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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베이 스피리트’호 오염사고를 되돌아보며(下)
-인도선원 처벌과 관련된 논란을 중심으로-
[554호] 2019년 10월 30일 (수) 15:54:02 박영선 komares@chol.com
   
박영선
베트남 해양대학교
초빙교수

<국제적인 논란>
가. 선원의 처우에 관한 논란
1) 배경

허베이호 선원에 대한 처벌이 논란이 된 주요한 원인 중의 하나는 당시 국제적으로 오염사고 발생 시 선원에 대한 과도한 처벌이 국제적 이슈로 부각되었기 때문이다. 유엔해양법협약(UNCLOS)에 의하면 영해 내에서 해양오염을 발생시킨 외국 선박에 대하여 연안국은 그 오염이 고의나 중대한 과실에 의한 경우가 아니면 오직 벌금형만을 가할 수 있다(제230조 제2항). 이 경우 소송과정에서 형사피고인의 권리는 존중되어야 한다(동조 제2항). 그러나 일부 국가는 이러한 규정을 지키지 않고 선원을 구속하거나 귀국을 처용하지 않고 장기간 억류하곤 하였다. 그러나 이와 같이 선원을 범죄인화(criminalization) 하여 과도하게 처벌하는 것은 인권침해 소지가 있으며, 해운의 발전을 저해한다고 판단하여 국제노동기구(ILO)와 국제해사기구(IMO)는 이 문제 해결을 위하여 오랜 동안 논의를 계속해 왔다. 양 국제기구는 선원의 범죄인화를 예방하기 위한 국제협약을 제정하려고 하였으나 국제협약이 국내문제에 지나치게 깊이 개입하는 것을 우려한 일부 국가의 반대를 감안하여 2006년 강행력이 없는 결의서 형태로 ‘해양사고 시 공정한 선원의 처우에 관한 지침’(이하.‘선원처우지침’이라 한다)을 각각 채택하였다.1)


이 지침에 따르면 모든 국가는 해양사고에 관련된 선원의 기본적인 인권을 존중하고, 선원에 대한 불공정한 처우를 피하기 위하여 해양사고에 대한 조사를 신속히 진행하고, 해양사고 후 선원이 신속하게 송환이나 재승선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하고, 선원의 불공정한 처우사례를 기록하고 국제기구에 보고해야 한다. 이 지침서의 제정으로 많은 국가들은 선원에 대한 불공정한 처우문제는 대충 해결된 것으로 생각하였다. 그러나 이 지침 제정 후 처음으로 한국연안에서 허베이호 오염사고가 발생하였고, 많은 국가들은 우리나라가 이 문제를 어떻게 처리하는지 예의주시하게 되었다. 이 문제에 관한 각국의 반발 및 우리나라의 대응조치에 대하여는 이하에서 살펴보기로 한다.

 

2) 선원의 출국금지
제1심인 대전지법 서산지원의 판결(2008.6.23) 이후 인도정부의 최대 관심사는 인도 선원들의 조기 귀국이었다. 비록 허베이호로부터 유류오염이 있었지만 1심의 결과 그 원인을 제공한 것은 삼성 예인선단이고, 허베이호 선원들은 선박파괴죄 및 해양오염에 대하여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하여 인도를 비롯한 많은 영미법 체제 국가에서는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으면 사실상 형사소송절차가 끝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왜 허베이호 선원들이 굳이 한국에 억류되어 있어야 하는지에 대하여 의문을 제기하였다.2)


한국정부의 인도선원 출국금지 조치에 대하여 국제 언론들은 비판적인 기사를 게재하였다. 또 7개 국제 해운관련 단체들은 한국이 선원들을 불공정하게 억류하고 있다면서(unfair detention) 선원의 조기귀국을 위한 공동성명서를 발표하였다(2008.7.22.). IMO사무총장은 주영 한국대사관을 통해 선원의 조기귀국에 대해 한국정부의 협조를 요청하였으며, 필요시 자신이 인도적 차원에서 인도선원의 석방을 위한 알선(good offic
es) 역할을 담당하겠다는 제안을 하였다(2008.7.23).3) 인도정부도 우리 정부에게 인도선원들의 출국허가를 촉구하였다(2008.8.5.). 이후에도 IMO, 인도정부, 국제 해운단체는 기회가 되는대로 한국의 조치를 비난하는 한편, 한국정부의 선원 출국허용을 촉구하였다. 영국의 전문지 로이드 리스트(Lloyd’s List)지는 연일 이 사건의 문제점을 중계하였다.


당시 국내에서 전국해상산업조조연맹(해상노련)은 선사의 보증이 있었으므로 선원들을 일시적으로라도 인도로 귀국시켜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또 한국선주협회는 2심 재판에 출석하겠다는 각서, 보증서 등의 보증장치를 통하여 선원들을 귀국시켜야 하고, 만일 출국금지가 불가피하다면 한국에서 가족상봉을 주선하고, 숙식 등에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2심까지 사실심리가 진행되기 때문에 법무부는 항소심 판결이 날 때까지 이들의 출국을 정지시켰다. 특히 법무부는 2002년 김해공항 중국 민항기 추락사고에서 출국한 기장에 대해 형사처벌을 하지 못한 사례4)가 있기 때문에 국민의 비판적 시각을 의식하여 확정판결 전 피의자의 출국은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법무부의 출국정지처분에 대한 취소소송에서도 법원은 1심의 무죄선고만으로는 출국정지의 효력을 정지할 긴급한 필요성이 없다고 법무부의 손을 들어주었다. 그러나 법무부의 출국정지는 인권이라는 견지에서 다소 무리한 측면이 있다.


국제해운계의 강한 반발을 의식한 법무부는 한국의 사법제도 및 절차에 대한 홍보를 강화하고자 노력하였다. 즉, 선원들은 불구속상태에서 조사를 받는 등 한국은 해양사고 시 선원의 공정한 대우에 관한 지침 준수를 위하여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선원들은 피고인 신분이지만 억류(detention) 상태가 아니고 호텔에서 투숙하며 자유로운 활동이 가능한 출국정지(departure ban) 상태에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는 주영 한국대사관을 통하여 이러한 내용을 각국에 적극 홍보하는 한편, 제2심의 결과가 나올 때까지 대한민국 사법부의 판단과 절차를 존중해 주도록 요청하였다.

 

3) 선원의 구속
조속한 출국을 위하여 초조하게 재판결과를 기다리던 허베이호 선원과 가족들에게 제2심인 대전지법의 유죄판결(2008.12.10.) 및 선원들의 구속은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 전까지 우리나라는 제2심이 종료되면 허베이호 선원을 조속히 출국시키겠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신호를 계속 국제사회에 보냈기 때문이다.5) 따라서 국제 해운계는 종래 선원들을 출국시키지 아니한 행위에 더하여 선원을 구속시킨 행위는 국제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한국을 비난하였다. 일부 단체에서는 주영 한국대사관 밖에서 인도선원의 구속에 반대한 시위를 행하기도 하였다. 특히 인도에서는 관련 단체의 항의가 확산되었고, 심지어 한국산 제품의 불매운동이나 인도선원들의 한국행 거부(boycott)까지 거론되었다.
국제사회에서는 한국의 선원유죄 판결에 다음과 같은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였다.


① 이 사건은 해양오염사고로서 UN해양법협약에 따라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아닌 경우 선원들에게는 벌금형만 가능한데 대한민국은 이들을 금고형에 처하고 구속하였다.
② 허베이호는 합법적인 위치에서 정박 중 무모하게 접근하는 통제불능의 삼성 예인선단에게 충돌을 당하였다.
③ 법원은 허베이호가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아 오염을 확산시켰다고 하나 이는 IMO의 지침에 따른 행위로서 여기에 과실이 있다고 할 수 없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 우리나라 정부는 다음과 같은 반박논리로 대응하였다. 그러나 쟁점에 대하여는 [ ]안의 내용과 같은 반박이 가능하여 국제적인 불만을 해소하기에는 상당한 어려움이 있었다.
① UN해양법협약에는 선박파괴 처벌을 금지하는 사항이 없으므로 국제협약에 배치되지 되지 않는다 [실제 사고의 핵심은 선박파괴가 아니라 해양오염으로서 이 경우 우리나라의 조치는 해양오염을 일으킨 선원에 대한 인신구속을 금지하는 협약에 위배됨].


② 허베이호가 차폐되지 않은 해상교통로 상에서 선박충돌 예방의무를 다하지 못하여 우리 형법의 헙무상과실선박파괴죄기 적용되었다 [허베이호는 항만당국의 합법적인 허가를 받아 정박하였으며, 허베이호는 가해선박이 아니라 피해선박임. 또 허베이호는 정박선으로서 충돌을 피하기 위한 최선의 조치를 행했음].
③ 선박기름오염비상계획서에 따른 적극적 조치를 행하지 않아서 기름유출이 확산되었다 [허베이호 선원들의 조치는 SOPEP의 규정을 철저히 준수한 것임].6)


한편, 주영 한국대사관은 인도선원단체 및 국제해운단체가 이명박 대통령의 런던방문(G20 회의, 2009.3.31.-
4.4) 시기에 맞추어 동 대사관 앞에서 시위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정부로서 그런 사태는 국제적인 망신이 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주영대사관은 국제단체들에 대한 설득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이 분야의 최고 전문가인 해심원 심판관이 현지에 와서 허베이호 선원들에게 어떤 과실이 있었는지 설명하도록 요청하였다. 이에 따라 중앙해심원 심판관 1명이 IMO에서 허베이호 사건에 대한 브리핑을 개최하였다(2009.1.12.).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정부와 국제단체의 입장 차이는 변화가 없었고, 일부 국제 해운단체는 허베이호가 해양오염을 방지하기 위하여 행한 조치는 유조선 업계의 표준절차를 따랐다고 계속 반발하였다. 

 

4) 선원의 구치소 수감
법정에서 구속된 허베이호 선원들은 미결수이므로 충주 구치소에 수감되었다. 그러나 당시 구치소는 외국인에 대하여 충분한 문화적 배려를 하지 않고 일반 수감자와 동일한 처우를 하였다. 그 결과 이들은 다른 수감자와 말도 통하지 않고, 식사도 제대로 못하고, 종교적 자유도 누릴 수 없는 매우 열악한 상태에 놓여졌다. 충주구치소를 방문하여 이들의 수감상태를 확인한 인도대사관은 이러한 처우에 인권침해의 소지가 있다고 반발하였다. 또 인도 내의 많은 단체들은 한국정부의 조치에 반발하는 항의를 확산시켜 한국에 대한 반감이 매우 높아지게 되었다. IMO 사무총장도 인도적 차원에서 이들의 수감상태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였으며, 많은 국제단체는 주영 한국대사관에 인도선원에게 공정한 처우를 하도록 요청하는 항의서한을 제출하기도 하였다.7)
인도선원의 수감상태와 관련, 인도 정부가 한국의 조치에 개선을 요청한 주요 사항은 다음과 같다.

 

가) 면회
남편 뒷바라지를 위하여 한국에 온 체탄 1항사의 부인은 2시간 이상의 이동을 거쳐 구치소에 수감되어 있는 남편을 면회하였으나 5분 정도의 면회만 허용하였다. 또한 부인이 자녀교육 문제로 한국에 오지 못한 차울라 선장의 경우 면회할 사람이 없는 바, 체탄 1항사 부인이 구치소를 방문할 때 차울라 선장도 함께 면회하기를 희망하였다. 또 면회 시 인도 영사도 이들과 함께 면회를 원하였다. 그러나 충주구치소는 관련 법에서 이를 금지하기 때문에 이를 허용하지 않았다. 다만, 나중에는 인도 측의 요청에 따라 방문자가 인도 선장 및 항해사를 각각 면회할 수 있도록 허용하였다. 참고로 인도의 경우 일주일에 2회의 면회를 허용하며(사전예약 필요), 면회시간과 방문자 수는 우리나라와 동일하게 30분, 3명이라고 한다.

 

나) TV 시청
충주구치소는 수감자에게는 관련 규정(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제41조)에 따라 지정장소에서 지정채널의 방송(주로 KBS 뉴스방송)만을 시청하도록 허용하였다. 따라서 인도인 선원은 시청을 해도 무슨 내용인지 알 수 없었고, 이러한 처우가 부당하다며 영어방송 시청을 요청하였다. 그러나 수감자에게 제공되는 방송은 법무부에서 통합적으로 조정하고 있으므로 충주구치소는 이들만을 위한 조정은 어려웠다. 인도정부의 항의가 계속되자 충주구치소는 이들에게 월 2회 지정된 공간에서 외부에서 반입된 DVD 시청을 허가하였다.

 

다) 매일 1시간씩 실외운동
충주구치소는 관련규정(상기 규칙 제49조)에 따라 공휴일 및 법무부장관이 지정하는 날(매주 목욕하는 날)은 실외운동을 허용하지 않았다. 인도선원은 매일 실외운동을 할 수 있도록 요청하였으나 충주구치소는 다른 수감자와의 형평성을 이유로 이를 허용하지 않았다. 참고로 인도에서는 매일 2회(06:00-12:00, 15:00-17:00) 시간제한 없이 운동을 허용하고 있다고 한다.

 

라) 채식주의 식단
차울라 선장은 채식주의자였다. 그러나 충주구치소는 그를 위한 별도의 식단마련이 어려우므로 고깃국에서 고기를 제거하고 식사를 제공하였다. 차울라 선장은 식사에 채식주의원칙이 지켜졌는지를 확인할 수 없다며 상당 기간 밥과 물로만 연명하여 몸이 무척 수척해졌다. 인도정부는 식사도 제대로 못하는 그의 사정에 대해 한국 정부에 항의하고, 그의 건강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였다. 이에 따라 구치소측은 포장된 채식식단을 구입하여 그에게 제공하기로 하였다. 물론 초기에는 공휴일에는 직원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채식반입을 금지하였으나, 역시 인도 측의 항의에 따라 이 문제도 시정되었다. 참고로 인도의 교도소는 채식주의자에게 항상 별도의 채식식단이 제공한다고 한다.

 

마) 매일 온수목욕
충주구치소는 관련 규정(형의 집행 및 수형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50조)에 따라 수감자들에게 매주 1회만 목욕을 허용하고 있었다. 그러나 인도선원들은 종교적 이유에서 매일 목욕을 해야 하므로 이를 위한 조치를 요구하였다. 충주구치소는 매일 목욕 대신 온수 6리터를 3회에 걸쳐 제공하였으나 인도선원들은 더 많은 양의 온수공급을 요청하였다. 충주구치소는 다른 재소자와의 형평성을 고려하여 온수를 추가로 공급할 수 없다고 요청을 거부하였다. 참고로 인도에서는 수감자에게 매일 목욕을 허용하며, 추운 계절이라도 최소한 하루 한 양동이의 온수를 제공한다고 한다.

 

바) 터번 및 팔찌착용 허용
시크교도에게는 터번, 금속팔찌, 단칼, 빗 및 속반바지를 상시 착용해야 하는 종교적 의무가 있어서, 이들은 이들을 생명처럼 소중하게 다룬다. 따라서 인도의 교도소에서는 수감자에게 단칼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소지를 허용한다고 한다. 그러나 충주구치소는 수감 중의 안전사고를 우려하여 이들이 소지하고 있던 터번, 팔찌 및 단칼을 압수하였다. 그러자 인도선원과 인도정부는 구치소의 조치는 종교적 자유를 탄압하는 인권유린이라며 강한 불만을 표시하였다. 국제적으로 인권침해 논란이 일어나자 충주구치소는 이들에게 팔찌와 터번의 착용을 허용하였다. 그러나 터번의 경우 구치소 측은 원래의 것이 아닌 길이가 짧은 것을 제공하여 다시 이들의 항의를 받기도 하였다.

 

5) 선원의 보석허가
항소심(2008.12.11.) 결과 허베이호 선원들의 구속되자 인도에서는 불공정한 판결이며 선원들의 수감상태가 인권유린이라며 반한감정이 고조되었다. 인도정부는 이러한 내용이 대중매체를 통해 확산될 경우 가져올 파장에 대해 우려하고 이 문제에 대해 한·인도 양국이 사태를 관리해 나가야 한다는 입장을 주인도 한국대사관에 전달하였다.8) 따라서 주인도 한국대사관은 이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쉬운 방법으로서 대법원의 판결이 나올 때까지 선원들에 대한 보석을 허용하는 방안을 외교부에 건의하였다(2008.12.15.).


영국에서 해운관련 전문지들은 한국의 해심원과 항소심이 사고 후 정확한 판단(with the benefit of hindsig
ht)을 이용하여 선원들의 과실이 있다는 식의 불공정한 판결로 선원들을 구속시켰다고 보도하였다. 또 선원들이 열악한 환경의 구치소에서 격리 수감되어 있으며, 터번을 빼앗기는 등 종교생활을 할 수 없는 상태에 있다고 보도하였다. 또 영국의 각종 해운단체들은 주영 한국대사관에 인도선원에 대한 공정한 처우를 촉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하였다. 주영 한국대사관은 2009년부터 열리는 IMO 회의에서 한국에 대한 각국의 불만표명으로 한국의 이미지가 나빠질 것을 우려하여 인도선원을 보석으로 석방할 것을 외교부에 건의하였다(2008.12.18.)


한편, 국토해양부의 해심원장과 관련 국장은 인도선원에 대한 유죄판결에 대한 국제동향을 전달하고 동 선원들에 대한 보석조치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하여 2009년 1월 7일 대법원 법원행정처를 방문하였다. 이 자리에서 해심원장은 인도선원의 구속에 대하여 국제해운단체가 반발하고 있으며, 인도 선원노조는 한국상품의 불매운동 착수, 한국입항 거부 등 조직적 반한운동을 전개하고 있으며, 주한 인도대사도 우리 정부의 보석조치를 요청하였음을 알렸다. 또 해외의 경우 유류오염사고가 발생해도 선원에 대한 형사처벌은 대부분 벌금형 이하로 처리되고, 9개월 이상 출국을 금지하거나 실형을 선고한 경우는 드물다는 현황도 전달하였다.
2009년 1월 15일 대법원은 허베이호 선원에 대한 보석허가를 결정하였다. 이에 따라 인도선원 2명은 즉시 석방되었으며, 주거는 국내 주거지로 제한되었다. 인도선원은 출금금지 조치로 계속 한국에 머물다가 2009년 6월 11일 파기환송심인 대전지법에서 선박파괴죄에 대한 무죄가 확정되었고, 6월 14일 약 18개월간의 한국생활을 마치고 출국하게 되었다.

 

나. IMO에서의 허베이호 선원논란
1) 선원의 출국금지문제
가) 제58차 해양환경보호위원회(MEPC 58, 2008.10.6.-10)

허베이호 선원의 신병과 관련되어 IMO 회의에서 최초로 문제가 제기된 것은 MEPC 58이다. 당초 허베이호 사건은 의제(agenda)에 포함되어 있지 않았지만 인도대표는 개회식을 마친 후 발언기회를 얻어 한국의 조치에 대하여 맹비난하였다. 즉, 한국은 제1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허베이호 선원에 대해 출국을 허가하지 않고 사고(2007.12.7.) 이후 계속 억류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우리 대표는 선원들이 실제 억류되어 있는 것이 아니고, 호텔에 체류하면서 친구 등을 만날 수 있다고 설명하였다. 또 이 문제는 제2심에 계류 중이며, 우리 정부는 이들이 조속히 절차를 마치고 귀국할 수 있도록 법무부 등과 협의하고 있다고 설명하였다.

 

나) 제94차 법률위원회(LEG 94, 2008.10.10.-24.)
당시 LEG는 해양사고 후 선원의 공정한 대우에 관한 지침의 제정작업을 진행 중이었다. 이 회의에서 인도 대표는 허베이호 선원들이 무죄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계속 억류되어 있으며, 이러한 조치는 인권의 차원에서 정당화될 수 없으며, 비이성적이고, 국제협약 위반이라고 주장하였다. 또 이와 같은 계속적인 부당한 억류는 신체적 정신적인 건강을 해칠 수 있으므로 조속한 시일 내에 선원들의 가족과 친구들이 기다리고 있는 고향으로 귀국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대해 우리 대표는 이 문제가 독립적인 사법부에 의해 국내법의 적용에 관하여 검토되고 있으며, 검사가 항소한 경우 피의자는 항소심에 출석할 의무가 있다고 설명하였다. 현재 관련 국제인권협약에 따라 이들은 호텔에 투숙하며 신체적 자유를 누리고 있으며, 한국정부는 다른 기관과의 협의를 통하여 이 절차가 가능한 빨리 마칠 수 있도록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을 알렸다.
그러나 한국은 다른 국가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많은 국가·단체들의 집중공격을 받았다. 중국 대표는 인도의 의견에 동의를 표시하였으며, 장기간 억류를 통하여 선원을 범죄인화(criminalization)하는 한국정부에 불만을 표시하였다. 홍콩, 라이베리아, 국제상공회의소(ICS) 등도 중요 선원국가인 한국이 IMO/ILO 공동지침을 위반하였다고 주장하였다. 영국은 해양사고로 인한 해양오염은 범죄가 아니며, 조사 목적의 장기 억류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표시하였고, 많은 국가가 이를 지지하였다.

 

다) 제85차 해사안전위원회(MSC 85, 2008.11.26.-12.5)
개회식이 끝나고 인도대표는 인도선원이 한국에서 장기간 억류되고 있는 사태를 알리고, 이러한 한국의 조치는 국제인권규약(United Nations Universal Declaration of Human rights, 1948) 제3조의 자유롭게 안전하게 살 권리(the right to life in liberty and security of person)를 위반하였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대해 라이베리아, ITF는 동의를 표시하였다.
이에 대해 우리 대표는 한국이 관련지침을 잘 준수하고 있으며, 이 문제는 법적인 문제로서 견제와 균형 원리에 따라 독립적인 사법부가 검토하고 있으니 국내법절차에 대해 존중을 요청하였다. 또 해심원의 판단과 사법부의 판단은 별개이며, 항소심의 결과는 12월 10일 나올 예정이라고 알렸다. 한국의 답변에 대해 홍콩은 한국의 조치가 유엔해양법 위반이라고 반발하였고, 중국은 국제법 위반은 물론 관련 지침도 위반이라고 주장하였다.

 

라) 제35차 해상교통간소화위원회(FAL 35, 2009.1.12.-6)
2008년 12월 10일 항소심에서 허베이호 선원들이 구속됨에 따라 이 회의는 한국에 대한 집중 성토장이 될 우려가 높았다. 이에 대비하여 우리나라는 개회식이 있는 날 해심원 심판관이 IMO에서 사고개요와 진행과정에 대하여 상세히 설명하고 각국의 이해를 요청하였다. 다행히 이 회의는 허베이호 선원문제와 관련 있는 회의가 아니며, 관련 의제도 없어서 인도대표는 허베이호 선원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또 회의기간 중인 2009.1.15. 선원들이 보석으로 석방되자 이 문제는 더 이상 거론되지 않았다.

 

2) 오염발생 후 선원의 대응조치에 대한 논란
가) 배경

2008년 12월 3일 국제유조선협회(INTERTANKO)는 허베이호 관련국가(한국, 중국, 인도, 홍콩) 및 국제 해운단체들을 대상으로 허베이호 사건에 대한 간담회를 개최하여 인천해심원 재결의 문제점을 검토하였다. 이들은 인천해심원의 결정이 ① IMO 해양사고조사지침 위반, ② 의도적이며(persuasive), ③ 불공정한 비판(unfairly critical)임을 지적하고, 허베이호 선원들의 조치는 IMO 규정에 따라 적절하였다고 주장하였다. 특히 사고 시 선장은 안전이 환경문제보다 우선함이 국제협약 및 비상유류사고대응지침에 명시되어 있으나 인천해심원은 그 내용을 무시하였다는 것이다. 아울러 2008년 9월의 인천해심원의 재결은 12월 4일의 중앙해심원의 재결에 영향을 미치고, 이는 전문가적 소견으로 채택되어 12월 10일 항소심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하였다.9)


2009년 2월 발틱국제해운동맹(BIMCO)은 IMO 법률위원회에 의제문서를 제출하였는데 그 내용은 허베이호 사건에서 한국은 사후평가에 근거하여 판결하였다고 평가하였다. 즉, 당시 비상상황에서 최적의 행동을 판단함에 있어 사고 후 연구결과를 활용함으로써 진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비상상황에서는 당시의 상황에서 최적의 행동(the best possible action in the circumstances)이 필요한 것이지 최적의 반응(the best possible reaction)이 필요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LEG 95-5, 2009.2.). 

 

나) 국제단체들의 주장10)
대법원의 파기환송 및 대전지법의 파기환송심이 대충 마무리된 시점에서 BIMO 등 11개 국제단체11)는 제60차 IMO 해양환경보호위원회에 의제문서를 제출하며, 허베이호 선원의 과실을 인정한 대법원 판결 중 다음 3가지 기술적인 사항에 대하여 의문을 제기하였다(MEPC 60/16, 2010.1.15.). 즉, 선장 등은 IMO에서 제정한 관련 협약, 지침 및 업계의 관행을 충실히 이행하였는데(th
ey followed fully with good seamanship and best practice), 한국에서 이들에게 유죄를 인정한다면 국제협약의 유용성 등에서 복잡한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즉, 관련 규정을 준수하였는데도 유죄를 인정한 한국법원의 판단이 옳다면 각종 선원교육기관에서 가르치고 있는 교육과정과 국제협약의 지침, 관행 등을 모두 바꾸어야 하는 바, 반드시 한국 사법부의 판단이 옳은지 재평가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12)

 

① 선장 등은 사고 직후 화물탱크의 측심(sounding)을 하느라고 즉시 기름유출 방지조치를 취하지 아니함
많은 사고조사보고서는 사고 이후 선박의 수밀안전성(watertight integrity) 확인에 대해 강조하고 있으며, 이를 확인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비록 시간은 많이 걸리지만 선내 모든 탱크 및 공간에 대한 측심이다. 선박의 손상은 겉으로 들어나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에 선박 내부상태 확인을 하는 것은 좋은 관행(good practice)이다. 또 손상된 탱크에서 손상되지 아니한 탱크로 기름을 이송할 경우라도 모든 탱크의 손상여부 확인은 필수적이다. 만일 손상된 탱크에서 다른 손상된 탱크로 기름을 이송할 경우 해양오염을 악화시키고, 선박자체의 복원성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따라서 사고 이후 모든 화물창, 연료탱크 및 다른 공간에 대해 측심을 하도록 하는 내용은 IMO 지침에도 명확하게 규정되어 있다(section 2.5.3.1.2. SOPEP).

 

② 선장 등은 사고 직후 파손된 화물탱크에 불활성가스를 주입함으로써 탱크 내 압력을 높여 기름오염을 확대시켰음
화물탱크가 파손된 경우 화물이 흘러나가 생긴 빈 공간에 공기가 유입되면 폭발의 위험이 있다. 따라서 사고 이후 선장은 선원과 선박의 안전에 최우선 목표를 두어야 하며, 유출사고가 있을 경우 화재, 선원의 유독가스 노출, 폭발 등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를 행해야 한다(section 2.5.3.1.1. SOPEP). 파손된 화물탱크에서 화재와 폭발방지를 위한 불활성 가스의 주입은 선원과 선박의 안전을 위한 명백하고, 정확하고 안전한 절차이다. 또 이와 같이 탱크에 불활성 가스를 주입하여 화재와 폭발을 예방하는 것이 실제 해양환경보호에 기여하는 것이다. 만일 당시 상황에서 파손된 탱크에 불활성 가스의 주입에 반대하는 결론이 내려진다면 유조선 산업계는 탱커의 안전에 대해 매우 심각한 우려를 하게 될 것이다.

 

③ 선장 등은 화물펌프를 최대한도로 작동시켜 손상된 화물탱크에서 다른 탱크로 기름을 옮기지 않았으며(해심원은 손상되지 않은 탱크의 99.5%까지 화물을 채울 수 있었다고 봄), 파손된 탱크에서 기름유출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충분한 선박의 경사를 만들지 않았음(사고 당시 허베이호는 5-6도의 경사 유지)
당시 다른 모든 탱크에는 이미 기름이 거의 가득 차 있어(95~97%) 약간만 추가로 주입하더라도 흘러넘칠 우려가 있어 화물펌프의 최대작동을 통한 화물유의 신속한 이송이 곤란하였다. 선박의 경사와 관련, 과연 어느 정도까지 경사시키는 것이 최적인지 알 수 없다. 그러나 대각도 경사(10도)는 매우 큰 경사로서 사람의 이동과 당시 진행되던 기름이송작업을 어렵게 하며, 심지어 선박의 안전에 위협이 될 수도 있었다.13)

 

3) 우리나라의 대응
이 의제에 대한 외교부의 기본적인 훈령은 외국 및 국제단체의 지적에 반박을 하지 않고 (보다 정확히 말하면 반박하지 못하고) “주권국가의 독립된 사법부 결정은 존중 되어야 하므로, 이미 확정된 판결을 다시 언급(대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따라서 유조선 운항의 국제적 관례에 따른 기술적 접근을 통해 유사사고의 재발방지를 위한 국제기준 제·개정 작업을 해 나가자는 취지로 입장 표명”하는 것이었다. 또 구체적인 의제에 대한 토의가 있을 경우 우리나라의 대응방안에 대하여도 외교부는 전문가 2인을 추가로 대표단에 포함시켰을 뿐 구체적인 훈령을 내려 주지 않았다.14)


실제 이 의제를 다루는 회의장에서 분위기는 우리에게 매우 불리하게 시작되었다. 비공식적으로 알아본 본 바 우리나라의 입장을 지지할 수 있는 국가나 국제단체를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우리 대표단의 수석대표인 필자는 분위기 전환을 위하여 현장에서 훈령 원안에 일부의 문구를 추가하여 발언을 시작하였다. 즉, 발언문의 서두에 허베이호 선장 등에게 유죄를 인정한 한국 대법원의 판결에 유감을 표시하는 한편, 해기사 출신인 본인으로도 당시의 허베이호 선장보다 더 잘 조치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는 개인적 감회를 표명하고, 이후는 훈령에 따라 발언하였다. 다행히 결과는 대단히 성공적이었다. 필자의 발언 이후 우리나라에 대한 적대적인 발언은 더 이상 나오지 않았고, 자연스럽게 이 의제에 대한 토의도 마무리되었다. 발언 이후 휴식시간에 ICS의 Hinchliffe 사무국장은 우리나라 대표단 자리에 찾아와 한국 측의 발언에 만족을 표시하는 한편, 개인적으로 이 사건을 더 이상 문제 삼지 않겠다고 약속하였다. 실제 허베이호 사건은 IMO에서 거의 더 이상 거론되지 않았다.15)

 

다. 평석
1) 해심원 의사결정의 독립성

해심원은 소위 ‘끗발’있는 부서가 아니다. 공무원이 목에 힘을 주려면 인허가권이 있어야 하는데 이곳은 해양사고를 뒤처리하는 곳이다 보니 민원인이 찾아와 특별히 사정할 일도 없다. 또 업무가 전문적이다 보니 언론이 관심을 보이는 경우도 거의 없으며, 조직 상 본부조직이 아니니 승진하기 어려워 근무를 기피하는 곳이기도 하다. 그러나 해기사 징계를 위한 행정심판을 담당하는 심판관의 직급은 높다 보니 전문지식이 전혀 없는 공무원도 승진을 위하여 원장이나 심판관으로 임명되기도 한다. 일반 국민들은 이곳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 심판관에는 어떤 사람이 임명되는지조차 잘 모르는 곳이다


이 사건에서 해심원은 허베이호에게도 충돌의 책임이 있으며, 유류확산을 제대로 막지 못한 과실이 있다고 보았고 사법부는 이를 대부분 그대로 수용하였다. 만일 이에 대해 국제적인 문제제기가 없었더라면 해심원의 재결과 사법부 판결은 그냥 조용히 묻힐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막상 문제제기가 되니 우리 정부는 판단근거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궁색한 입장에 놓이게 되었다. 우리가 논리적인 설명을 못하니 많은 국가와 국제 해운단체들은 해심원 및 법원의 결정배경을 의심하기도 하였다.

 

또 그들의 입장에서는 한국이 이해할 수 없는 판결을 내려놓고 독립된 사법부의 결정이라며 존중해 달라고 하니 어처구니가 없었을 것이다.
과연 해심원이 이런 재결을 내리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당시 허베이호 사건은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사건이었기 때문에 당시 국토해양부장관은 이례적으로 사건의 진행상황에 대하여 중앙해심원장의 보고를 자주 받았다.16) 또 제1심 법원의 무죄판결에 대하여 국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았기 때문에 전문기관인 해심원에서 허베이 선원들의 과실을 입증해주기를 바라는 사회적 압력이 상당하였다. 결국 이 사건을 단순한 해양사고가 아닌 정치적 사건으로 보는 분위기가 허베이 선원의 과실을 인정하는 해심원의 재결로 귀결되지 않았을까 추정해본다.17) 물론 필자의 추정이 입증되지는 않았지만 이런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심판부의 신뢰성·공정성이 훼손될 수 있다. 심판부의 독립성 확보를 위하여 심판진행사항의 외부보고 금지, 심판관의 신분보장 강화 등 심판의 독립성 확보를 위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2) 업무상과실선박파괴죄는 국제적 보편성이 있는가?
사람들은 업무상과실선박파괴죄은 형법에 규정되어 있으므로 당연히 처벌되어야 하는 것으로 이해해왔다. 그러나 국제적인 관점에서 보면 처벌의 합리적인 이유를 찾기 어렵다. 기본적으로 국가가 형벌을 가하는 이유는 범죄자가 범죄를 행하려는 악의(mens rea, guilty mind)를 처벌함으로써 해당 범죄행위를 억제하기 위함이다. 그러므로 악의가 없이 과실로 행한 행위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처벌할 이유가 없다. 설사 과실행위를 처벌한다고 해도 미래의 과실행위를 억제하는 효과도 별로 없다. 따라서 국제적으로 과실행위에 대하여는 처벌하는 경우가 드물고, 설사 처벌한다고 해도 인신구속을 할 정도의 중죄로 취급하지 않는다. 더욱이 선박운항과정에서 선박은 수시로 손상될 수 있는바, 이를 굳이 처벌할 합리적인 이유를 찾을 수 없다. 국제적으로 선박운항 중 선체손상을 처벌하는 나라는 거의 찾기 어렵다.18)


이와 같이 우리나라만의 특이한 형벌제도를 가지고 있으면 국가 간에 체결한 범죄인 인도조약이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 범죄인 인도조약은 형사관할권을 가진 요청국이 피요청국에 소재하는 범죄인을 인도받을 수 있도록 하는 국제조약이다. 일반적으로 이 조약에 따라 범죄인의 인도를 요청하려면 범죄내용이 요청국과 피요청국 모두에서 범죄로 인정되어야 하며, 처벌의 수준이 1년 이상 자유형이나 그 이상인 중범죄이어야 한다. 당시 한국과 인도는 범죄인 인도조약이 체결되어 있었기 때문에19) 허베이호 선원의 출국을 허용하더라도 허베이호 선원에 대한 1년 이상 자유형의 유죄가 확정되면 한국은 이들의 인도를 인도에게 요청할 수 있었다. 그러나 법무부는 인도에서 선박파괴죄가 범죄가 되지 않아 허베이 선원들의 인도가 불가능하다는 점을 감안하여 이들의 출국을 허용하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한다.


한편, 허베이호 선원의 입장에서 보면 허베이호는 사고 당시 우연히 통제불능의 삼성 예인선단이 지나가는 항로 상에 있었을 뿐이고, 오염은 충돌의 결과 발생한 것이기 때문에 그들이 범죄를 일으켰다고 인정하기 어려웠다. 항소심 법원의 판결에 따르면 자신들은 과실로 스스로의 선박을 파괴하였다는데 이는 논리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명백하게 허베이호를 파손한 선박은 삼성 예인선단인데 자신들의 충돌예방조치에 과실이 있고, 그게 한국에서는 범죄가 된다니 그게 말이 되는가? 더욱이 인권침해의 소지가 있는 한국정부의 출국금지 및 구치소 내 처우는 이 사건을 더욱 꼬이게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외국에서는 대전지법의 판결을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웠다.20) 외국인들은 허베이호와 선원들은 수동적인 피해자(passive victims)인데 한국법원이 처벌하는 것은 한국법원이 이들을 속죄양으로 이용하려는 것으로 보았다. 따라서 뉴질랜드 선장협회는 이 판결은 “결함이 있으며, 신뢰할 수 없으며, 공정하지 못한 증거(flawed, unreliable and unjust evidence)”에 근거하고 있으며, “편향되어 있으며, 신의칙에 위배된다(biased and certainly lacking good faith)”고 비난하였다. 영국의 로이드 리스트(Lloyd’s List) 등의 신문은 허베이호 선원의 구속이 해운당국자, 검찰, 삼성 변호사의 담합(colluding)에 의하여 이루어졌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하였다.

 

3) 출국금지와 인권유린 논란
허베이호 사건에 대한 국제적인 관심은 제1심에서 무죄판결을 받고도 출국하지 못하는 인도선원의 억류상태였다. 인도정부와 선원가족은 무죄임에도 불구하고 선원들이 장기간 외국에서 출국금지 상태에 있는 현실을 억류(detention) 및 인권침해로 보았다. 반면에 한국 법무부는 선원들은 호텔에 머물면서 신체와 이동의 자유가 보장되어 있으므로 이는 출국금지(departure ban)에 불과할 뿐 인권유린으로는 판단하지 않았다. 또 이들은 과실범죄의 피의자이므로 확정판결이 내려질 때까지는 재판에 계속 참가하여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선원의 입장에서 비록 일부의 자유가 보장되어 있다고 해도 자유의지(free will)에 반해 낯선 곳에서 가족과 떨어져 있어야 하는 것은 상당한 고통이 될 수 있다. 좋은 호텔에서의 숙식이 가족과 함께 하는 편안함을 보장할 수 없음은 물론이다. 당사자인 허베이호 선원들이 한국을 떠나지 못해 고통을 느낀다면 억류건 출국금지건 그 명칭에 불문하고, 한국체제는 일종의 처벌이고, 따라서 인권침해의 소지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21) 더욱이 그들은 미결수이므로 무죄추정의 원칙이 적용되어야 한다. 또 입장을 바꾸어서 만일 한국 선원이 인도에서 허베이 선원과 유사한 처지에 놓인 경우를 생각해 보자. 이 경우 한국정부나 가족은 당연히 한국선원에 대한 인권침해를 주장하며, 즉각적인 출국금지 해제를 요청할 것이다. 따라서 필자는 허베이호 선원들의 출국금지조치를 매우 아쉽게 생각한다. 이 조치 이후 인권침해 논란으로 한·인도간 외교마찰, 국제적인 한국의 위상추락 등 외교적 손실이 너무 컸기 때문이다.

 

4) 구치소 수감 중 인권유린 논란
허베이호 선원들에 대한 출금금지와 구속은 법 적용에 대한 문제라고 해도, 이들에 대한 구치소 내 처우는 인권침해의 소지가 있어 인도인들 및 국제단체를 격분케 하였다. 문명국가에서 개인의 인권을 침해하는 행위는 중대한 범죄로 간주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충주구치소는 다른 수감자와의 형평성을 고려하여 문화적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았는데 이러한 조치는 인권침해 소지가 있었다. 터번, 팔찌, 시크교 경전을 싸고 있는 고급 천을 압수한 조치는 종교활동을 제한하는 조치로 간주될 수 있었다.22) 또 채식식단을 제공하지 않거나, 한국어 뉴스방송을 청취시키거나, 매일 온수목욕을 허용하지 않는 조치 등도 인권침해 소지가 있었다. 당시 인도에서는 수감자에게 상기의 모든 문화적 배려를 하고 있었던 바, 인도인들이 한국정부의 조치에 대하여 분노하는 것은 일견 당연하다고도 하겠다.


종래 우리나라는 교정시설에 수감된 사람의 인권까지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또 많은 사람들은 범죄자는 처벌의 대상이지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존재로 인식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일반 시민이건 수감자이건 모든 사람의 인권은 보편적 가치로서 보장되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어 있다. 이 같은 추세를 반영하여 우리나라는 2007년 12월 21일 ‘국제연합(UN) 수용자 처우에 관한 최저기준’을23) 수용하는 ‘형의 집행 및 수형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을 전문 개정하였다. 그러나 이 법은 허베이호 선원들이 구속되던 2008년 12월 10일 당시에는 아직 시행되지 않았고(2008.12.22. 시행), UN 기준도 충실하게 수용하지도 못한 상태였다. 허베이호 선원의 구치소 수감으로 인한 논란은 다소 치욕적이지만 우리나라 교정시설의 열악한 인권수준이 국제적으로 널리 알려지는 계기가 되었다. 향후 이 사건을 계기로 모든 수감자에 대한 처우가 개선되길 기대해 본다.24)


 
5) 허베이호 선원 관련보도의 통제 의혹
인도 선원들의 출국금지 및 구치소 내 처우는 인도인의 반한감정을 자극하였다. 인도 남동부의 항구도시 첸나이(Chennai)에서는 1,500여 명(인도 언론 추정)이 항의 시위를 벌였고, 뭄바이(Mumbai)에서는 한국산 휴대전화, 텔레비전 등을 부수면서 불매운동을 전개하기도 했다. 또 선원 가족들은 주 인도 한국대사관 방문하여 허베이호 선원에 대한 처우개선을 요구하기도 하였다. 또한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즈(Financial Times)는 인도선원들이 한국행 선박에 승선을 거부한다는 기사를 실었고, 로이드 리스트(Lloyd’s List)는 한국 판결의 부당성 및 한국의 조치에 대해 항의하는 의견을 계속적으로 보도하였다.


수출입 의존도가 매우 높은 우리나라는 국제적인 동향에 대하여 민감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인도에서 반한시위가 일어나면 그 내용이 국내언론에 보도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허베이호 선원과 관련된 인도 현지의 분위기나 국제적 동향은 국내언론에서 거의 보도되지 않았으며, 설사 보도가 되어도 단신에 그쳤다. 따라서 대다수의 국민은 허베이 선원과 관련하여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 왜 그랬을까? 당시는 이명박 정부가 막 출범하여 방송통신위원장을 대통령의 측근으로 임명하고, 주요 언론사 사장을 정권의 입맛에 맞는 사람으로 교체하는 등 언론통제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던 시절이었다. 또 이 문제는 정권 차원에서 보면 별로 바람직한 기사가 될 수 없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필자는 정부가 이 문제에 대한 기사가 억제되도록 언론을 통제 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외교부의 경우도 언론보도의 주무부처는 아니지만 이 문제에 대해 국내언론이 소극적인 자세(low-key)를 유지하도록 관리하였다고 한다.

 

6) 행정부의 대법원 방문
이 사건에서 필자가 주목하는 점은 행정부가 사법부의 최고기관인 대법원을 방문한 점이다. 즉, 허베이호 선원문제로 국제적으로 우리나라가 곤경에 처하게 되자 행정부인 국토해양부의 해심원장은 대법원 법원행정처장을 방문하여 국제적인 동향을 설명하고 선원들에 대한 보석조치 ‘가능성을 타진’하였다. 여기에서 ‘가능성 타진’은 완곡한 표현일 뿐 실제는 ‘요청’으로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가능성 타진 정도를 하려면 굳이 방문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행정부의 사법부 방문은 각국에 대하여 행정부와 사법부는 별개로 운영되며, 독립적인 한국 사법부의 판결을 존중해 달라던 종래 한국정부의 태도와는 배치된다. 사법부가 독립적으로 운영된다면 행정부가 방문할 이유도 없으며, 방문해서도 아니된다. 또 사법부도 현안을 가진 행정부가 방문을 요청했을 때 이를 거부해야 한다. 행정부의 방문 이후 행정부가 원하는 판결이 나왔을 경우 뒷거래 의혹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튼 행정부의 사법부 방문 후 8일이 경과한 2009년 1월 15일 대법원은 허베이호 인도선원에 대한 보석허가를 결정하였고, 인도선원 2명은 즉시 석방되었다. 필자는 이러한 결과가 행정부의 사법부 방문의 효과로 발생하였다고 단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과거의 정권에서 행정부와 사법부가 뒷거래를 하여 행정부가 원하는 대로 판결을 내리는 사법농단 의혹사례가 제법 많았다.25) 사실 현재도 행정부와 사법부가 만나서 뒷거래를 한다고 해도 딱히 처벌할 법도 없는 실정이다. 따라서 사법부가 완전히 독립적인 판결을 한다고 완전히 믿기도 어렵다. 행정부와 사법부 간의 비정상적인 방문과 인도선원 보석허가의 인과관계를 의심의 눈초리로 쳐다보는 필자가 너무 과민한 걸까?

 

6. 제도개선 제안
가. 해심원의 전문성 및 독립성 확보

이 사건에서 해심원은 충돌방지 및 해양오염의 확산방지에 허베이호 선원의 과실을 인정하였으나 그 판단은 국제적인 논란거리가 되었다. 특히 당시는 기상상태가 좋지 않아 예인선과 크레인 부선의 파랑 중 운동에 의하여 예인줄에 걸린 강력한 외력이 파단에 상당한 원인을 적용하였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사후 확인 결과 예인줄은 예정된 항해를 마칠 수 있을 정도의 충분한 강도를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강력한 외력이 아니면 끊어질 수 없는 상태였다. 만일 예인줄이 외력에 의하여 파단되었다고 판단될 경우 선원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해심원은 사고의 주요 원인이 무엇인지 명확히 밝히지 아니하고 재결서의 주문에서는 주로 선원들의 과실만을 주요 원인 및 일부 원인으로 인정하였다. 이러한 해심원의 재결서의 과실인정 근거는 이후에 진행된 대전지방법원 등 사법부의 판단에서 매우 중요한 근거가 되었다.


그렇다면 우리는 해심원의 조직이 전문성과 독립성을 가지고 판단하고 있는지를 질문하여야 한다. 해양사고에 대한 국내 유일의 해심원이 재결에 있어 전문성과 독립성을 당연히 가져야 한다는 것은 해심법에 의하여 명백하다. 그러나 현재 해심원이 운영되는 현실을 보면 다소 개선의 소지가 있다. 기본적으로 심판관의 자격기준은 해심법에 정해져 있으나 이 기준을 통과한 사람이 해양사고의 전문가들인가 하는 질문에는 답하기 어렵다. 특히 재결합의에 참석하는 원장이 법적 요건만 갖추었을 뿐 실제로 전문가가 아니라면 해심원의 전문성은 인정하기 어렵다. 더욱이 현행 제도에서는 심판부 및 심판관 법과 양심에 따라 독립적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심판관은 매 3년마다 연임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으며, 장관이나 중앙원장이 연임여부에 대한 재량권을 행사하는 현실에서는 설사 심판관이 전문성이 풍부하더라도 소신을 밀고 나가기가 쉽지 않다.


해심원의 전문성과 독립성 확보에 가장 큰 걸림돌은 중앙해심원장 자리를 고위직 공무원의 승진코스로 이용하는 현재의 관행이라고 할 수 있다. 수십 년간 많은 비전문가들이 중앙원장에 임용되었고, 많은 경우 잠시 머물다가 더 좋은 보직으로 가거나 승진했다. 따라서 이들은 재직 중 심판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높이려 노력하기 보다는 승진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개인적으로 더 유리하다. 사실 이들에게 심판내용은 너무 전문적이라 노력해도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주제이기도 하다.


해심원의 전문성 및 독립성 확보에 최우선 과제는 공정하고 투명한 심판관 임용제도를 만드는 것이다. 지금처럼 장관이 현직 공무원을 승진시켜 임명하는 제도에서는 기존 공무원의 승진열망 때문에 비전문가가 임용되는 오랜 관행을 끊기 어렵다. 이를 개선하려면 해심법을 개정하여 장관의 인사권을 축소시켜 심판관에는 독립된 심판관선임추천위원회의 추천을 받은 자만을 임명할 수 있도록 제도를 바꾸어야 한다. 전문가로 구성된 위원회는 충분한 심의를 거쳐 장관에게 적정 수의 심판관 후보자를 추천하고, 장관은 이들 중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사람을 대통령에게 임용추천하면 될 것이다. 이렇게 위원회의 심의를 받게 되면 심판관은 굳이 인사권을 가진 자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으므로 소신에 의한 판단이 용이해진다. 아울러 심판관의 신분보장을 위하여 현행 3년인 심판관의 임기도 초임 3년, 연임 4-7년으로 차등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하겠다.


 
나. 업무상과실선박파괴죄의 폐지
업무상과실선박파괴죄는 업무상 과실로 사람의 현존하는 선박을 전복 또는 파괴한 자에게  3년 이하의 금고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죄이다(형법 제189조 제2항). 따라서 선박운항 중의 과실로 자신이 승선하는 선박을 파괴하거나 다른 사람이 승선한 선박을 파괴하거나에 관계없이 모두 처벌된다. 다만, 다른 선박에 사람이 승선하고 있지 아니한 경우에는 선박을 파괴해도 사람이 현존하지 않기 때문에 처벌되지 아니한다. 또 이 규정에서 ‘업무’라 함은 사람이 사회생활을 하면 계속적·반복적으로 하는 일을 말한다. 따라서 승선 중인  해기사가 계속적·반복적으로 선박을 운항 중 과실로 선박을 파괴한 경우 업무상과실선박파괴죄가 적용된다. 다만, 대법원은 이 죄가 적용되려면 선박이 교통기관으로서 용법의 전부 또는 일부를 불가능하게 할 정도의 파손을 의미하는 것이고, 경미한 손괴의 경우에는 이 죄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해석해 왔다.
그러나 이 죄목은 상당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기본적으로 이 죄목은 처벌을 통하여 보호하고자 하는 법익이 무엇인지 불분명하다. 물론 이 죄는 공공의 안전에 대한 위험이 다대하다는 점을 고려하여 과실범을 처벌한다고 하나26) 선박이 파괴되어도 공공의 안전에 대한 위험이 크지 않는 경우도 많다. 또 ‘공공의 안전’이라는 의미도 매우 불분명하여 선박이 파괴되면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추상적 개념에 의해 처벌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더욱이 선박은 기차나 항공기와 달리 해상고유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교통수단이다. 따라서 악천후, 화재, 폭발, 좌초, 충돌, 선적불량 등 수많은 해양사고가 수시로 발생할 수 있는데 그때마다 국가가 위험발생을 이유로 선원들을 처벌하는 것은 너무 지나치다고 생각한다.


물론 국가는 과실을 범한 자에 대한 처벌을 통하여 선박운항자의 주의를 환기시켜 안전을 확보할 수 있다고 주장할 수도 있지만 이는 처벌만능주의에 다름 아니다. 처벌로 안전이 향상되었다는 과학적 근거를 찾기 어렵고, 과실은 처벌로 쉽게 예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국가에서 시민의 안전을 확보하려면 처벌보다는 운항자의 과실을 감소시키기 위한 교통안전시설에 대한 투자가 더 합리적이다. 따라서 보호법익이 불분명하고, 안전에 별 효과도 없고, 전과자만 양산하는 이 규정은 삭제되어야 한다.27) 다만, 형법은 기본법 중의 하나이므로 개정이 어려울 경우 아래에서 논의하는 (가칭)해양사고처리특례법의 제정이 대안이 될 수 잇다.

 

다. (가칭)해양사고처리특례법의 제정28)
사고의 형사적 처리라는 면에서 육상사고와 해양사고의 가장 큰 차이는 육상사고의 경우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이 제정되어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육상에서는 사망사고가 아닌 한 운전자는 이 법에 따라 형법에 의한 처벌을 면할 수 있으나, 해양사고의 경우 도선사나 해기사는 특례법이 없으므로 잠재적 형사범의 신세에 처해 있다고도 할 수 있다.29) 사람은 누구나 과실로 사고를 일으킬 수 있고, 이러한 과실의 결과 거의 유사한 법익침해에 대하여 육상과 해상에서 전혀 다른 취급을 하고 있는 것은 심각한 형평성의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따라서 현행의 제도는 형사정책적으로 재고되어야 한다.


그러나 형법규정 개정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으므로 그 대안으로 제시된 것이 (가칭)해양사고처리특례법이다. 이 법의 주요 내용은 교통사고처리특례법과 유사하게 선박의 운항으로 업무상과실치상죄, 중과실치상죄를 범한 자에 대하여는 중대한 죄책이 아닌 한 피해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특례법 가안 제3조 제2항). 또한 해양사고를 야기한 선박이 피해자와 민사보상에 합의하였거나 피해보상에 충분한 보험 또는 공제에 가입한 경우에는 위의 범죄를 범한 자에 대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특례법 가안 제4조 제1항). 또 과실로 인하여 선박운항자가 해양오염사고를 일으킨 경우 오염물질 제거에 필요한 보험 등을 가입하였거나 피해자와 보상에 합의한 경우는 공소를 제기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이다. 다만, 법무부는 특례법으로 처벌을 회피하는 것을 타당하지 않다고 반대하고 있어 해양수산부의 주도로 입법은 어려운 바, 교통사고처리특례법처럼 의원입법의 형태로 추진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다.  

 

라. 선박운항자 공제제도의 도입
해양사고로 인하여 업무상 과실치사상죄를 범하게 되면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형법 제268조). 기름에 의한 해양오염이 발생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해양환경관리법 제127조 제2호)에, 폐기물에 의한 해양오염이 발생하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동법 제128조 제1호)에 처한다. 실무적으로 이러한 선박운항 상의 범죄에 대하여는 대부분 벌금형에 처하고 있으나, 경제적 형편이 좋지 않은 선원에게는 상당한 경제적 부담이 되고 있다.30) 또 선주에 대한 벌금은 선주상호보험(P&I)에서 부담하는 경우와 달리 선원에 대한 벌금은 부담하는 곳이 없어 본인이 직접 부담하여야 한다.31) 특히 소형선박에 근무하는 선원의 경우 대부분 가정형편이 좋지 않기 때문에 약식절차에 의한 수백만 원의 벌금이라도 이는 가족의 경제생활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


이러한 벌금으로부터 선박운항자가 보호받을 수 있는 수단으로서는 선박운항자 공제를 생각할 수 있다. 이러한 공제는 육상의 운전자 보험과 유사하게 운항 중 선박운항자의 과실사고에 의한 벌금을 공제회가 담보하도록 하는 것이다. 물론 공제회비는 공제회에 가입한 해기사나 도선사들이 부담한다. 공제회는 임의로 설립할 수 있지만 (가칭)선박운항자공제회법을 제정하여 특수법인으로 설립할 수도 있다. 법적인 근거를 가진 공제회는 국회의 입법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설립에 어려움이 있지만 일단 설립되면 조직의 안정성, 회계제도의 투명성 확보 등의 많은 장점이 있다. 선박운항자공제회는 독자적으로 운영할 수도 있지만 가장 큰 이해관계자인 해기사협회에서 사무관리를 담당하는 방안도 검토될 수 있을 것이다. 

 

7. 나오며
돌이켜 생각해 보면 허베이호 오염사고는 엄청나게 큰 사건이었다. 우리 국민은 대규모 해양오염에 큰 충격을 받았고, 피해를 입은 주민들은 많은 어려움을 겪었으며, 몇몇 분들은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하였다.  수백만의 시민들은 태안의 바닷가에 몰려가 오염방제에 힘을 보탰으며, 일부 성난 시민들은 정부를 성토하기도 하였다. 그런 과정에서 대전지법은 허베이호 선원들을 구속시켰으며, 그 결과 우리나라는 오염사고에서 선원에게는 벌금형만 가하도록 하는 UN해양법 위반 논란이 일어나게 되었다. 구속되어 수감 중인 인도선원에게는 인권침해라는 논란이 있어 우리나라의 체면이 많이 손상되었다. 이후 대법원은 대전지법의 선원구속의 근거가 된 업무상과실선박파괴죄 적용을 파기환송하였으며, 결국 대전지법의 이 죄 적용은 취소되었다. 결과적으로 인도선원들은 억울한 옥살이를 하였고, 그 과정에서 인권유린의 억울함도 당한 것이다. 이후 무죄가 확정된 인도선원들은 출국정지처분이 취소되어 가족의 곁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선원의 과실유무에 관한 IMO에서의 논란도 결국 우리 정부의 유감표명으로 일단락되었다. 이것으로 모든 사건은 끝나고 정상으로 되돌아갔는가?


필자는 국제적으로 허베이호 선원처벌에 따른 우리나라의 위상추락 효과가 상당기간 지속되었다고 생각한다.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건이 2011년 시행된 IMO 사무총장 선거결과이다. 당시 우리나라에서는 고려대학교 채이식 교수를 차기 IMO 사무총장 후보로 등록을 마쳤다. 필자는 주영 한국대사관의 국토해양관으로 채 교수의 당선을 위하여 동분서주 하였으나 우리를 지지하는 국가를 찾기 어려워 매우 어려웠다. 국제무대에서 비교적 우리를 지지하던 인도가 등을 돌렸고, 중국도 천안함 사건 등으로 우리를 지지하지 않으니 확실하게 우리를 지지할 국가가 없어진 것이다. 지지자가 없는 선거 결과는 국가의 체면을 구길 정도로 비참했다. 1차 투표에서 우리나라는 사전에 지지를 약속한 방글라데시 외에는 지지국가가 없어 후보자 6명 중 최하위인 2표를 얻어 탈락했다. 비록 우리나라는 이 선거에서 참패했지만 국제적 규범을 어긴 국가는 고립될 수 있다는 좋은 교훈을 주는 사례라고 생각한다.32)


이 글에서는 별로 다루지 않았지만 사고 당시 삼성예인선단을 예인하던 삼성T-5호 선장과 삼호T-3호 선장은 해심원에서 면허취소와 12개월의 업무정지 처분을 각각 받았으며, 법원에서 징역 2년 3월에 벌금 200만원, 징역 1년을 각각 선고받고 수감되었다. 삼성T-5호 선장의 경우 예항검사 확인, 기상에 대한 대처 미흡 등 여러가지 과실이 지적되었지만 사고와 직접적 관련이 없어 처벌할 수 있는 과실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특히 예인줄 파단은 이번 사고의 핵심요소로서 그 원인은 자연력에 의한 것이라고 판단하고도, 그 결과로 발생한 파공 및 해양오염을 그의 책임으로 묻는 것은 지나치다고 생각한다. 삼호T-3호 선장의 경우 삼성T-5호 선장에게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하고, 악천후에 취침한 것이 과실로 지적되었다.

 

그러나 그는 보조 예인선 선장으로서 주 예인선 선장의 행위가 현저하게 불법이 아닌 한 이의를 제기할 직무상 의무가 있다고 할 수 없다. 또 소형선에서 선장이 항해당직을 마친 후 다른 항해사에게 당직을 인계하고 취침한 것이 과실이라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원에서는 이러한 내용에 대해 충분히 검토하지 않고 이들의 과실을 인정하는 판결을 확정하였다. 사법부의 판결이 끝나면 아무도 더 이상 이 문제를 거론하지 않고, 문제가 해결된 것으로 착각한다. 그러나 사람들의 기억 속에는 해양사고를 일으킨 나쁜 선원들만 남게 된다. 이렇게 선원을 범죄인화하고 비난하는 자세는 선원의 사기를 저하시키고, 우수인력의 선원유입을 차단하여 우리 해운발전에 큰 장애요소가 될 수 있다. 선원의 공정한 처우에 관한 정부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


허베이호 선원의 처벌에 관한 논란은 결국 해심원이 제공했다고도 말할 수 있다. 잘못된 재결은 이후 사법부의 잘못된 판단의 단초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약 12년이 경과한 해심원은 얼마나 바뀌었을까? 실망스럽게도 해심원은 이 사건 이후에도 별로 개선되지 못한 상태이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더 개악되었다고도 말할 수 있다. 중앙해심원이 허베이호에 대하여 재결을 내리던 2008년 12월 당시 중앙해심원 심판부에는 선박운항의 비전문가는 중앙원장 1명이었다. 그러나 2019년 9월 현재 중앙해심원는 비전문가는 중앙원장 및 심판관을 합하여 2명이다. 더욱이 모든 해심원의 조사를 지휘하는 수석조사관도 역시 비전문가이다. 사실 현재상황은 약간 개선된 상태로 얼마 전까지는 비전문가가 중앙해심원 심판부 5명 중 3명을 차지하고 있기도 하였다. 해양사고의 국내 최고의 전문기관인 해심원에 선박운항의 비전문가가 1명이라도 임명되면 이상한 일이라고 할 수 있지만, 다수가 비전문가라면 코미디(comedy)가 된다.

 

이런 기관에서 내린 재결에 의해 징계를 받은 해기사·도선사는 그 재결의 전문성과 신뢰성을 인정할 수 있는가? 그저 관행이라는 미명으로 비전문가가 해심원의 전문가 직위를 차지하고 있는 철 지난 코미디 공연은 중단되어야 한다. 물론 이 문제는 너무 오랜 기간 왜곡된 채 운영되어 주관부서인 해양수산부만으로는 해결이 쉽지 않을 수 있다. 세미나, 공청회 등 공론화 과정을 통하여 해심원이 본연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최선의 방안을 찾아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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