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의 경영실적이 예상치 못한 호조를 보이면서 소액주주를 중심으로 현재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가 소유하고 있는 HMM경영권을 조기에 매각해서 국고손실을 최소화하고 시장의 자율에 기업경영을 맡겨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오랜 기간동안 실질적으로 우리 정부가 소유하고 있던 대우조선해양의 매각과 맞물리면서 정부도 시장의 이러한 주장을 반영해서인지 경영권 매각에 대한 검토를 시작하였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여기서 경영권 매각이전에 우리는 잊어서는 안될 몇 가지 사안들을 반드시 검토해야만 한다.

우선 HMM의 경영호조가 HMM의 진정한 실력인가 아니면 예기치 못한 우연으로 찾아온 것인가이다. 코로나 이전 현재와 같은 해운시황을 예측하고 해운기업의 호실적을 기대한 전문가는 아무도 없었다. HMM의 대형선 발주는 웃음거리였고 화물 대신에 공기만 실어 나를지도 모른다는 비웃음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글로벌 해운시장에서 극도로 위축된 우리 해운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회복하고 최소한 경쟁무대에 서기 위해서는 대형선 확보가 필요하다는 정책판단 하에 적자를 각오하고 HMM의 재건을 지원한 해운재건정책과 코로나 사태가 맞물리면서 HMM은 다시 살아날 수 있었다. 천우신조의 결과라고 할 수밖에 없다.


두 번째는 HMM과 대우조선의 차이이다. 대우조선은 세계 2위로 그린선박 발주 등으로 향후 더 많은 부가가치선박의 수주가 예상되고 한국정부가 최대 발주처인 방위산업이라는 구원투수를 갖고 있다. 아무리 HMM이 실적이 좋다고 해도 아직 세계 7위권 이하로 HMM의 경쟁자들은 더 좋은 실적을 올렸고 더 많은 생산수단(선박, 터미널, 네트워크 등)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 경쟁기업들은 해운경기의 순환으로 곧 도래할 불경기에 대비하여 사업 다각화를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지금의 호시절이 거의 끝나간다는 예측이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불경기에도 HMM은 살아남을 수 있는가? HMM은 순수하게 글로벌 경쟁에 노출되었고 대우조선과 같이 정부사업이라는 구원투수도 없다. 이제 다가올 겨울을 대비해야 하는데 성급하게 산업은행, 해양진흥공사의 우산을 걷어치우면 어떻게 될까?


세 번째로 소액주주들의 주장처럼 경영권 매각을 통해 HMM 주주들은 이익을 볼 수 있을까? 3만원대에 HMM주식을 구입한 주주들은 이미 적자상태일 것이다. 만약 한국정부의 든든한 우산을 걷어치운다고 하면 얼라이언스 멤버들로부터 경원당할 가능성조차도 부정할 수 없고 해운불경기가 시작되는 지금 시점에 HMM의 주가는 더욱 낮아질 것이다. 지금 당장의 경영권 매각은 소액주주에게도 이익이 되지 않는다.

네 번째로 국가기간산업화된 기업을 성급하게 민간에 매각해고 난 뒤에 HMM을 인수한 기업이 다시 찾아올 큰 파고를 적절하게 넘지 못하고 제2의 한진해운 사태가 발생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HMM은 우리의 수출입을 담당하는 컨테이너 수송로의 고속도로와 같은 국가 기간산업을 담당하는 유일한 기업이다. 경영권 매각으로도 민간에 넘기고 난 뒤에 위기가 찾아오면 그때도 국민들에게 손을 벌릴 것인가? 지난 한진해운 위기에 법정관리의 성급한 결정으로 알짜배기 기업을 외국에 헐값에 넘기는 것으로 모자라 50년동안 쌓아 올린 글로벌 브랜드와 글로벌 네트워크를 상실하고 무엇보다도 소중한 국제적 신뢰를 잃어버리게 한 법정관리제도부터 손봐야 한다.


그렇다면 HMM의 경영권 매각은 언제 할 것인지를 정하기 전에, 지금 HMM이 쌓아둔 현금수익을 어떻게 어디에 사용해 기업가치를 최대화하며 누구에게 어떻게 매각할 것인지는 천천히 결정해도 늦지 않다.
지금 당장 쌓아둔 현금 수입은 HMM의 사업다각화를 위한 자금으로 사용해야 한다. 컨테이너 정기선 시장의 불황이 시작되는 시점에 무엇보다도 해운시장 내에서의 사업다각화를 우선 추진해야만 기업가치를 최대화할 수 있다. 세계시장에서 대형화주 역할을 하는 우리나라의 가스, 철광석, 석탄 등 에너지나 원재료 수송 등 대부분 해운관련 알짜배기 기업들이 투자펀드나 외국기업의 손으로 넘어간 현실을 모르고 있는가? 그리고 한진해운의 교훈에서 계란은 한바구니에 담지 말라고 했다. HMM 내부적으로는 사업 포트폴리오의 다양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따라서 현재 쌓아둔 수익은 우선 가스, 광석 등 전용선 사업의 확충에 사용하고 펀드사가 소유하고 있는 과거 한진해운이나 현대상선이 소유하고 있는 전용선사업의 구입자금으로 사용해야 하며 글로벌 항만의 전용터미널 사업 확장에 사용해야 한다.


그런 다음 누구에게 어떻게 경영권을 매각할 것인가를 논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포스코와 KT의 사례를 통해 민영화에 얼마든지 다른 방법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두 기업 모두 현재는 기업을 완전히 지배할 수 있는 대주주가 없고, 수많은 소액주주들이 지분을 나눠 소유하는 주인 없는 기업, 국민 기업으로 불리며 ‘민영화’와 ‘공공성’이라는 두 속성을 모두 보유한 형태로 경영되고 있다. HMM이 가진 ‘국제물류의 고속도로라는 공공성’을 고려하면 반드시 검토해야 한다.


여기서 하팍로이드와 같은 방식을 제안한다. 신속한 의사결정이 요구되는 글로벌 해운기업 경영의 특성을 반영하여 해운에 전문성을 가진 1대주주, 공공성과 지역발전이라는 니즈를 가진 2대주주 및 3대주주에게 경영권을 매각하는 것이다. 대규모 투자가 요구되고 글로벌 허브항만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서 부산항을 모항으로 하는 선사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에서 특정 민간기업이 혼자서 HMM의 경영을 책임지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부산항을 글로벌 허브항만으로 계속 유지하려는 정부정책의 기본기조가 바뀌지 않는다면 하팍로이드와 같이 부산항만공사나 부산시 산하 투자기관이 2, 3대 주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항만공사법 개정 또는 지방공사법 개정하는 것이 우선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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