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재해사고에 대한 도급인의 산업안전보건법위반 책임

- 인천지방법원 2023. 6. 7. 선고 2022고단1878 판결 -

 

 
 

1. 사안의 개요

가. 피고인은 인천항만공사의 대표자이고, 망인은 인천항만공사로부터 인천항 갑문 정기보수공사를 도급받은 회사의 소속 근로자이다. 
나. 망인은 갑문 상·하부 가이드장치 분리 작업을 위해 갑문 상부에서 윈치를 이용하여 18m 아래 갑문 하부 바닥으로 H빔, 유압잭, 공구 등을 내리는 작업을 진행하게 되었다. 위 작업 도중 망인 인근에 있던 윈치프레임이 전도되면서 갑문 아래로 추락하자, 윈치프레임의 컨트롤러 및 H빔에 연결된 가이드 줄을 잡고 있던 망인도 함께 18m 아래 갑문 바닥으로 추락하여 그 자리에서 다발성 손상으로 사망하였다.
다. 검사는 피고인 및 인천항만공사에 대하여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아 근로자를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는 범죄사실로 산업안전보건법 제167조 제1항 등을 적용하여 기소하였다.
라. 제1심 법원은 위 범죄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여 피고인에게 징역 1년 6개월, 인천항만공사에게 벌금 1억원을 각 선고하였다. 피고인 및 인천항만공사는 이에 대해 항소한 상태이다.


2. 산업안전보건법의 관련 규정
제38조(안전조치)
① 사업주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위험으로 인한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1. 기계·기구, 그 밖의 설비에 의한 위험
2. 폭발성, 발화성 및 인화성 물질 등에 의한 위험
3. 전기, 열, 그 밖의 에너지에 의한 위험
② 사업주는 굴착, 채석, 하역, 벌목, 운송, 조작, 운반, 해체, 중량물 취급, 그 밖의 작업을 할 때 불량한 작업방법 등에 의한 위험으로 인한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③ 사업주는 근로자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장소에서 작업을 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1. 근로자가 추락할 위험이 있는 장소
2. 토사·구축물 등이 붕괴할 우려가 있는 장소
3. 물체가 떨어지거나 날아올 위험이 있는 장소
4. 천재지변으로 인한 위험이 발생할 우려가 있는 장소
제63조(도급인의 안전조치 및 보건조치) 
도급인은 수급인 근로자가 도급인의 사업장에서 작업을 하는 경우에 자신의 근로자와 수급인 근로자의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안전 및 보건 시설의 설치 등 필요한 안전조치 및 보건조치를 하여야 한다. 다만 보호구 착용의 지시 등 수급인 근로자의 작업행동에 관한 직접적인 조치는 제외한다.
제167조(벌칙) 
① 제38조제1항부터 제3항까지, 제39조제1항 또는 제63조를 위반하여 근로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제173조(양벌규정) 
법인의 대표자나 법인 또는 개인의 대리인, 사용인, 그 밖의 종업원이 그 법인 또는 개인의 업무에 관하여 제167조제1항 또는 제168조부터 제172조까지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위반행위를 하면 그 행위자를 벌하는 외에 그 법인에게 다음 각 호의 구분에 따른 벌금형을, 그 개인에게는 해당 조문의 벌금형을 과(科)한다. 다만 법인 또는 개인이 그 위반행위를 방지하기 위하여 해당 업무에 관하여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3. 도급인의 형사책임과 관련한 법률규정 및 관계
가. 산업안전보건법
구 산업안전보건법(2019. 1. 15. 법률 제1627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29조는 도급인의 안전보건 조치의무를 규정하고, 제68조에서 ‘제29조 제2항을 위반한 자에 대하여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정하고 있었다. 수급인 소속 근로자 사망 사고가 발생한 경우 수급인만 구 산업안전보건법 제66조의2에 의하여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으로 가중 처벌되었고, 도급인은 위 단순 안전보건 조치의무위반으로만 처벌받을 뿐 위 가중 처벌규정이 적용되지 않았다. 
2019년 이른바 ‘김용균법’으로 산업안전보건법이 전면 개정되면서(2020. 1. 16. 시행), 위험의 외주화 방지를 위하여 도급인의 책임이 강화되었다. 즉, 일부 위험 업종의 도급을 제한하는 한편 도급인도 수급인의 근로자 사망 사고에 대하여 수급인과 동일한 형사책임을 부담하도록 처벌을 강화하였다. 또한 도급 사업장 전체에 대한 안전보건 조치의무를 부담하도록 하였는데, 도급인의 사업장에는 도급인이 제공하거나 지정한 경우로서 도급인이 지배·관리하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장소가 포함된다(법 제10조 제2항). 구 산업안전보건법상 도급인의 안전보건 조치의무는 사업장 전체에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시행규칙 제30조 제4항에 규정된 산업재해 발생위험이 있는 장소 22곳에서만 발생하는 것으로 정하고 있었다. 그에 따라 선박 전기공사를 도급받은 업체가 선박 선실 내에서 조명전기 공사를 하던 중 절연용 보호구를 착용하지 않아 감전사한 사례에서, 대법원은 위 선박 선실은 감전의 위험이 있는 ‘공중 전선에 근접한 장소’에 해당되지 않아 결국 산업재해 발생위험이 있는 장소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하였다(대법원 2009. 12. 24. 선고 2009도9648 판결). 위 법리는 법 개정으로 도급인의 사업장 전체에 안전보건 조치의무를 부담하게 되어 더 이상 적용의 여지가 없게 되었다. 

나.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
중대재해처벌법은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등에 대한 안전보건 확보의무 및 중대산업재해에 대한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등의 처벌을 다루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 제4조 제1항은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 등은 사업주나 법인 또는 기관이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종사자의 안전·보건상 유해 또는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그 사업 또는 사업장의 특성 및 규모 등을 고려하여 다음 각 호에 따른 조치를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제5조는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등은 사업주나 법인 또는 기관이 제3자에게 도급, 용역, 위탁 등을 행한 경우에는 제3자의 종사자에게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하지 아니하도록 제4조의 조치를 하여야 한다. 다만 사업주나 법인 또는 기관이 그 시설, 장비, 장소 등에 대하여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 책임이 있는 경우에 한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 제4조 제1항의 종사자는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 또는 도급, 용역, 위탁 등 계약의 형식에 관계없이 그 사업의 수행을 위하여 대가를 목적으로 노무를 제공하는 자’로서(제2조 제7호), 수급인의 종사자도 포함하는 개념이다. 즉, 도급인이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도급이 이루어지는 경우 위 제4조가 적용되고, 도급인의 사업 또는 사업장이 아니지만 그 시설, 장비, 장소 등에 대하여 도급인의 실질적인 지배·운영·관리 책임이 있는 경우에는 위 제5조가 적용될 것이다.1) 위 법 제5조의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 책임이 있는 경우’에 대하여 고용노동부는 ‘중대산업재해 발생 원인을 살펴 해당 시설이나 장비, 그리고 장소에 관한 소유권·임차권, 그 밖에 사실상의 지배력을 가지고 있어 위험에 대한 제어 능력이 있다고 볼 수 있는 경우’로 해석하고 있다.2)
산업안전보건법은 사업주를 안전보건 조치의무의 주체로 보고, 의무위반 행위자에 대하여는 이른바 역적용 규정인 양벌규정(제173조)을 통하여 처벌하고 있다(대법원 2004. 5. 14. 선고 2004도74 판결 참조). 실무는 사업장이 지역별로 분산·배치되어 있는 경우 사업장별로 선임된 안전보건관리책임자(법 제15조)를 행위자로 선정하고, 기업의 규모가 크지 않아 의무적 선정대상 사업장이 아닌 경우 대표이사 또는 공장장 등 실제로 사업을 총괄·관리하는 사람을 행위자로 선정한다.3) 반면, 중대재해처벌법은 ‘경영책임자 등’을 안전보건 확보의무 주체로 하여 처벌 대상자로 정하고 법인에 대하여는 양벌규정(제7조)을 통하여 처벌 대상을 확대한다. 
산업안전보건법상 건설공사발주자를 도급인과 별도로 정의하여 산업재해에 대한 형사책임을 부과하지 않고 있는데, 중대재해처벌법은 건설공사발주자를 구별하지 않으므로 형사책임을 지는 사업주에서 이를 제외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건설공사발주자는 중대재해처벌법 제5조의 ‘시설, 장비, 장소 등에 대하여 실질적으로 지배, 운영, 관리하는 책임이 있는 경우’로 볼 만한 사정이 없는 한, 해당 건설공사현장의 종사자에 대해 도급인으로서 중대재해처벌법의 안전보건 확보의무 위반에 따른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 경우가 일반적일 것이다.4) 

다. 산업안전보건법위반죄와 타법 위반죄의 관계
산업재해가 발생한 경우 경영책임자 등에게 산업안전보건법위반죄와 더불어 업무상과실치사상죄, 중대재해처벌법위반죄가 각 성립할 수 있는데, 위 각 죄가 실체적 경합 관계에 있는지, 상상적 경합 관계에 있는지가 문제된다. 상상적 경합은 실질상 수죄이지만 과형상 일죄로서 1죄에 대한 확정판결의 기판력은 다른 죄에 대하여도 미치므로(대법원 2011. 2. 24. 선고 2010도13801 판결), 하나의 죄로 처벌받게 되면 나머지 죄에 대하여는 기판력으로 인하여 처벌하지 못하게 된다.
업무상과실치사상죄는 주의의무위반으로 인한 과실범이지만, 산업안전보건법위반죄 및 중대재해처벌법위반죄는 주의의무 위반으로 인한 사상의 결과에 대하여 책임을 지는 고의범이다. 판례는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조치의무를 다하여 산업안전보건법위반죄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경우에도 업무상과실치사의 점에 대해서 불가항력적인 사고가 아니라 피고인의 과실로 인하여 발생한 것이라면서 유죄를 선고한 사례가 있다
(대법원 2009. 5. 28. 선고 2008도7030 판결). 즉 산업안전보건법위반죄에 대해서는 법령에 안전보건조치가 명시적으로 규정되어 있지 아니하면 처벌할 수 없지만 업무상과실치사상죄의 업무상 주의의무는 이보다 넓게 인정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5) 대법원은 업무상과실치사죄와 산업안전보건법위반죄에 대하여 상상적 경합으로 판단하고 있다(대법원 1991. 12. 10. 선고 91도2642 판결). 
산업안전보건법위반죄와 중대재해처벌법위반죄의 경우 각 법률의 수범자가 동일하지 않고 법률상 의무도 동일하지 않다는 점에서 법조경합 관계에 있다고 볼 것은 아니지만, 행위자를 기준으로 각각이 망인의 사망이라는 결과 발생에 대하여 규범적으로 동일하고 단일한 행위로서 상상적 경합 관계에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6) 최근 하급심에서는 검사가 산업안전보건법위반죄와 중대재해처벌위반죄를 실체적 경합 관계로 기소한 사건에서, 이를 상상적 경합으로 판단하였다(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 2023. 4. 6. 선고 2022고단3254 판결 및 창원지방법원 마산지원 2023. 4. 26. 선고 2022고합95 판결).

 

4. 산업안전보건법상 도급인
가. 개요
산업안전보건법상 ‘도급’은 명칭에 관계없이 물건의 제조·건설·수리 또는 서비스의 제공, 그 밖의 업무를 타인에게 맡기는 계약을 말하고, ‘도급인’은 위 업무를 도급하는 사업주를 말한다. 또한 ‘도급인’에서 ‘건설공사발주자’를 제외하고 있으며, ‘건설공사발주자’는 건설공사를 도급하는 자로서 건설공사의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관리하지 아니하는 자를 말하고, 다만 도급받은 건설공사를 다시 도급하는 자는 제외한다고 규정한다. ‘건설공사발주자’는 민법상 도급인에 해당하지만 산업안전보건법상의 책임을 부담하는 도급인의 범위가 무한정 확대되는 것을 제한하기 위하여 ‘도급인’에서 ‘건설공사발주자’를 제외한 것이다. 
건설공사발주자에 대하여는 산업안전보건법 제67조에서 산업재해 예방조치 의무를 부과하고 있는데, 이는 건설공사 단계별로 안전보건대장 작성과 이에 관한 확인의무로서 도급인의 안전보건 조치의무보다 상당히 완화되어 있다. 또한 산업안전보건법은 위 의무를 위반한 건설공사발주자에 대하여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만 부과하도록 하고 있다(제175조 제4항 제3호).
도급인이 취해야 할 안전보건 조치의무 내용에 대해 하위규정에서 별도로 규정하고 있지 않은데, 결과적으로 도급인은 수급인과 동일하게 산업안전보건법 제38, 39조의 안전보건 조치의무를 지게 된다.7) 이에 대하여 도급인의 사업장이라고 하더라도 도급인과 수급인은 주체가 다른 만큼 공동으로 해야 하는 일은 있어도 그 역할이 동일할 수는 없으므로, 도급인에게 수급인과 동일한 조치를 하도록 하는 것은 모두의 역할과 책임을 모호하게 함으로써 도급인과 수급인의 의무이행에 모두 큰 문제를 일으키게 한다는 비판이 있다.8) 그 외에 산업안전보건법 제64, 65, 66, 69조에서는 도급인의 독자적인 안전보건 조치의무로서, 협의체의 구성 및 운영, 작업장 순회점검, 수급인의 안전보건교육에 대한 지원, 정보제공, 수급인에 대한 시정조치 등의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나. 건설공사발주자의 해석
고용노동부는 건설공사발주자, 즉 ‘건설공사의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관리하지 아니하는 자’에 대하여 당해 건설공사가 사업의 유지 또는 운영에 필수적인 업무인지, 상시적으로 발생하거나 이를 관리하는 부서 등 조직을 갖췄는지, 예측 가능한 업무인지 등 다양한 요인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9)
건설공사발주자의 해석에 관한 대법원 판례는 없는 상황인데, 하급심 판결10)에서는 ‘건설공사의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관리하지 아니하는 자’는 실제로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관리하지 아니한 자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고 ‘건설공사의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관리해야 할 지위에 있지 않은 자’를 의미한다는 전제에서 ① 도급하는 건설공사가 도급인의 사업의 일부를 구성하고 도급인의 사업과 같은 장소에서 이루어짐에도 불구하고 이를 외주한 경우 ② 도급하는 건설공사에 관하여 도급인의 지배하에 있는 특수한 위험요소가 있어, 도급인이 건설공사의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관리하지 않고서는 수급인이 산업안전보건법이 정한 안전·보건조치를 실질적으로 이행하는 것이 현저히 곤란하고 도급인의 총괄·관리가 필수적인 경우 ③ 도급인과 수급인의 각 전문성, 규모, 도급계약의 내용 등에 비추어 볼 때 도급인에게는 건설공사의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관리할 능력이 있는 반면에 수급인에게는 산업안전보건법이 정한 안전·보건조치를 스스로 이행할 능력이 없음이 도급인의 입장에서 명백한 경우에는 ‘건설공사발주자’가 아니라 ‘도급인’으로서 책임을 진다고 판단하였다. 위 판결에 대하여 건설공사발주자의 개념과 판단 기준은 고용노동부의 기존 해석보다 진일보한 것으로서 규범적 정당화 관점에서 타당한 면이 있으나, 죄형법정주의의 엄격해석 원칙에 비추어 보면, 여전히
‘시공을 주도해’라는 문언의 가능한 의미 범위를 벗어난 유추해석이라는 비판이 있다.11) 오히려 시공을 주도하는지 여부는 작업적·인적 요소와 관련되어 있으므로 비건설업체가 건설공사(시설물 유지·보수 공사 등)를 발주하는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수급인(전문 시공업체)이 공사의 전문성을 가지고 근로자를 지휘해 해당 공정·작업을 진행하므로 수급인이 시공을 주도하는 것이고, 예외적으로 도급인 사업장 내에서 도급인 사업의 일부를 도급하여 도급인의 근로자와 수급인의 근로자가 혼재작업 하는 경우 등에는 도급인이 시공을 주도하는 것으로서 산업안전보건법상 책임을 진다고 보는 견해가 있다.12)

다. 공기업 또는 공공기관이 도급인에 해당하는지 여부
공기업 또는 공공기관이 산업안전보건법상 도급인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하여 명확한 규정은 없다. 하급심에서는 한국농어촌공사에 대하여는 건설공사발주자가 아니라 도급인으로서 책임을 인정한 사례13), 한국중부발전에 대하여는 건설공사발주자임을 인정하여 도급인으로서 책임을 부정한 사례14)가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에서는 중대재해로 인하여 책임을 지는 경영책임자등에 관하여,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 또는 이에 준하여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중앙행정기관의 장, 지방자치단체의 장, 지방공기업의 장, 공공기관의 장’까지 포함하고 있다. 위와 같은 규정에 의하면, 공기업 또는 공공기관이라고 하여 산업안전보건법상 도급인에서 당연히 제외되는 것은 아니고, 공사의 특성, 당사자들의 계약상 책임 및 역할 등에 비추어 건설공사발주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구체적으로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라. 이 사건의 경우
피고인은 인천항만공사가 갑문 정기보수공사를 발주하기는 하였으나 실제 시공을 주도하거나 공사를 총괄·관리하지 않았으므로 ‘건설공사발주자’에 해당한다고 주장하였다. 
대상판결은 ‘건설공사를 주된 업무로 하는 공공기관에 대하여 산업안전보건법상 도급인으로서의 책임을 더 엄격히 지워야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는 헌법상 기본권을 제대로 보장할 수 있다’는 전제에서, ① 이 사건 사고는 인천항만공사가 직접 관리하고 있는 사업장에서 발생한 사고이고, 갑문을 항만시설로 유지·보수하는 업무는 규범적으로 볼 때 인천항만공사의 기본적인 업무인 점 ② 인천항만공사는 수급인에 비하여 월등히 우월한 지위에 있는 점 ③ 인천항만공사 갑문운영팀에서 갑문 보수공사의 설계, 시공방법, 감리 등 준공까지의 전 과정을 기획하고, 설계도면도 직접 작성하고, 수급인의 공정상황을 고려해 설계도를 직접 변경하기도 하였던 점 ④ 수급인은 위험작업시 인천항만공사에 허가신청을 하고 승인을 받아 작업을 한 점 등을 종합하여, 인천항만공사는 갑문 보수정기공사의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관리하는 지위에 있는 자’에 해당하므로, 건설공사발주자가 아니라 도급인으로서 안건보건 조치의무를 부담한다고 판단하였다. 

 

5. 안전보건 조치의무 위반 및 고의
가. 안전보건 조치의무 위반
산업안전보건법 제38조는 크게 세 가지의 위험을 방지하는 조치로 나뉜다. 제1항은 기계·기구 등의 설비, 인화성 물질, 전기, 열, 그 밖의 에너지원에 의한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제2항은 굴착, 채석 등의 작업에서의 작업방법 등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제3항은 추락, 토사 붕괴 등의 우려가 있는 장소에서의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사업주가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할 것을 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정한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위반하였는지 여부는 산업안전보건법 및 같은 법 시행규칙에 근거한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이하 ‘안전보건규칙’이라 한다)의 개별 조항에서 정한 의무의 내용과 해당 산업현장의 특성 등을 토대로 산업안전보건법의 입법 목적, 관련 규정이 사업주에게 안전·보건조치를 부과한 구체적인 취지, 사업장의 규모와 해당 사업장에서 이루어지는 작업의 성격 및 이에 내재되어 있거나 합리적으로 예상되는 안전·보건상 위험의 내용, 산업재해의 발생 빈도, 안전·보건조치에 필요한 기술 수준 등을 구체적으로 살펴 규범목적에 부합하도록 객관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나아가 해당 안전보건규칙과 관련한 일정한 조치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해당 산업현장의 구체적 실태에 비추어 예상 가능한 산업재해를 예방할 수 있을 정도의 실질적인 안전조치에 이르지 못할 경우에는 안전보건규칙을 준수하였다고 볼 수 없다. 특히 해당 산업현장에서 동종의 산업재해가 이미 발생하였던 경우에는 사업주가 충분한 보완대책을 강구함으로써 산업재해의 재발 방지를 위해 안전보건규칙에서 정하는 각종 예방 조치를 성실히 이행하였는지 엄격하게 판단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21. 9. 30. 선고 2020도3996 판결15)). 위 판결에 대하여 구체적 사안에서 안전보건규칙을 해석할 때 사업장의 상황적 리스크(사업장의 작업 상황이나 공정, 근로자의 수에 따른 위험)를 고려함으로써
‘해당 산업현장의 구체적 실태에 비추어 예상 가능한 산업재해를 예방할 수 있을 정도의 실질적인 안전조치’가 취해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는 해석이 있다.16)

나. 고의
산업안전보건법위반죄는 고의범으로서, 결과 발생에 대한 고의가 필요하다. 판례는 ‘사업주가 자신이 운영하는 사업장에서 안전상의 위험성이 있는 작업을 안전보건규칙이 정하고 있는 바에 따른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하도록 지시하거나, 그 안전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위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방치’한 경우에 고의를 인정하고, 이는 미필적 고의로도 충분하며, 사업주가 그러한 작업을 개별적·구체적으로 지시하지 않았더라도 위 각 죄가 성립한다고 한다(대법원 2011. 9. 29. 선고 2009도12515 판결).
실무상 사업장의 규모가 크거나 사업장이 여러 지역에 걸쳐 있어서 대표자가 현실적으로 특정 사업장에서 발생한 조치의무 위반사실을 인식하기 어려운 경우, 대표자가 사고발생 작업의 내용, 위험성, 작업방법, 조치의무 준수 여부를 알고 있었는지 검토하고, 기존에 위반사항이 발생하였음에도 이를 방치해 온 사실이 확인된다면 미필적 고의를 인정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17) 다만 사업주에게 안전조치 위반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예측할 수 없는 근로자의 이례적인 행동으로 산업재해 사고가 발생한 경우에는 사업주가 사고를 예견할 수 없었으므로, 사업주에 대해 책임을 물을 수 없을 것이다.18)

다. 이 사건의 경우 
피고인은 안전 조치의무를 위반하지 않았고 고의도 없었다고 주장하였다.
이 사건에서 피고인의 안전 조치의무 위반 내용은 ① 사업주는 추락할 위험이 있는 높이 2미터 이상의 장소에서 근로자에게 안전대를 착용시킨 경우에는 안전대를 걸어 사용할 수 있는 설비 등을 설치하여야 함에도 이를 설치하지 않았다는 것과 ② 사업주는 중량물의 취득 작업을 하는 경우 근로자의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안전대책을 포함한 작업계획서를 작성하고 그 계획에 따라 작업을 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작업계획서를 작성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위 ①항 의무는 안전보건규칙 제44조 제1항에 의한 것이고, ②항 의무는 안전보건규칙 제38조 제1항에 의한 것이다. 
대상판결은 구체적인 안전보건규칙 위반을 근거로 이 사건 사업장에서 안전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작업이 이루어졌고 향후 그러한 작업이 계속될 것이라는 사정을 미필적으로 인식하였음에도 이를 그대로 방치하였다는 이유로 안전 조치의무 위반과 고의를 인정하였다(2016년 및 2017년에 갑문 보수공사에서 이미 2건의 사망사고 발생하였으며, 이 사건 사고 발생 전의 안전점검에서 추락위험이 지적되었고 안전대부착설비 및 안전난간대 등의 설치를 통한 대책을 제시하는 보고서가 작성되었다).

 

6. 결론
이 사건은 2019년 산업안전보건법이 전면 개정되면서 도입된 건설공사발주자와 도급인의 해석에 관한 선례로서 의의를 가진다. 또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전에 발생한 사고로서 중대재해처벌법상의 강화된 처벌규정이 적용되지는 않았지만 ‘피고인이 사고 발생 2달 전에 인천항만공사 사장으로 부임한 점’ ‘2016년 및 2017년에 갑문 보수공사에서 이미 2건의 사망사고 발생하였다는 점’ ‘피고인이 망인의 유족들과 합의하지 않았다는 점’ 등의 사유가 양형요소로 고려되어 중형이 선고되었다. 선박 사고와 관련하여서도 부두에서 하역작업을 하던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가 사망한 사건에서 도급인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위반 및 산업안전보건법위반 혐의로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언론 보도가 있다. 향후 관련 사건의 경과 및 그 법적 의의에 대하여도 소개를 약속드리며 이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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