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송법 현대화와 운송인의 책임가중

 

최근 해운업계에 이슈로 떠오른 몇 가지 법률적인 문제점들에 대해 목포해양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며 한국해법학회에서도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김인현 교수의 글을 6회에 걸쳐 연재한다.

(1) 해양안전심판제도에서의 법적 현안
(2) 법무부 상법 해상편 개정안
(3) 유엔 운시트랄 운송법회의 중간보도
(4) 해운산업에서의 독점규제법의 문제
(5) 한국선급의 발전방향에 대한 논의
(6) 일본의 도선법 개정과 우리나라의 경우

 

제1. 서
법무부는 작년 상법 해상편에 대한 개정안을 마련하여 2005. 9. 26.공청회를 갖고 두 번의 수정을 거친 안을 국회에 상정하였다. 상법 해상편개정을 위한 작업은 한국해법학회가 먼저 시작하였다. 당초 한국해법학회의 안이 법무부의 안이 될 것이라는 생각과는 달리 법무부 개정위원들의 개정안이 해법학회의 안은 물론 실무와 많은 괴리가 있어서, 업계는 물론이고 학계와 언론에서도 반대의 입장을 잇따라 표명했다. 그 결과 세 번에 걸친 수정작업 끝에 현재의 안은 상당히 후퇴된 내용으로 남아있다.

이번 호에는 개정될 상법 해상편의 개정되는 내용과 업계에 미치는 영향과 대책에 대하여 알아본다.

 

제2. 변경되는 내용
1. 현대화
역사적으로 해상운송은 부정기선 운항이 주축을 이루었고 여기에 정기선운항이 새로이 등장하였다. 부정기선 운항은 용선계약으로 대표되는 반면, 정기선 운항은 선하증권으로 대표되는 개품운송이 주를 이룬다. 우리 상법 해상편은 항해용선을 주로 하면서 개품운송을 추가하는 형식의 입법태도를 취하여 왔다. 그리하여 상법의 내용이 실무와 유리되어 알기가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 이로써 개정안은 개품운송과 항해용선을 구별하여 장을 따로 마련함으로써 현대화시키고, 장차 개품운송부분은 별도의 단행법을 만들 수 있는 여지를 가지게 하였다. 증가하는 해상운송이 주가 된 복합운송, 해상화물운송장(seaway bill), 전자선하증권 등 새로운 형태의 운송법 문제를 상법의 체제안에서 해결하기 위하여 최소한의 조문을 상법 해상편에 넣은 것은 일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개정안의 성과라고 할 수 있다. 

 

2. 제1장 해상기업의 편제
최초의 개정안은 전통적인 해상기업의 기본이 되는 선박소유자라는 제목을 삭제하였으나, 필자를 비롯한 학자들과 한국해법학회의 비판에 직면하여, 제목에 “선박소유자등”의 책임제한(제1장 제4절)을 둠으로써 이를 해결하였다. 이의 변경으로 해운업계에 어떤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

 

3. 제744조 선박의 압류 가압류
최초의 개정안은 현행 제744조의 (1)출항준비완료선박의 가압류금지조항을 삭제하고, (2)입항 전에도 선박의 가압류신청이 가능하도록 하면서, (3)외국판결의 상호보증의 인정도 쉽게 하는 안을 가지고 있었다.

 

이러한 내용들은 모두 실체법적인 의무나 책임을 운송인에게 증가시키는 것은 아니지만, 선박이 쉽게 가압류·압류의 대상이 되는 것이므로 정기선영업이 주가 된 현대운송에서 선주들에게는 상당히 불리하게 작용한다. 선주협회, Korea P&I 등 해운업계와 한국해법학회등은 여기에 대하여 강력하게 반대해 제744조는 그대로 존치되고, 추가적인 개정이 없도록 되었다.  

 

4. 제747조 책임제한액의 인상(개정안 770조)
우리 나라는 여객운송에 대하여 아테네 협약의 개별적 책임제한제도를 취하고 있지 않다. 다만 총체적 책임제한제도에서 여객의 선박검사증서에 기재된 여객의 정원에 4만6,666SDR을 곱한 금액과 2,500만SDR중 적은 금액으로 책임이 제한된다(제747조 제1항). 개정안은 개별적 책임제한제도를 도입하지 못하는 대신, 책임제한조약의 1996년 개정내용을 취하여 여객정원에 17만5,000SDR을 곱한 금액으로 하기로 하였다(개정안 제770조 제1항 1호). 그러므로 여객 정원이 100명인 여객선이 침몰한 경우에 현행 상법하에서는 466만6,600SDR과 2,500만에서 적은 금액인 466만6,666SDR(대략 5백만불, 대략 50억)로 책임이 제한된다. 그러나 개정안에서는 1,750만SDR(대략 2,000만불; 대략 200억)로 책임이 제한된다. 그러므로 여객선이 침몰하여 여객 100명이 사망하였다고 가정하고 1인당 청구액이 2억 정도라면, 200억이 총 청구 금액이 되고, 현행 상법하에서는 운송인은 자신의 책임을 50억으로 제한할 수 있지만, 개정안에서는 운송인은 200억 전액을 배상하여야 한다.


이러한 개정안은 적어도 4배 이상의 책임의 증가요인이 발생하였다고 할 수 있다. 우리 나라 여객선사의 영세성을 감안하여 해양수산부와 법무부의 절충에 따라 이 조항은 3년간 증가액이 그 1/2(여객정원에 8만7,500SDR을 곱한 금액)로 줄어든 액수로 적용이 유예되었다(부칙 제3조).   

 

5. 제789조의2 포장당 책임제한액의 인상(개정안 제797조)
개정초안은 운송인의 책임제한액을 포장당 500SDR에서 이것을 포함하여 중량당 2SDR을 추가하는 안을 제시하였다. 이는 무게당 책임제한액이 포장당 책임제한액보다 큰 경우에는 화주는 이를 이용할 수 있게 됨을 의미한다. 이는 결국 운송인에게 큰 부담이 되었다. 따라서 운송인측은 개정안에 반대하였다. 그러나 한국해법학회는 이미 개정안의 내용은 통용되고 있는 헤이그비스비 규칙의 입장이므로 이를 수용하여야 한다고 하여 이에 찬성하였다.


 

컨테이너 한 개의 포장이 10개로 인정되고 전체 무게가 10톤인 경우에, 현행 상법하에서는 10X500SDR=5,000SDR(약7,000달러=700만원)으로 책임제한이 가능하지만, 개정안에서는 10,000 X 2SDR = 2만SDR(약2만8,000달러=2,800만원)으로 책임제한이 가능하다. 그리하여 전손이 되어 손해배상액이 2,000만원인 경우에 현행상법하에서 운송인은 700만원만 배상하면 되지만, 개정안에서는 청구액이 책임제한액수를 하회하므로 책임제한을 할 수 없고 운송인이 전액을 배상하여야 한다. 그 만큼 운송인의 책임은 증가된다고 할 수 있다. 한국 해상법이 전체적으로 헤이그 비스비체제를 취하면서 이것만 예외적으로 따르지 않을 수 없는 처지이다. 운송인은 운임의 증가 등으로 처리를 하여야 할 것으로 본다.

 

6. 제806조 재운송계약과 선박소유자의 책임(개정안 제809조)
현행상법 제806조는 선박이 재용선된 경우(예컨대, 선박소유자-항해용선자-화주)에 운송인인 (항해)용선자와 화주인 재용선자사이의 운송계약에도 불구하고 선박소유자가 일정한 조건하에서 연대책임을 부담한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이에 대하여 정기용선자가 용선자이고 정기용선자가 다시 화주와 용선계약을 체결한 경우(선박소유자-정기용선자-화주)에도 선박소유자가 연대책임을 부담하는 지가 오랫동안 쟁점이 되어왔다. 필자를 비롯한 다수설은 이를 부정하였다.


 

최초의 개정안은 소수설의 입장을 취하여 명문으로 “항해용선자 또는 정기용선자”가 자기의 명의로 제3자와 운송계약을 체결한 경우라고 하여 정기용선에도 이를 적용한다고 하였다. 이에 한국해법학회 등에서 반대의견을 제시한 바 적용범위에서 변경되도록 수정되었다. 즉, 제806조의 표제인 “재운송계약과 선박소유자의 책임”에서 개정안 제809조의 “항해용선자등과 개품운송계약시 선박소유자의 책임”으로 변경된 것이다. 결국 선박소유자-정기용선자-용선자(화주)로 이어지는 용선체인에서 정기용선자와 용선자 사이의 관계가 개품운송계약일 경우에만 적용된다는 것이다. 최초의 개정안은 용선계약에도 적용되었지만, 이제는 이것이 빠지게 된 것이다. 논리적으로 쉽게 설명이 되지 않기는 하지만 선박소유자가 연대책임을 부담하는 범위가 줄어든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다수설에 비하면 선박소유자가 연대책임을 부담하는 범위가 넓다.

 

7. 제861조 선박우선특권있는 채권(개정안 제777조 제1항 제4호)
현행 상법 제861조는 선박이 우선특권의 대상이 되는 권리를 채무자에게 허용하고 있다. 채무 존재의 확정을 위한 본안 소송없이도 선박에 대한 압류경매가 가능하기 때문에 선박우선특권제도는 선박 채권자를 보호하는 기능을 한다. 그런데 개정안은 제1항 제4호의 “선박의 충돌로 인한 손해 기타의 항해사고로 인한 항해시설, 항만시설 및 항로에 대한 손해(중략)”를 “선박의 충돌 기타 항해사고로 인한 손해, 항해시설, 항만시설 및 항로에 대한 손해”로 수정하고자 한다.


 

현행법하에서는 선박충돌로 인한 손해 예컨대, 선박충돌로 인하여 부두에 입힌 손상, 화물에 입힌 손해 등만이 선박우선특권의 대상이 된다. 그런데 개정안은 “선박의 충돌 기타의 항해사고로 인한 손해”로 변경되기 때문에 항해사고로 인한 손해는 선박충돌만 포함되는 것이 아니라 기타의 선창으로 물이 스며든 경우등의 사고도 포함된다는 해석이 가능하게 된다. 이 부분은 선박우선특권이 확대되어 선박이 쉽게 임의경매의 대상이되므로, 해운업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 1991년의 상법개정시 국제조약의 입장에 맞추어 화주와의 운송계약상의 문제는 선박우선특권에서 제외된다는 전제하에 우리 상법이 있다는 점을 강조하여 법원을 설득하는 작업을 펼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8. 개정안 제816조 복합운송인
개정안은 복합운송에 대한 규정을 신설하였다. 이에 대하여는 한국해법학회 등에서도 복합운송의 법제화에 찬성한다. 해상운송이 포함된 복합운송에서 운송인의 책임은 사고운송구간에 적용될 법을 따른다(제1항). 그런데 어느 구간에서 사고가 발생하였는지 불명확한 경우에 주된 운송구간에 적용될 법에 따라 책임을 지고(제2항), 주된 운송구간은 운송거리, 운임을 참작하여 법원이 정하기로 하였다(제3항). 우리 나라의 육상구간에 적용되는 상법의 규정에는 책임제한제도가 없다는 점에서 해상편과 다르다. 


필자를 비롯한 한국해법학회와 업계에서는 여러 사정을 참작하여 법원이 결정하는 부분에 대하여는 법적 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점을 들어 반대하면서, 이 경우에는 해상구간으로 확정할 것을 제안하였다. 그러나 현재까지 그대로 존치되고 있다.

 

9. 개정안 제817조 한국법 강행적용
개정초안은 제817조를 추가하여 해상운송에서 한국법 강제적용규정을 갖도록 하였다. 나아가 운송인의 의무/책임이 감경면제되는 특약은 무효로 한다고 한다. 이에 대하여 현행 선하증권 등에 미국법을 준거법으로 하여 미화 500달러가 책임제한액인 경우 개정 상법이 중량당 2SDR제도를 취하게 되므로 이러한 준거법약정이 무효가 된다는 점이 부각되었다. 이에 선주협회와 Korea P&I 등 해운업계는 크게 반대하였다. 한국해법학회에서도 입출항선박 및 환적화물의 경우에도 한국법을 강제로 적용하는 것은 외국과의 마찰도 우려된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2차에 걸친 수정안은 “제817조(적용범위) 운송물의 수령지, 선적지, 양륙지 및 어느 한 곳이 대한민국인 경우, 운송인의 의무 또는 책임을 감경 또는 면제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특약은 개품운송계약의 준거법에 관계없이 이 절의 규정에 의하여 허용되지 아니하는 범위내에서는 무효이다”로 되었다. 이러한 내용하에서도 한국에서 출입항하는 개품운송에서의 선하증권에서 책임제한액이 상법보다 낮은 경우는 미국법을 준거법으로 한다고 하더라도 무효가 될 것으로 보인다. 개정초안과 비교하면, 한국법을 전면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책임을 감경 또는 면제하는 내용만 한국법을 적용하는 것으로 범위가 좁아진 것으로 해석된다.  


그런데 적용범위에 있어서 개정안은 개품운송의 경우에만 적용될 뿐이고, 선하증권이 발행되어 제3자가 소지인이 되는 경우에 운송인과 그 소지인에 대하여는 준용규정을 가지고 있지 않으므로, 용선계약에서 선하증권이 발행된 경우는 적용이 없는 것으로 해석된다.

 

10. 기타
나용선자가 운송인인 경우에 운송물 손상에 대하여 화주는 선박우선특권을 갖는다는 개정안이 제출되었다(개정초안 제852조). 이는 선박이 쉽게 압류임의경매의 대상이 된다는 점에서 해운업계는 크게 반발하였다. 논리적으로도 이는 이미 국제조약을 따라 1991년 상법개정시에 삭제한 내용이고, 다른 형태의 운송인과 형평의 문제가 있음을 필자도 지적하였다. 이에 제2차 수정안에서 삭제되었다.


상법 제803조의 운송물인도 간주규정을 작동가능하도록 하여 운송인과 화주와의 균형을 잡으려는 시도가 한국해법학회에서 논의되어 개정안을 제시하였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아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제3. 결
해상법개정안은 이제 국회에 상정되어 있다. 개정안은 용선계약과 개품운송을 구별하여 규정하고, 해상화물상환증, 복합운송, 전자선하증권에 대한 규정을 추가함으로써 상법 해상편을 현대화한 점은 높이 평가받을 만하다. 그러나 현재 진행되고 있는 새로운 조약인 운시트랄 운송법회의의 결과를 반영하고 있지 못하다는 점에서 개정안은 조만간 다시 개정되어야 할 운명을 이미 안고 있다. 현실을 반영하고 있지 않으며 이론적으로 설명이 어려운 개정내용도 있다. 법무부의 개정작업과정에 해운업계 혹은 화주업계의 대표나 실무를 한 법학교수가 위원으로 선정되지 못한 점은 아쉬운 점이다. 개정작업 과정에서 실무가 제대로 반영되도록 하는 것이 개정안이 나온 다음에 이를 변경하는 작업보다 훨씬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개정안이 나온 다음 선주협회, Korea P&I와 해양수산부가 노력을 하고, 한국해법학회 및 필자를 비롯한 해상법 교수등이 의견을 개진하고, 법무부와 화주측에서 양보하여 좀 더 합리적인 개정안이 되도록 한 점은 다행스런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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