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인’과 ‘국민’이 손을 잡는 구조조정이어야 한다

임종관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해양물류연구부연구위원/연구부장
임종관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해양물류연구부연구위원/연구부장
해운업 구조조정은 지난 3월 5일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해운업 구조조정 추진방향’과 4월중 국토해양부가 발표할 ‘해운산업 경쟁력 제고방안’에 근거해서 추진되고 있다. ‘구조조정 추진방향’에 의하면 정부가 별도의 새로운 정책이나 획일적 기준을 정하지 않고 기업구조조정촉진법 등 현행 기준에 의해 주채권은행이 해운회사들의 재무상황을 평가하도록 되어 있다. 그리고 4월중에 발표될 ‘경쟁력 강화방안’에는 해운회사들의 선박을 매입해주는 선박투자활성화방안, 경쟁력강화방안, 세제지원방안 등이 포함될 예정이다.


  국제거래를 기본으로 하는 해운의 특성을 반영하고 개별회사마다 사정이 다른 점을 감안할 때, 정부 관계당국이 소란스러운 특별구조조정보다 채권은행별로 조용히 추진하는 상시구조조정시스템을 채택한 것은 잘한 일이다. 그리고 단순히 일시적 위기만 넘기고 보자는 임기응변보다는 유동성위기 해소와 함께 우리나라 해운산업의 취약점을 근본적으로 보강하는 ‘경쟁력 강화정책’을 추진하는 것도 좋은 결정이라고 평가될 수 있다.


177개 해운회사 중 여신규모가 500억원을 초과하는 37개 해운회사들에 대한 채권은행들의 신용평가작업은 이미 시작되었다. 평가작업이 완료되면 구조조정 및 경쟁력 강화작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될 예정이다. 세부적으로 어떤 평가와 어떤 기준이 적용되더라도 이번 구조조정의 목적은 경쟁력 강화에 두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 해운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과제는 한둘이 아니다. 코앞의 현안인 유동성위기 극복은 물론 선대경쟁력 강화, 해운·조선 관계와 선사·화주관계 개선, 선박금융부문 강화, 해운회사 경영기반 강화, 새로운 해운패러다임 대비 등 많은 분야의 과제를 안고 있다. 이러한 과제들은 호황이 시작되기 전에 그것도 다른 나라보다 먼저, 더 효율적으로 해결되어야 한다. 그래야 구조조정의 보람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해운회사의 생존능력을 평가하고 있는 채권은행들은 현 시점의 생존가능성을 나타내는 결산자료보다는 미래지향적이고 지속가능한 생존능력을 중시해야 한다. 그리고 해운회사들은 현재의 재무상황에 낙담하거나 자만하지 말고 다음과 같이 경쟁력을 창출함으로써 위기극복 능력을 채권은행과 정부에 보여주어야 한다. 


첫째, 해운회사들은 이번 구조조정 과정을 최대한 활용하는 경영능력을 보여주어야 한다. 원리금 상환유예, 유동성 지원을 위한 선박매입프로그램, 추가 여신 등에만 기대는 소극적 자세를 버리고, 정부의 경쟁력강화 지원프로그램을 최대한 활용하는 적극적인 생존전략을 제시해야 한다. 그래야 위기극복의 경영능력이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다.


정부가 선사들의 경쟁력 강화를 지원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활동을 마다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해운회사들의 창의적 경영계획이 그 어느 때보다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우선 정부의 여러 가지 세제지원프로그램을 활용하는 아이디어와 전략이 필요하다. 그리고 국회와 정부가 선사·화주 관계의 개선을 위해 적극적으로 중재할 예정이기 때문에 해운회사들은 이번 기회를 활용하여 지속가능한 상생의 관행을 정착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아울러 해운·조선의 관계도 해운산업 경쟁력 원천으로 적극 활용해야 한다. 무엇보다 해운산업의 자본기반을 강화하기 위해 추진하는 선박투자활성화, 선박금융육성 등은 선대경쟁력 강화에 크게 도움이 될 수 있으며, 아이디어에 따라서는 자금조달의 중요한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아울러 경영기반 강화전략이나 미래 패러다임 활용전략도 정부의 직간접 지원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통상적으로 정부의 위기극복 프로그램에는 평상시 기대할 수 없는 인센티브가 포함되기 마련이다. 따라서 이번의 ‘해운산업 경쟁력 강화방안’에도 상당한 인센티브가 포함될 것이다. 노골적으로 보이지 않고 행간에 숨어있는 인센티브가 더 클 수도 있다. 정부의 획일적 그림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인센티브 요인이 될 수도 있다. 개별 해운회사들이 각사의 실정에 맞는 생존프로그램과 경쟁력강화프로그램을 스스로 짤 수 있고, 채권은행과 정부의 직간접 지원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해운회사의 생존전략과 경쟁력강화전략은 선박투자자 즉, 국민을 파트너로 삼아야 그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을 것이다. 우선 개별 해운회사들은 구조조정과정에서 나올 수밖에 없는 유휴선박이나 저선가 선박매물을 매입하거나 용선함으로써 자사 운항선대의 운임경쟁력을 강화시키는 적극적이고 창의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지금 상황도 버거운데 선박을 추가로 매입하거나 용선하는 일이 가당키나 한 일이냐?”고 포기하거나 체념하는 소극적 자세는 바람직스럽지 못하다.


구조조정과정에서 나오는 유휴선박이나 긴급 매물선박이 제값을 받고 팔린다면야 해외로 넘어가도 별 문제가 없겠지만 헐값으로 외국기업에 넘어가면 앞으로 그 선박이 우리나라 해운회사를 어렵게 하는 부메랑이 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러한 저선가 선박은 국내에서 처리되어야 하고, 또 생존하는 우리나라 선사들이 활용함으로써 선대경쟁력이 강화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한편 용선계약이 첨부되지 않는 선박펀드에는 투자자들이 참여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선사들이 선박투자회사와 용선계약을 체결해야 선박펀드조성이 가능해진다. 그런데 향후 상당기간 화물이 없거나 있어도 운임이 너무 낮기 때문에 선사들은 운항손실을 피할 수 없다. 따라서 정부는 선박투자자의 초기투자손실(낮은 용선료)과 해운회사의 초기선박운영손실(계선비용, 유지관리비 또는 운항손실)을 호황기 수익과 상쇄시키는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 해운시황이 호전되는 경우 최대의 수익은 이 저선가 유휴선박의 차지가 될 것이므로 이 수익을 해운회사와 국민(투자자)이 공유하는 국민적 파트너쉽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구조조정의 성과를 해운회사와 국민이 나누어 갖는 경우 해운회사의 경쟁력이 강화됨은 물론이고, 향후 국민들의 선박투자가 더욱 증대됨으로써 해운자본 기반이 크게 강화될 것이다. 따라서 해운인과 국민이 손을 잡아야 이번 구조조정이 해운산업경쟁력을 근본적으로 강화시키는 ‘희망프로그램’이 될 것이다.

저작권자 © 해양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