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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해상법·선박건조금융법 이슈진단(8)
해운산업에서의 강제 책임보험과 직접청구권의 기능
[544호] 2018년 12월 28일 (금) 10:09:43 김인현 교수 komares@chol.com

경제가 발전하면서 계약관계가 없는 일반인들이 가해자들의 불법행위로 인하여 손해를 입는 경우가 많아졌다. 국가는 이들 피해자들을 합리적으로 보호하는 정책을 개발하게 되었다. 이름하여 강제(의무) 책임보험이다. 불법행위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은 자들에게 책임보험에 가입하도록 하는 제도이다. 책임보험계약에서 손해를 피해자에게 배상한 피보험자가 자신이 입은 손해를 책임보험자에게 보험금으로 청구하게 된다. 그런데, 피해자에게 책임보험자에게 직접 손해를 청구할 수 있도록 하면 피해자는 더욱 보호되게 된다. 이러한 청구권을 직접청구권이라고 한다(상법 제724조 제2항). 

피해자는 책임보험자와 아무런 보험관계가 없기 때문에 자신이 입은 손해를 보험금의 형태로 청구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영국법이 더욱 그러하다. 이를 직접계약당사자의 원칙(privity of contract)이라고 한다. 그리하여 영국은 피보험자가 도산이 되어 피해자에게 손해를 배상할 능력이 없을 때에만 직접청구권을 인정한다. 그렇지만, 우리나라 상법은 아무런 제한없이 직접청구권을 허용한다. 책임보험계약이 있는 경우 법률이 인정하는 직접청구권의 존재 때문에 피해자는 가해자인 피보험자는 물론 책임보험자에게도 청구가 가능하므로 유리한 지위에 놓이게 된다.   

책임보험의 가입이 강제화된 보험은 해운관련산업에도 많이 나타난다. 유류오염손해 배상 및 보상, 여객운송중 여객의 피해, 선원의 재해보험, 난파물제거 비용 등에서 해상기업의 책임보험가입이 강제화되어 있다. 책임보험을 제공하는 보험자로는 삼성화재등 영리보험회사와 비영리보험자인 소위 P&I Club이 있다. 선박과 관련된 책임보험은 전통적으로 영국을 중심으로 한 선주상호책임보험(P&I 보험)에서 다루고 있다. 우리나라도 2000년부터 한국선주상호보험조합(Korea P&I)이 설립되어 활동 중이다. 한국해운조합에서도 선주책임보험을 처리한다.  

우리나라 선주들이 대부분 가입한 P&I Club은 영국법을 준거법으로 한다. 영국법이 준거법인 경우 피해자가 가지는 직접청구권은 1930년 제3자법에 의거하여 대단히 제한적이다. 피보험자인 선박소유자가 도산이 된 경우에만 직접청구권이 허용된다. 그렇지만, Korea P&I나 해운조합의 P&I 보험에 가입한 경우 준거법은 한국법이 되고, 이러한 제한없이 직접청구가 가능하므로 피해자들이 더 보호받는 결과가 된다. 또한 P&I 보험약관에는 선지급(先支給)항변 조항이 있다. 이는 피보험자가 먼저 피해자에게 지급한 다음에야 비로서 책임보험자의 보험금 지급의무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영국법에서는 이것을 유효하다고 한다. 피보험자가 도산이 된 경우는 영원히 책임보험자의 지급의무는 발생되지 않게 되고 피해자는 보호받지 못하는 결과가 된다. 이러한 선지급항변 약정은 한국법 하에서는 무효가 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직접청구권은 한국법을 준거법으로 하는 경우가 영국법을 준거법으로 하는 경우보다 유리하다고 할 수 있다. 

<유류오염손해>
유류오염손해의 경우 유류오염손해배상에 관한 국제조약(CLC)와 우리 유배법에서는 유조선선주가 책임제한액까지 유류오염피해자의 손해를 배상하는 보험에 강제로 가입하도록 하고 있다. 보험에 가입되지 않으면 선박의 입항이 금지된다. 

허베이 스피리트호 유류오염사고는 약 5000억원의 피해가 발생했다. 책임보험에 가입되어있지 않았다면 유조선의 선주는 피해자에게 직접 자신의 계정에서 책임제한액인 약 2000억원이라는 대규모의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 이는 소규모의 회사라면 천문학적인 숫자이다. 책임보험에 가입되어있기 때문에 자신이 먼저 지급하고 보험금으로서 약 2000억원을 보상받게 된다. CLC와 우리 유배법은 책임보험자가 바로 책임제한액인 약 2000억원까지는 직접 피해자에게 보상하도록 제도를 마련하고 있다. 유류오염손해는 유조선주의 무과실책임제도까지 곁들여 있으므로 피해자는 과실의 존재를 입증할 필요가 없어서 더욱 보호되게 된다.   

<여객운송>
여객운송과 관련된 아테네협약도 운송인으로 하여금 책임보험에 가입하도록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아테네협약의 체약국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운법에서 피해자를 위한 공제에 가입하도록 하고 있는 바(제4조의3조), 이는 강제책임보험으로 이해해도 될 것이다. 여객 1인당 3억5천만원까지를 담보할 것을 약속한 해운조합에 가입된 청해진의 보험은 일종의 책임보험이므로 사망한 여객의 유족들이 해운조합에 직접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었다. 만약, 청해진이 해운조합의 책임보험에 가입되지 않았다면, 청해진은 파산된 상태였으므로 유족보상에 큰 문제가 발생했을 것이다. 책임보험의 존재가 크게 돋보인 사건이었다고 할 수 있다. 

세월호 사건에서 책임보험과 관련 쟁점이 되었던 것은 한국법이 적용되는 경우 세월호는 불감항 상태였고 책임보험자는 피보험자인 청해진에게 면책이 될 것인데, 직접청구권을 가지는 유족들이 책임보험자에 청구함에 있어서 보험금을 지급해야하는 가 였다. 만약, 이것이 긍정이 된다면 보험자는 피보험자에 대한 관계보다 피해자들에 대하여 더 불리하게 된다. 직접청구권이 책임보험에 가입된 경우에 인정되는 것인데 이것이 과연 가능한지 의문이 제기되었다. 이에 대하여 우리 법에는 아무런 규정이 없다. 강제책임보험인 경우 피해자에 대한 청구시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직접청구권이 인정된 그 취지가 더 높아지므로, 이러한 항변을 할 수 없고 피해자에 대하여 책임보험자는 보험금을 지급하여야 한다고 본다. 실무적으로는 여객사망의 원인은 해양경찰의 구조가 늦은 때문으로 재보험자들이 인정하여 불감항 쟁점은 다퉈지지 않고 우회하여 여객의 유족에 대한 보험금지급이 원만하게 해결되었다고 한다.  

<난파물제거>
난파물이 항로 등에 발생하면 항해에 지장이 초래되므로 당장 제거할 필요성이 있다. 제거의무자가 이를 제거하지 않으면 정부가 처리하게 되는 데 비용이 많이 발생하게 된다. 데일본은 가장 적극적으로 이 문제를 강제책임보험 가입으로 해결하고 있다. 일본에 입출항하는 선박에게 난파물이 된 경우 처리비용을 담보하는 책임보험에 가입하게 하고, 정부는 보험자에게 구상을 받도록 한다. 난파물제거협약의 취지도 동일하다. 난파물제거협약에서는 난파물 제거와 관련된 비용에 대하여도 책임보험에 가입하도록 하고 있다. 그렇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이를 시행하지 않아 정부가 세금으로 난파물을 제거하고 그 비용을 회수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나타난다. 

우리나라 해역을 지나던 원목운반선에서 원목이 투하되는 경우이다. 원목이 바다에 떠다니면 항해에 지장을 준다. 정부는 원목선의 운항자에게 제거명령을 내리지만,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정부가 그를 대신하여 집행을 한다. 발생된 비용은 제거 의무자에게 청구를 해야 한다. 공유수면관리법에 의하면 제거의무자는 난파물의 소유자 혹은 점유자이다(법 6조). 선박이 선체용선(나용선)된 경우 제거의무자는 선체용선자(나용선자)이지 선박소유자가 아니다. 그러므로, 원목을 운송하던 선박에 대한 가압류도 불가하다. 원목의 소유자는 멀리 외국에 있다. 따라서, 정부가 제거비용을 환수받기는 쉽지 않다. 이러한 경우 선박의 소유자 혹은 점유자에게 제거비용에 대한 강제보험에 가입시키면 책임보험자에게 청구가 가능하므로 정부로서는 지급한 비용의 회수가 가능하다. 

2016.8.21. 통영 욕지도 40해리 외해에서 러시아에서 중국으로 가던 원목선이 날씨가 나빠 원목일부를 바다에 투하하여 공동해손이 선포되었다. 우리 정부가 이를 제거하고 비용을 회수하지 못하여 원목의 소유자에게 청구하려고 소송을 제기하였지만 실패하였다(서울중앙지법 2018.12.5.선고 2017가합525239판결). 우리나라도 해사안전법 제25조 및 제29조에 의한 입출항 선박에 대한 책임보험 강제가입 실시 및 난파물제거협약에의 가입이 절실한 이유이다. 

<활용가능한 분야 - 운송물불법인도>
해운 관련 분야에서 책임보험의 가입을 강제화하여 피해자의 보호에 만전을 기할 수 있는 여러 분야가 아직도 남아있다. 대표적인 것이 운송물의 보세창고에서의 운송물 불법반출의 문제이다. 운송인은 운송물을 안전하게 정당한 수하인에게 인도할 의무를 부담한다. 그런데, 보세창고에 들어가 있는 운송물이 선하증권과 상환없이 창고업자의 과실 혹은 수입자와의 결탁에 의하여 불법반출이 된다. 창고업자는 운송인의 이행보조자이므로, 창고업자의 과실은 곧 운송인의 과실이 되므로 운송인은 선하증권소지인에게 멸실된 운송물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 운송인이 과실있는 창고업자에게 구상청구를 해야 하지만, 창고업자는 영세하여 쉽지않다. 운송인으로서는  이미 수하인이 지정하는 보세창고에 입고되었으므로 운송인의 의무는 종료되었다는 주장을 하지만, 법원은 일관되게 운송인에게 책임을 인정하고 있다. 

창고업자에게 책임보험에 강제로 가입하게 하면 이를 해결할 수 있다. 창고업자는 피보험자가 된다. 피해자인 선하증권소지인 혹은 손해를 대신 지급한 운송인(운송인은 법정대위자가 된다)에게 창고업자가 가해자로서 손해를 배상하고 그 손해를 책임보험자에게 청구하게 된다. 한편, 우리 법은 피해자에게 직접청구권을 인정하므로 선하증권소지인이나 운송인은 책임보험자에게 손해를 직접 청구할 수 있다. 창고업자가 고의 혹은 중과실로 손해를 야기한 경우 보험법일반론에 의하면 보험자는 면책이 된다. 자동차 보험에서와 같이 중과실 고의인 경우에도 보험자는 보험금을 지급하고 창고업자에게 구상할 수 있다는 약정은 자동차보험에도 활용되고 있고 유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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