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해운업계에 조사팀을 새로 설치하거나 기존 조직을 강화하는 선사들이 늘고 있다. 지난 4월 23일 발표된 정부의 해운산업 경쟁력 강화방안에서도 한국해양수산개발원과 선주협회에 시황분석팀을 설치하도록 강조한 바 있다. 이렇게 기획이나 조사팀을 강화하는 배경에는 해운시황의 변화를 제대로 읽지 못해서 우리 해운업계가 불황의 타격을 더 크게 받았다는 자성이 깔려 있다. 불황을 예상하지 못했다는 반성과 불황을 극복해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는 점에서 볼 때 조사팀의 강화는 당연한 조치로 간주될 수 있다.
그러나 다른 조직과 마찬가지로 조사팀 역시 조직만 가동시킨다고 만사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이 조직이 설치목적을 제대로 달성하려면 설치 이후에도 여러 가지 노력이 수반되어야 한다. 조사팀의 성공여부에 가장 중요한 요인은 조사요원(researchers)의 자질과 조직가동시스템의 효율성이라 할 수 있다. 훌륭한 조사요원이 잘 갖추어진 시스템에서 조사활동을 해야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이러한 성공요건은 모두가 강조하기 때문에 상식에 속한다. 하지만 조사팀 성공여부의 최대 관건이 운영책임자 즉 최고경영자의 조사팀관리방식이라는 점은 흔히 간과되기 쉽다. 조사팀이 아무리 잘 설치되어도 운영책임자가 잘못 관리하면 좋은 결과가 나오기 어렵다. 조사팀을 성공시키려면 운영책임자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사항을 잊지 말아야 한다.
우선 최고경영자는 조사팀의 성과를 조급하게 기대하거나 독촉하지 않아야 한다. 조사팀이라는 조직만 설치하면 해운시황이 금방 파악되거나 또는 불황극복의 비결이 쏟아질 것으로 기대해서는 아니 된다. 조급한 기대감으로 조사팀을 설치하면 금방 실망하게 될 것이다. 자기회사 조사팀의 시황리포트 내용이 국내외 전문지에 보도되는 것과 비슷해 보이기 시작하면 조직설치 당시의 기대감이 무너지기 마련이다. 최고경영자는 조사팀의 성과가 좋아질 때까지 참아주어야 한다. 혹시 설치된 조사팀의 리포트 내용이 좋아지기도 전에 불황이 끝나고 호황이 올수도 있다. 이때 조사팀이 무용하게 생각되더라도 조직을 축소하거나 폐지하지 말고 조사요원들이 호황을 느끼도록 해주어야 한다.
둘째로는 조사팀의 설치 및 운영목적이 분명해야 한다. 설치목적이 기획지원인지, 마케팅지원인지, 영업지원인지, 관리지원인지, 경영지원인지 분명해야 한다. 다목적이라 하더라도 부여하는 조사업무별 목적을 뚜렷하게 해주어야 한다. 조사팀의 관리운영스타일이 영업지원에 해당하는데 경영차원의 성과를 기대하거나 요구하는 경우 조사팀은 정착되기 어렵다. 업무혼란이 가중되기 때문이다.
셋째로는 시스템보다는 사람에 중점을 두고 조사팀을 육성해야 한다. 조사요원보다 조사시스템을 더 강조할 수도 있다. 조사결과의 관리와 활용은 시스템이 좌우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조사요원의 인사이동에 따른 조직와해를 걱정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회사발전에 중요한 조사결과는 시스템보다는 조사요원의 개인적 능력에 의해 좌우되기 마련이다. 따라서 시스템보다는 사람에 역점을 두고 조사팀을 육성해야 한다. 해운시황 전문가를 양성해야 조사팀이 성공할 수 있다.
넷째로는 창공을 나는 새처럼 조사요원에게 자유와 여유를 주어야 한다. 특히 조사팀 운영목적이 경영지원일 경우에는 조사요원의 자유와 여유가 더욱 필요하다. 영업지원 울타리 안에서 조사하도록 관리하는 경우 해당 조사요원은 평소 경영지원 울타리 안을 넘보기 어렵다. 또 평소 최고경영자의 일상 경영업무 울타리 안에서 조사하도록 요구하면서 호황과 불황의 경계선을 찾아내도록 기대하는 경우 조사팀은 성공하기 어렵다. 최고경영자는 본인 스스로 생각지 못한 조사결과를 요구한다. 그러나 평소 경영자의 아이디어에 갇혀있는 조사팀이 어떻게 경영자가 생각할 수 없는 아이디어를 찾아내겠는가? 특히 영업지원마인드에 갇혀있는 조사팀은 이런 성과를 상상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거실 한 구석에 놓여있는 새장안의 새는 새장 앞에 서있는 사람을 향해서만 춤을 추거나 노래를 할 수 있다. 안방에 있는 아버지를 살피기 어려운 처지다. 더구나 2층에 있는 자녀들이 어떤 노래를 원하는지 어떻게 알 수 있겠는가? 이런 임무는 새가 집안 구석구석을 날아다닐 수 있도록 새장 문을 열어놓은 후 요구해야 할 일이다. 하물며 거실에 모여 파티를 벌이는 사람들에게 집밖의 일을 그것도 멀리 산 너머 마을에서 벌어지는 싸움을 어떻게 알리겠는가? 평소 창공을 날도록 해주고 요구해야 할 일이다. 최고경영자 머릿속에 갇혀있는 조사팀은 경영지원활동을 하기 어렵다. 조사요원들은 창공을 자유롭게 나는 새처럼 멀리 볼 수 있어야 하고, 산 너머 여기 저기 살필 수 있는 자유와 여유가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