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원의 법적 지위 강화와 해양강국 발전에 일조하고파”

권창영 창원지검 부장판사
권창영 창원지검 부장판사
16년간 발표 27편 선원관련 논문 토대로 1천여P ‘선원법 해설’ 발간

국내 전문 해사법원 설립의 필요성이 공감대를 형성해나고 있는 가운데 현직 법조인이 방대한 분량의 전문성을 갖춘 선원법 해설서를 펴내 화제가 되고 있다. 권창영 현 창원지법 부장판사가 16년간 발표한 27편의 선원관련 논문을 바탕으로 총 1,000여 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의 선원법 관련내용을 총 망라한 ‘선원법 해설’을 발간한 것이다.

전문 해사법원이 부재한 국내 현실 속에서 현직 법조인이 선원의 권익과 우리나라의 해양강국으로 발전에 도움을 주고자 오랜 기간 어렵게 자료를 수집하며 열정적으로 연구한 성과물로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선원법 연구자 측면에서는 특별한 이력을 가지고 있는 권창영 판사와의 신년기획 인터뷰를 통해 △‘선원법 해설’ 출간 배경 △집필기간과 과정에서 겪은 애로점 △선원법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 △선원법 등 해상법 관련 연구계획 △해사법원의 설립에 대한 견해와 국내 현실 △선원직 매력화를 위한 제언 △해사관련 재판의 특징 등을 들었다.

권창영 판사는 “국가 전략적으로 해양력 강화가 절실한 상황에서 해양력의 중요요소인 선원에 대한 국가와 법조계의 관심이 그간 너무 적었다”면서 이로써 “선원의 법적지위에 관한 연구성과도 미미해 선원이 당사자가 된 사건이 법원에 다수 존재면서도 해양노동의 특수성과 선원법의 독자성에 대한 이해부족으로 논리적이고 합당한 결론을 도출하는데 어려움이 많았다”고 부연했다. 또 “선원의 중요성에 대한 대국민 관심 제고와 선원의 법적지위 강화, 우리나라의 해양강국으로 발전에 일조하고자 집필했다”고 출간배경을 밝히고 해운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해사판례의 분석을 중심으로 판사 시각에서 바라본 해상법 관련 논문을 발표하고 충분한 연구성과가 축적되면 ‘해사소송론’을 집필할 계획”이라며 향후 연구 및 집필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권창영 부장판사 약력>
학력 = △1992년 서울대 물리학과 졸업 △2008년 서울대 법학박사 △06-07년 The University of Texas at Austin, School of Law 객원연구원
경력 = △96년 제38회 사법시험 합격 △99-2014년 춘천지법, 의정부지법, 서울서부지법, 서울행정법원, 서울남부지법, 서울고법, 서울서부지법 판사 △2014-현재 창원지법 부장판사
저서 및 논문 = △민사보전법(초판 2010; 제2판 2012) △근로기준법 주해 Ⅲ(공저, 2010) 주석 민사집행법 Ⅶ(제3판, 2012) △법원실무제요 민사집행 Ⅳ(공저, 2014)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주해 Ⅱ·Ⅲ(공저, 2015) △선원법해설(2016, 법문사) △여러 척의 선박 집행에서 선원근로계약상 채권의 보호 등 50여 편.

▶전문 해사법원이 부재하는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해사 전문 판사도 아닌데 ‘선원법 해설’을 출간한 것이 매우 특이합니다. ‘선원법 해설’의 출간 배경을 밝혀주세요.
“우리나라는 3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고, 대륙으로 연결되는 북으로는 자유로운 이동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지정학적으로는 섬처럼 고립되어 있습니다. 이로 인하여 대한민국의 존립과 번영은 바다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데, 수출입물량의 99.7%가 해상운송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것만 보아도 이를 알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서 지속적인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국가전략의 일환으로 해양력海洋力의 강화가 절실히 필요합니다.

그런데 해양력의 중요요소 중 하나인 선원에 관한 국가와 법조계의 관심이 그동안 너무 적었기 때문에, 선원의 법적 지위에 관한 연구성과는 미미하였습니다. 이로 인해 약 3만8,000여 명의 선원이 취업 중이고 선원이 당사자가 된 사건이 법원에 다수 존재함에도, 종래에는 해양노동의 특수성이나 선원법의 독자성에 대한 이해의 부족으로 논리적이고 합당한 결론을 도출하는데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선원의 중요성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제고하고 선원의 법적 지위를 강화함으로써, 대한민국이 해양강국으로 발전하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선원법해설을 출간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세월호 사건으로 인하여 선원과 해양인들의 사기가 떨어져 있다고 생각하는데, 오늘의 우리가 있기까지 오랫동안 바다에서 헌신해 오신 선원과 해양인들에게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표현함으로써, 선원과 해양인들의 사기를 진작시키는데 일조하고 싶은 마음도 선원법해설의 출간 배경이 되었습니다.”

방대한 자료가 망라돼 있는 ‘선원법 해설’이 나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을 것으로 여겨집니다. 집필기간과 집필 과정에서 겪은 애로사항, 그리고 출간에 대한 소감을 듣고 싶습니다.
“선원법에 관한 연구를 시작한 2000년부터 책이 출간되기 전까지 16년 동안 총 27편의 선원 관련 논문을 발표하였습니다. 이러한 연구성과를 바탕으로 선원법 전반에 관한 체계적인 해설서가 완성될 수 있었습니다.
애로사항은 먼저, 선원법에 관한 기존의 연구성과가 너무 미약하여, 부득이하게 해사선진국인 일본·미국·영국·독일의 자료를 수집하여 참조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점입니다. 특히 국내 선원법은 독일의 선원법과 일본 선원법을 주로 참고한 것인데, 독일 선원법에 관한 자료는 국내에서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또한 국내 도서관에 소장된 선원법 문헌이 너무 적고 오래되어서, 부득이하게 외국에서 직접 구입하거나 해외연수 중인 판사·교수에게 자료 수집을 부탁해야만 했습니다. 독일은 종래의 선원법을 폐지하고 2013년 8월 1일부터 해양노동법Seearbeitsgesetz을 시행하고 있는데 이에 관한 주석서 2권(Lindemann, Bubenzer/Noltin/Peetz/Mallach)이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동안 자료수집에 도움을 주신 모든 분들께 이 지면을 통하여 감사드립니다. 이렇게 오랫동안 어렵게 수집한 자료들은 대부분 후학들의 연구를 위하여 약 2,800개에 달하는 각주에서 자세히 언급하였습니다.

다음으로 선원법은 180조에 이르는 방대한 법률임에도 기존의 연구는 주로 재해보상제도의 개선에 집중되었기 때문에, 선원법의 지위, 적용범위, 다른 법률과의 관계, 근로기준법과 차이점 등 기초적인 분야부터 연구를 시작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특히 선원법은 해사법과 노동법이 교차하는 영역이어서 두 분야를 모두 심도 있게 연구한 이후에야 선원법의 취지와 의미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것도 연구과정상 어려움 중의 하나였습니다. 저는 법원 해외연수 프로그램에 따라 2006-2007년 The University of Texas at Austin, Law School에서 객원연구원 자격으로, 미국 해사법 자료를 마음껏 접하고 해사법의 대가인 Sturley 교수로부터 미국 해사법 강의를 수강함으로써 해사법에 관한 전반적 이해가 가능하였습니다. 또한 대법원 산하 노동법실무연구회에서 간사·편집위원을 역임하면서 김지형 대법관님의 지도 아래 ‘근로기준법 주해’ Ⅰ·Ⅱ·Ⅲ(2010년),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주해’ Ⅰ·Ⅱ·Ⅲ(2015년)의 집필·강독·교정에 참여할 수 있는 귀중한 기회를 얻었는데, 위와 같은 노동법 주해서 발간으로 노동법 전반에 관한 쟁점의 서술이 비교적 용이하게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법조계·법학계에서 판례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데, 공간公刊된 선원법 판례는 극히 드물기 때문에, 방대한 판결 중 선원법 판례를 검색·수집하는 데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였습니다. 선원법 해설에는 16년 동안 수집한 국내외 선원 관련 판례 1,000여건을 수록하였는데, 이를 제대로 이해하게 되면 선원 관련 법률문제의 상당수는 합리적인 해결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해양한국에서 해사판례 평석을 기고할 수 있도록 지면을 허락해주신 것에 대하여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최신 해사판례를 신속하게 소개하는 것은 해사판례의 연구와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본지는 지난해 판사님의 선원법 판례를 연재해 귀중한 자료를 기록으로 남겨놓았고 올해부터는 해사판례 연재를 시작했습니다. 선원법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습니까?
“저는 2000년 10월경 춘천지방법원 형사항소부에서 선원의 실업수당에 관한 사건을 담당하면서 선원법이 있다는 사실에 놀랐고, 선원법에 관한 체계적인 연구성과가 거의 없다는 사실에 또 한 번 놀랐습니다. 당시 서울대학교 노동법연구회에 가입하여 활동한 지 6년이 넘었고, 대학원에서 사회법을 전공하고 석사과정을 수료한 상태였음에도, 선원의 법적 지위에 관하여 전혀 아는 바가 없다는 사실은 상당한 충격이었습니다. 이를 계기로 선원법에 관한 체계적인 연구의 필요성을 깨닫고, 그 때부터 선원법에 관한 자료를 수집하면서 논문을 작성하였습니다.

The University of Texas at Austin으로 해외연수를 가게 된 것도 ‘Admiralty and Maritime Law in the United States’의 저자인 Robertson과 Sturley 교수가 재직 중이라는 점 때문이었습니다. Sturley 교수의 해사법 수업 중에서는 “통상활동과 국가의 해양력 수호를 위하여 중요한 국민 집단인 선원들을 유지하는 것은 위대한 공공정책이다. 해사법원은 끊임없이 선원들에게 특별하고 보호를 위한 애정과 후견인의 마음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선원은 해사법원의 피후견인(the Wards of the Admiralty)이다”라고 판시한 1823년 미연방항소법원의 Harden v. Gordon 판결(이에 대한 평석은 본지 500호 146-152면 참조)이 가장 인상적이었는데, 미국이 해양강국과 선진국으로 발전한 배경을 이해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습니다.”

▶향후 선원법은 물론 해상법 등 관련 연구계획을 가지고 있으시면 밝혀주세요.
“선원법에 관한 연구성과가 완전한 체계를 갖추기 위해서는, ‘선원법 강의講義’(입문서 또는 개론서로서 미국의 Nutshell 시리즈에 해당), ‘선원법 해설解說’(판례와 학설의 요점을 정리한 책으로서 미국의 Hornbook 시리즈에 해당), ‘선원법 주해注解’(대주석서大註釋書로서 독일의 Gross Kommentar에 해당), ‘선원법 판례연구’(판례를 정리·소개한 책으로서 ‘노동판례 100선’이 이에 해당) 등이 필요합니다.
‘선원법 강의’나 ‘선원법 판례 100선’을 집필하는 것은 지금 단계에서도 가능하지만, 현재 출판시장의 사정에 비추어 보면 출판이 가능할지 의문입니다. ‘선원법 주해’가 대주석서의 형태를 갖추기 위해서는 최소 2,000페이지 이상은 되어야 하는데, 현재의 판례와 연구성과로는 어림없기 때문에, 향후 10년 안에는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당분간은 해사판례의 분석을 중심으로 판사의 시각에서 바라본 해상법 관련 논문을 발표하고, 충분한 연구성과가 축적되면 ‘해사소송론’을 집필할 계획입니다.”

▶국내 해운업계는 해사법원의 설립을 희망하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관련 국제포럼과 정책세미나도 추진된 바 있습니다. 현직 법조인으로서 전문 해사법원의 설립에 대한 견해와 국내 현실은 어떠한지요?
“ ‘사실심 충실화 사법제도개선위원회’가 2015년 6월 18일 건의한 바에 의하면, 전문분야별 특성화 법원의 설치를 제안하고 있습니다. 그 내용을 요약하면, 담당 법원의 전문성 및 효율적인 분쟁해결이 요구되고, 특정 법원에 사건처리를 집중시키기에 적절한 규모의 접수 건수가 확보되는 특정 전문분야 사건을 중심으로 특성화 법원 제도를 도입하자는 것입니다. 특성화 법원은 전문재판부와 전문법원의 중간단계에 해당하는데, 해사분야 특성화 법원으로 부산지방법원을 예정하고 있습니다. 해사사건의 관할을 부산지방법원에 집중하되 선택적 중복관할을 인정하고, 특성화 법원에 복수의 전문재판부를 설치하고 소속 법관의 사무분담을 점차 장기화함으로써 법원과 법관의 고도의 전문화를 촉진하여, 궁극적으로는 재판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제고하기 위한 것입니다. 이를 위한 추진계획으로 민사소송법과 민사소송규칙의 개정을 들고 있습니다. 위와 같은 ‘해사분야 특성화법원 제도’가 도입된다면 현재 해운업계에서 주장하는 전문법원으로서 ‘해사법원’은 설치할 수 없게 되지만, 만약 특성화 법원제도만으로 해사사건의 전문적·효율적 처리가 곤란하다는 평가가 있고, 해사법원의 설치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장차 해사법원이 설치될 가능성은 있습니다.

전문법원이 설치되려면, 먼저 독립한 법원을 운영할 정도의 적정 사건이 안정적으로 접수되어야 합니다. 이는 해사법원의 관할사건을 어떻게 규정할 것인지에 달려 있지만, 소송의 효율성이나 사건 처리의 전문화에 기여하는 측면과 당사자의 소송 수행의 편의성과 접근성 등 재판받을 권리를 보장한다는 측면의 적절한 조화가 필요합니다.

다음으로 해사전문법관의 전문성을 제고시키기 위해서는, 2~3년마다 소속 법원이나 사무분담이 변경되는 현재의 법관인사시스템에서 독립된 해사전문법관을 별도로 선발하여야 합니다. 현재 가사소년전문법관은 4~6년 동안 한 가정법원에서 근무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해사전문법관도 이와 유사하게 운영할 필요가 있습니다.

결국 위와 같은 요건이 충족되지 아니한 상황에서 해사법원 설치는 어렵겠지만, 우리나라 법을 준거법으로 하거나 법정지가 대한민국인 해사사건이 지속적으로 증가한다면 장차 해사법원의 설치도 가능하기 때문에 해양수산부, 해운인, 법학계, 법조계의 지속적인 관심과 연구가 필요합니다.”

▶실제 선원관련 재판과 연구 등을 통해 파악한 선원들의 노동현실에 대한 견해와 한국 선원정책의 현안인 선원직의 매력화를 위한 제언이 있다면 밝혀 주세요.
“전통적으로 선원의 근로는 어렵고 매우 위험하며, 가정에서 오랫동안 떨어져서 생활하여야 하고 해양고유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해양노동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선원을 육상근로자보다 더욱 강하게 보호하여야 함에도, 현재 근로조건, 임금채권보장, 재해보상 등의 경우에는 육상근로자보다 불리한 것이 많습니다. 해운업과 선원이 우리나라 경제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을 감안하여 정부는 선원의 근로조건 개선과 해운산업의 지원에 더욱 노력해야 합니다. 사회보장적 성격을 지닌 선원보험법이 시행령의 미제정으로 사문화되었다가 결국 폐지된 것은 선원보호의 측면에서 볼 때 너무 아쉽습니다.

판사는 법령의 해석과 적용을 주된 임무로 하기 때문에 제가 구체적인 선원정책에 관하여 제언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지만, 선원과 해양인들이 자긍심을 가지고 자녀들에게도 부모와 동일한 직업에 종사하는 것을 권유할 수 있도록 정책을 입안하고 실행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일반 상사재판에 비해 선원을 비롯한 해사관련 재판의 특징이 있습니까?
“해사사건은 일반 민사사건이나 상사사건과는 달리 국제적·보편적·통일적 성격이 매우 강합니다. 또한 해외취업 선원이나 외국인 선원이 점차 증가하고 있고, 편의치적선이 상선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기 때문에, 국제사법에 관한 이해가 필수적입니다. ‘선원법 해설’에서는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선원근로관계와 국제사법’이라는 별도의 항목을 두고 25페이지에 걸쳐 국제사법상 논점을 자세히 설명하였습니다.

선원사건은 노동법적 성격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구체적 타당성을 존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증거의 부족, 증거의 편재 등을 이유로 한 증명의 어려움을 감안하여 재해보상청구권의 성립요건에서 인과관계에 관한 증명책임을 사실상 전환하거나 증명의 정도를 완화하려는 노력이 그 예에 해당합니다.

결론적으로 해사사건에서 합리적인 재판을 하기 위해서는, 선원과 해양인에 대한 존경과 애정을 가지고, 국내외 판례와 연구성과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기울여 전문성을 함양하는데 부단히 노력하여야 합니다. 이번에 출간된 ‘선원법해설’이 해사사건에 관심을 가진 모든 분들에게 조그만 도움이 된다면 저로서는 영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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