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콤파스 강사로 한국대학신문 이인원 회장이 나와 ‘한국정치 어디로 가고 있나?’를 발표하였다. 탄핵정국으로 국론이 양분되어 대립 갈등하고 있는 현 시국과 관련 시의적절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KBS 심야토론회 사회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이인원 회장은 우리나라에 토론문화를 이끌어낸 저명 언론인으로 우리 사회의 현상과 단면을 진단하여 합리적인 방안을 이끌어내는 보수논객이다. 콤파스와도 인연이 많아 지금까지 ‘세계는 지금’과 ‘민주주의와 정치적 포퓰리즘’이라는 주제로 두 차례 발표하여 감명을 준 바 있다. 발표내용을 정리하여 게재한다.
 

현재 대한민국은 나라가 망해가기를 원하는 그룹과 이래서는 안 되겠다는 그룹으로 나누어져 있다. 정치는 게임이다. 게임은 선수들이 하지만, 룰을 지키는 사람은 심판이다. 그런데 요즘은 심판끼리 싸우고 있다. 비단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외국도 마찬가지다. 지금까지는 국민의 대표를 뽑아 정치하는 대의정치 또는 정당정치였으나 지금은 직접 민주주의로 바뀌고 있다. 소셜 네트워크 즉 SNS의 발달로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직접 민주주의로 바뀌고 있다. 이렇듯 직접 만주주의 체제에서는 선거도 전자투표를 이용하여 집에서 정치하는 시대로 가고 있는데, 이는 세계적인 추세이다. 그렇다고 직접 민주주의가 나쁘다는 뜻은 아니다. 그러나 직접 민주주의는 포퓰리즘으로 갈 위험성을 많이 내포하고 있다. 모든 사람의 생각이 같을 수는 없고, 추구하는 목표와 가치관도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언론의 기능은 모든 여론을 걸러서 좋은 것을 소개하는 것으로, 이것이 언론의 순기능이다. 말하자면 문지기(gate keeper) 역할을 해야 하는데, 지금은 언론이 대중을 따라가고 있다. 대중은 자신의 이해관계가 각자 다르기 때문에 일치된 견해가 나올 수가 없다. 그런데도 언론들은 대중을 그냥 따라가는 추세이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사기꾼 뉴스(fake news)라는 말을 했다. 언론이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는 뜻이다. 지성인들은 ‘진실 그 이후(post truth)’를 유념해야 한다.

민주주의의 최대의 적은 민주주의라는 말이 있다. 오늘 조간신문을 보니, ‘5,566교 중 단 1곳도 그냥두지 않았다’는 기사가 나왔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로 지정된 경북 경산 문명고의 신입생 입학식이 연구학교 지정을 반대하는 일부 학생과 학무모의 항의시위와 전교조의 방해로 취소됐다. “교육의 다양성을 내세우며 국정화를 반대한 전교조가 연구학교 운영조차 막는 것은 자신의 방식 한 가지만 강요하는 것으로, 이는 다양성을 짓누르는 자기모순”이라고 교육계가 지적했다. 우리나라 학생들은 이승만과 박정희 대통령을 독재자라고 생각한다. 교과서에 그렇게 나와 있으니까 그렇게 믿고 있다. 나도 학생시절 4.19 데모에 참가하였고, 그 일로 인해 연금을 받으라고 통지서도 나왔으나 사양했다. 기이하게 생각하는 연금담당 직원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때는 이승만이 독재자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당시의 우리나라 형편상 그렇게 갈 수밖에 없었다. 박정희도 마찬가지다. 사람은 먹고 살 정도가 돼야 민주주의를 할 수 있다. 카를 마르크스의 자본론에는 인간의 두뇌가 무궁무진하다고 되어 있다. 그러나 민주주의에서의 인간의 두뇌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얼마든지 실수하고 잘못을 저지를 수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와 여타 나라와의 차이점은 안보와 국방이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제2차 세계대전후 전쟁을 일으킨 일본은 정작 멀쩡한데, 우리나라는 분단국이 되고 말았다. 일본은 부강해졌으나 우리나라는 분단국으로 어려워졌다. 우리나라와 일본 간의 현안은 독도와 위안부 문제다. 그러나 이 문제는 민족적 자존심이 걸려 있어 쉽게 해결할 수가 없는 것이다. 풀려고 애를 쓸수록 더욱 꼬인다. 우리는 지금 북한에게 정신적인 지배를 받고 있다. 기자시절 판문점 취재를 할 때마다 북한 기자들은 우리민족을 내세웠다. 우리민족끼리 대화하면 되지 왜 미국하고 같이 나오냐는 것이다.

한미관계도 되새겨 보아야 한다. 우리나라는 그동안의 대륙지배에서 벗어나 해양으로 뻗어 나가야 한다. 제주해군기지 건설, 전시작전권 환수, 사드배치 문제로 국론이 분분하다. 북한의 전략은 감정적인 것을 이용해 상대를 조종하려고 든다. 1994년 남북회담이 재개되어 실무자회의를 하고 있을 때 엉뚱하게 북한은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겠다고 떠들어댔다. 그래서 큰일 났구나 하고 임진각 근처에 가보니 사람들은 태평하게 근처의 포장마차에서 소주를 마시고 있었다. 그 이유는 우리나라에 주한미군이 있기에 그럴 수가 없다는 것이다. 지구촌에 자주국방이라고 주장하는 나라는 거의 없다. 노무현 대통령이 자주국방을 하겠다고 했으나 초강대국 미국과 소련까지도 동맹국과 함께 평화를 지키겠다고 말할 정도다. 나토와 바르샤바동맹이 바로 그것이다. “평화를 원하는가? 그러면 전쟁을 준비하라”라는 말이 있다. 임진왜란은 일본이 나쁜 나라니까 우리나라를 쳐들어 왔다고 하는데, 틀린 말이다. 우리가 준비를 안 했기 때문이다. 조정에서 통신사를 보내 정탐을 시켰으나 당시 조정은 동인과 서인으로 나뉘어 당쟁을 벌이고 있었고 전쟁이 날 것이므로 대비해야 한다는 동인이 졌다. 우리의 현실로는 국방비를 줄여 복지비를 늘리자는 주장은 위험한 발상이다. 명분보다 실리가 중요하다. 매티스 미국방장관이 부임후 최초로 방문한 나라가 한국이다. 미국으로선 가장 시급한 현안이 북한문제이다. 사실 매티스는 북한의 핵기지를 폭격할 수 있는지를 검토하러 온 것이다. 그런데 결론은 어렵다는 것으로 나왔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럴 경우 상호간의 피해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당시에 시민단체는 “전쟁광 미친개 한국평화 위협하지 말라”는 현수막을 걸었다. 호전적인 김정은을 미친개라고 하지 않고 미국방장관을 전쟁광이라고 주장했다.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는 어렵게 돌아가고 있다. 이렇듯 한미관계를 이간시키고 있다. 
 
또한 한중관계도 어려워지고 있다. 중국의 시진핑 주석은 다보스포럼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자국우선의 보호무역주의를 겨냥하며 자유무역을 주창했다. 그럼에도 중국이 사드문제로 한국에 대한 무역압박을 가하고 있는 까닭은 한국의 국내정서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관광수입의 25%가 줄어드는 한이 있더라고 사드문제는 극복해야 한다. 우리는 무역다변화로 돌파구를 열어야 한다. 구한말 한일의정서를 작성할 때 제1조에 조선은 중국(청)의 속방이라고 하였다. 일본은 아니라고 주장했으나 우리가 그렇게 주장하였다. 조선이 자주국이라고 주장한 일본의 속셈은 따로 있었으나 우리의식 속엔 아직도 중국에 대한 사대주의가 잔존해 있다. 중국은 결코 북한 핵을 저지하려 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나의 확신이다. 북한이 중국에게 도움이 되는 나라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과거에 박정희 대통령이 핵개발을 하려고 외국에서 공부하고 있는 학자들을 귀국시키려 했다. 그러나 북한은 외국에서 핵에 대해 공부한 사람이 없으므로 중국이 음성적으로 도와주지 않았나 생각한다.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칠 때 누누이 강조하였다. 특히 데모하는 학생들에게 “과거와 기성세대를 폄하하지 말라. 너희들은 부모가 이루어 놓은 열매를 따먹고 있다.”고 말해주었다. 중동 현지의 노무자들은 취재해보니, 그들 중 99%가 자신들은 외화를 획득하려 왔지, 자신만 잘 먹고 잘살려고 왔다고 말한 사람을 본적이 없다. 월남파병만 해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가 바다를 건너 군대를 보낸 것은 이때가 최초이다. 군대가 가면 기업도 뒤따라간다. 그 당시 월남에서 일한 노무자들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정말 열심히 일했다. 그후 중동에 진출할 때 이런 사실을 알고 있는 미국의 공병대와 기업들이 한국기업을 적극 추천해주었다. 한 나라가 도약하려면 계기가 있어야 한다. 월남을 시작으로 해서 중동 나아가 세계로 우리가 뻗어나간 비결이 여기에 있다. 

한일관계도 요즘 격앙되어 있다. 감정적인 문제로 양국관계가 점점 악화되고 있다. 감정적인 대처는 문제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엄밀히 말해서, 독도문제는 조용히 있어도 된다. 우리가 실효적 지배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으로서도 자신들이 한편으로 센카쿠열도를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독도를 주장할 수는 없다. 아베총리는 우익적인 자국민들 달래기 위해 내치용으로 그렇게 하고 있을 뿐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방문은 약간 서툴렀다고 생각한다. 그때부터 독도문제가 틀어져 현안으로 부각되어 양국민의 감정싸움이 되고 말았다. 이제는 일본의 국정 교과서에까지 독도가 일본 땅이라고 수록하였다. 이 문제는 국제문제로 부각될수록 일본에게 유리하므로 그들의 전략에 말려들지 말아야 한다.

현재 대통령 탄핵문제로 온통 나라가 혼란스럽다. 헌법 제84조의 대통령의 형사상 특권 조항을 보면,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임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로 되어 있다. 문제가 되고 있는 K스포츠, 미르재단은 국가가 한류를 지원하기 위해 설립한 사단법인이다. 이것을 최순실과 고영태가 사익을 추구하기 위한 범죄행위이다. 이대 부정입학 문제도 어느 나라에도 체육장려 차원에서 체육특기생 선발제도를  시행하고 있으며, 장관추천도 폭넓게 하기 위해 주변사람의 의견을 물은 것이다. 세월호사고만 해도, 어떻게 대통령이 해난사고까지 막을 수 있겠는가? 물론 이를 계기로 제도적, 법률적인 대책을 세워 사고방지를 위해 힘쓸 필요는 있다. 아무튼 법리로만 본다면, 탄핵은 인용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순전히 감정적인 문제가 되고 말았을 뿐이다. 헌법재판소가 탄핵을 인용해도 부결해도 우리사회는 극도로 혼란스러워질 것이다. 그러나 지성인이라면 그 이후를 걱정해야 한다. 촛불, 태극기 다 좋지만, 분명한 것은 나라가 망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이런 사람을 경계해야 한다. 이런 사람은 우리나라의 리더로서 부적격하다고 생각한다. 첫째, 우리 민족끼리를 무조건 앞세우는 사람이다. 판문점에 나오는 북한기자들이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한민족끼리 무슨 회담이냐, 그냥 통일하면 되지”이다. 둘째, 경제발전보다 복지우선을 주장하는 사람이다. 아르헨티나는 유럽사람들이 이민지를 고를 때 미국과 아르헨티나 중에 하나를 선택할 정도로 잘사는 나라였으나 페론이 집권한 후 과도한 복지정책으로 지금은 남미의 빈국으로 전락하여 70년이 지난 지금도 회복하지 못하고 허덕이고 있다. 독일도 사회주의 정부가 들어서 복지정책을 실시하여 근로자들이 실직하면 무조건 임금의 100%, 80%, 50%까지 계속 지급하자 일 안하고 노는 사람이 늘어나 사회주의 정부가 위기를 맞았다. 자칫 복지정책은 빈민정책이 되기 쉽다. 공산주의가 망한 이유는 평등주의 때문이다. 일단 복지에 길들여지면 의식개조가 매우 어렵다. 단일호봉제를 시행하면 오래 근무한 운전기사의 월급이 임원보다 더 많아진다. 단순직종을 외주 주거나 용역회사를 이용하는 이유이다. 이러면 비정규직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셋째, 국방을 스스로 하겠다는 사람이다. 이웃과 동맹이 없이는 혼자 살수 없는 세상이다. 넷째, 해양세력과 손을 잡아야 한다. 영국이 해양으로 진출하여 세계를 제패하는 나라가 되었으나, 중국의 명나라는 배를 불사르고 바다로 나가지 않아 쇠락하였다. 우리나라도 살 길은 해양진출에 있다. 무역과 해운업이 중요한 이유이다. 그런 뜻에서 해양인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오늘자 평양의 노동신문 기사를 소개하는 것으로 발표를 마치려고 한다. “정의의 목소리는 누구도 막지 못한다. 인민을 무시한 독재자 박근혜가 식물인간이 되는 날이 다가오고 있다.” 우리 모두 정신 차려야 한다.
시간에 쫓겨 질문은 하나만 받았다. 문, 김기춘 전비서실장이 청문회에서 블랙리스트의 작성목적은 문화계의 좌익 세력을 청산하기 위해서라고 진술했더라면 차라리 좋았을 것이다. 답, 나라를 전복시키려는 세력의 리스트를 작성하여 관리하는 것은 정부가 마땅히 할 일이다. 국가수호를 위해 모든 나라들이 이런 일을 하고 있다.
탄핵정국을 지켜보며, 헌법이 부여한 대통령의 책무가 막중함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 국민의 자유와 복리증진 및 민족문화 창달에 노력하여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 헌법 제69조의 대통령 취임선서다. 주말마다 탄핵을 주장하는 촛불시위가 벌어진 광화문광장. 광화문(光化門)의 뜻은 “빛을 비추어 세상을 바르게 하라”이다. 아무쪼록 대한민국을 바르게 이끌 좋은 대통령이 선출되기를 바란다.    
 

‘지리의 힘’
“지리는 어떻게 개인의 운명을, 세계사를, 세계경제를 좌우하는가?”라는 의문에 답해준 ‘지리의 힘(Prisoners of Geography)’, 영국의 국제문제 저널리스트 팀 마샬이 쓴 책이다. 파이낸셜 타임스의 터키 특파원 및 외교부 출입기자, 스카이뉴스 외교부문 에디터이자 BBC 기자였던 마샬은 25년간 전세계 30여 분쟁지역들을 다니며 취재하며 경험한 것들을 정리하여 집필하였다. 세계 도처에서 발생하는 크고 작은 분쟁과 갈등들, 이념과 종파, 빈부격차 뿐만 아니라 민족과 역사, 문화적 차이에서 야기된 다양한 난제들이 지리와 밀접하게 관련되었다는 사실에 그는 주목하였다. 인간은 흙에서 태어나 땅으로 돌아가는 존재이다. 이렇듯 민족과 국가형성 과정에 지리적 요소가 원초적으로 작용하기에, 민족과 국가의 정체성을 이해하고 나아가 내재된 갈등요인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리를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는 것이다. 국제현안인 IS, 이슬람 난민, 팔레스타인, 코소보, 파시미르, 크림반도, 아프리카 종족분쟁 나아가 남중국해 영유권까지 모든 문제들도 결국은 지리에서 비롯된 것이다. 저자는 “우리의 삶의 모든 것은 지리에서 시작되었다고”고 단언하였다. 지리의 힘을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이 책은 중국, 미국, 서유럽, 러시아, 한국과 일본, 라틴 아메리카, 아프리카, 중동, 인도와 파키스탄, 북극 등 10개의 국가와 지역을 소재로 다루었다. 4천년만에 대륙의 나라에서 해양강국을 꿈꾸는 중국, 지리적 축복과 전략적 영토 구입으로 세계 최강국이 된 미국, 이념적 분열과 지리적 분열이 함께 감지되고 있는 서유럽, 가장 넓은 나라지만 지리적 아킬레스건을 갖고 있는 러시아, 지리적 특성 때문에 강대국들의 경유지가 된 한국, 최대 고민인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과 군사동맹을 맺는 일본, 내륙이 텅 빈 거대한 지리의 감옥에 갇힌 라틴 아메리카, 유럽인이 만들어 놓은 지정학의 피해자가 된 아프리카, 인위적인 국경선이 분쟁의 씨앗이 되는 중동, 지리적으로 출발부터 서로 달랐던 인도와 파키스탄, 21세기 경제 및 외교의 각축장이 된 북극이다. 저자는 풍부한 취재경험을 바탕으로 과거 현재 미래를 주시하면서 세계사를 결정한 주요 요소 중의 하나인 지리에 대한 핵심적 통찰력을 제시하여 이것이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세계의 정치와 경제를 어떻게 좌우하는지를 보여주었다. 지구촌의 지정학, 지경학적 현안을 한권의 책 속에 농축시켜 놓았다.

저자는 세계의 맨 꼭대기 북극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면서, 지리에 관한 담론을 끝냈다. “길은 여기에 있다. 이 최후의 경계는 늘 우리의 상상력에 말을 걸어왔다. 우리 시대에 인류는 미래로 가는 길 위에서 꿈을 키웠고, 우주공간에 올라가 보기도 했고, 밀리미터를 무한대로 바꾸기도 하였다. 인간의 쉼 없는 정진은 우리의 경계가 한정될 수 없음을 확인시켰다. 우리는 이 땅의 지리를 아직 정복하지 못했고, 그것과 겨루려는 인간의 본성 또한 정복하지 못했다.” 민족과 국가는 공포 때문에 또는 탐욕 때문에 크고 작은 전쟁들을 일으켰으며, 모든 지역이 전쟁터가 되었다. 제로섬 방식의 게임원리에 의한 지리적 결정주의에 기반을 둔 신념이 인간 본성과 결합하여 다른 방식으로 생각하는 것을 방해하였다. 그러나 현대 기술이 우리가 만든 지리라는 감옥에서 탈출시켜 주었으며, 또한 이 기술을 만드는 것이 우리 인간이기에 새로운 세계화에 그 기술을 접목시킨다면, 인류 모두에게 득이 되는 그레이트 게임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그는 북극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최근의 호혜적인인 국제공조 방식에 희망을 걸었다.

지리는 언제나 운명을 가두었다. 그 운명은 한 국가를 규정하거나 한 국가가 될 수 있는 것일 수도 있다. 또 어떤 것은 세계의 지도자들이 그토록 벗어나고자 몸부림쳤던 운명일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우리는 중력이라는 족쇄만을 겨우 풀었을 뿐이다. 게다가 여전히 우리는 자신의 마음속에 갇혀 있다. 타인에 대한 의심과 자원을 탐하는 원초적 경쟁이 형성한 틀 속에 계속 갇혀 있다면, 우리는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이 책의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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