떤 선사는 용선비를 많이 받기 위해 기름의 소모량을 너무 빠듯하거나 실제보다 적게 들어가 는 것으로 계약을 하여 기름이 모자라서 본선에서 애를 먹는 경우도 있다. 예전에는 그리스 배들이 이런 일로 유명 했다고 한다. 그래서 본선에서는 검사원을 속이려고 갖은 요령을 부렸다고 한다. 기름 소모량은 기관장의 의견을 한 마디라도 듣고 책정해야 할 것 같은데, 기관장은 그런 결 정으로부터 멀리 소외돼 있고, 맞지 않는 아귀를 맞추라고 강요받는 꼴이 된다. 이러한 선박의 구조적 오류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는 연료 담당 2등 기관사는 기름의 모자라거 나 틀린 양을 찾아 헤매기도 한다. 입항하여 기름을 계량 해보니 기름 잔량이 행해 중에 소모한 양과 아귀가 맞지 않 는 것이다. 다들 쉬고 있는데 혼자 갑판에 나가 사운딩을 하고 또 하고, 부두에 내려가서 선체의 TRIM을 눈으로 확 인하여 계산하고 또 하느라 머리를 싸맨다. 이들을 생각하 면 어른들의 진흙밭에서 피어나려고 애쓰는 어린 연꽃을 보는 듯 처연하다. 

연료유 계통만 그런 것은 아니다. 찾아보면 선박 전반에 이렇게 이상하거나, 원래 목적한 대로, 서류대로, 정상적이 지 아닌 것들이 더러 있다. 이런 문제들을 알면서도 기관장 들과 감독들은 자기가 담당하는 동안만 하루하루 기도하며 사는 것은 아닐까. 막연하게 뒤엉겨 있는 업무를 기도만으 로 불안하게 할 것이 아니라, 그 구조를 구체적으로 파악하 여 체계적으로 구조하여 시스템으로 진행해야 할 것이다. 선박의 업무들이 그렇게 개선되지 않고 계속되는 것은 선 박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일을 하는 기관장과 감독 등 선박 관리부서가 힘이 없어서 그런 것으로 생각한다. 선사는 그 렇게 잃는 돈을 좀 아프게 생각하고 일을 제대로 하도록 책 임과 권한을 적절히 배분해 줄 수는 없을까. 

오늘날 인류는 모든 것이 이치와 경위가 들어맞는 합리적 세상을 향해서 현실의 부조리한 일들을 바로잡아 혼란 스러운 일들을 예측이 신뢰되는 질서로 확립해가는 지성의 대명천지를 살고 있다. 오늘날 발달한 과학은 그러한 우리 가 원하는 대로 나아가도록 그 수단들을 뒷받침을 해주고 있다. 그렇게 해야 회사는 치열한 경쟁을 이겨내고 발전을 지속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위해 요인을 제거하고 불합리한 것을 정리하여, 비용 낭비를 줄이려고 업무를 인 간적이고 실질적으로 진행하려고 머리를 애쓰고 있다. 그 런데도 이러한 비효율과 위험이 어두운 그늘에 불편한 진 실로 묻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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