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FO 선박 이용한 해양플랜트 운송시장, 도크와이즈 등 해외기업 독과점
네덜란드, 중국, 독일 강세 속 국내선사 ‘TPI 메가라인’ 운송사업 참여 유일

세계 최고의 해양플랜트 건조산업을 보유하고 있는 우리 조선산업의 지위에 걸맞는 해양플랜트 운송산업이 발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2013년까지 대거 수주했던 해양플랜트 물량이 인도를 기다리고 있는 가운데, 한국에서 건조된 해양플랜트를 발주자가 원하는 목적지까지 운송하는 작업은 소수 외국기업이 독점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이 발표한 ‘KMI Offshore Business 2015년 3월호’에 따르면, 해양플랜트 운송시장은 영업이익률이 10~20%에 달하는 고부가가치 사업으로, 세계 해양플랜트 운송시장은 Dockwise 등 소수기업이 독과점을 형성하고 있다. 지난 2월 1일 울산 현대중공업에서 건조된 원통형 FPSO ‘골리앗Goliat’의 경우 울산에서 노르웨이 바렌츠해까지 운송됐는데, 총 60일의 운송일이 소요됐다. 동 설비 역시 Dockwise에 의해서 운송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의 해양플랜트 운송사업은 걸음마 수준이다. 전 세계적으로도 소수 기업이 독점하고 있는 상황인데 이는 해양플랜트를 운송할 수 있는 선박이나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 소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2010년부터 2013년까지 글로벌 오일메이저들의 해양플랜트 발주가 폭발적으로 일어났고, 그 수혜는 우리 조선사의 차지였다. 울산, 거제, 옥포 3대 야드에서 대형 해양플랜트가 완성됐으나 우리기업이 이를 운송한 실적은 미미하다.
 

해양플랜트 운송은 크게 LO-LO, RO-RO, FO-FO 방식으로 구분된다. LO-LO(Lift On-Lift Off)는 선박의 대형 크레인 등을 이용해 화물을 선적하는 방식이며, RO-RO(Roll On-Roll Off)는 모듈 트레일러나 바퀴가 있는 장비에 해양플랜트를 실어서 선적하는 방식으로 주로 바지선 등이 이용된다. 최근 가장 많이 이용되고 있는 방식은 FO-FO(Floating On-Floationg Off) 방식이다. 선박을 물밑으로 잠수해서 해양플랜트를 선적·하역하는 방식으로 가장 고도의 기술이 요구된다. 이른바 반잠수식 자항선(Semi-submersible Ship)이라고 불리우는 특수선을 보유해야 하며, 그만큼 선가도 RO-RO에 비해 3배이상 비싼 고부가가치 선박이다.

 

FO-FO 방식이 대세.. 선가 높지만 운송 1회당 평균 1,000만불 수익 발생
해양플랜트 운송시장에서 선사의 핵심역량은 해양플랜트를 운송할 수 있는 선박의 보유 여부이다. 해양플랜트의 크기와 무게가 대형화되는 추세에서 FO-FO 선박이 핵심장비로 부상하고 있는 상황이다. KMI에 따르면, 현존하는 세계 최대 FO-FO 선박은 Dockwise의 ‘뱅가드Vanguard’호로 2013년 현대중공업에서 건조됐다. 동 선박의 적재용량은 11만 7,000톤이며 잠수 수심이 갑판 상 16m, 잠수흘수 31.5m에 달한다. 어마어마한 크기인 만큼 선가도 상상을 초월한다. 순수 건조비용만 2억 4,000만불로 현재 발주되고 있는 2만teu 컨테이너선가 평균 1억 5,000만불과 비교하면 1억불 이상 차이가 난다. 그러나 건조 이전에 약 1억불의 운송계약이 체결될 정도로 ‘알짜배기’ 투자이다.


해양플랜트 운송은 평균 회당 1,000만불 이상의 수익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초기 투자비용이 크지만 일단 인도만 된다면 고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분야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제반 여건이 잘 갖춰져 있고 시장 상황도 나쁘지 않다. 국내 조선 3사가 해양플랜트 건조시장을 이끌고 있으며, 해양플랜트를 포함한 중량물 운반선 건조 기술력도 최고 수준이다. 세계 최대 FO-FO 선박인 도크와이즈의 ‘뱅가드’호가 현대중공업에 의해 건조됐으며, 이전까지 최대 중량물운반선이었던 도크와이즈 ‘블루마린(Blue Marine’호도 현대미포조선에서 최초 건조돼 확장 개조까지 진행됐다. 현대중공업 뿐 아니라 과거 STX조선도 FO-FO 선박 건조 실적을 올렸으며,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도 FO-FO 선박 건조에 강점을 보이고 있다.

 

국내 조선소, 해양플랜트, FO-FO 건조 강점, 해양플랜트 발주·인도 수요도 꾸준
해양플랜트 운송선 총 115척, FO-FO선 도크와이즈 23척, COSCO 6척 등 보유
잠시 주춤하고 있는 해양플랜트 발주도 조만간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지난해부터 국제유가의 위축으로 해양플랜트 발주가 크게 줄어들었고, 인도 지연도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지만, 올 2분기부터 신규 발주물량이 나오고 있는 추세이며 인도 지연된 품목도 차차 인도될 것으로 예측된다. 조선업계에 따르면, 4월 말 이탈리아 국영에너지기업 ENI社가 모잠비크 FLNG 사업 발주를 진행할 것으로 예측되며, 태국과 나이지리아에서 프로젝트도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유가회복기에 대한 긍정적인 시그널도 나오고 있다. 최근 오일메이저 로열더치쉘이 영국 가스업체 BG그룹을 76조원에 인수하면서 선제적인 투자에 나섰다. 쉘의 행보는 저유가 기조가 오래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과 회복기에 더 크게 이익을 보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인도 지연된 해양플랜트가 시장에 투입될 수 있는 기반이 형성되는 것이다.
 

KMI 보고서가 인용한 도크와이즈의 Jonathan Martinez 분석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8년까지 총 573기의 해양플랜트가 설치될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 중 4,000~1만 2,000톤은 480기, 1만 2,000톤 이상이 93기로 예상된다. 93기 중 FPSO를 제외한 46기 중 24기는 FO-FO 선박으로 운송될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Breakbulk社의 중량화물 운송시장 분석결과에 따르면 dwt 기준으로 중국의 ZPMC, 네덜란드의 도크와이즈, 노르웨이 OHT, 독일 SAL사가 세계 중량화물을 대부분 운송하고 있으며, 이들을 포함한 15개 선사가 90%를 점유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최근 들어 네덜란드, 노르웨이와 함께 3대 해양플랜트 운송시장의 강자로 급성장하고 있다. COSCO는 6척의 FO-FO 선박외에도 20척의 중량화물 운반선을 보유하고 있으며, ZPMC는 4척의 FO-FO 선박과 23척의 중량화물 운반선, 17척의 크레인 운반선을 보유하고 있다.

 

2014년 말 기준 해양플랜트 운반선은 총 115척으로 이 중 FO-FO 선박은 도크와이즈가 23척, COSCO가 6척, OHT와 ZPMC, Fairstar(네덜란드)가 4척을 보유하고 있다. 도크와이즈의 절대 우위 속에 독일과 중국 업체들이 추격하는 양상이다.
 

TPI 메가라인 국내 유일 해양플랜트 운송 사업 진행
5만 3,000톤 FO-FO선 ‘Mega Passion’호 보유
하지만 우리 선사의 해양플랜트 운송실적은 여전히 미미한 상황이다. 그간 동방, 세방, 현대상선, STX팬오션, 대한통운, 한진해운 등이 중량화물 운송시장에 참여했지만 최근에는 TPI 메가라인만이 해양플랜트 운송시장에서 유일하게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양플랜트 운송 경쟁력의 척도로 여겨지는 FO-FO 보유여부도 TPI 메가라인 유일하다. 과거 STX팬오션이 FO-FO 선박 2척을 보유했으나 2012년 9월에 모두 매각했다. 메가라인은 1척의 FO-FO를 보유하고 있는데, 5만 3,000톤 규모인 'Mega Passion'호는 2010년 6월 대우조선해양에서 건조됐으며 길이 203m, 폭 63m, 잠수능력 11m로 인도 당시 아시아 최대이자 세계에서 2번째로 큰 FO-FO 선박으로 주목을 받았다. 최근 동사는 호주 Gorgon 프로젝트 운송시장에 참여했으며, 러시아 야말프로젝트 입찰에도 참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처럼 우리 선사들이 해양플랜트 운송시장에 진출하지 못하는 이유는 FO-FO 선박을 비롯한 경쟁력을 갖춘 선대를 구축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양플랜트 운송시장에서는 운송선박 그 자체가 경쟁력이며, 특히 FO-FO 선박의 확보가 절실하다.

 

“조선, 해운, 금융, EPC, 포워더 협력해 플랜트 운송실적 쌓아야”
가장 큰 문제는 국내 선사의 신규 투자가 힘들다는 점이다. 박광서 KMI 연구위원은 “우리 선사들은 투자여력 부족으로 선박확보가 쉽지 않은 실정”이라면서, “FO-FO 선박확보 외에도 마케팅, 엔지니어링 등 소프트웨어 역량도 부족하다”고 밝혔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금융문제 해결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현재의 국내 선박금융이 경쟁국에 비해 금리가 높고, 프로젝트파이낸싱PF보다는 기업금융을 주로 하고 있으며, 나아가 상환 기간 및 상환 조건, 결재 수단 등도 기업들에게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의견이다. 금융권 자체적으로 PF확대를 위해 해양플랜트 운송시장에 대한 이해와 사업평가 능력 배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우리 선사들의 해양플랜트 운송 실적이 미미한 상황에서 해양플랜트 운송시장에 뛰어들기 위해선 금융 이외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선박 건조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금융을 일으키려면 가장 중요한 것이 운송 계약이다. 정기선을 제외하고 운송 계약없이 금융을 받기란 쉽지 않은 상황인데, 해당 분야의 실적도 없는 회사의 선박확보를 위해 선박금융을 일으키는 것은 가능성이 없다”고 지적한다. 금융 이전에 우리 선사들이 운송계약을 확보하는 것이 먼저라는 지적이다.
 

우리 선사들이 해양플랜트를 포함한 중량물 운송 실적을 확보하기 위해선 국내 조선사와 포워더, 국내외EPC(Engineering, Procurement & Construction) 업계와의 협력이 필요하다. 국내에서 건조되는 물량마저도 해외 선사들에 의해서 운송되는 현실에서 중량화물 운송기업의 물류방과 조선소들의 물류 수요를 결합시킨 협력체계가 구축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KMI 박광서 연구위원은 “예를들어 선주협회와 조선해양플랜트협회, 금융권 등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하고 상호 니즈 파악과 함께 협력체계 구축이 필요하다”면서, “나아가 조선소와 중량물 운송기업, 금융권이 공동 투자해 선박을 확보하고 국내 조선소의 건조물량을 우선적으로 운송함으로써 실적을 확보한 다음 이를 토대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글로벌 플랜트 물류시장에 진출하고 있는 포워딩 업체와 플랜트 건설 주체인 EPC 업체와의 네트워크 형성도 중요하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고가의 FO-FO선 확보를 위해 투자여력이 있는 국내 EPC사가 압장서고 금융권, 선사가 함께 투자해 선박을 확보해 선사·물류기업이 선박을 운영하는 체계가 필요하다”면서, “이를 통해 EPC사들은 수출 플랜트의 원가를 줄일 수 있고 플랜트 운송기업은 안정적인 물량확보를 통해 해외 플랜트 시장을 노크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해양플랜트 건조에서 서비스 산업으로
정부정책 변화, 해수부 ‘해양플랜트 서비스산업 타당성조사 지원사업’ 추진
한편 그간 해양플랜트 건조에 집중돼 있었던 정부 정부정책도 점차 해양플랜트 운송을 포함한 서비스산업으로 범위를 넓혀가고 있는 모습이다. 해양수산부는 지난 4월 9일 국내 기업의 해양플랜트 서비스산업 분야의 해외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해양플랜트 서비스산업 타당성조사 지원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해수부는 우리 업계 미개척 분야인 해양플랜트 서비스 시장에 활발히 진출할 수 있도록 타당성 조사를 지원하는 사업으로 해외시장 진출에 따르는 국내 기업의 위험부담을 줄이고 초기 의사 결정에 도움을 주고자 동 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해수부의 지원사업은 총 3억원의 예산에서 프로젝트 당 최대 1억원 범위내 타당성조사 비용의 30~70%를 보조한다. 대상사업은 해외 유망프로젝트 수주, 해외시장 진출을 위한 여건조성 및 전략수립 등 우리 기업이 희망하거나 계획중인 해양플랜트 서비스 분야 프로젝트이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해양플랜트 산업은 세계 최고수준인 건조분야와 더불어 서비스 분야를 중점적으로 육성한다면 해양플랜트 전체에 걸쳐 국제 경쟁력을 확보할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지원사업을 통해 앞으로의 가능성과 잠재력을 가진 우리 기업들이 해외 해양플랜트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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