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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사판례연구(8)
복합운송에 관한 계약의 법적성질 결정
[551호] 2019년 07월 26일 (금) 10:27:25 해양한국 komares@chol.com

-대법원 2019. 7. 10. 선고 2019다213009 판결-

 

1. 서론
필자는 지난 4월호에 ‘국제물류주선업자(복합운송주선업자)의 사법(私法)상 지위’라는 제목으로 대법원 2018. 12. 13. 선고 2015다246186 판결에 관하여 소개한 바 있다. 위 글에서 필자는 물류정책기본법상 ‘국제물류주선인’의 사법상 지위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기술한 바 있다.

 

국제물류주선업자는 상법상 ‘운송주선인’에 해당하는가? 이는 기본적으로 국제물류주선업자와 화주 사이에 체결되는 계약의 구체적 내용에 따라 개별적ㆍ구체적으로 판단되어야 할 문제이다.1) 물류정책기본법상의 국제물류주선업자의 정의는 사법(私法)체계에서 통용될 수 있는 엄밀한 법적개념으로서의 정의가 아니라 일종의 경영학적 개념으로서의 정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2) 국제물류주선업자는 상법상 운송주선인의 법적 형태로 영업을 하기도 한다. 그런데 실무상 행해지는 운송주선의 주류는, ① 국제물류주선업자가 화주로부터 확정적인 운임을 지급받고 운송인을 수배하여 자기 명의와 계산으로 운송계약을 체결하고 화주에게 하우스 선하증권(House B/L)을 혹은 하우스 항공화물운송장(House Airway Bill)을 발행ㆍ교부하고 운송인으로서의 권리의무까지 취득하는 것이고, ② 더 나아가 화물의 집화(集貨)ㆍ혼재(混載)ㆍ검수(檢受)ㆍ분배(分配)ㆍ통관(通關)ㆍ보관(保管)ㆍ부보(付保) 등의 업무까지 위탁받는 경우도 점점 확대되고 있다(대상판결의 사안이 그러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위 ①의 경우에는 국제물류주선업자가 단지 상법상 운송주선인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복합운송인의 지위를 겸하게 되는 것이고, 위 ②의 경우에는 국제물류주선업자가 복합운송인의 지위뿐만 아니라 위탁받은 운송 관련 업무에 대하여 그 업무위탁의 태양에 따라 준위탁매매인(상법 제113조), 대리인, 중개인으로서의 지위까지도 취득하게 된다.3) 이러한 점에서 국제물류주선업자는, 경우에 따라서는 운송주선인의 법적 형태로 영업을 할 수도 있고, 운송인으로서의 권리의무까지 인수한 복합운송인의 법적 형태로도 영업을 할 수 있는 상인을 포괄적으로 지칭하는 개념이라고 설명되기도 한다.4)


한편 필자는 지난 7월호에 ‘상법 제814조의 적용에 관한 몇 가지 쟁점’이라는 제목으로 대법원 2019. 6. 13. 선고 2019다205947 판결에 관하여 소개한 바 있다. 위 글에서 필자는 운송인의 송하인 또는 수하인에 대한 채권과 채무의 제척기간에 관한 상법 제814조의 요건을 비교적 상세히 분석하였다. 위 글에서 필자는 다음과 같이 기술한 바 있다.

 

상법 제814조는 운송주선인에 대하여 적용되지 않는다(다만 운송주선인이 선하증권을 발행하거나 개입권을 행사하는 등 운송인의 지위를 취득한 경우에는 적용된다). 상법 제121조는 운송주선인의 책임은 수하인이 운송물을 수령한 날(운송물이 전부 멸실한 경우에는 그 운송물을 인도할 날)로부터 1년을 경과하면 소멸시효가 완성한다는 별도의 규정을 두고 있다. 이처럼 해상운송에 있어 운송인과 운송주선인은 손해배상책임의 부담 기간 등에서 차이가 있으므로, 해상운송인과 운송주선인의 구별은 권리·의무의 대상과 범위를 정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5)

 

최근 선고된 대법원 2019. 7. 10. 선고 2019다213009 판결(이하 ‘대상판결’이라고 한다)은 앞서 발표된 두 글에서 다루었던 쟁점을 함께 다루고 있다. 또한 위 판결은 복합운송인의 책임에 관하여 적용될 법을 결정하는 상법 제816조의 해석·적용이 문제된 최초의 대법원 판결이기도 하다. 이처럼 최근 국제물류주선업(복합운송주선업)을 영위하는 당사자의 법적 지위 또는 그가 운송의뢰인과 체결한 계약의 법적 성질을 다룬 판례가 많이 나오는 것은 그만큼 그러한 유형의 거래가 빈번하게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하에서는 대상판결에서 나온 판시사항을 토대로 위와 같은 법리를 다른 관점에서 한 번 더 되새겨 보고자 한다.

 

2. 사실관계
가. 원고는 제주특별자치도 주민의 복지증진, 지역사회 발전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지방공기업으로서, 먹는 샘물인 ‘제주삼다수’ 등을 생산하고 있다. 원고는 ‘제주삼다수’ 등의 판매권역을 A권역(강원권 및 수도권 중 일부 지역 총 19개소), B권역(나머지 수도권 지역, 충청권 및 호남권 13개소), C권역(영남권 13개소)으로 나눈 뒤, 2011. 9. 6. 각 판매권역별 물류운송에 관하여 사업자 선정 모집공고를 하였다.
나. 원고는 2011. 12. 9. 국내 해운업체들인 피고 1 내지 4로 구성된 A 컨소시엄과 A권역에 대한 물류운영용역계약을, 역시 국내 해운업체들인 피고 5 내지 8로 구성된 B 컨소시엄과 B권역에 대한 물류운영용역계약을 각 체결하였고, C권역에 대하여는 C 컨소시엄과 물류운영용역계약을 체결하였다. 


다. 원고가 각 컨소시엄과 체결한 물류운영용역계약서에는 계약특수조건(이하 ‘이 사건 특수조건’이라고 한다)이 첨부되어 있었는데, 위 특수조건 제2조는 위 각 물류운영용역계약의 범위에 관하여 제1항에서 “원고가 생산한 제품(제주삼다수, 삼다수감귤, 감귤농축과즙, 휘오제주V-water+ 등)을 원고의 생산공장에서 인수받아 원고의 판매대행사 또는 원고가 별도로 지정하는 장소까지 운송하는 물류관련 제반업무”라고, 제2항에서 “원고가 필요로 하는 모든 조달물품을 조달물품 생산공장 또는 조달물품 보관장소에서 인수받아 원고의 생산공장까지 운송하는 물류관련 제반업무”라고 정하고 있었고, 제3항은 “위 제1항, 제2항의 물류관련 제반업무라 함은 육상운송, 해상운송, 항만 양·적하, 보관 및 이동 등 일체의 물류관련 활동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라. A 컨소시엄과 B 컨소시엄은 2014. 1.부터 2014. 6.까지 사이에 원고가 발주한 물량을 제대로 운송하지 못하였고, 이에 원고는 이 사건 특수조건 제20조 제4항(각 컨소시엄의 귀책사유로 인하여 운송 및 하역의 지연으로 기한 내 운송완료가 어렵다고 원고가 판단한 경우에 원고는 원만한 운송·하역업무 수행을 위하여 각 컨소시엄 이외의 타 업체에게 운송·하역 업무를 대행하게 할 수 있다고 정한 규정)에 따라 C 컨소시엄 소속 회사에 대체운송을 의뢰하였으며, 위와 같은 대체운송으로 인하여 추가비용을 지출하게 되었다.

 

3. 사건의 경과
가. 원고는 2016. 12. 12. A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피고 1 내지 4(이하 이들을 통틀어 ‘피고 A’라고 한다), B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피고 5 내지 8(이하 이들을 통틀어 ‘피고 B’라고 한다)을 상대로, A, B 컨소시엄이 각 2014. 1.부터 2014. 6.까지 원고가 발주한 물량을 제대로 운송하지 아니하여 원고가 다른 회사에 대체운송을 의뢰함으로써 발생한 추가비용 상당액의 손해배상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피고들은 이에 대하여 원고의 위 손해배상청구에 대하여는 상법 제814조 제1항의 제척기간이 적용됨을 전제로, 이 사건 소가 제척기간을 경과하여 제기된 것으로서 부적법하다는 항변을 하였다.


나. 제1심법원은 피고들의 본안전항변을 받아들여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소를 모두 각하하였다. 즉 제1심법원은 ① A 컨소시엄은 제주항에서 인천항까지, B 컨소시엄은 서귀포항, 성산항에서 완도항, 녹동항까지 각 해상운송을 하는 외에 원고의 생산공장에서 항구까지, 항구에서 원고의 물류센터까지 육상운송도 함께 담당하고 있으므로 복합운송인이라고 볼 수 있고, 복합운송인은 손해가 발생한 운송구간에 적용될 법에 따라 책임을 지게 되는데(상법 제816조 제1항), 원고의 주장에 따르더라도 원고의 손해는 A, B 컨소시엄이 각 해상운송을 제대로 하지 못하여 생긴 것으로 보이므로 상법 제816조 제1항의 규정에 따라 그 손해의 배상과 관련하여서는 상법상 해상운송에 관한 규정이 적용되어야 한다고 전제한 다음, ② 원고와 A, B 컨소시엄이 1개월 단위로 운송계획을 수립하여 물류를 운송한 점에 비추어 ‘제주삼다수’ 등이 원고의 생산공장에서 출하된 때로부터 늦어도 1개월 내에는 원고의 판매대행사 또는 원고가 지정하는 장소까지 운송이 완료될 것으로 보이므로, 가장 최근에 발생한 2014. 6.말경의 해상운송 지체로 인한 손해의 경우에도 늦어도 2014. 7. 말경에는 원고의 판매대행사 또는 원고가 지정하는 장소에서 원고가 물류를 인도받을 수 있었을 것이므로, 2015. 7. 말경에는 이미 상법 제814조 제1항 소정의 제소기간이 도과하였다고 보아야 한다고 판단하였다.6)


다. 원고는 제1심판결에 불복하여 항소하였다. 항소심법원은 원고의 피고 A에 대한 항소 부분은 기각하고, 원고의 피고 B에 대한 항소 부분은 이를 받아들여 제1심판결 중 피고 B에 대한 부분을 취소하고, 피고 B에게 원고에 대한 손해배상의 지급을 명하였다. 이처럼 항소심에 이르러 피고 A, B에 대한 청구의 결론이 나뉜 이유는, 항소심 법원이 복합운송인의 책임에 관하여 적용될 법을 상법 제816조 제1항이 아니라 제816조 제2항에 의하여 결정하였기 때문이다. 즉 항소심 법원은, “피고들은 원고가 주장하는 손해가 해상운송 구간에서 발생한 것임을 전제로 상법 제816조 제1항에 따라 해상운송구간에 적용될 법률이 적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원고가 주장하는 손해는 대체회사를 통해 아예 피고들을 대신하여 대체운송(해상 및 육상운송 포함)을 하도록 함으로써 발생한 추가비용으로서 해상운송 과정에서 발생한 손해의 배상을 청구하는 것이 아닌 점 등을 고려하여 보면, 원고가 주장하는 손해가 해상운송 구간에서 발생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 원고가 주장하는 손해는 상법 제816조 제2항의 ‘어느 운송구간에서 발생하였는지 불분명한 경우 또는 손해의 발생이 성질상 특정한 지역으로 한정되지 아니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이와 같이 상법 제816조 제2항이 적용되는 이상, 운송인은 운송거리가 가장 긴 구간에 적용되는 법에 따라 책임을 진다.”고 전제한 뒤, ① A 컨소시엄은 원고가 생산한 제품을 주로 인천항이나 평택항을 통하여 강원권과 수도권 일부 지역에 운송하였는데, 이 경우 제주항에서 도착항까지의 해상운송 거리가 원고의 생산 공장에서 제주도내 항구와 인천항 또는 평택항에서 물류센터까지의 육상운송 거리를 현저하게 초과하므로, A 컨소시엄에 대해서는 해상운송구간에 적용되는 법에 따라 제척기간을 판단하여야 하고, ② B 컨소시엄은 원고가 생산한 제품을 주로 완도항과 녹동항을 통하여 호남권과 수도권 일부 지역에 물량을 운송하였는데, 각 항구에서 가장 가까운 물류센터를 제외하고는 육상운송 거리가 해상운송 거리를 초과하므로, B 컨소시엄에 대하여는 육상운송구간에 적용되는 법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고 하였다. 그에 따라 A 컨소시엄에 대하여는 제1심판결과 같이 상법 제814조 제1항의 단기제척기간이 적용되는 반면, B 컨소시엄에 대하여는 상법 제814조 제1항의 단기제척기간이 적용되지 않게 되었다. 항소심 법원은 피고 A에 대한 제척기간의 경과 여부에 관하여는 제1심판결과 판단을 같이 하여 그 부분에 대한 항소를 기각하였고, 단기 제척기간이 적용되지 않는 피고 B에 대한 원고의 청구를 받아들여 그 지급을 명하는 판결을 한 것이다.7)
라. 원고는 피고 A에 대한 부분에 불복하여 대법원에 상고하였고, 피고 B 중 1개 회사 역시 항소심 판결에 불복하여 대법원에 상고하였다. 대법원은 아래 4항과 같은 법리를 제시하였고, 항소심 판결을 정당한 것으로 수긍하여 상고를 기각하였다.

 

4. 대법원의 판시사항
대법원은 ① 피고들의 사법상 지위, ② 복합운송에 적용될 법의 결정에 관한 기준, ③ 상법 제814조 제1항 소정의 ‘운송물의 인도할 날’의 개념에 관하여 아래와 같은 법리를 제시하였다.  

 

[판시사항]
가. 복합운송계약이란 운송물을 육상운송, 해상운송, 항공운송 중 적어도 두 가지 이상의 서로 다른 운송수단을 결합하여 운송을 수행하는 것을 말한다. 구 화물유통촉진법에서 2007. 8. 3. 법률 제8617호로 전부 개정된 물류정책기본법은 물류의 범위를 기존에 재화의 운송·보관·하역 등을 중심으로 하는 물적 유통에 한정하였던 것을 재화의 조달·생산·소비 및 회수·폐기에 이르기까지의 전 과정을 포괄하는 것으로 확장하고(법 제2조 제1항 제1호), 구 화물유통촉진법상 복합운송주선인을 국제물류주선업자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부칙 제7조 제1항). 그리고 이 법 시행규칙에 의하면 국제물류주선업자는 자기의 이름으로 선하증권과 항공화물운송장을 발행할 수 있으므로(제5조 제2항 제2호 참조), 국제물류주선업자가 자기 명의로 운송계약을 체결하고 운송을 인수하는 경우에는 복합운송인의 지위를 취득하여 해당 운송계약에 따른 권리·의무의 주체가 된다. 이처럼 당사자 사이에 복합운송뿐만 아니라 항만 양·적하, 보관 및 이동, 나아가 물류정보의 활용 등 일체의 물류관련 활동을 포함하는 내용의 종합물류운영에 관한 계약을 체결한 경우에 가장 핵심이 되는 요소는 복합운송으로 보아야 한다.
나. 복합운송 과정에서 운송물의 멸실·훼손 등으로 인하여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 운송인에게 어느 운송수단에 적용되는 법에 따라 책임을 물을 것인지가 문제된다. 복합운송인의 책임에 관하여 상법은 손해가 발생한 운송구간에 적용될 법에 따라 책임을 지도록 규정한다(상법 제816조 제1항). 그리고 어느 운송구간에서 손해가 발생하였는지 불분명한 경우 또는 손해의 발생이 성질상 특정한 지역으로 한정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운송인은 운송거리가 가장 긴 구간에 적용되는 법에 따라 책임을 지되, 운송거리가 같거나 가장 긴 구간을 정할 수 없는 경우에는 운임이 가장 비싼 구간에 적용되는 법에 따라 책임을 진다고 규정한다(제2항). 따라서 손해가 발생한 운송구간이 불분명하거나 그 성질상 특정한 지역으로 한정할 수 없는 경우, 해상운송 구간이 가장 길다면 해상운송에 관한 규정을 적용하여야 한다.
다. 해상운송인의 송하인 또는 수하인에 대한 채권 및 채무는 그 청구원인의 여하에 불구하고 운송인이 수하인에게 운송물을 인도한 날 또는 인도할 날부터 1년 이내에 재판상 청구가 없으면 소멸한다(상법 제814조 제1항). 여기서 ‘운송물을 인도할 날’이라고 함은 통상 운송계약이 그 내용에 좇아 이행되었으면 인도가 행하여져야 했던 날을 말한다(대법원 1997. 11. 28. 선고 97다28490 판결, 대법원 2007. 4. 26. 선고 2005다5058 판결 등 참조). 운송물이 물리적으로 멸실되는 경우뿐만 아니라 운송인이 운송물의 인도를 거절하거나 운송인의 사정으로 운송이 중단되는 등의 사유로 운송물이 인도되지 않은 경우에도 ‘운송물을 인도할 날’을 기준으로 하여 제소기간이 도과하였는지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

 

5. 검토
가. 국제물류주선업자의 사법상 지위

대상판결은 “국제물류주선업자가 자기 명의로 운송계약을 체결하고 운송을 인수하는 경우에는 복합운송인의 지위를 취득하여 해당 운송계약에 따른 권리·의무의 주체가 된다”는 법리를 선언하였다. 이는 구 화물유통촉진법상 복합운송주선인의 개념과 보통의 거래현실을 고려할 때 기본적으로 타당한 명제이다. 다만 현행 물류정책기본법상 ‘국제물류주선업자’의 개념에 비추어볼 때, 국제물류주선업자가 운송을 인수하였다고 하여 ‘반드시’ 복합운송인의 지위를 취득한다고 할 수 있는지는 개념적으로 더 주의를 기울여 살펴 볼 필요가 있다. 구 화물유통촉진법은 “복합운송주선업이라 함은 타인의 수요에 응하여 자기의 명의와 계산으로 선박·항공기·철도차량 또는 자동차 등 2가지 이상의 운송수단을 이용하여 화물의 운송을 주선하는 사업을 말한다.”고 정의하고 있었다(제2조 제6호).

 

이와 달리 물류정책기본법 제2조 제1항 제11호는 “국제물류주선업이란 타인의 수요에 따라 자기의 명의와 계산으로 타인의 물류시설·장비 등을 이용하여 수출입화물의 물류를 주선하는 사업을 말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비록 물류정책기본법은 화물유통촉진법상의 ‘복합운송주선업자’와 물류정책기본법상의 새로운 ‘국제물류주선업자’를 동등하게 취급할 것을 요구하고 있으나(부칙 제7조 제1항), ‘국제물류주선업자’의 개념은 ‘복합운송주선업자’의 개념에서 “2가지 이상의 운송수단을 이용하여”라는 표지가 삭제되는 한편 “화물의 운송을 주선”하는 것에서 “수출입화물의 물류를 주선”하는 것으로 그 영업활동의 범위 표지 역시 변경되었다. 따라서 현행 물류정책기본법상 ‘국제물류주선업’의 개념에는 ‘2가지 이상의 운송수단을 이용하여’라는 복합운송의 개념 징표가 반드시 포함되지는 않는다. 요컨대 아래 나.항에서 보듯이 ‘복합운송’은 ‘운송인이 두 가지 이상의 다른 운송수단에 의하여 물건을 운송할 것을 인수한다’는 운송수단 자체의 복합성을 핵심 징표로 하지만, ‘국제물류주선업’은 사업자가 화주로부터 위탁받아 인수하는 사무의 복합성이 핵심 징표라고 할 수 있다.8) 현행 물류정책기본법상 적어도 개념적으로는, ‘국제물류주선’에서 나타나는 ‘운송수단의 복합성’은 사업의 한 태양으로 나타나는 현상일 뿐 그 핵심 징표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점에는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한편 대상판결은 “당사자 사이에 복합운송뿐만 아니라 항만 양·적하, 보관 및 이동, 나아가 물류정보의 활용 등 일체의 물류관련 활동을 포함하는 내용의 종합물류운영에 관한 계약을 체결한 경우에 가장 핵심이 되는 요소는 복합운송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국내의 통설9)은 운송주선인이 운송을 인수하여 운송인의 지위를 취득하였을 때에는 운송주선인으로서의 지위와 운송인으로서의 지위를 겸하게 된다고 한다.10) 대상판결 역시 ‘종합물류운영에 관한 계약’의 내용을 배제하지 않는 것을 전제하고 있다는 점에서 통설의 입장을 따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에서 원고는 피고들의 본안전항변에 대하여 이 사건 특수조건 제2조를 근거로 ‘원고와 각 컨소시엄 사이의 계약은 단순한 운송계약이 아니고 원고의 공장에서 제품을 인수한 이후의 재고관리, 회수물류, 팔레트 운영, 회계, 실적관리 등이 포함된 일체의 물류활동을 내용으로 하는 이른바 물류운용계약이므로 상법상 해상운송인에 관한 규정이 적용될 수 없다’고 주장하였으나, 제1심판결과 항소심 판결은 이를 배척하였다. 대상판결이 위와 같은 판시를 한 것은 원고의 위와 같은 주장에 대한 답변이다. 즉 다른 종합물류운영에 관한 계약이 결합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운송인으로서의 지위를 취득하게 되면 운송에 관한 법령과 법리의 적용을 받게 된다. 국제물류주선업자의 사법상 지위에 관한 일반적인 법리는 필자가 서론에서 인용한 부분으로 갈음한다.

 

나. 복합운송인의 책임에 관하여 적용될 법의 결정
복합운송(複合運送, combined transport, multimodal transport)이란 두 종류 이상의 운송수단을 이용하여 육·해·공에 걸쳐 물건의 운송을 실행하는 경우를 말한다. 복합운송은 단순운송(unimodal transport)에 대응하는 개념이고, 하나의 운송계약에 수인의 운송인이 관여하는 통운송(通運送; thorough carriage)의 한 형태이다.11) 오늘날의 국제거래는 컨테이너에 의한 복합운송이 일반적이다.12) 2011년 상법에 복합운송계약에 관한 체계적인 일련의 규정을 도입하기 위한 개정안이 마련되기도 하였으나, 실제로 도입되지는 못하였다.13) 다만 ‘복합운송인의 책임’에 적용될 법을 결정할 기준을 제공하는 한 개의 조문만이 도입되었는데, 그것이 상법 제816조이다.


대상판결은 복합운송인의 책임에 관하여 적용될 법의 결정 기준에 관한 상법 제816조를 적용한 최초의 대법원 판결이기도 하다. 여기서 말하는 ‘책임’에는 복합운송과 관련하여 책임의 주체가 누구인지, 책임의 원칙은 무엇인지, 책임제한제도, 면책제도, 소멸시효 혹은 제척기간 등의 문제가 모두 포함된다.14) 우리 상법은 복합운송인의 책임에 관하여 이른바 ‘이종책임제’ 내지 ‘연결책임제’(network system)를 채택하였다. 이는 손해발생구간이 확인되면 그 구간에 적용되는 법을 적용하고 손해발생구간이 확인되지 아니한 경우에는 복합운송에 대한 독자적임 책임규정에 의하여, 또는 일정 구간의 손해로 간주하여 그 구간운송법을 적용하는 입법주의를 말한다.15) 상법 제816조 제1항은 손해발생구간이 확인된 경우 운송인은 손해가 발생한 운송구간에 적용될 법에 따라 책임을 지도록 정하고, 같은 조 제2항은 손해발생구간이 확인되지 않는 경우에는 운송인이 일차적으로 운송거리가 가장 긴 구간에 적용되는 법에 따라 책임을 지고, 이를 정할 수 없는 경우에는 운임이 가장 비싼 구간에 적용되는 법에 따라 책임을 지는 것으로 정하고 있다.


비록 대상판결은 제816조 제1항, 제2항에서 정한 요건이나 개념에 관한 일반적인 법리를 선언하지는 않았지만, 제816조 제1항과 제2항을 어떤 기준에 의하여 적용하여야 하는지에 관한 실례(實例)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있다.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의 기초가 된 ‘손해’는 피고들이 원고 발주 물량을 제대로 운송하지 못함에 따라 원고가 대체회사에 해상운송과 육상운송을 포함한 대체운송을 의뢰함으로써 발생한 추가비용 상당액이었다. 구체적인 사실관계는 분명치 않으나, 이 사건에서 피고들이 원고 발주 물량을 제대로 운송하지 못하게 된 원인이 발생한 곳은 해상운송 구간이었던 것으로 보이기는 한다. 그러나 상법 제816조 제1항은 ‘손해가 발생한 운송구간에 적용될 법’에 따라 책임을 지도록 규정하므로, 비록 손해발생의 근본적 원인이 발생한 운송구간이 특정된다고 하더라도 실질적인 손해가 발생한 운송구간이 한정되지 않으면 그때는 제816조 제2항에 의함이 타당하다. 결국 상법 제816조 제1항은 실제 운송과정에서 손해발생구간이 분명하게 확인되는  때에 한하여만 적용되는 것이고, 그 외의 경우에는 상법 제816조 제2항에 의한다고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손해발생구간의 확정 여부는 이를 주장하는 자가 입증책임을 부담한다.16)


만약 원고와 피고들 사이에 피고들의 운송책임에 관하여 상법 제816조와 달리 정한 약관이 있었다면 그 유효성은 어떻게 취급될 것인가? 상법 제816조에 의해 정해지는 법에 편면적 강행규정이 있는 경우(예컨대 해상운송 또는 항공운송 등의 경우)에, 당사자 사이의 약정에 의하여 적용될 법에 의하면 그 강행규정에 위반하여 운송인의 의무나 책임을 경감 또는 면제하는 결과가 될 때에는 무효라고 보지만, 그러한 강행규정이 없는 경우(예컨대 육상운송의 경우)에는 당사자 사이에 다른 법을 적용하기로 약정하는 것이 허용된다고 함이 타당하다.17)

 

다. 상법 제814조 제1항 소정의 ‘운송물을 인도할 날’
해상운송인의 손해배상책임이 문제되는 경우, 운송물이 멸실되는 경우가 드물지 않으므로 ‘운송물을 인도할 날’의 개념이 종종 문제되곤 한다. 우리 판례는 ‘운송물을 인도할 날’이라고 함은 ‘통상 운송계약이 그 내용에 좇아 이행되었으면 인도가 행하여져야 했던 날’을 말한다는 법리를 확립하고 있다(대법원 1997. 11. 28. 선고 97다28490 판결, 대법원 2007. 4. 26. 선고 2005다5058 판결 등 참조). 대상판결에서는 운송인이 자신의 사정으로 운송을 아예 하지 않은 경우가 문제되었고, 대상판결은 그러한 상황에 적용될 법리를 부연하였다. 즉, 대상판결은 “운송물이 물리적으로 멸실되는 경우뿐만 아니라 운송인이 운송물의 인도를 거절하거나 운송인의 사정으로 운송이 중단되는 등의 사유로 운송물이 인도되지 않은 경우에도 ‘운송물을 인도할 날’을 기준으로 하여 제소기간이 도과하였는지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고 선언한 뒤 상법 제816조 제1항의 단기제척기간 경과 여부에 관한 항소심 판결의 판단을 정당한 것으로 수긍하였다. 제1심판결부터 대상판결에 이르기까지 이 사건에서 ‘운송물을 인도할 날’의 의미에 관한 법원의 판단은 논리적으로 정당하다. 


 
6. 결론
대상판결은 앞으로 좀 더 빈번하게 문제될 수 있는 유형의 쟁점을 보여주는 판결이다. 우선 국제물류주선업자가 운송을 인수한 경우에 복합운송인의 지위를 겸하게 되리라는 점을 보여준다. 다만 국제물류주선업자가 운송을 인수하였을 때 ‘반드시’ 복합운송인에 해당하게 되는지에 관하여는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한편 복합운송인의 책임에 적용될 법을 정하는 기준을 제시한 상법 제816조는 앞으로 더 빈번하게 문제될 수 있다. 대상판결은 제816조 제2항과 관련하여 ‘어느 운송구간에서 손해가 발생하였는지 불분명한 경우 또는 손해의 발생이 성질상 특정한 지역으로 한정되지 아니하는 경우’에 관한 실례를 보여주었으나, 머지않아 ‘운송거리가 같거나 가장 긴 구간을 정할 수 없는 경우’가 무엇인지, ‘운임이 가장 비싼 구간’을 어떻게 결정할지 등도 문제되는 사례들도 등장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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