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와 용선 및 운송계약의 문제점

중국에서 발병된 것으로 추정되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COVID-19, 이하 코로나바이러스)는 중국 전역은 물론 아시아, 미주, 유럽까지 확진자가 발견되는 등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또한, 환자수는 갈수록 증가세를 보이고 있어 이러한 사태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위험을 피하기 위하여 주요 국가들은 입출항하는 모든 선박에 대하여 강화된 검역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고 있으며, 몇몇 국가는 모든 중국발 선박들에 대해 일정기간 격리 후 접안 여부를 결정하는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선박의 운항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며, 이는 정기용선이나 항해용선상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러한 분쟁에 따르는 손해를 피하고 예상되는 분쟁사항에 대비하기 위하여 코로나바이러스의 창궐 및 그에 대한 각 국의 대응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는 계약상의 분쟁상황을 소개하고 개별 쟁점을 분석, 대응방안을 아래와 같이 제시하고자 한다.

 

정기용선상 계약분규 쟁점사항
1. 용선자의 항행 지시와 안전항 문제

선주는 입항하려는 항구가 코로나바이러스가 창궐 혹은 확산되는 항구인 경우, 안전항이 아님을 이유로 입항 거부를 할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된다. 선박이 예상치 못한 상황을 제외하고 입출항 및 항만 사용에 있어 적절한 수준의 선박조종기술로도 제거되지 않은 위험이 해당 항구에 존재하는 경우 그 항구는 안전항이 아닌 것으로 판단하며1), 그 결과로 선주는 용선자에게 해당 항구의 항행지시를 철회하고 안전한 다른 항구를 지정할 것을 요구할 수 있다.2)


하지만 안전항이 아님을 주장하기 위하여는 객관적이고 강력한 증거(ex. 항구폐쇄, 입항금지 등)가 필요할 것이며, 그러한 증거 없이 선주가 입항을 거부한다면, 오히려 선주의 계약위반으로 인정되어 용선자로부터 그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를 받을 위험이 있으므로 현 상황에 대한 정확한 판단이 우선되어야 한다.
현 시점에서 중국 혹은 기타 바이러스가 발병된 항만을 안전항이 아니라고 보기에는 다소 어려움이 있다. 아직까지 중국 내 대양 항구 중 폐쇄되거나 기능이 정지된 항만은 보고되지 않았으며, 주요 국가에서는 비록 여객운송에는 제한을 두고는 있으나, 상선에 대하여는 높은 방역 수준을 요구할 뿐 입출항에 대한 제한은 없는 상황이다. 그리고 WHO에서도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ublic Health Emergency of International Concern, PHEIC)를 선포하였으나, 이동과 교역 제한을 권고하지 않고 있지 않다. 
그러나 코로나바이러스가 더욱 확산되어 항만폐쇄, 항만사용 제한 등의 강력한 조치가 발생하는 경우, 이는 해당 항구를 안전항으로 보기 어려운 요인들이 될 수 있다.

 

2. 선원의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및 조사, 방역, 격리 등으로 인한 선박 운항지연이나 운항정지시 off-hire 여부
NYPE 계약서 문구를 기준으로 선원이 충분한 예방 조치를 하지 않아 감염이 발생한 경우, off-hire
규정 중 ‘deficiency and/or default… of officers or crew’에 해당, off-hire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감염이 의심되는 상황에서의 방역, 격리로 인한 지연은 off-hire 규정의 ‘any other cause’에 포함되어 off-hire 상황으로 볼 여지가 있다.
이러한 내용은 예전 판결에서 추론할 수 있다.
The Laconian Confidence3) 판결에서 법원은 항만당국이나 정부의 개입이 선박의 상태 등에 대한 직접적이고 합당한 사안이면 off-hire 규정 중 ‘any other cause’에 포함될 수 있다는 취지의 의견을 제시한 바 있으며, The Apollo4) 판결에서 선원의 티푸스 발진으로 인한 선박 격리 중 발생한 시간 손실은 ‘any other cause whatsoever’중 whatsoever에 포함된다고 하여 off-hire를 인정하였고, 더 나아가 재판부는 whatsoever가 없었다 하더라도 선박 사용을 제한한 것이므로 off-hire가 인정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용선자의 off-hire 주장에 선주는 항만이 안전항이 아님을 주장하는 것과 항만당국의 개입이 항차수행에 관련한 용선자의 지시를 정당히 수행함에 있어 발생한 불가피한 결과이므로 용선자가 책임져야 한다는 묵시적 배상(implied warranty)를 주장하는 것으로 대응을 고려할 수 있다.
안전항 주장은 앞서 분석하였듯이 현 상황에서는 선주에게 유리하게 작용될 여지는 크지 않아 보인다. 용선자의 off-hire 주장에 대해 묵시적 배상을 바탕으로 하는 선주의 반박의 성공여부는 개별 사안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질 것이다. 일반적으로 두가지 측면을 고려하여야 하는데. 하나는 최소한 항만당국의 개입이라는 상황이 용선자의 지시에 따른 자연적이고 불가피한 결과에서 나온 인과관계가 확인되어야 하며,5) 두 번째는 항만당국의 개입이 선주가 예상할 수 없었던 상황인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할 것이다.6)


3. 코로나바이러스와 계약 해지 문제
특별한 조항이 없는 경우 용선자는 이를 근거로 계약을 해지하기에는 상당한 어려움이 있다. 다만, 용선자는 코로나바이러스의 창궐 및 그로 인한 항만입출항에 대한 심각한 변동사항을 근거로 계약 체결시 의도한 목적을 근본적으로 이행하지 못하게 됨을 근거로 frustration을 주장할 수 있다.
다만, 영국법상 frustration은 높은 수준의 입증책임을 요하는 법리이고, 또한 1. 단순히 계약이행이 어려워지거나 비용이 추가로 발생하는 경우 2. 당사자 일방이 스스로 frustration 상황을 야기한 경우 3. frustration 상황이 사전에 예상되는 경우에는 frustration에 따른 계약 종료를 인정하지 않는다. 따라서 반드시 당사자의 상황이 위 기준에 비추어 주장의 실익이 있는지 엄격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항해용선상 계약분규 쟁점사항
1. Quarantine, free pratique와 laytime의 산정

계약서에 검역에 관련한 조항이 있는 경우, 검역이나 격리에 대한 시간은 해당 조항의 규정에 따르게 될 것이다.7) 만약 그와 관련한 조항이 없다면 이는 다양한 상황에 따라 달리 해석될 여지가 많을 것이다. 예를 들면, 선박이 화물 적양하 작업 중 선원의 발병, 혹은 검역 불승인으로 인해 격리 지역으로 이동명령을 받은 후 재검을 받아 통과되는 상황이라면, 이는 본선이 적양하 작업에 준비된 상태가 아니거나 혹은 선박의 선원에 관련한 불감항성으로 판단될 여지가 높아 이 기간은 laytime에 산입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용선자가 해당 항구로 항행할 것을 지시하는 시점에 항만당국의 결정으로 모든 선박에 대해 Quarantine 제한이 걸려있는 상황이라면, 이는 NOR이 유효하게 제시되었다는 전제 하에 laytime에 산입될 가능성이 있다.8)
물론, 이러한 내용은 계약서의 해석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계약체결 전 이러한 문제를 명확히 계약서에 기재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2. Free pratique 와 NOR Tender
 검역필증(Pratique)는 항만 보건당국에서 선박과 선원의 검역과 감염 등을 조사한 후 입항허가를 내주는 절차이며, 검역을 통과하지 못한다면 선박은 격리되고 방역이나 필요조치 후 재조사를 받게 된다.
이러한 검역필증은 일종의 형식상의 절차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나, 지금처럼 전염병이나 기타 질병의 문제가 심각해지는 경우 보건당국에서 강력하고 실질적인 조치를 취할 것이며, 이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지연이 발생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NOR tender의 효력이 문제가 될 것이다.
항만당국의 입항절차를 충족하지 못하여 화물작업이 불가한 경우 선박은 적양하에 준비된 상태로 볼 수 없어 기존에 제시된 NOR은 무효로 판별될 가능성이 높다.9) 따라서 이 경우는 형식상의 절차를 넘어선 수준의 조치를 완전히 취한 후 보건당국의 승인을 받는 시점에 유효한 NOR이 성립될 것이다. 다만, 선주 입장에서는 NOR 조건에 WIBON 및 WFPON등의 문구를 삽입하는 것으로 이와 같은 위험을 회피할 수 있을 것이다.
선주는 무효가 된 NOR을 tender한 경우 다시 유효한 NOR을 tender하여야 하나, 유효한 NOR tender가 없었던 경우는 선박이 접안하여 실제 하역작업이 시행된 시점부터 laytime 개시 요건에 따라 laytime이 기산된다.10)


 
3. 항해용선 계약에서의 계약 해지
많은 항해용선 계약서에는 불가항력 조항(Force Majeure)의 삽입을 통해 당사자의 통제할 수 없는 약정된 상황이 발생하는 경우, 계약상 의무를 면제받거나, 의무이행기일을 연장받거나 혹은 계약을 종료할 수 있는 권한을 제공하고 있다. 영국법에서의 Force Majeure는 순전히 계약상 효력만 인정되며, 해당 조항이 없는 경우 Force Majeure를 근거로 주장하지는 못한다.11)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상황이 Force Majeure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주장하고자 하는 당사자는 크게 다음 사항을 입증하여야 한다. 우선은 관련 조항에서 약정하고 있는 상황에서 코로나바이러스와 연관된 내용이 있는지 살펴야 할 것이며12), 또한 그런 상황으로 인해 계약이행이 방해되거나, 지연되었는지를 살펴야 한다. 예를 들면 코로나바이러스가 아니더라도 계약이행에 문제가 있었을 경우, Force Majeure를 주장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마지막으로 다른 방법으로도 이러한 제약을 극복하거나 피할 수 없었는지를 고려하여야 한다. 추가적인 비용을 들인다면 계약을 이행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면, 역시 Force Majeure로 인한 이행지연 혹은 계약종료를 주장하기에는 위험이 따를 것이다.
만약 Force Majeure 조항이 없다면, 앞서 검토한 frustration 법리를 고려할 수 있다. 항해용선 계약은 특정한 항구를 항해하는 것이 목적이므로 항차 내의 입항 목적항구의 폐쇄나 격리조치 등으로 계약의 이행이 어려운 경우라면, frustration을 고려할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일부 지연 또는 단순한 비용의 증가로는 frustration을 주장할 수 없으며, 변경되거나 대체되어야 할 항차가 근본적으로 다른 경우에 이르러야 frustration이 인정될 가능성이 있다.13)

 

운송계약에 있어서의 분쟁사항
용선계약뿐 아니라 선하증권을 기반으로 하는 화물운송계약에서도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선박운항 지연 및 화물 적양하 및 반출 금지 혹은 지연으로 인한 분쟁이 예상된다. 많은 경우에 있어 헤이그비즈비 규칙이 적용될 수 있으므로 해당 규칙에 관하여 검토해 보고자 한다.
헤이그비즈비 규칙 하에서 운송인은 발항 전 감항성을 유지하였다는 전제 하에 규칙에서 정한 예외사항을 근거로 면책을 주장할 수 있다. 다음의 면책사항을 고려할 수 있다.

 

공권에 의한 제한(Restraint of Princess)14) or 검역상의 제한(Quarantine Restriction)15)
헤이그비즈비 규칙에서 공법상 행정주체가 내리는 공법상 권리에 의해 발생한 선박운영이나 화물작업의 제한으로 발생한 손해에 대하여는 운송인은 면책을 주장할 수 있다. 특히 검역상의 제한은 따로 규정되어 있으나, 공권에 의한 제한의 일부로 볼 수 있어 적용에 큰 차이가 있지 않다. 따라서, 입항 및 화물적양하 과정에서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보건당국이나 지자제의 격리명령, 접안 및 화물작업 중지 명령 등으로 인한 지연에 따른 화물손실에 대하여는 운송인은 이러한 면책을 주장할 수 있다.
다만, 실제 제한이 발생하여야 하며, 단순히 제한이 있을 것이라는 합리적인 의심만으로 선박 운항을 제한 혹은 적양하 작업을 하지 않는 상황이라면 이 면책을 주장할 수는 없다. 또한, 공법상 행정주체의 제한이므로 부두사용자, 터미널, 야적장 운영자들의 자발적인 폐쇄 혹은 제한은 이 면책에 포함되지 않을 것이다.
차후 코로나바이러스에 대응하여 국가별, 지역별로 강력한 제한이 진행된다면 이처럼 용선계약 혹은 운송계약 이행 중, 다양한 분규가 발생될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바이러스 관련 상황은 현재도 계속 변동 중이므로, 분규 발생시 현재 상황을 정확히 확인하여 항상 법적 조력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또한 신규 계약 체결시, 이와 같은 분규를 예상하여 계약서에 책임관계를 명기하는 것이 차후 불가피한 분규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 될 것이다.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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