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홍배 한국해양대 교수
최홍배 한국해양대 교수
2008년 4월 19일. 일본의 극우세력은 “다케시마(독도)의 한국측 영유권을 주장하는 이명박 대통령의 방일을 반대한다”고 도심에서 가두 선전활동을 하였다. 이에 일본 경찰은 대통령 취임이후 처음으로 방일하는 이 대통령의 경호에 만전을 기하기 위해 골머리를 앓았다. 21일 후쿠다 야스오 일본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진 이 대통령은 “독도와 과거사 문제”와 관련한 기자의 질문을 받았다. 이명박 대통령은 “한일 관계는 과거에 얽매여 미래로 가는 데 지장을 받아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독도 영유권 정책에 대한 이 대통령의 바람과 일본 정부의 태도에는 현실적으로 엄청난 괴리가 있는 것 같다. 일본 중앙정부는 이명박 정부의 출범으로 인해 “한일 신시대가 열렸다”고 말하고 있다. 그렇지만 2008년 4월 “일본 외무성 홈페이지는 다케시마(독도)가 일본땅이라고 도배”를 하고 있다는 외신을 접한 많은 한국인은 일본의 이중적 속셈에 울분을 삼키고 있다.

 

방일한 이 대통령은 “일본 정치인이 발언하는 것에 민감하게 대응할 필요는 없다. 어느 나라나 정치인은 개인의 의견을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의 한일 동반자 관계 조성 분위기와 노력에 상응하여 일본측이 성의있는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가 관건이다. 예컨대 일본 외무성이 “다케시마(독도)는 일본땅이라는 홍보물을 삭제하였는가?” 등이다.

 

2008년 KBS 공영방송은 ‘대왕 세종’이라는 연속극을 방영하고 있으며 5월 15일은 세종대왕의 탄신일이다. 필자는 답답한 마음에 지금 세종대왕이 저승에서 이러한 일본 망언을 듣고 있거나, 다시 태어났을 때 일본측 망언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망상을 해본다. 조선시대 1454년 세종실록지리지는 “우산과 무릉의 2섬이 울진현의 정동쪽 바다 한 가운데에 있고, 두 섬의 거리가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아 날씨가 맑을 때에는 능히 바라 볼 수 있다”라고 적고 있어 한국측 독도영유권 주장에 귀중한 근거 자료가 되어 있다.

 

한편 1998년 신한일어업협정 체결시 일본은 자국의 배타적경제수역(EEZ)에 대한 기점으로 ‘다케시마(독도)’를 주장하였고, 지금도 그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 따라서 21세기 독도 영유권 문제는 과거 역사 인식에 관한 정치적 논쟁이 아니라 국가 안위가 걸려 있는 영토보전에 관한 주권 문제라는 점에 심각성이 있다.

 

일본측이 독도 분쟁을 조장하여 대한민국의 발목을 언제까지 잡을 것인가? 20세기 일본은 동아시아의 맹주를 자처하였지만, 21세기 중국의 부상으로 인해 그 지위가 흔들리고 있다. 동북아의 새로운 질서 재편이 예고되는 가운데 일본의 신국수주의가 부활하고 있어 한일간의 독도 영유권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

 

실용성을 강조하는 이명박 정부이지만 국제정치적 관계의 근본적 변화가 발생하는 경우 한일관계의 인식도 그 궤를 같이 하지 않을 수 없다 본다. 20세기 WTO/FTA 체제에 의해 경제통상 분야는 국경이 무너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달라이 라마가 이끄는 티베트와 중국과의 분쟁에서 보듯이 민족인종 및 영토분쟁이 상존하고 있는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조선시대 중국 한자 문화권의 양반 기득권층이 행한 반대를 뿌리치고 일반 백성의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한 일념으로 훈민정음을 창제한 세종대왕의 창조적 정신이 지도자에게 필요하다.

 

그러나 15세기 세종대왕이 살았던 조선시대와는 달리 21세기 국제글로벌 시대에는 군사안보, 외교통상 및 인권 문제 등이 서로 복잡하게 얽혀 있는 현실에서 국가 지도자 한 사람의 지혜와 능력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국가적 현안이 너무도 많다.

 

역사를 돌이켜 보면 일본 왜구의 침입으로 인해 국가 정책적으로 울릉도로부터 주민을 쇄환하면서 독도 문제가 발생하게 되었다. 임진왜란, 청일, 러일전쟁 및 6.25 전쟁 등으로 인해 대한민국이 국가적 위난을 겪으면서 한반도 전체가 전란에 휩싸여 있을 때 동해바다의 작은 섬 독도가 침탈당했다.

 

그렇다면 역설적으로 독도를 수호하는 확고한 의지가 바로 대한민국을 지키는 것이다. 역사 드라마 속에서가 아니라 21세기 7천만 한민족의 생명을 건져 줄 수 있는 세종대왕이 나와 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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