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피앤아이클럽협회 창설을 제안한다”

 
 

국내 해운산업계의 P&I보험 인프라인 한국선주상호보험조합(KP&I)이 최근 외항해운업계로부터 받았던 출자금을 출연금으로 전환함으로써 지급능력 향상과 재무건전성 확보를 실현했다.
지난해부터 국적선사의 선박매각이 이어지면서 가입선박의 증가세 둔화와 수입보험료의 감소 등 최근 클럽의 성장이 답보상태에 처해 있는 KP&I는 해운업계의 출연을 계기로 해외시장 진출과 국내시장 확대 등 더 큰 성장을 위해 분발하고 있다.
KP&I의 COO인 문병일 전무를 8월 20일 만나 △해운업계의 출연 △해외시장 진출 △국내 경쟁심화 상황과 대처방향 △국내시장 확대방안 등 동 클럽의 현안에 대한 이모저모를 허심탄회하게 들어보았다.

 

■최근 국적선사들의 출연이 이어졌는데, 그 내용과 의미는?
“어려운 해운시황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클럽에 출연을 결정해 주신 분들께 감사를 먼저 드리고 싶다. 선주협회와 해사재단에서 10억원이 넘는 거액을 출연해주셨고, 현대상선, 팬오션, SK해운, 대한해운도 7억에서 3억원을, 그 외에도 고려해운, 흥아해운, KSS해운, 장금상선, 남성해운, CJ대한통운, 태영상선, 동원수산, 사조산업이 1억5,000만원에서 3,000만원의 거액을 출연해주셨다. 이를 통해 우리 클럽의 지급능력이 실질적으로 향상되고 재무건정성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클럽의 성장에 큰 밑거름이 될 것이기에 참으로 고마운 일이다.”
 

■올해초 보험 갱신이후 사업 경과는 어떠한지?
“지난해에는 상반기에만도 60척의 가입선박이 매각되었다. 이에 반해 올해 같은 기간에는 32척이 매각되어 매각세는 많이 꺾였다. 이를 통해 해지된 선박도 있지만 그 이상으로 새로 가입한 선박도 있어서 전체척수는 감소하지 않았다. 그러나 대체로 매각되는 선박의 선령이 높아 보험요율이 높기 때문에 척수 유지에도 불구하고 수입보험료는 다소 감소했다. 같은 이유로 대부분의 IG Club들도 최근 3년간 연평균 2~9% 수입보험료 감소를 경험하고 있다.”
 

■해외시장 진출에 힘쓰고 있는데 해외선박의 가입 현황은?
“해외 시장에서 나오는 보험료가 우리 클럽 전체보험료의 약 12%에 해당된다. 주로 싱가포르와 인도네시아, 중국, 홍콩, 베트남 등에서 가입하고 있다. 올해에는 그리스와 중동에서도 계속 요율요청이 오고 있어 곧 진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리클럽의 서비스 전문성이나 신뢰도가 상승했기 때문에 해외시장의 관심이 많아진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해운재건을 내건 한국해양진흥공사가 가동됐다. KP&I 성장에는 어떠한 도움이 되는지?
“한국해양진흥공사(이하 공사)가 신조 투자와 함께 중고선의 리스백도 추진하기 때문에 곧 첫 선박이 가입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공사의 투자아래 현대상선이 신조하는 20척의 선박 모두가 KR에 입급되지는 않을거라는 소식에 많이 놀랐다. KR이 2만 4,000TEU 선박건조 경험이 없어서 듀얼로 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인데, 지금 우리 해사산업계는 상생이 절실한 시절이고 국책은행과 공사가 투자하는 경우여서 아쉬움이 크다. 우리클럽이 2000년도에 사업을 개시했을 때 실력을 알 수 없다면서 아무도 가입하려하지 않았다. 다행히 흥아해운이 테이프를 끊어주었고 지금은 1,100척이 가입하고 있다. 돌이켜보면, 큰 문제는 없지않는가 하면서 가입을 결정해준 흥아해운이 얼마나 큰 역할을 한 것인지 모른다.

우리클럽은 IG Clubs중 5번째 규모인 Standard Club과의 제휴프로그램(KSC)을 가지고 있어서 선종이나 크기를 불문하고 가입에 아무런 제약이 없다. KSC가 없을 때는 지급보증서 문제나 담보한도 등을 이유로 가입을 주저할 수도 있었지만, 지금은 KSC를 통해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해소하고 있다. 보험료도 당연히 더 저렴하다. 이 제휴프로그램이 아닌 KP&I 단독으로 가입하면 우리클럽에 더욱 유익하다. 그러기 위해 금융계약서상 ‘보험조항’에서 KP&I가 배제되지 않도록 신경써주시기를 부탁드린다.”
 

■국내 가입선박 확대 차원에서 국가전략물자의 수송선박 유치전략을 밝혔는데, 내용은?
“POSCO가 수입하는 철광석이나 한전이 수입하는 유연탄, 가스공사가 수입하는 LNG 등을 전략물자라 말한다. 이들 운송선은 정해진 항구만 왔다 갔다 하니 항행 패턴도 단순하고 운송화물도 아주 단출하다. 그만큼 위험이 적다는 것이다. KP&I에 가입을 주저하는 이유로 주장되는 것 중에는 지급보증서, 담보한도 등이 있다. 앞의 선박들은 사고가 나더라도 내용이 단순하고, 사고도 잘 나지 않는 선박이니 가입을 주저할 이유가 매우 적다. 물품을 수입하는 POSCO나 한전이 매매계약을 할 때 물품매매 계약서상에 KP&I가 배제되지 않도록 해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계약서에 ‘IG Club or KP&I’라고 명기해서 KP&I가 배제되지 않으면 KP&I 단독으로 인수할 수 있고,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우리클럽과 Standard Club과의 제휴프로그램인 KSC에 가입하면 된다. KSC 프로그램으로 가입하게 되면, 우리클럽의 서비스와 Standard Club의 서비스 모두를 향유할 수 있어 선주로서는 나쁠 게 없다.”
 

■국내 대형선사들의 가입현황은 어떠한지?
“대형선사의 명성과 재정적 지원에 힘입어 우리클럽이 많이 성장한 것은 틀림없지만 전략물자수송선박 등 아직 가입을 기다리고 있는 선박이 많다. 예전에는 우리클럽이 IG가 아니어서 선박금융계약이나 용선계약에 제약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는 KSC 프로그램이 있어서 가입에 아무런 제약이 없게 되었다. COSCO와 China Shipping Group이 지난 2016년에 합병한 뒤 2017년에 IG Clubs에 가입해 있던 선박을 다 옮겨 China P&I에 가입했다. 2016년에 7,000만불이었던 CPI의 연간수입보험료는 올해 2월에는 1억불로 증대했다. CPI는 몇 개의 IG Clubs과 제휴를 맺고 있는데, 우리클럽의 KSC와 거의 동일하다. 우리클럽도 CPI와 같이 되기를 간절히 희망한다.

대형선사가 KP&I 가입을 통해 얻는 실질적인 이익은 미미한 것이 사실이다. 대형선사는 언제든지 런던에서 럭셔리한 클럽에 가입할 수가 있고, 영어로만 사고처리 등 업무를 해도 별로 불편을 느끼지 않는다. 우리클럽의 존재만으로 당장 이익을 보고 있는 선대는 중소형 선대이다. 우리클럽이 있으니 보험료를 낮춰주지않으면 KP&I로 이동하겠다는 협상을 할 수 있고, 영어를 잘 하는 보험전문가가 없어도 된다. 당당한 KP&I의 존재가 중소선대에게 협상력을 창출해주고 있는 것이다. 우리클럽이 더 커지면 대형선사도 그런 유익을 누리게 될 것이다. LNG선이나 Cape Bulk선부터 가입하면 좋겠다. 대형선사가 느끼는 당장의 이익은 미미할 수 있으나 우리나라 해운의 안전판 역할을 중소선단이 더 많이 누릴 수 있다면 충분히 좋은 것이고, 대형선사에게도 대체재로서 역할을 할 날이 머지않아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국내 P&I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는데...
“우리나라 보험업법에 따르면 보험영업을 할 수 있는 자는 보험회사 임직원, 대리점, 중개사 그리고 설계사이다. 이런 이름으로 등록하지 않고서 보험모집을 하면 위법이다. 코레스폰던트나 리애종오피스나 컨설턴트나 모두 보험모집을 하면 위법이다. 외국의 몇 개 클럽이 이와 같은 이름을 앞세워 시장점유율을 늘려보고 싶은가 보다. 밥먹고 살자고 하는 일이라 야박하게 들리겠지만, 위법은 위법이고, 또 우리클럽은 물론 국익에도 해되는 방향이니 모른 척하기엔 좀 그렇다.

금년 갱신 때는 일부 Club이 우리 조합원사를 타겟팅하는 바람에 속이 많이 상했었다. 결국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에 나섰었다. 공정위는 심사절차를 종료하면서, ‘거래기간 및 거래대상이 제한적이어서 당장은 공정거래위반행위가 있었다고 보기 곤란하지만, 같은 행위가 지속될 경우에는 판단을 달리 할 수 있어 일단 판단을 유보한다’고 하였다. 즉 무혐의가 아니라는 것이고, 향후 이런 행위가 지속된다면 공정거래법상 문제가 될 우려 또한 상당하다는 점을 분명히 적시하였다. 게다가 보험업법에 따르면 국내법상 허가를 받지 않은 외국보험사의 경우에는 대면영업은 허용되지 않고 위법이다. 국내법상 허가를 받고 국내법령을 준수하고 세금 등의 부담을 다하는 외국보험사와 같이 취급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잖아도 일거리 창출 먹거리 창출이 사회적으로 중요한 이슈인데, 국부가 위법하게 유출되지 않도록 감독관청의 분발을 기대한다.

우리는 무리한 방식으로 매출 경쟁을 하는 대신, 차라리 한중일 P&I Club이 중심이 되어 ‘아시아피앤아이클럽협회’를 창설하자고 제안할 생각이다. 그것이 진짜 장기적으로 해운업계를 위하는 길일 것이다. 아시아선주협회도 있고, 아시아조선협회, 아시아선급협회, 한중일 해상법포럼 등 한중일이 중심이 된 해운관련 협력체가 많이 있다. 한중일은 선복량도 많고 상호간 입출항도 많으니 3개국 P&I Club이 중심이 되어 손해방지활동을 함께 하자는 것이다. 항해안전, 선박구조구난, 오염, 선주책임법규의 통일, 도선 등 안전에 관한 문제 해결을 위해 서로 협력하면 그 효과가 상당하고 해운업계에도 본질적인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국내 몇 개 손해보험사들이 외국의 P&I사업자와 손잡고 P&I보험을 제공하고 있다. 매출도 올리고 100프로 재보험자에게 위험을 전가하여 보험금을 지급할 일도 없으면서 커미션만 챙기고 매력적으로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계약들은 사고발생시 선주가 재보험을 맡고 있는 외국의 P&I사업자에게 연락하도록 되어 있고, 국내 손보사는 P&I전문인력을 보유하지 않고 있는 것이 보통이다. 우리클럽에게 그 외국의 P&I사업자 역할을 대신하게 해줄 것을 제안한다. 공동인수형태이든 재보험형태이든 우리클럽이 사고처리 역할을 대신하는 형태로 하면, 보험사는 재보험자의 사고처리가 부족하여 선박보험까지 잃는 것은 아닐까 걱정할 필요도 없고, 국부유출의 통로라는 소리를 듣지 않아도 된다. 선주는 외국의 재보험자에게 직접 연락할 필요도 없게 된다. 선주, 손보사 우리클럽 모두가 윈윈이 되는 것이다.”

■지난해 상정된 조합법 개정의 추진경과는?
“우리클럽의 사업범위 확장을 위한 조합법개정안이 지난해 의원입법으로 국회에 제출됐다. 선주가 구입하고 있는 선박보험, 전쟁보험, 해적보험 등을 우리클럽이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부분은 손보사들이 반대하고, 재보험 제공 부분은 금융위가 반대한 바 있다.
우리클럽이 선박보험 등을 제공하게 되면, 좌초, 충돌 등 선박보험자와 P&I보험자가 협의해서 사고를 처리하게 되는 경우에 Onestop Service가 가능해지니 손해도 줄이기 쉽고 처리의 타이밍도 늦어질 염려가 없어 선주에 유익하다. 또한 해상보험은 각종 국제협약과 국내법을 다뤄야 해서 전문성을 유지하기가 매우 어려운데 손보사는 우리클럽과 공동인수나 재보험을 하게 되면 우리클럽의 전문성을 그대로 활용하고 여력은 다른 곳에 투입할 수 있다. 사고처리 전문성이 약화되면 선주의 손해로 이어진다. 우리클럽이 선박보험을 하겠다는 것은 손보사의 밥상에 숟가락 놓자는 것이 아니다. 우리클럽의 전문성을 활용하여 손보사, 선주, 우리클럽 모두 윈윈하자는 것이다. 손보사가 좀 더 전향적으로 이 문제를 대하기를 기대한다.

우리클럽은 재보험전문가가 아니니 재보험 제공에 반대한다는 금융위의 주장은 납득이 안된다. 우리클럽은 코리안리가 하고 있는 것 같은 재보험을 제공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중국 등 외국의 손보사가 P&I보험을 하고 싶으니 전문성을 재보험의 형태로 나눠달라는 것에 응해 P&I원보험과 사실상 동일한 P&I재보험을 하겠다는 것이다. 외국에서 먹거리를 창출하겠다는 것인데 이를 막는 이유를 알 수 없다. 우리 손보사가 외국의 P&I사업자에게 재보험을 가입하면서 국내에서 P&I보험사업을 하고 있는 것과 완전히 똑같은 방식으로 외국에서 먹거리를 찾겠다는 것인데 말이다. 금융위가 이 문제를 보다 진취적으로 대해주길 기대한다.”
 

■해운조합과의 협력문제도 중요한 현안이죠.
“우리클럽과 해운조합공제는 관리를 통합함으로써 규모의 경제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독립적인 관리회사를 설립하여 각각 그 관리회사와 관리계약을 맺게 되면 관리가 통합되는 형태이다. 관리회사는 P&I Club이 하는 모든 행위를 On behalf of P&I Club으로 이행하고 책정된 관리비를 받게 된다. 조합, 즉 클럽은 비상임이사회를 통해 관리회사를 관리통제하게 된다. 기존의 자산은 여전히 각 조합의 소속이고, 매년의 영업이익도 각 조합의 것이다. 사업은 각각 한 쪽은 내항선 위주로 다른 한 쪽은 외항선 위주로 영역을 나누어 사업하면 되고 직원들은 소속을 조합에서 관리회사로 변경하면 된다. 두 조합의 연간보험료 합산액은 1억불에 달한다. 세계 10위 규모이다. 조직이 커지면 서비스도 전문화되고 다양해질 수 있다.

자산운용방법이 유연해지고 효율성도 증가하게 된다. 재보험요율 등에서 비용도 절감된다. 결국 보험요율이 낮아지고 서비스질도 고급화되어 조합원인 선주에게도 좋고, 전문성이 증가하고 회사가 보다 안정화되니 조합의 직원에게도 좋다.
P&I Club이 관리를 별도의 관리회사에 맡기는 것은 새로운 얘기가 아니다. 150여년 전에 처음으로 P&I Club이 탄생할 때, Tindall과 Riley가 선주들에게 P&I Club의 설립의 필요성을 주장하면서 Club을 설립하면 자신들이 관리해주겠다고 제안한 것이 그 원형이다. 한 관리회사가 복수의 Club을 관리하는 것도 흔하다. Thomas Miller는 UK Club과 Osprey, Navigator 등을 관리하고 있고, Charles Taylor는 Standard Club, Standard War Club, Strike Club 등을 관리하고 있다. SCB는 American Club과 Eagle Ocean을 관리하고 있고, Tindall Riley는 Britannia P&I와 Carina를 관리하고 있고, North Management는 North of England P&I와 Sunderland를 관리하고 있다. China P&I는 China P&I Service에게 2년 째 관리를 맡기고 있다. Japan P&I는 설립 당시부터 외항선과 내항선을 분리해 관리하고 있다. 관리를 조합에서 분리하여 통합관리하는 것에 대해 전향적으로 고민하고 연구해볼 때이다.”
 

■KPI 대고객 서비스도 다양한 것으로 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을 소개하면...
“우리가 자랑하는 것중 하나는 ‘찾아가는 워크?’이다. 선사가 요청을 하면 우리클럽의 직원들이 선사가 희망하는 시간과 장소로 가서 희망하는 주제 즉 안전관리, 선하증권, 용선계약서 등에 관해 교육하고 토론하는 제도이다. 우리회사 클레임팀이 14명이나 된다. 많이 활용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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