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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파랑길 체험기
[562호] 2020년 07월 01일 (수) 11:32:28 김동관 komares@chol.com

부산 오륙도 해맞이공원에서 시작해 강원도 고성의 통일전망대 까지 걷는 770Km 거리의 초광역 트래킹 루트인 ‘해파랑길ʼ을 찾는 트래킹족이 늘고 있다. 정부가 2010년 지정한 ‘해파랑길ʼ은 10개 구간에 50개 여행지를 거치는 루트로 총 코스는 50개이다.  해파랑길 걷기에 도전한 필자는 트렉킹을 하며 동행자 에게 툭툭 건네거나 혼잣말하듯 기록한 日誌식의 체험기를 투고 해왔다. 2019년 6월호부터 구간별 체험기를 수차례에 걸쳐 연재했다.          <편집자주>

 

45코스 설악해맞이공원–장사항 16.7km / 4시간 30분
》》2020년 2월 22일 토요일 비 그리고 흐림

이제 2번만 더 가면 해파랑길을 완주할 것이다...마지막 피날레를 위하여 코스 플랜을 짜면서 해두 후배랑 의견이 갈렸다...자가용으로 가며 이동 편리함을 추구하는 후배생각과 고속버스와 렌트카로 편안하게 가고 싶은 나의 생각...그동안 44코스까지 줄곧 앞만 보고 달려온 것 같아 남은 코스는 좀 여유롭게 즐겼으면 하는데...하여튼 이번 트레킹을 마치고 정하자고 하였다...돌아켜 생각해 보니 우리가 해파랑길을 시작하고 의견 충돌이 된 건 처음인 것 같다...너무 내 생각을 고집했나 싶다.
원래 계획은 지난 주말 떠나는 거였는데 속초에 비가 이틀 계속 온다고 하여 이번 주말로 일정 계획을 바뀌었는데 헉 토요일에 비가 내렸다. 우C...그래도 강행하고 보니 새벽에 비가 그쳤다. 다행이다...집을 나서며 도심의 공기는 비 온 뒤의 청량함으로 잠이 덜 깬 정신을 맑게 해 준다.

 

   
 

새벽 지하철 첫차 타고 06시 30분 경부터미널에서 속초행 고속버스에 몸을 싣다...전국은 연일 코로나19로 난리이고 민심도 흉흉하다고 하는데 정작 버스 승객은 얼마 없다...경제가 망가지는게 피부에 와 닿는다...얼른 안정되어야 할텐데...새로 난 서울양양고속도로를 타고 조속조속 졸며 오다 보니 양양터미널 거쳐 08시 51분 속초터미널에 도착하다...지난번엔 속초해수욕장에서 택시를 타고 왔는데 지금 보니 바로 앞 200M 쯤 바다가 있지 않은가. 택시비도 아낄 겸 걸어가는 등뒤로 강원도 산골바람이 매섭게 몰아쳐 한껏 춥다.
09시 15분 드뎌 속초해변에서 다시 걷기 시작하다...세찬 바람이 불어오는 아침바다..흐린 날씨 탓인지 인적이 드문 텅 빈 백사장엔 돌고래 조형물만 열라 뛰고 있고 보기 좋은 광고판이 나를 반긴다...잘했고, 잘해왔고, 잘할거야!...해파랑길을 걸으며 참으로 가슴에 와 닿는 말이다 위로가 되다...열심히 살아야 되겠네.
백사장을 뒤로 하고 타박타박 걷다보니 어선인 하나호선장의 얘기와 동상이 서있다. 세월호 선장과 비교되어 마음이 찹찹하다.


어느새 청호동 아바이마을...청초호를 좌측에 두고 설악대교를 넘어와서 갯배를 탈러다가 이정표도 그렇고 해서 그냥 금강대교로 건너오다...즐비한 생선구이집과 아바이순대집 먹고 싶은디 갈길 멀어 그냥 지나치다...건너편으로 이전하고 비워진 옛 속초항국제여객터미널을 끼고 돌아서 영금정에 올라 기둥에 기대어 서서 아침햇살 비추는 속초항 바다를 보고 내려와 64계단 가파른 계단길로 속초등대전망대에 헥헥거리며 올라가다 에구 디라 힘드네.
영랑호반길로 접어들며 너른 영랑호를 굽이굽이 돌아가는 모습에 생각보다는 상당히 거리가 있다. 바람과 함께 가는 이 길이 끝나면 이번 코스도 마치겠지...해두 후배는 잘도 걸어가고 내는 따라가느라 바쁜디 SUV 타고 가는 어떤 분이 나를 보고 엄지척하네 아이고 감사해여 땡큐!!...호수가 한편에 후산 최명길의 화점사 시비가 서있다...나는 나비가 되오리 그대는 꽃이 되오시라...나비 문양을 보며 나비의 꿈을 생각하다...내 꿈에 나비가 있는 걸까, 나비 꿈에 내가 있는 걸까 모를 일이로다.


영랑호CC를 돌아가며 웅장한 범바위 지나서 잠시 쉬면서 김밥 한줄 나눠 먹고 장천마을 영랑호 화랑도체험관광단지를 지나다 몇해전 고성, 속초 산불로 산에 나무들도 불에 타 벌채되어 있고, 길옆 펜션 수십채가 불에 다 타서 흉한 몰골로 남아 있어 볼썽 사나웠다. 언제쯤 복구 될는지...영랑동사무소 앞 안내표시가 잘못되어 좀 헤매다가 12시 45분 장사항 도착하여 어나더불루 카페(구 청화대횟집) 앞 안내판 인증도장을 찍으며 45코스 완주하다.

 

46코스 장사항-삼포해변 15km / 5시간 15분
드뎌 고성군에 입성하다...장사항을 벗어나 중앙로 도로길을 걷다 용촌교를 지나며 접경지역이라선지 해변엔 철조망이 쳐져있고 데크길을 걸으며 철조망 너머 바다를 본다 누가 가지 못하게 막았는지 분단의 현실이 피부에 와 닿는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인 것을...말간 하늘에서 여우비 내려와 외로운 영혼을 적셔준다.
켄싱턴리조트 앞 해변길로 들어선다. 데크길을 걷는 후배의 뒷모습이 애잔한 것은 그저 기분 탓일는지...우리의 인생길도 홀로 가는 것을...봉포항 활어회센터 주차장 옹벽엔 술에 대한 시가 적혀있다...해두 후배에겐 송강 정철의 장진주사...술 한잔 먹세 그려, 또 한잔 먹세 그려...친구에게는 조조의 횡삭부...이 근심 어이 풀까, 있으니 오직 술뿐이로세...나를 위해서는 이태백의 월하독작...잠시 달과 그림자 벗하여 봄날을 마음껏 즐겨 보노라...이 풍진 세상을 살았으니 너의 희망이 무엇이냐...미스터트롯 정동원 아해의 청아한 목소리 들려오는 듯하다.


인적이 드문 천진해변 모래사장엔 사진각구와 시계탑이 외로이 서 있고 바람이 운다. 걸어가는 발걸음도 가볍지만 않다...천진교와 청간교를 지나 청간정에 올라 우당 이승만 대통령의 친필 현판과 맞은편엔 최규하 대통령의 친필 한시를 보다...데크길 따라 걷고 걸어 이야진항에 도착해서 잠시 휴식을 취하다...이야진이란 이쁜 이름에 반하다...모퉁이를 돌자 동해바다가 훅하고 다가온다...펜션과 예쁜 카페들...아해들은 쌍쌍이 자동차를 타고 와 따뜻한 카페에서 옹기종기 차를 마시며 창밖을 내다보고 나는 찬 겨울바람 맞으며 그네를 본다...누가 더 행복한 것일까 모를 일이다.
길을 걷다보면 영랑호에서도 그랬고 무덤가에 예쁜 조화가 놓인 것을 본다...누운 이는 이 세상을 뭘 알까 마는 내가 사는 이유는 무엇일까. 머리 속에 맴도는 화두가 해파랑길 내내 떠나지 않는다...우리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게 될는지.

 

   
 

교암해변을 거쳐 능파대에 오르다...근데 생각보다는 썰렁한 게 뭐지 싶다. 이름만큼 그러지 못함이야...백도해변에도 철지난 겨울바다의 스산함이 백사장에 가득 남겨져 있고 백도항 어부집에서는 가리비구이 내음이 진동하는데 먹고 싶다는 절박한 욕망을 억누르고 갈길을 재촉한다. 나중에라도 와서 함 먹어봐야지...국내산 1Kg에 2만 7천원이다...자작도 해변 지나 18시에 삼포해변에 도착하여 인증도장 찍고 46코스 완주하다. 

 

47코스 삼포해변-가진항 9.7km / 2시간 30분
18시 10분 서산에 해는 니웃니웃 지는데 아직은 시간이 일러 내친 김에 48코스를 강행하다...봉수대해변을 지나 송지호교를 건너 좌측으로 송지호를 두고 숲길로 걸어서 불 밝힌 송지호 철새관망타워 옆을 지나 랜턴 불빛에 의지하여 왕곡마을까지 한참을 어둠 속에 걸었다...혼자서는 무서워서 도무지 갈 수 없지만 둘이 동행하니 걸을만했다...왕곡마을은 길지로써 국가민속문화재 235호로 지정된 전통가옥마을인데 한밤중에 찾아드니 인적도 없어 세트장 마냥 을씨년스럽고 마을 입구 장승은 무서버라...어둠속에 한참을 도로길로 걸어 걸어 공현진해변...불도 밝고 스테이가진에선 바베큐 하느라 맛있는 내음이 허기진 배를 공격한다.
가진항에도 그러러니 하고 어두운 밤바다를 보며 파도소리 벗 삼아 걸음을 재촉하여 20시 30분 가진항 입구 삼거리에 도착하여 인증도장 찍고 47코스 완주하다.

 

48코스 가진항-거진항 16.6km / 3시간 55분
가진항을 지나 가진해변 쪽으로 가는데 이런 펜션 2개는 만실이라고 하고, 불 켜진 부부횟집은 영업시간이 끝나서 식사를 할 수 없다네...최악의 순간...머리속이 하얘지며 괜히 후배에게 짜증을 부려본다...둘 다 그저 가진해변에 가면 다 해결될 거라 생각했는데 생각보담 가진항은 조그마한 항이었고 코로나19로 관광객이 없어 다들 일찍 폐점하고 마을이 깜깜했다...혹시나 하는 마음에 해변가 불 켜진 문어와 보쌈 식당문을 두드려 김지연 아지매에게 식사를 부탁하니 영업은 끝났지만 문어해장국으로 주겠단다...감사하고 또 감사할 일이다...끼니도 떼우고 내친 김에 소주도 각 1병하고 민박까지 소개받아 하루를 마무리하다.
정말이지 감사한 식당 주인 아주머니 복 많이 받으세요!

 

   
 

》》2020년 2월 23일 일요일 맑음
05시 기상해서 간단히 요기하고 06시 10분 포장도로를 따라 어둠속에 걷기 시작하다...겨울바람이 차갑게 불어와 춥다 바람막이 모자를 둘러쓰고 땅만 보며 걷다 보니 남천을 따라 내륙으로 들어갔다가 남천교를 건너 다시 뚝방길로 내려오며 한갓진 풍경에 좀은 느긋해졌고 해안선과 만나는 지점에서 해파랑길 마지막 일출을 맞이하다...소나무 사이로 바알간 해가 뜨면서 사위를 붉게 물들이는데 내 마음도 똑같이 물들며 순수한 마음으로 정화되는 느낌이었다...철조망 너머 옥빛바다가 정겹다.
해안을 따라 솔밭길 옆을 바람 맞으며 걸어 다리를 건너 새로난 도로로 가는데 이정표가 반대방향으로 되어 있어 한참을 헤매다...아마도 기존 설치된 것을 도로공사하며 뽑았다가 아무 생각 없이 반대로 꼽은 거 같았다...짜증이야. 나중에 고성군 홈피에 청원해야겠다...배수장에서 북천 뚝방길을 따라 걸어서 평화누리길 북천철교를 건너다...일제때 놓았던 동해북부선 철교로 한국전쟁때 파괴된 것을 18억원 들여 자전거교량으로 복원했는데 걷기도 괜찮았다...북천에는 아침 일찍 오리떼 군무가 날아오르고 백로떼 비상하는 절경이 보기 좋았다.


다시 바다와 만나며 반암해변까지 송림길과 데크길이 번갈아가며 편안하게 이어진다...월파로 철조망 일부와 데크가 무너져있지만 걷는 데 별 문제는 없었다...기나긴 포장도로를 따라 걸으며 한편에는 어부들이 그물 손질하느라 바쁜데 악취 민원 프랭카드가 바람에 펄럭인다...얼마나 고충일까 마는 이기심일 수도 있지 않을까.
거진해변에 접어들며 명태의 고장 고성이라 명태 소개 벽화가 눈에 들어온다...생태, 동태, 코다리, 황태, 북어, 노가리...최고의 음식 명태지리라 떡하니 설명해놨는데 요즘 국산 명태는 없다네. 한번 맛보고 싶은데...그리고 정성을 담다...라는 고성 홍보판에는 인조 명태만 주렁주렁 달려 바람에 흔들거린다...나 또한 걷다보니 10시 05분 거진항 도착하여 수협마트 앞에서 인증도장을 찍고 48코스 완주하다.

 

49코스 거진항–통일전망대 출입신고소 12.5km / 4시간 20분
예정했던 코스를 끝내고 아침을 먹으려고 식당을 찾다보니 또 횟집...해두 후배는 삼겹살 구워먹자고 했는디 우짜겠노...우럭매운탕을 먹었는데 이런 어제 먹었던 우럭매운탕 보다는 낫지만 진짜 뜨내기 손님 봉으로 보는지 가성비 대비 별로다...‘장사는 이윤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남기는 것이다’ 라고 현판을 걸어 놨는디...회를 시켰어야 하나.
11시 10분 안내판을 지나 표식이 안보여 이리저리 헤매다가 지도보고 거진등대 쪽으로 올라가니 해파랑 표식이 보인다...도로를 따라 와야 되나보다...거진항 앞바다를 내려다 보고 산길로 접어들어 능선길을 따라 솔향을 맡으며 숲길을 한참 걸어가다 포장도로로 내려 왔다가 다시 산길로 접어들어 해발 122M 응봉까지 지그재그로 힘겹게 올라가면 멀리 화진포 정경이 펼쳐지며 꽤나 높은 산에 오른 것처럼 우쭐댄다. 아마도 가파른 길을 오른 탓이리니.


좌측에 화진포호수 우측에 화진포바다를 두고 깔끔한 소나무 숲길 따라 내려오면 화진포외성 김일성병장을 만난다...관람하려면 돈을 내라고...에구 김일성한테 돈 주기 싫어 그냥 외관만 보구 패스하다...화진포호수와 화진포해수욕장은 KBS 드라마 ‘가을동화’ 촬영지라는데 은서(송혜교)를 그때는 참 좋아했었지.
화진포호수는 오후 햇살에 비늘처럼 반짝이며 물결이 일렁이고 인적이 드문 도로길엔 적막이 흐르고 타박타박 걷고 있는 내 모습이 햇살 속으로 빠져 든다...금구교를 지나서 초도항...초도해변을 지나면 대진항...해두 후배는 예전회사 같이 근무했던 윤상돈중위의 근무지라고 대진등대 사진 찍어야 된다고 등대로 올라가고 나는 대진1리 해변을 따라 해안길을 걸어가며 혹시라도 후배가 따라 잡을까봐 열라 속보로 걸어 걸어 금강산콘도 뒤로 해서 마차진해변을 지나 통일전망대 출입신고소에 도착하니 15시 30분...인증도장 찍고 49코스 완주하다.


다음 주 마지막 해파랑길을 위해 정보를 수집하고 와이프 좋아하는 강원도 옥수수 사고 북한산 들쭉술도 사고....택시 불러 거진시외터미널로 가면서 기사님에게서 쑥고개 넘어 가라는 꿀팁 얻고 하차...곧 폐업하는 목욕탕에서 사우나로 몸 풀고 거진전통시장내 고기집에서 삼겹살에 소주 한잔으로 피로를 풀고 서울행 버스로 GO HOME...차안에서 코 골았다는데 내는 몰라요.(2020. 2. 25)  

 

50코스 통일전망대 출입신고소–통일전망대 12.7km / 1시간 35분
》》2020년 2월 29일 토요일 맑음

지난번 트레킹에서 힘들었지만 그래도 49코스까지 완주하여 이번 50코스는 편하게 피날레를 장식하리라 기대하며 일주일 내내 어떤 이벤트로 마무리할까 생각하느라 마음이 들떴다...하지만 코로나19가 전국으로 확산되면서 불안한 마음에 갈까 말까 좀 갈등하기도 했지만 일단 대중교통을 피하고 자가용으로 이동하기로 하며 1년 내 마치기로 한 약속을 지키기로 하였다...이런 와중에 두 집사람과 친구 수원 부부, 후배 규진 부부가 동행하여 축하해 준단다...감사하지요.


09시 30분 해두 부부를 공덕역에서 만나 서울양양고속도로를 이용해서 고성으로 떠나고 다른 한 팀은 통일전망대 출입신고소에서 만나기로 하였다...전날 비가 내려 걱정이 되었지만, 강원도로 향할수록 날씨는 맑아지며 우리의 장도를 응원해주네...고속도로는 한산하다 못해 거의 우리만 달리고 있네...인제양양터널 길이 10,965m 세계에서 11번째로 긴 터널을 한참이나 달리며 감탄했고 양양JC에서 동해고속도로로 속초로 향하다...속초IC 나와 7번국도 낭만가도를 달리며 한껏 기분을 느끼다.
지난번에 도움을 받았던 문어와 보쌈집에서 점심을 먹으러 가진항으로 가는 길에 2월 25일부터 통일전망대가 휴관이라는 플랭카드가 걸렸다...아 우C...갑자기 머릿속이 하얘지며 뒷통수를 망치로 한방 맞은 느낌...우짜지 돌아갈 수도 없고. 일단 출입신고소로 가보기로 하고 문어해장국으로 점심 맛있게 먹고 포토존에서 집사람과 예쁜 사진 찍고 계속 GO.

 

   
 

통일전망대 출입사무소의 출입문은 굳게 닫혀있고 통일전망대 운영 중단 안내문만 덩그러니 붙어있네. 어찌 할거나...차량 출입이 안 된다면 제진검문소까지 걸어갈 수 있을지 옆 상가 아지매한테 물어 볼려고 다가가니 가까이 오지 말란다. 경상도 말씨라서 그런가 기분이 좀 상그럽네...우쨌든 걸어가는 거야 뭐 어떨까봐 가기로 하다.
13시 15분 한적한 차도로 걸어 우측으로 마차진해변 종점에서 명파해변으로 가는 산길로 들어서다...가파른 목계단을 올라 능선길을 따라 가며 해파랑길 마지막 코스도 쉽게 내어주지 않고 힘들게 하는구나...에메랄드빛 동해바다를 바라보고 솔개비 밟으며 오르락 내리락 7부 능선을 가다 보니 명파해변 2.3km 지점에서 임도를 만나 걷고 2.1km 지점에서 해안길로 들어서면 낙엽이 쌓여 푹신한 감촉으로 편안하게 걸었다...시몬 그대는 아는가. 낙엽 밟는 소리를...하산길 목계단을 내려오니 명파해변 입구...인적 드문 명파해변 오토캠핑장...DMZ 비치하우스도 휴관이고, 건물 옥상엔 산타만 외로이 먼데를 바라보고 있네...


출렁다리로 배봉천을 건너 명파2교에서 우회전하면 저 멀리 제진검문소가 보인다...가슴이 벅차오르며 발걸음이 빨라지다...민통선장터식당을 지나 차도를 따라 걷고 또 걸어 14시 50분 제진검문소에 도착하다...걸어서 갈 수 있는 해파랑길의 끝에 다다르다...지난 1년을 지탱해 온 순간을 더 가지 못하고 이렇게 맞이하다니 왠지 씁쓰레한 기분...그래도 말간 하늘아래 따가운 햇살 맞으며 완주 플랭카드 펼쳐 들고 해두 후배랑 인증샷 찍고는 뜨거운 포옹으로 그간의 모든 힘든 순간의 기억을 바람에 날려 보냈다...집사람과도 인증샷...동행해 준 이들과도 인증샷...코로나19가 잠잠해지면 다시 이곳으로 와 미완의 마지막 퍼즐을 완성해야지...그리고 이제는 멋진 파티 하러 가야지.(2020. 03. 01.)

 

   
 

》》2020년 4월 14일 화요일 맑음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 두기 하느라 여전히 50코스 민통선이 통제되어버려 이제나 저제나 해제되기만을 기다리느라 목이 빠져 부러 슬픈 사슴 모가지...일상생활하면서도 마음은 항상 제진검문소로 한달음에 달려가리라 기대하느라 좀은 지쳐 갈 무렵, 후배 해두에게서 연락이 왔다. 코로나가 장기화 되면서 49코스까지만 완주해도 완주증을 준다는 거였다...아싸 얼른 시간 약속을 하고 삼각지역 4번 출구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좀 지체하다보니 지는 먼저 사단법인 ‘한국의 길과문화’에 가고, 난 한참을 헤매이다 겨우 허름한 건물 앞에서 해두군을 만나 사무실로 가서 완주증과 해파랑 코스 상징 액자를 받고 돌아오다...


여전히 마지막 화룡점정의 끝맺음에 대한 목마름은 남았지만 그래도 1년을 걸어왔던 시간에 대한 아스라한 기억과 뭔지 모를 작은 성취감이 느껴졌다...한편으론 동행해 준 후배 해두가 너무 고맙고 참으로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맺었던 진한 감정의 잔상은 남은 생애동안 살아가면서 좋은 얘깃거리와 힘이 될 터이다...
시간이 흐르면 난 또 어디를 갈까...산티아고길에 대한 그리움은 어찌 할꼬...걷는다는 커다란 행복 앞에 난 그렇게 떠남을 준비하며 기다릴 것이다.(2020. 04. 14)


코로나19가 잠잠해지는 듯 하더니 다시 확산되는 상황에 민통선은 기약 없이 닫혀져 50코스에 대한 목마름으로 이제는 완주하는 꿈을 꾸게 되다...어느 날 해제되었다는 소식에 한달음에 해두 후배랑 차를 몰고 달려가 통일전망대 인증 도장 찍고 인증샷 찍고 에메랄드빛 동해바다를 바라보며 미소를 짓다...잠에서 깨어나다.
아마도 50코스에 대한 기록은 언제 연재될지도 모르지만 완주에 대한 진한 느낌은 남겨야 할 거이다...그동안 미숙한 글이지만 끝까지 읽어주신 분들과 ‘해양한국’편집국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감사합니다(2020. 06. 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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