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PAX급 선박 건조경험으로 건조경험 축적

여객중심의 인테리어 융합 실전경험으로 중요한 장
삼성중, 연구 착수 초기부터 인테리어업체와 기술협력
정부주도 연구과제, 인테리어분야 기술양성도 활발
준비단계 장기화, 인테리어 업계 참여도에 악영향

 

현재 우리나라는 크루즈선의 전단계로 여겨지는 화물·승객겸용 운반선(RO-PAX) 10여척의 건조 경험을 가지고 있다. 사실 로팍스 선박은 7성급 호텔로까지 비유되는 여객중심의 호화로운 크루즈선과 많은 차이가 있지만, 이를 기반으로 한 크루즈선 기술개발은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특히 상선과는 다른 여객중심의 인테리어가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는 면에서 신기술 적용의 실전의 장으로서 충분한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크루즈선은 상선과 달리 ‘인테리어 업체와의 합동작품’이라 할 수 있겠다.


이에 정부주도의 크루즈선 기술개발 사업에는 인테리어분야 기술인력 양성기반 구축을 비롯해 핵심기술에 대한 연구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인테리어 업체의 참여도는 조선업체와는 사뭇 다르다. 연구초기에는 많은 업체들이 관심을 보였지만, 준비단계가 장기화되면서 시장원리에 의해 포기하는 업체들이 많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실제로 90년대 말 처음 관심을 보였던 20여개 업체 중 지금까지 꾸준히 관련 기술 연구개발에 매진하고 있는 기업은 다섯손가락으로 꼽을 만하다. 그나마 이 업체들이 명맥을 유지해 주고 있는 셈이다. 


삼성중, 2000년부터 인테리어업체와 협력체제 결성
대우조선, 현대중, 여객선 건조경험으로 노하우 축적 중
조선사 중심의 준비현황을 먼저 살펴보면, 국내에서 가장 의욕적으로 준비해 온 조선사로는 삼성중공업이 꼽힌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90년대 후반부터 크루즈선을 미래 전략선종으로 지정하고 유럽 조선소들을 벤치마킹함과 동시에 중·대형 크루즈선의 선형개발 및 핵심기술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특히 여객선 핵심요소인 인테리어 기술축적에 초점을 맞춰 2000년부터 인테리어 업체들과 ‘in-TEC’이라는 기술 협력위원회를 결성하고 인테리어 기자재의 국산화는 물론 설계 및 시공기술력 향상을 주도해 왔다.


그 결과 삼성중공업은 크루즈선 前단계인 여객선 건조부문의 사업 초기 인테리어 디자인 및 건조기술 확보 등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이제는 객실설계와 시공기술, 방화, 소화, 구명설비 등 인명안전시설의 자체제작이 가능하다. 여기다 여객선의 자동제어 운항시스템도 자체 개발함으로써 여객선 건조에 필요한 기술적 기반을 하나하나 다져 나가고 있다.


이러한 성과로 삼성중공업은 지난 99년 그리스 미노안社에 2만8,000톤급 대형여객선 3척을 성공적으로 인도한 데 이어, 네덜란드 노포크社에 3만5,000톤급 고속여객선 3척을 연속적으로 인도했으며, 2008년 노르웨이 스테나社로부터 3만1,000톤급 고급여객선 2척을 수주하는 실적으로 표출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6월말 초대형 쾌속 여객선을 수주했다. 2,400여명의 승객과 450대의 차량을 싣고 26노트(시속 약 48km)의 속도로 운항할 수 있는 여객선을 그리스 굴지의 여객선사인 아티카그룹(Attica Group S.A.)으로부터 약 2억달러에 수주한 것. 이번 수주는 가뭄 속 얻은 수확이어서 의미가 있었지만, 초대형 여객선이라는 점에서도 눈길을 끌었다. 기존 경쟁력 보유분야가 아닌, 여객선 분야의 건조능력이 차츰 자리를 잡아나가고 있다는 평가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어서 더욱 그렇다.


더욱이 아티카그룹은 우리나라의 첫 해외 수출 여객선의 선주사이다. 대우조선해양이 건조, 20005년 5월 인도한 이 선박은 그 해 세계 최우수 선박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아키타그룹은 그 이후 대우조선해양의 건조선박에 대한 품질과 안정성에 크게 만족하여 이번이 5척째 발주 것이다. 특히 아티카그룹은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한 여객선을 그리스 내 황금 항로인 아테네-산토리니(세계최고의 휴양지중 하나) 항로에 투입하는 등 대우조선해양의 여객선 건조력을 인정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1994년부터 총 7척의 여객선을 인도하는 등 국내 조선업체 중 가장 많은 건조 실적을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실적을 바탕으로 궁극적으로 크루즈선 건조에 도전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대우조선해양은 2007년부터 여객선 추진팀을 운영하며 기술 개발과 영업에 노력을 기울였다. 또한 지난해 4월부터 서울대학교와 산학협력으로 크루즈선 기술을 공동 개발하는 등 내실을 기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번 여객선 수주와 관련대우조선해양 남상태 사장은  “그리스 내 최대 여객선 선사인 아티카 그룹에 인정을 받은 만큼 대우조선해양의 기술력으로 꿈의 크루즈선을 건조할 날도 머지 않았다”고 말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2003년 스웨덴 스테나 로로(STENA RO-RO)社에 인도한 로팍스 ‘스테나 브리타니카(STENA BRITANNICA)’호가 미국의 2大 선박전문지 ‘마리타임 리포터(MARITIME REPORTER)’誌, ‘마린 로그(MARINE LOG)’誌와 영국의 조선·해운 전문 ‘네이블 아키텍트(NAVAL ARCHITECT)’誌로부터 각각 ‘세계 우수선박’으로 선정돼, 여객선 부문 건조능력을 인정받는 계기가 되었다.
900명의 승객과 자동차, 트레일러 150대를 운반할 수 있는 규모로 건조된 ‘스테나 브리타니카(STENA BRITANNICA)’호는 다목적홀과 레스토랑, 라운지, 쇼핑아케이드, 각종 회의실, 스낵바, 게임구역 등의 각종 편의시설과 고급 객실을 갖춘 세미크루즈(Semi Cruise)급의 선박이었다. 특히 이 선박의 호텔급 실내디자인과 인테리어 등이 모두 현대중공업의 주도로 국내에서 제작함으로써 관련 업계의 건조경험을 축적하는 중요한 장으로도 평가되고 있다. 

 

STX그룹, 유럽 아커야즈사 인수로 전격 시장진출
작년 연말 ‘STX유럽’표 첫 크루즈선 인도…수주잔량 12척
빅3사의 노력을 뒤로하고, 국내기업의 크루즈선 시장진출에 포문을 연 것은 제3의 기업, STX그룹이다. 기존 크루즈선 핵심 건조사인 아커야즈사를 인수하는 것으로 시장에 본격 진출한 것.


아커야즈사의 규모가 워낙 크고 인수 직후 미국발 금융위기로 인한 세계경기가 ‘침체’로 급반전하면서, STX그룹의 아커야즈사 인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지만 국내 기업이 크루즈 건조시장에 본격 진출했다는 사실, 그 자체만으로도 큰 이슈가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돈으로 시간을 샀다’는 평가도 내놓고 있어 STX그룹의 시장진출이 한국 조선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기대는 업계의 이슈이다. 


STX유럽은 지난해 9월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아커야즈’에서 ‘STX유럽’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마침내 유럽 전역에 STX의 이름을 내건 조선소가 탄생한 순간이었다. STX유럽은 세계적 크루즈선 건조사로 전 세계 8개국 18개 야드에서 1만6,000여명의 종업원을 고용하고 있으며 2008년 매출액은 6조1,408억원에 이른다. 특히 주력사업인 대형 크루즈선과 페리선 건조 분야에서는 앞선 기술력을 바탕으로 세계 시장을 선도하고 있으며, 세계 1위의 위상을 지키고 있다.


지난해 말, STX유럽의 이름을 내건 첫 번째 크루즈선이 성공적으로 인도됐다. 2008년 12월 프랑스 생 나제르 조선소에서 선가 1조원에 이르는 초대형 크루즈 '판타지아(MSC Fantasia)'의 인도식을 개최한 것. 이로써 STX의 크루즈선 시장진출은 더 이상 꿈이 아닌 현실화되었다.


STX유럽은 핀란드와 프랑스에 위치해 있는 조선소에서 크루즈선을 건조하고 있다. 2009년 5월 현재 크루즈선, 페리선 부문 수주잔량은 12척, 155억 3,100만 크로네(원화 3조1,000억원) 수준이다.


STX유럽은 올해 6조1,000억원의 매출액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올해 1분기 실적은 87억7,900만 NOK(원화 약 1조 7,558억원)의 매출액을 달성했지만 2분기부터 크루즈 관광 시장이 안정세로 돌아서고 오프쇼어 시장도 회복되면서 실적 개선이 이루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인테리어분야 국내기술, 풀어야 할 과제 산적
현실적 문제로 인테리어업계 대응 미흡 ‘고전’
지난 6월 3일 한강반포지구 선상연회장에는 조선업계와 인테리어 업계 관계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한국조선협회내 조선산업인적자원개발협의체 주관으로 모인 이 자리에서는 ‘크루즈선 인테리어 기반과 전문인력 양성방안’이란 주제로 다양한 논의가 이루어졌다.
이 자리에서 국보디자인 황성복 이사는 ‘크루즈 인테리어의 생산성과 효율성 운영방안’이라는 주제로 국내기술의 기반현황과 향상전략 등을 발표했다.


황 이사에 의하면 현재 우리나라는 지식경제부 주관으로 Mock up(실물 크기의 모형) 제작과 도면 작성의 기반을 마련하고, 노동부의 지원으로 교육과정 개발 등 인테리어 분야 기술인력 양성기반구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국내 기술기반은 육상 인테리어의 경우 설계와 디자인, 시공 경쟁력을 두루 갖추고 있지만, 선박프로젝트의 경험부족과 해상선박의 특수성으로 인해 기존 여객선 시공경험이 있는 소수 업체 이외에는 기술경쟁력이 부족한 상태이다. 이에 SOLAS 등의 관련규정과 기본공법 관련 교육의 활성화가 절실하다. 외국 턴키업체를 선정해 각 사의 인테리어 디자이너에게 교육을 시키거나 정부과제 수행으로 고정인력을 선정해 지속적으로 조선소와 전문인테리어사 간의 긴밀한 협조 속 실질적인 개발성과도 필요하다. 실제로 현재 크루즈 관련 인테리어 기술개발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업체들은 4개사 정도. 그마저도 미비하게 대응해 관련 기술연구에 소홀한 실정이다.


한마디로 인테리어관련 국내기술 수준은 아직 많이 미흡한 단계로, 풀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하다. 그중 가장 시급한 것은 조선사와 인테리어사와의 긴밀한 협력관계이다. 선박관련 국내 시공관리 경험자는 10여명에 불과하다. 그마저도 여객선에 대한 지속적인 수주가 이루어지지 않아, 작업자별 2년에 한 척꼴로 작업하다 보니 기술적 연계가 되지 않는 어려움이 있다. 이에 조선소는 다수의 인테리어 업체에게 선실 인테리어의 기회를 제공해 주는 등의 지원과 신뢰를 바탕으로 한 상호 협력관계가 절실하다. 특히 선급 및 SOLAS 등의 관련규정은 물론 내진동성 등 육상인테리어와는 다른 특수한 기술정보 습득은 매우 중요하면서도 시급한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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