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위기와 선박 운항 시 유의점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미국의 조바이든 대통령은 “언제든지 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대사관 직원과 가족들에게 대피명령을 내리며 자국 국민들에게는 철수를 권고하였다. 러시아는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이 위기를 심화시키고 있다고 비난하면서도, 2월 21일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 내 친러시아 세력이 수립한 공화국의 독립을 승인하고 이들 지역에 러시아군의 진입을 명령하기도 하였다. 이에 발맞춰 우크라이나 내 친러 반군은 총동원령을 선포하였으나, 우크라이나정부는 상황이 통제되고 있다고 발표하기도 하였다. 엇갈린 정보들과 발언들에도 불구하고, 확실한 것은 지역내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전운이 감돌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따른 경제적 여파는 상당하다. 우리나라 주식시장이나 뉴욕증시는 상황변화에 맞춰 요동을 치고, 유가는 연일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해운시장 역시 위기가 고조됨에 따라 상황전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또한 이들 지역에서 운항하는 선주 혹은 용선자 입장에서는 위험을 무릅쓰고 이들 지역에서 운항하거나 관련 항구에 입항하는 것이 우려스럽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따라서 본고에서는 지역 긴장에 따른 선주 혹은 용선자가 유의하여야 할 사항에 대하여 알아보고자 한다.

 

<용선계약과 관련된 이슈>
1) War Risks Clause

현 상황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용선계약서 조항은 War Risk Clause일 것이다. 따라서 용선계약서에 해당 조항이 편입되어 있는 경우라면 선주와 용선자의 권리 및 비용문제는 이에 따라 확정될 수 있다. 널리 활용되고 있는 정기용선계약 조항인 BIMCO Conwartime 2013 혹은 Voywar 2013에서는 해당 조항이 원용되기 위한 조건으로, 전쟁(war), 호전행위(warlike operation), 적대행위(hostilities), 폭동(civil commotion), 기뢰매설(laying of mines), 해적행위(acts of piracy), 테러행위(acts of terrists), 봉쇄(blockade)를 요구하므로, 현 상황이 악화되어 무력충돌이 발생할 경우 관련 조항이 적용될 것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표준 조항이 아닌 War Risk Clause의 경우, 전쟁 혹은 무력충돌의 개념을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 용선계약의 준거법으로 자주 거론되는 영국법에 따르면, 전쟁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전쟁이 선언될(declared) 필요는 없지만, 당사자들 간의 분쟁이 존재하고, 분쟁 규모 및 분쟁이 공공질서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되어 전쟁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Conwartime 2013에서는 선장 혹은 선주의 합리적인 판단(reasonable judgement)에 따라 위험지역(war risks)으로 항해하라는 용선자 지시를 선주가 거부할 수 있는 권리를 갖는다. 다만 Triton Lark Case[EWHC 2862(comm)]에서 재판부는 선주가 선박이 전쟁 위험에 노출될 수 있는 ‘현실적인 가능성(real likelihood)’을 입증하여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이 경우 현실적(real)의 의미는 단순 추측이 아닌 명확한 증거를 요구하는 것이고, 가능성(likelihood)이란 반드시 발생하여야 하는 것까지 요구하는 것은 아니나, 단순 가능성(barepossibility) 이상의 것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War risk Clause와 관련하여 한 가지 유의할 점은 Voywar Clause 1993이 현재까지도 활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Voywar Clause 1993에는 추가 전쟁보험료에 대한 언급이 없어, 추후 전쟁보험료가 부과될 경우 선주가 용선자를 상대로 추가 보험료를 청구하기 어렵게 만들어 분쟁의 소지를 낳게 된다. 따라서 항해용선계약을 체결하려는 선주들은 논의 중인 Voywar Risk Clause가 최신판(2013 version)인지 확인하여야 한다.

 

2) 우크라이나는 안전항인가
정기용선계약에서 용선자는 안전항을 지정할 명시적 혹은 묵시적 의무를 진다. 따라서 선박이 이례적 상황(abnormal occurrence)없이, ‘Good Seamanship’에 의해 회피할 수 없는 위험에 노출되지 않은 채, 항구에 도달하여, 관련 화물 작업을 진행한 후, 돌아올 수 있다면 해당 항구는 안전항이라고 간주될 수 있다. 지난 2월 11일 BBC 등 서방언론을 통해 러시아가 다음 주 예정된 해상훈련을 앞두고 우크라이나 해상을 봉쇄하고 있다는 내용의 보도가 나왔고, 우크라이나 드미트로 꿀레바 외무장관은 아조프해가 완전히 봉쇄되었고, 흑해도 러시아 군대가 장악하여 사실상 봉쇄되었다고 비난하였다. 따라서 우크라이나까지 가는 항로가 위험하다고 볼 수도 있겠으나, 현재까지 특별한 무력충돌 혹은 실질적인 봉쇄까지 이어졌다는 정보는 없으므로 해당 항구를 안전하지 않다고 단정짓기에는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본격적인 무력충돌이 발생하고, 우크라이나의 항구가 이러한 무력충돌의 영향을 받을 경우, 해당 지역은 안전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될 것이다.


한 가지 유의할 점은 선주 혹은 선장이 용선자의 이들 지역으로의 항해 지시를 수락할 경우, 선박에 피해발생 시 선주가 청구할 수 있는 손해배상권을 포기한 것으로 간주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영국 법원은 Kanchenjunga(1987) 케이스를 통해 선주가 항해지시를 수락함으로써 포기되는 권리는 용선자의 지시를 따르지 않을 권리에 국한될 뿐, 이에 수반되는 권리까지 포기되는 것은 아니라고 판시하였다. 그러나 Chemical Venture(1991) 케이스는 이와 달리 판단하였다. 해당 케이스에서는 선원들이 용선자와 선주가 합의한 지역으로의 항해를 거부하자 선주의 제안으로 용선자가 이들 선원에게 거액의 보너스를 지급하였고, 재판부는 선주와 용선자의 교신 내용을 근거로 선주가 해당 항차에서 발생하는 손해배상 청구권도 함께 포기한 것으로 판단하였다. 따라서 선주는 용선계약 체결 후 안전하지 않은 지역을 항해할 계획이라 하더라도, 선주의 동의가 추후 발생할 수 있는 손해배상 청구권의 포기로 간주되지 않도록 유의하여야 한다.

 

3) 이행불능의 발생(Frustration)
계약 체결 이후 일방 당사자의 귀책없이 계약의 이행이 불법이 되거나 불가능하게 될 경우 이행불능(Frustration)이 발생할 수 있다. 다만 계약 이행에 수반되는 비용이 현격하게 증가하거나 여러 조치들을 취하여야 한다는 사정만으로는 이행불능을 주장할 수 없다. 만약 우크라이나 위기가 고조되어, 흑해 혹은 아조프해가 봉쇄될 경우는 어떠한가? 지연(delay)으로 인해 계약이 이행불능에 빠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겠으나 영국법원은 그 요건을 매우 엄격하게 판단하고 있다. Sea Angel(2007) 케이스에서 영국 법원은 본선의 억류 가능성(detention)이 예견된 상황에서, 본선이 합의된 용선기간(20일)보다 긴 108일간의 억류되었다고 하더라도 해당 계약은 유효하다고 판단한 바 있다.

 

<기타 이슈>
1) 제재관련 유의사항

미국 재무부는 2월 21일 러시아가 새로 독립국으로 승인한 우크라이나 지역에 대한 미국인의 신규 투자, 무역, 금융제공 등을 금지하는 행정명령(Blocking Property Of Certain Persons And Prohibiting Certain Transactions With Respect To Continued Russian Efforts To Undermine The Sovereignty And Territorial Integrity Of Ukraine; Issuance of Ukraine-related General Licenses)을 발표하였다. 이에 따라 미국인의 해당지역에 대한 활동이 상당부분 제약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와 별도로 영국과 프랑스는 금융과 무역 분야에서 제재를 가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미국은 이들 국가들과 함께 대러제재도 시행할 것이라고 한다. 해당 제재가 미국인에게 적용된 것으로 보이나, 사태가 심각해지고 본격적인 무력 충돌이 발생할 경우 제3국 및 제3국의 개인(단체)에 적용되는 세컨더리 보이콧이 시행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더구나 우리나라 정부 역시 전면전이 발생하면, 대러제재에 동참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따라서 선주 혹은 용선자는 이들 국가들이 발표하는 제재 내용에 대하여 반드시 확인하여야 할 것이다. 또한 이러한 제재가 본격 시행되면, 선주 혹은 용선자들은 우크라이나 혹은 러시아 지역으로 운송되는 화물의 실사용자(ENDER-USER) 혹은 용선계약의 상대방이 제재 대상인지도 확인하여야 할 것이다. 또한 운송하려는 품목이 제재 대상 물품인지도 확인하여야 할 것이다.

 

2) 보험 Cover 관련
지난 2월 15일 합동전쟁위원회(Joint War Committe)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해역에 인접한 흑해와 아조프해(Ukrainian and Russian waters in the Black Sea and the Sea of Azov)가 전쟁위험 담보제외지역에 추가된다고 발표(JWLA-028)하였다. 합동전쟁위원회는 런던국제보험협회(International Underwriting Association of London)와 로이드 보험자 협의(Lloyd’s Underwriter’s Association)의 대표자로 구성된 단체로써, 전쟁위험 담보제외지역을 정기적으로 발표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전쟁보험에서 이를 준용하여 활용하고 있다. 따라서 해당 지역을 항해하거나 항해할 필요가 있는 선주들은 반드시 관련 내용을 사전에 보험자들에게 통보하여야 하고, 추가 보험료가 부과될 경우 관련 보험료를 납부하여야 한다.


P&I 보험의 경우 통상적으로 전쟁이나 이에 준하는 위험으로 인하여 사고가 발생한 경우, 일반적인 P&I보험을 통해서는 담보되지 않는다.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군사적 갈등이 심화되어 실질적인 무력충돌이 발생한 경우, 상황에 따라서는 클럽들이 현 상황을 둘러싼 담보 이슈를 명확히 할 가능성도 있다. 예를 들어 2년 전 미국과 이란의 정치적 갈등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호즈무르해협에서 발생한 몇 건의 기뢰추정 폭발사고가 발생하였을 때, 스탠다드 클럽은 전쟁무기로 분류되는 기뢰, 어뢰, 폭탄 등에 의한 사고는 일반적인 P&I 보험에서 담보 제외됨을 명확하게 선언한 바 있었다. 따라서 선주들은 자신들이 가입한 P&I 보험 조건이나 용어들을 명확하게 이해하고, 해당 지역을 항해하려는 선주들은 당시 상황에서 P&I 담보에 이상이 없는지 혹은 전쟁보험에 따로 가입하여야 하는지를 사전에 확인하여야 한다.

 

흑해 혹은 우크라이나항구로 가길 원치 않는 선주라면, 용선계약을 체결할 때 이들 지역을 반드시 허용된 항해구역에서 제외시켜 놓아야할 것이다.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하여 War Risk Clause는 반드시 편입시켜두어야 할 것이다. 상황이 시
시각각 변화하고 외교적 노력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라 하더라도, 이들 지역에서 항해를 하거나 이들 국가들과 거래를 하는 선주 혹은 용선자들은 사태 전개를 면밀히 주시하고,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의 조치들을 확인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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